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그녀의 책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되어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에세이가 워낙에 큰 인기를 얻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포스!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선뜻 내 의견이 다른 이와 다를 때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내 의견을 주장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아니'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묵묵부답이었던게 현실이었습니다.

한때 광고에서도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Yes'라고 외칠 때 'No'라고 할 용기

그녀가 말하는 인생 이야기.

또다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책을 받자마자 이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남들 비위 맞추지 않고 나답게 사는 인생"

나답게 산다는 것.

지금까지는 다른 이와 비슷하게만 살아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런 잣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하면서 괜스레 남들보다 못한 내 자신에 대해 자책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라고 말 못 하는 거 아니고?


역시나 그녀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우선 <머리말을 대신하는 자문자답> 역시도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왠지모르게 상상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Q.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보 같은 부분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총체적으로는 훌륭한 점이 훨씬 많다, 그 사람의 어떤 면이 바보처럼 보이는 것은 내가 그 부분에 선천적으로 좋은 자질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하고 생각하려 해요. 그런 자부심이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죠. 반대로 저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할 때도 자주 있지만, 그 또한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억지로 생각하려 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욕할 때는 듣는 사람이 "아!"하고 감탄할 정도로 예쑬적으로 험담할 수 있는 지성을 기르고 싶어요.

지성이란 그럴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제가 지식도 교양도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지성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 page 13

이런 당당함이 있기에,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를 읽어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섯 살 아들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는 나를 몹시 감탄시켰지만 열한 살, 열다섯 살 아들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와는 조금 다르다. 그 조그만 차이가 역시 큰 차이를 만들었다.

우리 애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일 때, 부모는 한심해 보여도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 그 외에는 방법도 없다. - page 183


눈을 부릅뜨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하는 키우기 힘든 아들과 딸들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소중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page 185

조금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어쩔 수 밖에 없음에 대한 아쉬움.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옳지 않음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되길 바랐어?>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완전한 인간 따위 없다. 만약 엄마가 나를 실패작이라고 한탄하면 나는 기분이 좋을까? 농담이 아니다. 수많은 결점이 있어도 나는 나답게 살고 울고 웃으며 인생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성장 과정 중 한순간만을 보고 실패인지 성공인지 대체 누가 판단한단 말인가?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충분히 상처받고 충분히 나를 미워하면서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의 존재에 감격함으로써 나는 아이에게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생각한다. - page 227

완벽하길 바라지만 결국은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제 자신에게 조금의 어리숙함을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그녀 역시도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 고민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수없이 많이 질문을 던졌으리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책 속에서도 그녀의 고뇌의 흔적이 조금씩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인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는 결국 자신만의 인생을 갖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자신의 삶은 자신만의 몫이기에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답게 사는 인생.

다시금 가슴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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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아버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7
선미화 지음 / 북극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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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귀여운 책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얼핏 보아선 아마 할아버지는 책 표지의 강아지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할아버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타나실지 두근두근~♥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렇게 외치는 귀여운 꼬마 고양이 '보고'.

할아버지 개 주변을 보드를 타고 요리조리 움직입니다.

 

 
 

그러다 그만, 쿵!!!

얘야, 괜찮니?

할아버지는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꼬마 고양이 '보고'는 괜찮다고 하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바로 안경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제 안경 보셨어요?


이게 제 안경일까요?


안경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은 향해 손을 뻗는 '보고'.

당연히 안경은 아니게 됩니다.


에잇, 귀찮은 녀석!


 

심술궂은 할아버지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은근 자상하기도 합니다.

'보고'의 안경을 사 줍니다.

할아버지, 이제 잘 보여요!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한 마디.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어린 '보고' 사이의 우정 이야기인 이 책, 『할아버지, 할아버지!』.

심술궂게 생긴 할아버지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어린이 '보고'가 귀찮지만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는 '보고'에게 진짜 안경을 찾아주게 됩니다.

처음엔 그들이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되었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친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도 하였습니다.

이들의 우정.

책을 덮어도 은근히 미소를 머금게 하는데......

아이도 좋아했지만 어른인 저 역시도 자꾸만 생각나는 동화였습니다.

왠지 저도 외쳐보고 싶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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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 삶에 지친 나에게 주는 43가지 선물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권혜미 옮김 / 밀라그로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이 말은 누구에게서 듣고 싶었던 한 마디였습니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그냥 손이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너덜너덜한 마음이 단숨에 편해지는 책!!!

지친 마음은 나를 지키기 위한 신호이다!

노력한 사람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동안 지쳐있었던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신호였다니......

이제라도 그 마음을, 지친 제 삶을 위로해줄 수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하며>에서부터 이 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에는 '마음은 지쳤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끝까지 달려야 한다.'는 삶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삶도 있다.

어쨌든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편안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힘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이렇듯 이 책은 인생관을 바꾸는 목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 page 6

쉽사리 인생관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노력을 할 수 있으리라는 작은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노력한 사람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하니 앞으로 펼쳐질 제 인생이 어떨지 기대감마저 들게 되었습니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장. '부족한 모습'을 찾고 있지는 않은가?

