지키겠습니다, 마음 -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김종달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에 <김과장>이라는 드라마에 흠뻑 빠져서 보았습니다.

처음엔 저 혼자서 보게 되었는데 어느새 남편도 같이 보면서 '김과장'의 핵사이다같은 발언과 행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였습니다.

그 전엔 <미생>을 보면서 우리네 모습이라 공감을 많이 하면서도 어쩐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번 <김과장>은 유쾌, 상쾌, 통쾌까지 하였었습니다.

이제는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밤늦게 어깨를 축 늘어뜨려 오는 남편의 모습을 보자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곤 하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이 책을 선사하였습니다.

『지키겠습니다, 마음』

이 책의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매일 밤, 상처 난 마음으로 퇴근하고 있나요?

지금 당신이 해야 할 것은 배려도, 성장도 아닙니다.

그 마음을 헤아려주기 위해 이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더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그저 지금의 나로, 마음을 다치지 않으며 살 수는 없을까? 회사를 떠나지 않은 채로 지치지 않으며 일할 수는 없을 까? 쉽게 다치고 빨리 지치는 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마음을 지켜낼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그때 운 좋게도, 이정표처럼 다음과 같은 말을 만났다.

"당신이 외부의 일로 고통 받고 있다면,

고통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 - page 7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가 제시하는 마음의 상처치유법.

기대하며 첫 장을 펼쳤습니다.


책 속에는 우선 회사에서 상처를 받은 이의 상담내용이 있습니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돌+I 상사들.

그 유형은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상처받은 내 마음은 4단계를 거쳐 우리의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1단계 : 사건발생

2단계 : 사건 인지

3단계 : 상황 판단

4단계 : 감정 생성

특히나 <3단계 - 상황 판단>에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 메타인지라는 개념이 소개되었습니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생각 너머에서 알아차린다는 것이라는데 조금은 생소하였습니다.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핵심은 감정제조기 3단계에 있다. 불쾌한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알아차렸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까? 단언컨대 절대 아니다. 바로 '판단'을 통해서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외부자극을 위험한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몸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 것이다. - page 128

결국 사건이 아니라 판단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인드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하여 그 합리성을 검증한 후 생각의 오류를 하나씩 수정해나간다면 감정의 주인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마인드 프로그램의 합리성 검증하는 5단계>

1단계 : 자신과 관계 있는 일인가?

2단계 :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

3단계 : 상대방은 합리적 존재인가?

4단계 : 상대방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했는가?

5단계 :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이 합리적인가? - page 137


그리곤 다친 마음을 재정비하기 위해 보다 상황에 따라 역할과 가치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유연함의 문제다. - page 194


이를 통해 강해진 직장인들이여.

어차피 회사는 전쟁터임을 인지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어떤 고난에도 쉽게 좌절하기 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 그리고 나, 동료, 그리고 환경에 대해 그 의미를 다시금 부여해 보다 자신이 전쟁터를 이끌어가는 '장군'이 되어나가라고 합니다.


최근에서야 많은 듣게 된 단어, '감정노동'.

아마 우리가 복잡한 상념에 휩싸여 있기에 더더욱 '감정노동'을 겪고 힘겨워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외상은 언젠가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자신의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돌이켜 봅니다.

그리고 상처가 나 있다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기에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통해 그 해결점을 찾아가길 바란다는 것.

다들 힘겹게 살아가지만 조금의 희망을 품고 자신의 위치에서 '주인공'이 되길 바라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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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패턴 일본어 - 따라할수록 탄탄해지는
김미선 지음 / 소라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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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드에 한창 빠져 지내다보니 어설프게 몇 마디는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일어를 공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미드나 팝송에 빠져 영어공부를 시작하거나 재미를 보는 이들처럼 저 역시도 그렇게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중의 교재들은 마치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영어 교재로 표현을 하자면,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And you?"

너무나도 공식적인 문장들.

