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물이라 불린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평점 :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와의 인연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였습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남자가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고 살인자를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데 그가 사랑하는 가족의 범인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간과한 단 하나의 사실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기억'에 대해 생각에 잠기게끔 하였습니다.
과연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좋은 것일지......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에이머스 데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길 속으로 바라왔습니다.
스릴러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기 흔치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제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엔 사형을 앞둔 '괴물'과의 두뇌게임, 『괴물이라 불린 남자』.

사형을 앞둔 '멜빈 마스'.
그는 부모님을 살해한 혐의 로 20년간 수감생활을 하고 사형집행일 날 진범이 나타나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진범은 생면부지의 '찰스 몽고메리'로 그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라고 자백을 하며 마스는 사형이 연기됩니다.
이 사실을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 우리의 '데커'.
자신의 과거 사건과도 유사한 점을 발견하고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기억력을 총동원하며 진실을 향해 달려갑니다.
전작과 다름없는 흡입력과 반전에 반전을 더한 묘미.
그래서 책의 두께감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주인공에 빠져들었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마냥 심장이 쫄깃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번엔 '사형'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었기에 쉽게 책장을 덮을 수 없는 여운.
이 모든 것이 더해 이 소설은 끝이라 단정지을 수 없었습니다.
"지나간 내 20년을 무슨 수로 돌려받죠? 어디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보시죠?"
...
"안타깝게도 돌려받을 수 없어요, 멜빈. 무슨 수를 써도 그건 불가능해요. 그리고 몽고메리의 자백이 아직 인정받은 것도 아니에요. 우리 너무 앞서 나가진 말자고요."
"나는 그 자식을 알지도 못해요. 만난 적도 없고요. 그 작자들이 나를 찾아와서 알려주기 전까지 그 자식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고요. 그러니 그치들은 내가 그 사람한테 내 부모를 죽이라고 돈을 줬다는 소리 따위를 해선 안 돼요. 어쨌든 그걸 입증할 수 없다면 나는 여기서 나가는 거죠, 그렇죠?" - page 47
소설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와 독자들에게 찬사를 받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데커가 노트북을 가리켰다. "매년 무죄로 밝혀져 석방되는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되는 거 알아?"
"수감되는 사람들의 수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비율이야." 보거트가 약간 켕기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미국의 전체 수감자 중 2.5~5퍼센트는 무죄로 추정돼. 그건 그런 사람들이 2만 명 가까이 된다는 뜻이지. DNA 검사가 재판에서 최초로 사용된 게 1985년이야. 그 뒤로 330명이 DNA 검사를 받고 무죄로 판명됐어. 그런데 DNA 검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전체 사건 중 겨우 7퍼센트에 불과해. 그리고 FBI는 DNA 검사가 이용된 사건 중 25퍼센트에서 용의자를 배제할 수 있었어. 즉 무고한 수감자의 비율이 지금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거지. 어쩌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라." - page 42 ~ 43
범죄의 유무, 그리고 사형.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는 더욱 심사숙고해야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또다시 마주해야했던 사건의 내막 속 진실.
다음에는 어떤 진실을 향해 그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이 시작될지 또다시 기대를 해 보며 책장을 덮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