-'노력'과 '매진'은 다르다

2장. '자신감이 부족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는 방법

3장.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마음 지키는 방법'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방법

4장.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절망적인 상황을 뛰어넘는 방법

5장. '본래의 내 모습'을 되찾는 방법

-나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 사고법과 삶의 방법


아무래도 저에겐 3장과 4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직장에서 벗어나 오롯이 가정에만 있게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직은 '엄마'로써 너무나 부족하기만 하고 외벌이로만 살아가기엔 요즘은 너무나도 힘들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뗄레야 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열심히 밑줄을 그으며 읽곤 하였습니다.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외로움'도 충격을 받았을 때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 중의 하나이다. - page 96

이럴 때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우선은 내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

내 상처를 위로하면서, 잃은 것에 대해 슬퍼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되찾으려고 노력해보자.

...

즉 내가 정말 외로워서 생긴 감각이 아니라, 충격을 받으면 누구나가 느끼는 감각이라는 의미이다. - page 97


그리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를 부정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나를 부정해버리면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도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age 100


제 이야기와도 같았던 <가족에게 내 시간을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면>에서는 이런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흔히 말하는 독박육아의 경우라면 내 시간이 전혀 없고 몸도 마음도 지쳐버리기 쉽다. 그래서 '내 인생은 무엇일까.'라고 느끼는 점에서는 간호와 육아는 마찬가지이다.

또한 육아도 혼자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특히 독박육아는 고립된 상황 속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독박육아에도 마음이 지치고 너덜너덜해지는 특징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끝나기는 하는건지.', '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지.'라는 감각은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  page 149

이에 대한 해결책을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은 그것들을 옆으로 잠시 미뤄놓고 완전히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중략)

이렇게 짧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그 시간의 주역이 되면 만성적인 '어쩔 수 없이 하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또한 다음 순간에 이런저런 요구를 받고 '어쩔 수 없이 하는 느낌'으로 되돌아와도 당분간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하면 언제라도 이 시간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일수록 정신적으로 '이 시간의 주역'이 되자고 의식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page 152


이 책을 읽고나니 스스로 이런 결론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열심히 노력한 거 다 알아.

그러니 이제라도 자신 스스로를 인정하고 조금은 자신을 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수고했어 오늘도.

마치 이렇게 속삭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왠지 이 책과도 잘 어울릴 듯한 느낌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가끔 스스로 불안해지거나 슬퍼지면 이 책을 펼쳐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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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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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하루의 낙이라고 한다면 모두가 잠든 밤 홀로 전등 아래에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는 일상 속에 지치곤 하지만 모두가 잠이 든 밤이 찾아오면 괜스레 마음이 허전해짐을 느끼고 책을 읽으면서 저만의 위로를 하거나 때론 상상의 나래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밤과 노래』 

특히나 이 책의 뒷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다시 밤이 온다.

오늘의 나를

보듬어주어야 할 때다."

마치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이 책과 함께 제 마음을 위로하고자 읽어보았습니다.


책 속엔 4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밤과 일상] 가짜 어른의 위태로운 하루

[밤과 여행] 그곳에서는 어제와는 다른 나를 만날 테니까

[밤과 사랑] 같은 시간에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밤과 위로] 삶은, 홀로 파도에 맞서는 일같아서

각 이야기 속에 담긴 노래와 저자의 이야기들.

노래를 들으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어느새 심야 라디오방송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노래를 알게 되고 그 노래를 통해 또하나의 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이 책은 두고두고 곱씹으며 읽기에 좋았습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더라도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 노래부터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소개되었습니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에서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온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이

졸음이 밀려온다.

나는 휘적휘적 화장실로 걸어간다.

그리고 머리를 질끈 묶고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툭, 터진다.

왜 이러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니

그 안에 눈이 새빨개진 내가 서 있다.


거울 속의 내가 거울 바깥의 나에게 얘기한다.


"오늘, 힘들었지?" - page 18

임신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이 노래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일은 아니지만 조금은 고충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위로를 받았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또 울컥하였습니다.

"오늘, 힘들었지?"

자꾸만 되뇌는 말.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수고했어 오늘도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노래, 윤상의 <그대 모든 짐을 내게>.

이 노래와 함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내 곁에 있는 남편에게 이 노래를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벽을 보고 누운 그대의 등 뒤에 오늘도 축 늘어진 날개가 고이 접혀 있다.

그 곁을 쓰다듬어본다. 외로움의 촉감.

가만히 그대의 등 뒤에 누워본다.

그대의 숨소리, 굽은 등 너머로 들려오는.


그대의 모든 무거운 짐이 모두 다 내게로 쏟아져내렸으면.

그대의 모든 아픔이 모두 다 내게로 와주었으면.

잠든 그대를 향한 나의 기도는 늘 변하지 않는다.


