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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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쾌한 에세이를 만났습니다.

그것도 동물 에세이!


제목부터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너무나 친숙했던 작가 '무레 요코'.

저자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평범했던, 소소했던 일상이 유쾌해지기도 하고 반짝반짝하고 빛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랬기에 이번 이야기도 마냥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장의 이야기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시마짱'.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몸은 땅딸막하고 짙은 갈색과 검은색의 줄무늬에, 얼굴이 호빵만한 데 비해서 눈은 단춧구멍만하다. 물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랑이에는 방울이 달려 있다. 모습을 드러낼 때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들 하쇼?'

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 page 9

여느 고양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정말 '아저씨'처럼

'뭐 좀 내놔보쇼.'

'줘, 먹을 걸 달라고.'

'아, 든든하게 잘 먹었수다.'

라는 그의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 눈빛.

만난 적 없지만 읽으면서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친 적이 있는 듯한 익숙함이 묻어나오곤 하였습니다.

그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필두로 이 책에선 여러 동물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동물이라 칭하기엔 쫌.... 그렇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모기'의 <모기 퇴치 작전>은 저 역시도 모기의 '엥'거리는 소리를 싫어하기에 무척이나 공감하며 읽어내려가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이야기.

모기는 인간이 사는 실내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기를 바라지 말고, 더운 여름에는 식물이 많은 장소에서 위윙위잉 날아다니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 모기향에 물러나거나 인간의 손에 압사되어 깔끔하게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 옛날 반듯한 모기의 일생을 생각하라고 겨울이 되어서도 날아다니는 뻔뻔한 모기들에게 설교하고 싶은 마음이다. - page 94

요즘도 가끔 보이는 모기들에게 저 또한 이렇게 설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는 법.

끝내 '시마짱'과의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애, 무뚝뚝한데도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어." - page 204


살구색 턱받이가 그 상징이 아닐까 했지만, 단춧구멍만한 눈을 한, 보기에도 아저씨같은 시마짱에게는 귀여운 살구색 턱받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분명 저세상에서 '인사할 겨를이 없었수다'라고 윗사람에게 말했더니 '그럼 이걸 달고 꿈에 나타나면 알아줄거야'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닐까?"

"'이런 건 못 달겠수다. 죽은 사람이 이마에 붙이는 흰삼각건이 좋겠수다'라고 했더니 '이것밖에 없어'라고 했을지도 몰라."

"맞아 맞아. '잔말 말고 이거나 달고 가'라며 떠밀었을거야." - page 205

묘하게 시마짱의 마지막 모습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약간의 미소를 담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과 '인간'의 진정한 '교감'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말은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행복을 느끼며 마지막을 걸어가기에 그들의 삶에서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고양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혹시......시마짱?!

단춧구멍 눈에 줄무늬 모습은 아니기에 시마짱은 아니었지만 이 고양이 역시도 왠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넬 것 같았습니다.

'안녕들 하쇼'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할까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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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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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잡지가 있습니다.

『PAPER』

이 잡지를 만난 건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약속장소에 먼저 나온 저는 근처의 '서점'을 기웃거리곤 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책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유독 눈에 띤 잡지가 있었습니다.

페이퍼『PAPER』.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있던 이 책.

서 있던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왠지 그냥 지나치기 싫어서 구입을 하고난 뒤 인연이 되어 매달 구입을 하다가 어느 순간 인연의 끈이 놓아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그 잡지에 '앳 코너'에 연재된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된다고 하기에 반가움과 그리운 마음을 안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책을 받아들자마자 그때의 그 감성이 떠올랐습니다.

두근거림.

설레임.

애틋함.

그리고 그리움까지......


책 속에 4계절이 있었습니다.

spring

summer

autumn

그리고 winter

특히나 winter은 지금의 계절과도 맞아서일까, 저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워서일까......

쉽게 읽어내려가기가 싫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계절'의 느낌과도 같다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지만 한편으로 존재하는 두려움과 미련......

그래서 나중엔 '위로'로 다가오는가 봅니다.


저에겐 이 말이 와 닿았습니다.

<진심을 보관하는 방법>

내가 너에게 주었던 마음이

무엇하나 진심이지 못했고,

진심이 부족하여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모두 다

네게 상처가 되는 것들로 변질되었다면

그건 모두 다 내 잘못이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 오래된 시간 속에

내가 네게 전하고 포개었던 마음 중

그중에 하나 진심 없었겠니.


당신이 진심을 보관하는 방법이 틀려

나의 진심을 간직하지 못한 건 아닌지

내게 화만 내지 말고, 원망만 하지 말고

잠시 나에 대한 미움을 멈추고

당신도 당신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 page 64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서로 사랑할 때만 해도 '진심'이었는데 돌아서면 '상처'가 되어버린......

그래서 서로 오해와 미움을 가지고 이별을 했었나봅니다.

하지만 꼭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역시도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서로의 쳇바퀴가 조금씩 엇나갔기에 그런 것일지도......


