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물검역소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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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꽃도령 함복배와 화란 선비 박연의 여심 저격 브로맨스!

조선시대 얼리어답터들이 펼치는 예측불허 서스펜스

요즘들어 핫한 브!로!맨!스!!

하필이면 '여심 저격'까지 했으니 책을 읽지않아도 벌써부터 설레이는 가슴 두근두근~♥

이미 책표지의 그림부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안 읽으면 오히려 서운함이 들 이 책, 『신문물검역소』.

함복배를 만나러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태어날 때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벙어리인 줄 알고 자라던 아이, 함복배.

하지만 함복배는 입으로 글을 읽지 않았을 뿐 참으로 영특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도가 자신의 딸 연지를 데리고 온 날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함복배의 아버지인 함익현은 자신의 아들과 이상도의 딸과의 정혼의 뜻을 비치고자 자신의 아들이 벙어리임을 밝히려던 찰나, 아들의 입에서 마치 박수무당 공수 터지듯 말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에 찬 이들 사이에 연지의 한 마디.

"내 일찍부터 복배 네가 총명하다는 소리는 아버님을 통해 들었다만 참으로 무례하구나. 아버님, 소녀 그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 page 11

총명하기로는 복배 못지않은 연지의 모습에 복배는 그녀를 향한 가슴앓이(?)가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의 나이 스물살에 과거를 보게 됩니다.

과거에 급제는 하지만 땅끝 제주도의 '신문물검역소'라는 기관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신문물에 대해 임금께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신문물을 보는 그와 동료(?)들의 관점은 실로 놀랍기만 하였습니다.

불아자, 치설, 만앙경, 곤도미, 코길이, 로손......

신문물을 향한 그들의 상상력과 그에 따른 신조어가 지금에서도 쓰인다는 사실에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임금님으로부터 귀양살이를 받게 된 '코길이'까지.

정말 신문물검역소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혼인을 앞두고 있는 처녀들의 죽음과 둘러싼 음모들.

그리고 청나라에서 들어온 아편으로 인한 마을 전체의 소란들.

이 사건들로 하여금 읽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같이 사건 해결을 하는 것마냥 몰입하게 하였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흘러 다시금 제주를 찾게된 함복배 부부.

이제는 '신문물검역소'가 아닌 '신문문연구소'가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됩니다.

"송일영 대감께 전하여라. 신문물연구소는 신문물만 연구할 뿐 외국인이나 외국의 동물, 연쇄 살인범을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 말씀드리면 아실 것이다." - page 306

그리고 이어진 반가운 이.

"나리, 방금 머리가 노란 자들이 떼로 제주에 밀려왔답니다. 하멜인지, 하메리인지 하는 자가 대장 격인데 화란 말을 한답니다. 막말로 이게 그놈 대가리에서 뽑은 머리카락인데, 보십쇼."

영보가, 아니 그의 아들 동팔이 지푸라기 같은 머리카락을 한 줌 들고 신문물연구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함복배는 말을 타고 감영으로 향하는 우탁의 등을 맥없이 바라보았다.

"웰-꼼!"

그건 박연이 함복배에게 가장 처음 가르쳐준 '환영합니다'라는 뜻의 화란 말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함복배가 먼 바다를 향해 나직이 외쳤다.

"웰-꼼, 하 선생.신문물연구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page 309 ~ 310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여심 저격을 제대로한, 재미와 예측 불허 서스펜스가 골고루 조합된 이야기, 『신문물검역소』.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 속에 상상이 되었는데 드라마나 영화로 나온다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 조금은 기대해 보고 싶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얼리어답터들의 모습.

작가의 상상력까지 더해져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고 또다시 저자의 작품을 기다리게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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