밤은 이렇게 흘러가고,

나는 그대의 품 안에 누워 시계의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대로 우리 둘이 함께 저물더라도 슬프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가난과 불안과 불확실과 냉정함과 불신이 없는

어느 곳으로 당장 사라져버린다 해도

후회스럽지 않으리라, 두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 page 289


그녀를 통해 노래에 대해, 그 노래의 가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노래들.

그렇기에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노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가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때로 음악 안에 마음을 실었다.

수많은 말을 하기 버거워서,

그 생각들을 기록하기엔 마음이 너무 아팠으므로.

음악 속에 흘려보낸다고 생각했지만

오롯이 내 안에 고여 있는 이야기들.

가끔 물끄러미 내 안의 우물을 들여다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때의 음악 소리.

나는 그 안에 빠질 듯, 말 듯

온몸을 깊이 낮춰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잠시 숨겨두었을 뿐인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기쁘고, 슬프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는, 밤에 숨는다.

내 편이라고 믿으면, 밤은 이내 따뜻해진다. - page 10


다시 밤이 온다

오늘의 나를 보듬어주어야 할 때다.

느릿느릿 밤의 푸르름을 끌어안고,

나의 음악들을 모아본다. - page 11

그녀를 따라 저도 저만의 음악을 하나둘 모아보려 합니다.

그 노래 속엔 나의 어떤 이야기를 실을지, 아니면 전과 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담길지 기대하며 오늘 밤도 하나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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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검역소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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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꽃도령 함복배와 화란 선비 박연의 여심 저격 브로맨스!

조선시대 얼리어답터들이 펼치는 예측불허 서스펜스

요즘들어 핫한 브!로!맨!스!!

하필이면 '여심 저격'까지 했으니 책을 읽지않아도 벌써부터 설레이는 가슴 두근두근~♥

이미 책표지의 그림부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안 읽으면 오히려 서운함이 들 이 책, 『신문물검역소』.

함복배를 만나러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태어날 때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벙어리인 줄 알고 자라던 아이, 함복배.

하지만 함복배는 입으로 글을 읽지 않았을 뿐 참으로 영특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도가 자신의 딸 연지를 데리고 온 날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함복배의 아버지인 함익현은 자신의 아들과 이상도의 딸과의 정혼의 뜻을 비치고자 자신의 아들이 벙어리임을 밝히려던 찰나, 아들의 입에서 마치 박수무당 공수 터지듯 말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에 찬 이들 사이에 연지의 한 마디.

"내 일찍부터 복배 네가 총명하다는 소리는 아버님을 통해 들었다만 참으로 무례하구나. 아버님, 소녀 그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 page 11

총명하기로는 복배 못지않은 연지의 모습에 복배는 그녀를 향한 가슴앓이(?)가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의 나이 스물살에 과거를 보게 됩니다.

과거에 급제는 하지만 땅끝 제주도의 '신문물검역소'라는 기관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신문물에 대해 임금께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신문물을 보는 그와 동료(?)들의 관점은 실로 놀랍기만 하였습니다.

불아자, 치설, 만앙경, 곤도미, 코길이, 로손......

신문물을 향한 그들의 상상력과 그에 따른 신조어가 지금에서도 쓰인다는 사실에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임금님으로부터 귀양살이를 받게 된 '코길이'까지.

정말 신문물검역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혼인을 앞두고 있는 처녀들의 죽음과 둘러싼 음모들.

그리고 청나라에서 들어온 아편으로 인한 마을 전체의 소란들.

이 사건들로 하여금 읽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같이 사건 해결을 하는 것마냥 몰입하게 하였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흘러 다시금 제주를 찾게된 함복배 부부.

이제는 '신문물검역소'가 아닌 '신문문연구소'가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송일영 대감께 전하여라. 신문물연구소는 신문물만 연구할 뿐 외국인이나 외국의 동물, 연쇄 살인범을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 말씀드리면 아실 것이다." - page 306

그리고 이어진 반가운 이.

"나리, 방금 머리가 노란 자들이 떼로 제주에 밀려왔답니다. 하멜인지, 하메리인지 하는 자가 대장 격인데 화란 말을 한답니다. 막말로 이게 그놈 대가리에서 뽑은 머리카락인데, 보십쇼."

영보가, 아니 그의 아들 동팔이 지푸라기 같은 머리카락을 한 줌 들고 신문물연구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함복배는 말을 타고 감영으로 향하는 우탁의 등을 맥없이 바라보았다.

"웰-꼼!"

그건 박연이 함복배에게 가장 처음 가르쳐준 '환영합니다'라는 뜻의 화란 말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함복배가 먼 바다를 향해 나직이 외쳤다.

"웰-꼼, 하 선생.신문물연구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age 309 ~ 310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여심 저격을 제대로한, 재미와 예측 불허 서스펜스가 골고루 조합된 이야기, 『신문물검역소』.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 속에 상상이 되었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다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 조금은 기대해 보고 싶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얼리어답터들의 모습.

작가의 상상력까지 더해져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고 또다시 저자의 작품을 기다리게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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