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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조소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책 제목이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보통명사?
그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보통명사 : [언어] 같은 종류의 모든 사물에 두루 쓰이는 명사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왠지 '당신'엔 '보통명사'보단 '고유명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하는 '당신'은 어떤 의미는 무엇일까......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새벽이면 그런 일기를 썼다.
오늘 내게 물든 색은 무엇이었는지를 더듬어 기억했다.
그 색에 따라, 그 온도에 따라 내 세계에 바람이 불었고
햇빛이 비췄고 물이 쏟아졌다가 얼어붙었다고.
그렇게 썼다. 내 온몸을 물들이고 그날 하루가 어떻게
사라져갔는지를 기록했다. - page 9 ~ 10
사라져가는 하루에 대한 기록.
사라지지 못하게 붙들고 싶지만 어느새 사라져 흩어져버림이 아쉬울 따름에......
글이 남긴 흔적에 잠시나마 내 마음을, 기억을 기대어 봅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너는 지금 죽도록 공부하지 않으면 인생의 패배자가 될 거야. 너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나갈 거야. 모두들 그렇게 말하잖아. 너는
부적응자가 되는 거야. 네 신념을 증명하려면 네 능력부터 증명해야 돼. 왜냐면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
대학에 들어와서 1, 2년은 대놓고 한량처럼 살았는데 그 와중에 항상 고민했던 것은 '나를 학대하지 않고 협박하지 않고, 어떻게
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발전하는 방법을 배운 적도, 경험한 적도 없었다. 큰
성공엔 큰 고통이 따르는 법인데 그 고통은 보통 세상에서 내쳐질 것이라는 자기 협박에서 기인한 것이다.
'견디고 살아남으라.'
'내일 행복하려면 지금 불행해라.'
그런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건네지 않고
소소하게 지금을 잘 살아가고 싶다.
그런 사회라면 좋겠다. - page 194 ~ 195
내일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불행을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요즘의 우리들 모습은 아닐까......
그래서 더 가슴아픈 이야기......
책에서 전한 '당신'은 '나', 그리고 '모든 이'들이었습니다.
우리 각각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결국은 당신의 기억 저편에 '내'가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순간들을 엮어가며 자신만의
길로 흩어져 '당신'이라는 보통명사에서 '나'라는 고유명사로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또 하루.
나는 어떤 기록을 남길지 나의 일기장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기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