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함이 복잡함으로, 호기심이 진지함과 애국심, 감동으로 전달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첫 장을 펼치면 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뱃속에 여아를 품은 여인이 있다.
"안 돼, 넌 여자니까 시위하러가지 마. 위협하다고."
오빠가 인정사정없이 따귀를 철썩 갈긴다. 여자는 아무말 없이 고집스러운 검은 눈으로 오빠를 노려보다가 굳게 쥔 주먹을 쳐들고 거리로 나선다. 여자의 목소리가 분노에 찬 군중의 함성에 뒤섞인다. 또다시 수많은 따귀를 맞고 욕설을 듣는다 해도 그 어떤 것도 스무 살의 그녀를 멈출 수 없다. 오빠의 따귀도, 임신도, 죽음의 공포도. - page 14
그리고 이어지는 총성과 비명 소리.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 신은 위대하다!" - page 15
이 소설의 시작......
왜 이 글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담담히 전해진 메시지는 곧 있으면 겪게 될 두려움과 불안, 기나긴 여정에서 다시 돌아올 때의 아름다운 여정으로의 마무리를 넌지시 일러주는 듯 하였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당신에게 없는 것들을 보았다. 인생과 모성과 욕망의 부재. 이제 당신은 이 모두를 받아들이며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천천히 삶 속으로 스민다.
...
나는 당신을 쓴다.
당신에 대해 쓰거나 당신에게 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쓴다'라고 말해야 옳다. - page 22
책 속의 배경은 어딘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달린다. 사람들을 떠밀고 가방들에 부딪히고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우리는 춤을 춘다. 죽음에서 벗어나려 춤을 춘다. 나는 당신의 손을 꽉 부여잡는다. 당신은 너무 빨리 달린다. 내 발은 간신히 땅에 닿는다. 나는 당신과 함께 난다.
...
당신이 보인다. 마중 나온 사람과 여행객을 갈라놓은 커다란 유리문 너머로. 뛰어가고 싶다. 풀쩍 뛰어오르고 싶다.
몸이 들썩인다. 어머니 손을 놓고 당신 품으로 솟구친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이나 당신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불행에서 나를 지켜줄 요새에 이르렀다. 이곳에서라면 그 어떤 것도 내게 닿을 수 없다. - page 62 ~ 63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기에......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의 이야기 역시도 가슴 저미게 다가왔었습니다.
"왜 아무도 페르시아어를 말하지 않아요?"
"우리는 프랑스에 있으니까.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를 말하는 거야."
"그럼 전에는 어디 있었어요?"
"이란에 있었지. 이란에서는 페르시아어를 쓴단다. 그런데 웬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고 그러냐? 그만해라. 너도 잘 알고 있잖니. 새 언어, 프랑스어를 배워야 해."
"그럼 페르시아어는 죽은 거예요?"
"죽긴 왜 죽어. 우리가 지금 페르시아어로 말하고 있잖니? 너도 잘 알잖아."
"우리만요? 너무 적잖아요. 우리가 죽으면 페르시아어도 없어지는 거예요?"
"이란에서 칠천오백만 명이 쓰고 있어. 전 세계로 따지면 아마 일억 명 정도가 쓰고 있을 거야. 걱정마라. 네 언어는 그렇게 빨리 없어지지 않을 테니."
"그런데 우리는 왜 아무도 페르시아어를 쓰지 않는 나라로 왔어요?"
"이미 다 설명해줬잖아. 프랑스에서는 자유롭게 살 수 있어. 이곳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이 나라를 택했단다. 너도 언젠가는 이해할 거다." - page 169 ~ 170
나의 모국어가 내 안 깊숙이 있어야할 때......
그 심정은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아려왔습니다.
나의 조국, 나의 언어가 있다는 것.
그 자부심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잊혀졌던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 눈물......
또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