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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평점 :
한동안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아주 오래된 서점』을 읽었습니다.
"책벌레들이라면 공감하지 않고는 못 배길 장엄한 원더랜드." - 김연수
"다음 도쿄 여행엔 이 책을 들고 가겠다." - 임경선
유명한 작가들의 찬사가 가득했던 그 책을 읽으면서 '헌책방'이라는 곳에 대한 매력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의 청계천 주변에 자리잡았던 헌책방들.
하지만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등장한 헌책방들은 대형서점이 관리하는 시스템이라서 옛 정취를 느끼기엔 뭔가가 부족하긴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헌 책을 나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0대엔 그저 놀기에 바빴는데 30대에 결혼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임신으로 아이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 이제는 손에서 뗄레야 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가족 모두가 잠이 들 때 거실 한 켠에 불을 켜 읽는 독서의 시간.
이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이기에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 아이와 함께 중고서점을 가면서 원하던 책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했을 때의 쾌감.
그리고 그 책의 주인과의 알지 못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뭔가를 느낄 때면 책이 주는 매력이 어마어마함을 느끼곤 합니다.
일본 작가의 『아주 오래된 서점』에 매료되어 있을 무렵 우리에게 '윤정인'작가가 다가왔습니다.
슬며시 다가온 이 책,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책을 펼치기 전부터 왠지모를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그래!
우리에게도 작은 책방, 헌책방들이 있어!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책벌레들이라면 이 책을 들고 여행을 하겠다."
단순히 책방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감성까지 더해진 이 책.
읽은 자의 여유랄까.
책을 덮고나니 더더욱 이 책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다가오는 주말에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책 속엔 다양한 책방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무심코 지나쳤기에 몰랐던 곳이 있어서 조금은 놀랍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곳은 '책방 이음'.
혜화역 근처에 자리잡은 이 책방을 이 근처에서 열심히 놀았던 저에겐 너무나도 생소하게만 다가왔습니다.
진짜 있었나?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이 책방은 혜화역 근처에 있긴 하더라도 큰거리에서 약간 틀어진 골목 안에 있다고 하니 서점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저에겐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던 곳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이 책방에 대한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점은 인간의 영혼을 파는 가게이다... 낯선 여행지의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장소에 자리한 가게가 서점이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 page 40
진정한 서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문구.
다름아닌 곽재구 시인의 책에서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2005년 가을에 문을 열었는데, 2009년에 경영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놓이게 됐어요. 그때 이 서점을 좋아하는 시인, 소설가 들이 기금을 마련하는 행사도 하고, 이음아트 살리기 운영회도 만들었는데 잘 안 됐죠. 당시 저도 운영회 위원이었는데 책임감을 느끼면서, '서점은 개인의 희생보다 많은 사람의 힘과 애정을 쏟아서 운영하는 게 맞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당시 제가 속해 있던 비ㅣ영리단체 '나와 우리'에서 이 서점을 맡게 됐고, 비영리 공익 서점으로 탈바꿈하게 된거죠." - page 40
어쩌면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의 횡포로 인해 겪었을 책방들의 입장이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했던 한 사람으로 왠지 모르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책'에 대해 올바르게 마주했는지, '서점'의 의미를 잊고 지낸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의 책방 여행 뿐만 아니라 책방 속의 책의 향기도, 그 전의 주인들의 냄새도 묻어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야기가 풍성하고 글을 통해서 잠시나마 그 곳을 꿈꾸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다시금 책방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 연예인이 운영하는 책방, 술을 마지며 책을 읽고 살 수 있는 책방 등 그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 다양성 속에 진정한 책방의 의미가 담겨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니 저 역시도 책방 순례자가 되어 한 곳 한 곳 그 곳만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벚꽃구경과 함께 한 책방을 다녀올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