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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 과학 없이 못 사는 공대 여자의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
이영혜 지음, 고고핑크 그림 / 새움 / 2018년 3월
평점 :
'공대 여자'.
괜스레 멋져보이곤 합니다.
그 여자가 특히나 과학 없이는 못 산다고 합니다.
『실험하는 여자, 영혜』

'영혜'씨.
그녀는 과학 전문지 《과학동아》기자라고 합니다.
'그저 그런 기사는 쓰지 않겠다'는 손발 오그라드는 다짐을 가지고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하는 '과학'을 몸소 체험하고 전한 기사들은 '과학'이라는 편견을 가진 이들에겐 보다 '친숙'하고 다가왔었습니다.
그녀가 일러준 생활 속 숨겨진 '과학'의 묘미.
'과학'을 전공한 이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오곤 하였습니다.
첫 장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야기, 다!이!어!트!!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 일이기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특히나 유전자 다이어트라니!
처음 들어본 말이었습니다.
우리의 유전자 DNA를 분석하면 자신의 비만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춤 다이어트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만과 관련한 특징을 결정짓는 SNP.
이 글을 읽으면서 제 유전자도 분석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영혜씨가 대표로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해 다이어트를 실행한 결과.
두 달 뒤의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전과 실패의 원인을 파악한 우리의 영혜씨.
역시 '과학'인 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과학 기자로서 엄밀하고 정확한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유전자 다이어트같이 이제 막 움트는 기술 분야에서 완벽함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헛고생은 아니었다. - page 21
한동안 우리에게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허니버터칩'.
'단짠단짠'의 묘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우리가 그 맛에 빠질수 밖에 없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단맛과 짠맛은 어떻게 섞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바뀐다. 먼저 단맛에 짠맛이 섞이면 단맛은 더욱 풍부해진다. 팥빙수에 넣을 팥 시럽에 소금을 조금 추가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춘수 시인이 시 「차례」에서 할머니에게 '수박 살에 소금을 조금 발라 드렸으면' 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반대로 짠맛에 단맛을 섞어도 풍미가 업그레이드된다. 백주부 백종원 씨의 집밥 레시피가 대표적인 예다. 찌개, 간장, 김치 같은 짠맛이 많이 나는 한식에 설탕을 한 숟가락씩 넣으면 텁텁한 맛이 사라지고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재밌는 것은 단맛과 쓴맛이 혼합된 상태다. 보통 단맛과 쓴맛을 섞으면 단맛이 쓴맛을 가린다. 과일즙의 단맛으로 알코올의 쓴맛을 줄인 과일소주가 대표적인 예다. 이를 '마스킹 효과'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기에 소금을 넣으면 쓴맛이 더 감소하고 단맛은 더 강해진다. 소금이 쓴맛을 내는 물질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양조절이 중요하다. - page 173 ~ 174
정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던 우리의 생활 하나하나가 '과학'과 연관이 되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도 '연구원'이었음을......
단지 왜?라는 질문으로 접근하지 않았을뿐 우리 모두는 생활 속에 밀착한 과학을 만나고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과학이라는 것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음을 또다시 느꼈습니다.
그녀 덕분에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연구실이 되었고, 나도 연구원이 될 수 있었고, 과학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불굴의 실험 정신.
지속적으로 이어져 또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