몇몇 교재들을 살펴보면 그 패턴도 비슷하였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더라도 조금은 그 자리에 맴돈다는 느낌이 없지않게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카카오스토리 일본어 1위 채널 '왕초보 5분 기초 일본어' 공식 교재

주변에서 저처럼 일어 공부하는 이가 추천하던 채널이었는데 아직 만나보진 않았었습니다.

우선 책을 살펴보고 함 찾아볼까 합니다.


이 책은 우선 두께에 살짝 놀랐습니다.

보통의 교재들은 얇은데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었습니다.

우와~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을까!

저처럼 살짝 겁을 먹은 이들이 있을까봐 <이 책의 특징과 활용법>에서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일본어 구문을 자연스헙게 쭉쭉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만들었어요.

둘째, 일본어는 한자를 같이 쓰는 언어이므로 한자를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본 교재는 초반부에는 히라가나로만 표기하고 점차 한자를 늘려 가는 패턴으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한자 위에는 히라가나로 독음을 표시하여 왕초보 여러분들이 어렵지 않게 한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셋째, 문법은 간단히 공식화하여 CHECK 박스로 정리했어요. 특히 형용사와 동사 장에서는 문법 공식이 중요한데, 주의해서 암기해야 할 부분은 코멘트를 달아 두었어요.

넷째, 모든 단어와 문장에는 일본어 독음 외에도 한글 발음을 표기했어요.

다섯째, 실전 연습을 위해 각 강이 끝나는 부분에 대화 구문을 넣었어요.

여섯째, 본 교재는 왕초보 여러분들을 위한 교재이기 때문에 어려운 어휘보다는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쉬운 단어들과 기초 문장들로 구성되었어요.

왕초보를 위해서 만들어진 교재라고 하였기에 용기를 가지고 시작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공부를 시작하다보면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한 번 본 부분을 다시 보는 것이 쉽지 않았고 점점 어려운 단어들만 등장하여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유사한 문장과 패턴이 있었기에 그것만 반복하더라도 다른 교재들에 비해 지루한 점은 덜 하였고 단어들은 일상에서도 쓰이는 것이기에 실용도가 높다는 점과 일드에서도 접할 수 있는 문장들이 있었기에 공부를 하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이라 여겨지는 CHECK 박스.

이 부분만 보더라도 그 전날 공부한 것을 되새기고 머리에 각인시키기 쉬웠습니다.

독학하기에도 굳~!!!!


오히려 책이 두껍지만 실상으론 두껍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문장들을 연습하게 하니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 왕초보라 하더라도 그 기초는 탄탄해지고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젠 이 책과 함께 '왕초보 5분 기초 일본어' 채널을 구독해야겠습니다.

win-win효과를 꿈꾸며 이 책을 기초로 점점 실력을 늘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이 책.

왕초보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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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 여자의 서른 그 후, 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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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면서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샤방샤방~♥

어디론가 떠나고픈 요즘.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울적하게만 만들곤 하였습니다.

어린 아이, 그리고 바쁜 남편.

30대 중후반을 달리면서 과연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보곤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찡~할 수 있음에......

그저 책을 펼치지않고 겉표지만 보아도 위로를 받게 된 이 책.

왠지 읽고나면 눈물을 훔칠 것만 같았습니다.


아, 여자

안 하고

싶다......

20대엔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예쁘다'는 소리에 기분이 한껏 들떠 세상 일이 그저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30이라는 나이의 앞자리가 2에서 3으로만 바뀐 것 뿐인데 세상은 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시작하였습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엄마로써, 딸로써, 며느리로써의 역할.

갑자기 주어진 임무들이 너무나 많아 아직까지도 버겁기만 합니다.

가끔은 너무 힘들다고 외치고 싶지만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괜히 투정 아닌 투정이 될까봐 속으로만 삭히다보니 속병이 날 지경.

30대를 보내는 요즘도 외치곤 합니다.

여자 하기 싫어!


