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 여자의 서른 그 후, 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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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면서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샤방샤방~♥

어디론가 떠나고픈 요즘.

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울적하게만 만들곤 하였습니다.

어린 아이, 그리고 바쁜 남편.

30대 중후반을 달리면서 과연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보곤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 과도기인 것 같아요』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찡~할 수 있음에......

그저 책을 펼치지않고 겉표지만 보아도 위로를 받게 된 이 책.

왠지 읽고나면 눈물을 훔칠 것만 같았습니다.


아, 여자

안 하고

싶다......

20대엔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예쁘다'는 소리에 기분이 한껏 들떠 세상 일이 그저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30이라는 나이의 앞자리가 2에서 3으로만 바뀐 것 뿐인데 세상은 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시작하였습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엄마로써, 딸로써, 며느리로써의 역할.

갑자기 주어진 임무들이 너무나 많아 아직까지도 버겁기만 합니다.

가끔은 너무 힘들다고 외치고 싶지만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괜히 투정 아닌 투정이 될까봐 속으로만 삭히다보니 속병이 날 지경.

30대를 보내는 요즘도 외치곤 합니다.

여자 하기 싫어!


<003 나는 요즘 젊었을 때 쓰지 못했던 지극한 모성애를 발휘하고 있다. 모성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에선 지금의 저를 향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엄마란 원래 미숙한 존재라는 것, 완벽할 수 없다는 것만 인정해도 아이 키우는 게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었으니 몰라서 못 하는 것도 있고, 에너지가 바닥나서 못 할 수도 있다. - page 19

'엄마'라는 타이틀이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땐 몰랐는데 너무나도 버겁게만 느껴지고 있던 요즘이었습니다.

나는 왜 남들처럼 못하는 것인지 자책을 하곤 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만이 제 마음을 알아주었습니다.

사람마다 모성 총량도 다르고 써야 하는 시기도 다르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면서 의기소침해질 필요도 엄마 노릇 제대로 못 한다고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모성 마일리지는 없어지지 않으니까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두고두고 쓰면 된다. 엄마 노릇은 졸업도 정년도 없이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거니까. 좋은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게 아니라 차라리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잘 웃는 엄마가 되어 주는 게 어떨까.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봄날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 때, 씩 웃으며 딱 네 마디 주문을 외워보자.

'지인지살.'

'지 인생은 지가 살아가는 거'라고. - page 20 ~ 21

이젠 저도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질 때 외쳐보려 합니다.

"지인지살"


책 속의 한 구절 한 구절 정말 상처받은 '여자'들의 치유약이 되어주었습니다.

<014 헌신했으면 행복해져야 하는데 헌신짝이 되어 버린다. 나 자신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에서 인상깊었던 문구.

이는 저의 어머니에게도 바치고 싶었습니다.

착한 여자는 상처를 많이 받게 마련이다. 착한 여자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나 자신도 보살피며 자존감을 키워야 나도 가족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는 거다. 나를 잃고 살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가만히 잡으며 말해줬다. 이제 더는 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을 위해 살아보라고. 창밖으로 향해 있던 눈을 거둔 그녀가 가만히 혼잣말했다.

"나는 어디 갔다 이제 온 걸까?" - page 60 ~ 61


<045 '그냥'이란 말이 좋아진다. 삶은 의미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다.>는 어느 한 문장도 빠짐없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는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

'내가 왜 이런 사람과 사는 거지?'

'내가 이걸 꼭 해야 돼?'

'이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자꾸 의미를 붙이다 보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진다. 살아보니 삶은 의미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었다. 세상일은 '어쩌다', '우연히', '얼떨결에', '그냥' 이루어지는 것들이 참 많다. 별일 없는,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들이 구슬처럼 꿰어져 삶을 완성한다. - page 165 ~ 166


책을 읽고나니 저자가 <글을 쓰며>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외로울 때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답답할 때마다 찾아보기 쉽게 책 뒤에 키워드별로 색인표도 덧붙였습니다. 어느 한 꼭지의 글에서나마 작은 위로의 빛 하나 건져 올린다면 좋겠어요. 분명 좋은 날들이 펼쳐질 겁니다! 부디 지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행복의 길을 향해 걸어 나가시길... - page 7

어느 새 제 책에도 여러 곳에 포스트잇플래그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 이 책은 저 곁에 아무 말 없이 그저 토닥여주는 영혼의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나만 힘든 줄 알았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더라도, 30대인 다른 이들을 보더라도 그들은 항상 밝고 삶이 행복만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저와 같이 고민하는 이가 있었고 그랬기에 이 책이 나오게 되어 저를 위로해 준 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위태로움의 연속, 낡은 나무다리 위를 걷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과 수시로 맞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 '삶'이라 쓰고 '버티기'라고 읽으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 page 244

어차피 알 수 없는 내일, 인생.

아슬아슬함과 맞짱 뜰 수 있는 용기를 안고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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