<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훨씬 많다>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밥과 라면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혼자 먹는 것이라면 말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제약되고, 생략되는 인생을 살지 말자라는 담박함이 이렇게 라면 한 그릇에서 나온다.

혼자 식당에 들어와 라멘 한 그릇 먹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오롯한 식사 시간 이후 포만감과 다른 여유가 생겼다.

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훨씬 많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알아가는 것이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삶의 힌트가 된다. - page 71 ~ 72

어른이 되어도 무언가를 할 때 앞서는 두려움으로 시작을 못하는데 막상 발을 떼보면 별 것 아닌 것임을.

지금도 주저하면 망설이는 나에게 또 한 번의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임을......


책을 다 읽고나니 문뜩 영화 <러브레터>가 떠올랐습니다.

잘 지내고 있느냐는 주인공의 외침이 제 귓가에 메아리처럼 퍼져갔습니다.


오늘의 당신도 잘 지내고 있나요?

너무 잘 지내려고 애쓰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저는 당신에게 제 어깨를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지친 이에게,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이 책 한 권을 살며시 건네어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메시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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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너를 묻는 새벽
정희엽 지음 / 렛츠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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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결혼 5년차.

내 곁에 있는 두 아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지만 저는 왜이리도 '공허함'을 느끼는지......


그래서 시작된 것이 '독서'였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거실에 불을 켜 놓고 커피 한 잔과 함께 한 두시간......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이 마냥 좋았습니다.


이 책, 『너에게 너를 묻는 새벽』.

그냥 제목이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앞표지에 적힌 문구.

"나는 오늘도 새벽을 기다린다"

지금의 내 모습이었습니다.

과연 저자가 묻는 새벽은 어떤 모습일지......


 


 


'새벽'이 좋은 이유.

저자 역시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무나 고요해서 오롯이 나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새벽. 그 새벽에 누구보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어둡지만 가로등과 빌딩의 조명들이 만들어주는 옐로우 카펫, 그 위에 생각을 자유로이 풀어놓고 느낀 그대로를 담아 글을 씁니다. - page 5

제가 새벽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분주한 일상, 그리고 내 손길을 필요로하는 이들......

그들로부터의 짧은 일탈......

그리고 새벽은 길지 않기에 더 애틋하게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서 전한 이야기들은 '새벽'의 이미지를 닮아있었습니다.

어스름한 공기와 희미하게 비춰지는 불빛 사이에 저자가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이것이 어우러져 이 한 권의 책이 되었나 봅니다.


저에게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부러운 일상들은

우리가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제가 느낀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타인의 삶에 자꾸 시선이 머무른다면 그건 바로 그 삶의 방식이 내게 결핍되어있다는 신호다. 이 시선을 잘 이용하면 지금 자신이 바라보고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시선이 닿는 것이 달라질 것이고 이는 우리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캐치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혹, 내가 자꾸 누군가의 삶에 시선을 두고 부러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갖지 못한 것임을 인정하라. 인정을 하는 즉시 다른 이의 삶에서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삶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내 삶에 존재하는 그 결핍의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느끼게 될 것이다. 예전의 그것에는 시선이 더 이상 가지 않음을, 그리고 새로운 어떠한 곳에 시선이 가게 됨을. - page 79 ~ 80

나는 왜 이런걸까......?

무수히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답은 내 결핍에 대한 신호였고, 그 신호를 인지하지 못했던 까닭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삶에 존재하는 결핍이 무엇인지, 그 결핍의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가오는 새벽에, 그리고 나에게 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삶이 계속 무거울 거 같으므로, 지금 짊어진 짐들을 내려놓고 가벼운 삶이 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자신의 삶은 결코 비행기처럼 안정 궤도에 오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지금이 힘겨운 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동체가 큰 비행기가 어느 정도 올라간 후 안정감을 갖는 이유가 절대 비행기가 가벼워져서 그런 것이 아님을. 궤도에 올라도 그 무게는 달라진 것이 없다. 탑승객을 내려보내지도 않았고 로켓처럼 비행 중 동체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도 아니다. 그저, 그대로 가되 주변의 모든 것들이 비행기로 하여금 계속 날아가도록 도울 뿐이다.


마찬가지다. 무거운 삶을 지녔다 할지라도 삶의 안정감은 짊어진 무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약간의 고비를 넘고 모든 것이 당신을 도와줄 안정 궤도에 다다르기까지, 약간의 노력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 page 190

힘들어하는 이에게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그리고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것.

그렇게만 하더라도 그가 짊어진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새벽을 기다린 이유.

이제야 그 답을 명확히 알아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나는 새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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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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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그와의 인연이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땐 다소 어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어가기가 어려웠었는데......

조금씩 곱씹어 다시 읽으면서 그만 그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말았었습니다.


한동안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이번 작품, 『제0호』.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서 반가움도 잠시.

이 작품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더 애틋했던 이 소설.

한 권으로 끝나기엔 너무나도 아쉬웠던 소설.

그래서 더 깊은 여운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콜론나'.