<003 나는 요즘 젊었을 때 쓰지 못했던 지극한 모성애를 발휘하고 있다. 모성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에선 지금의 저를 향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엄마란 원래 미숙한 존재라는 것, 완벽할 수 없다는 것만 인정해도 아이 키우는 게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었으니 몰라서 못 하는 것도 있고, 에너지가 바닥나서 못 할 수도 있다. - page 19

'엄마'라는 타이틀이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땐 몰랐는데 너무나도 버겁게만 느껴지고 있던 요즘이었습니다.

나는 왜 남들처럼 못하는 것인지 자책을 하곤 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만이 제 마음을 알아주었습니다.

사람마다 모성 총량도 다르고 써야 하는 시기도 다르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질 필요도 엄마 노릇 제대로 못 한다고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모성 마일리지는 없어지지 않으니까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두고두고 쓰면 된다. 엄마 노릇은 졸업도 정년도 없이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니까. 좋은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게 아니라 차라리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잘 웃는 엄마가 되어 주는 게 어떨까.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봄날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 때, 씩 웃으며 딱 네 마디 주문을 외워보자.

'지인지살.'

'지 인생은 지가 살아가는 거'라고. - page 20 ~ 21

이젠 저도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질 때 외쳐보려 합니다.

"지인지살"


책 속의 한 구절 한 구절 정말 상처받은 '여자'들의 치유약이 되어주었습니다.

<014 헌신했으면 행복해져야 하는데 헌신짝이 되어 버린다. 나 자신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에서 인상깊었던 문구.

이는 저의 어머니에게도 바치고 싶었습니다.

착한 여자는 상처를 많이 받게 마련이다. 착한 여자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나 자신도 보살피며 자존감을 키워야 나도 가족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는 거다. 나를 잃고 살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가만히 잡으며 말해줬다. 이제 더는 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을 위해 살아보라고. 창밖으로 향해 있던 눈을 거둔 그녀가 가만히 혼잣말했다.

"나는 어디 갔다 이제 온 걸까?" - page 60 ~ 61


<045 '그냥'이란 말이 좋아진다. 삶은 의미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다.>는 어느 한 문장도 빠짐없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는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내가 왜 이런 사람과 사는 거지?'

'내가 이걸 꼭 해야 돼?'

'이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자꾸 의미를 붙이다 보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진다. 살아보니 삶은 의미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었다. 세상일은 '어쩌다', '우연히', '얼떨결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들이 참 많다. 별일 없는,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들이 구슬처럼 꿰어져 삶을 완성한다. - page 165 ~ 166


책을 읽고나니 저자가 <글을 쓰며>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외로울 때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답답할 때마다 찾아보기 쉽게 책 뒤에 키워드별로 색인표도 덧붙였습니다. 어느 한 꼭지의 글에서나마 작은 위로의 빛 하나 건져 올린다면 좋겠어요. 분명 좋은 날들이 펼쳐질 겁니다! 부디 지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행복의 길을 향해 걸어 나가시길... - page 7

어느 새 제 책에도 여러 곳에 포스트잇플래그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 이 책은 저 곁에 아무 말 없이 그저 토닥여주는 영혼의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나만 힘든 줄 알았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더라도, 30대인 다른 이들을 보더라도 그들은 항상 밝고 삶이 행복만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저와 같이 고민하는 이가 있었고 그랬기에 이 책이 나오게 되어 저를 위로해 준 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위태로움의 연속, 낡은 나무다리 위를 걷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과 수시로 맞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 '삶'이라 쓰고 '버티기'라고 읽으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 page 244

어차피 알 수 없는 내일, 인생.

아슬아슬함과 맞짱 뜰 수 있는 용기를 안고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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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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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라하면 그저 유명브랜드의 고가를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좋은 것만 누리기에도 인생은 짧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꿔주는 생활명품 이야기

순간 '명품'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생활명품들을 바라보며 저에게 있는 명품들을 바라보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작가의 말 평범함을 비범하게>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평범함을 비범하게!" 독일 파버카스텔 본사 건물에 쓰여 있는 문구다. 간결한 문장에 담긴 의미심장한 내용은 삶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만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특별하게 잘하는 능력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순서가 바뀌어 특별한 일조차 흐지부지 마무리한 경우는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위대함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일상의 작은 관심과 물건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이유다. - page 9

일상의 작은 관심과 물건을 돌아본다는 것!

좋은 물건 뒤엔 반드시 좋은 사람들이 있다. 물건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만드는 물건이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확신은 멋졌다. 하나같이 진실하고 성실한 인품의 소유자들이었다. 어설픈 타협을 하지 않았고 더디고 답답한 세월을 이겨낸 이들이기도 했다. 물건은 곧 인간 정신의 표현이란 평소의 생각을 거듭 확인해주었다. - page 9

이것이 이 책의 '생활명품'들을 지칭하는 것임을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 주변의 있는 물건들도 나를 대신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있음을.

그저 함부로 대하고 소홀히 했다는 건 스스로를 그렇게 대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음을.

이제부터라도 나의 물건들, 나만의 '명품'들을 잘 대해주어야 겠습니다.

이젠 작가의 말까지 읽었으니 본격적인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가 전한 '생활명품'들은 필기의 맛을 전하는 '파버카스텔'연필을 비롯하여 화장품 '세타필', 외로운 마음까지 시원하게 긁어주길 '요괴손 등긁개', 그리고 먹고 마시는 음식들.

다양한 명품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저와도 공통분모가 있었던 물건들에 공감을 하곤 하였습니다.

우선 <아이부터 어른까지, 착한 스킨케어 화장품 '세타필'>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이와 함께 저를 비롯하여 제 부모님까지 쓰는 화장품, 세타필.

세타필 로션은 화장품이 아닌 피부 진정제 같다. 현혹시키는 향이 없다. 피부에 도움이 되는 성분만을 담기 위함이다. 색도 없다. 대신 여유 있게 찍어 쓰라는 듯 넉넉한 용량이 다가온다. 포장의 화려함은 더더욱 없다. 담겨 있는 흰색 젤은 피부만을 위해 종사한다. - page 75

저 역시도 이 화장품을 접하게 된 계기는 엄마 덕분이었습니다.

엄마의 화장대에 떡 하니 자리잡은 세타필.

포장용기가 이쁜 것도 아니고 양도 엄청나게 들어있기에 그저 엄마만 쓰는 것인 줄 알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덕분에 지금의 나의 아이까지도 한파에도 얼굴이 튼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넉넉한 용량이 이제는 어찌나 예뻐보이는지 아낌없이 구입하고 화장대에 진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역시.

이런 생활용품이 '명품'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염산 안 뿌리고 키우니 옛날 맛 그대로 '장흥 무산 김'>은 의외였습니다.

전 세계 '김'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분명 빠질 수 없는 매력.

짧조름하면서 밥도둑.

따뜻한 흰 밥과 다른 반찬 필요없이 김만 있어도 한 그릇 뚝딱!

제 아이도 밥투정을 하더라도 김밥을 만들면 그리도 잘 먹기에 저에겐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염산을 쓰지 않는 양식법을 실천했다. 김의 이름을 '무산 김'으로 부르는 이유다. 산을 쓰지 않는 대신 김발을 바닷물 위로 들어 올려 공기 중에 노출시키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연 추가된다. 김은 햇빛과 바람을 이겨내고 파래는 죽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염산을 뿌리면 이 과정이 줄어들지만, 무산 김은 더 많은 노동력과 비용을 감수하고 염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page 274

김이 생산되는 과정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식탁 위에 올라오는 평범하기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한땀한땀이 고이 베여있었다는 점에서 '김'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고 이는 '명품'이 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이야기한 생활명품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도 있었지만 조금은 고가이거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활명품과 공유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 책의 뒷 장에 그 물건들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올려주는 센스를 발휘하곤 하였습니다.

무조건적으로 남들이 좋다고,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나와 같은 시간을 지낸, 진짜 필요한 물건들이 진정한 명품임에 갑자기 제 주변의 모든 물건들이 명품처럼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만의 명품과 함께 또 다시 명품이야기를 써내려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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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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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아주 오래된 서점』을 읽었습니다.

"책벌레들이라면 공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장엄한 원더랜드." - 김연수

"다음 도쿄 여행엔 이 책을 들고 가겠다." - 임경선

유명한 작가들의 찬사가 가득했던 그 책을 읽으면서 '헌책방'이라는 곳에 대한 매력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의 청계천 주변에 자리잡았던 헌책방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등장한 헌책방들은 대형서점이 관리하는 시스템이라서 옛 정취를 느끼기엔 뭔가가 부족하긴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헌 책을 나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대엔 그저 놀기에 바빴는데 30대에 결혼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임신으로 아이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 이제는 손에서 뗄레야 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가족 모두가 잠이 들 때 거실 한 켠에 불을 켜 읽는 독서의 시간.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이기에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아이와 함께 중고서점을 가면서 원하던 책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했을 때의 쾌감.

그리고 그 책의 주인과의 알지 못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뭔가를 느낄 때면 책이 주는 매력이 어마어마함을 느끼곤 합니다.


일본 작가의 『아주 오래된 서점』에 매료되어 있을 무렵 우리에게 '윤정인'작가가 다가왔습니다.

슬며시 다가온 이 책,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책을 펼치기 전부터 왠지모를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그래!

우리에게도 작은 책방, 헌책방들이 있어!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책벌레들이라면 이 책을 들고 여행을 하겠다."

단순히 책방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감성까지 더해진 이 책.

읽은 자의 여유랄까.

책을 덮고나니 더더욱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다가오는 주말에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책 속엔 다양한 책방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무심코 지나쳤기에 몰랐던 곳이 있어서 조금은 놀랍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곳은 '책방 이음'.

혜화역 근처에 자리잡은 이 책방을 이 근처에서 열심히 놀았던 저에겐 너무나도 생소하게만 다가왔습니다.

진짜 있었나?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이 책방은 혜화역 근처에 있긴 하더라도 큰거리에서 약간 틀어진 골목 안에 있다고 하니 서점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저에겐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던 곳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이 책방에 대한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점은 인간의 영혼을 파는 가게이다... 낯선 여행지의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장소에 자리한 가게가 서점이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 page 40

진정한 서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문구.

다름아닌 곽재구 시인의 책에서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2005년 가을에 문을 열었는데, 2009년에 경영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놓이게 됐어요. 그때 이 서점을 좋아하는 시인, 소설가 들이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도 하고, 이음아트 살리기 운영회도 만들었는데 잘 안 됐죠. 당시 저도 운영회 위원이었는데 책임감을 느끼면서, '서점은 개인의 희생보다 많은 사람의 힘과 애정을 쏟아서 운영하는 게 맞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당시 제가 속해 있던 비ㅣ영리단체 '나와 우리'에서 이 서점을 맡게 됐고, 비영리 공익 서점으로 탈바꿈하게 된거죠." - page 40

어쩌면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의 횡포로 인해 겪었을 책방들의 입장이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했던 한 사람으로 왠지 모르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책'에 대해 올바르게 마주했는지, '서점'의 의미를 잊고 지낸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의 책방 여행 뿐만 아니라 책방 속의 책의 향기도, 그 전의 주인들의 냄새도 묻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야기가 풍성하고 글을 통해서 잠시나마 그 곳을 꿈꾸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다시금 책방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 연예인이 운영하는 책방, 술을 마지며 책을 읽고 살 수 있는 책방 등 그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다양성 속에 진정한 책방의 의미가 담겨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책방 순례자가 되어 한 곳 한 곳 그 곳만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벚꽃구경과 함께 한 책방을 다녀올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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