싸구려 글쟁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 때, 그에게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소설은 전개가 되곤 하였습니다.

창간이 되지 않을 신문 '제0호'.

그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무섭기 시작하였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말이 실감되었고 소설 속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우리 실생활에서도 접할 수 있는, 뉴스와 신문 등의 매체와 관련이 있기에, 또한 이와 비슷한 사건들도 접하였기에 허투루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맞아요. 신문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시메이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렇다면 신문들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평판을 따라가는 건가요, 아니면 세평을 만들어 내는 건가요?」

「두 가지를 다 합니다, 시뇨리나 프레시아. 처음에 사람들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말해 주면 자기들의 생각이 어떤 쪽으로 흐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죠. 언론 철학을 너무 따지지 말고 프로답게 일합시다. 자, 계속하세요, 콜론나.」- page 145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저는 분명히 <아마도>라고 했지만, 이건 사실일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그는 소년들을 좋아한다고 넌지시 말할 수 있죠. 그 정도의 암시만으로도 그에 대한 신용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그저 단순한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그런 일을 해낸 것이죠. 하기야 인물 파일의 강점은 그것을 보여 주지 않아도 힘을 발휘한다는 데에 있어요. 그것이 존재하고 그 안에 흥미로운 정보가 담겨 있다는 소문을 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소문이 나면 파일의 당사자는 자기에 관한 정보들이 당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정보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죠. 하지만 누구나 자기네 벽장에 시체 하나쯤은 있다는 속담에서 보듯, 백일하에 드러내기 곤란한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에요. 결국 그는 덫에 걸리게 되어서, 당신이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면 고분고분하게 따를 것입니다. - page 193 ~ 194

단순한 진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어디까지가 진실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캔들과 범죄, 그리고 저널리즘과 부패한 정부.

과연 그들은 흑과 백처럼 다른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조금의 차이는 아닐지......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보았습니다.


요즘 세상은 핸드폰 하나로 수많은 정보와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보화 시대,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현혹시키는 가짜 뉴스에 속아넘어가지는 않는지 자문해 봅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삶은 견딜 만하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면 된다. 스칼렛 오하라가 말한 대로- 남의 말을 인용하는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나는 1인칭으로 말하는 것을 포기했고, 이제 남들이 말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자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산 줄리오섬은 햇살에 다시 빛날 것이다. - page 318

그래도 '진실'은 가려질 수 없기에, 내일엔 보다 진실된 정보가 나올 것이기에, 우리에게도 햇살은 밝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이야기.

요즘 우리에게 '뉴스'라는 것에 대해,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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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다와 탕탕의 어쩌다 중미
강미승 지음 / 위즈플래닛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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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행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직접 떠날 수 없음을, 또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중미'.

조금은 낯설기만 합니다.

우리에겐 멀기만 한 나라이면서 잘 알려지지 않아서 더 궁금한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뿌리다와 탕탕의 어쩌다 중미』.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어쩌다'라고 하기엔 먼 나라인 중미를 떠난 그들의 이야기.

내심 기대를 하며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업무 과다에 장기 여행은 다음 생으로 미루던 '뿌리다'.

실크로드를 따라 늦깎이 장기 여행을 하던 '탕탕'.

이 둘은 탕탕의 'why not'의 정신으로 연을 맺어 그야말로 '어! 쩌! 다!!' 운명의 장난처럼 '중미'로 떠나게 됩니다.


책 속에서 소개된 9개국, 멕시코를 시작으로 쿠바,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나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그들의 여행엔 쉬운 길도 어려운 길이 되었고, 마치 짜놓은 것마냥 매순간 에피소드가 쏟아지곤 하였습니다.


본의 아니게 장기 체류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떠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어쩔 수 없는' 여행자란 신분. '어쩔 수 없는 것'에 발버둥치는 일 따위는 다시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어 보내리. - page 43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지만 그들에겐 그것마저 '여행'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이 한 마디.

WHY NOT!


저 역시도 '멕시코'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위험하기에 여행자들에겐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제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멕시코 시티로 넘어갈 때다. 루즈는 부디 대낮에 이동하라고 당부 섞인 협박을 한다. 멕시코 시티 따위 결코 두렵지 않았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 것이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저버릴 만큼 우리는 멍청하지 않다. 과나후아토 사건 이후 불치병 같던 의심병도 어물쩍 사그라졌고, 전진할 힘도 충전했다. 우리에게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냐고 묻는다면, 이 한 가지를 답할 것이다. '결국엔 사람이다'란 잊었던 진리를. - page 64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과테말라에서의 <검은 피부가 건널 수 없었던 문턱 - 리빙스톤>.

"우리 구역 와 봤어? 블랙 쿼터(black quarter) 알아?" - page 204

시민 전쟁(Civil war) 이후 스페니시와 블랙이 나뉘어 있다는 그 곳.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차별'에 그저 할 말을 잃곤 하였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이런 '잣대'를 가지고 운운할 수 있는지...... 

기분 좋게 2차를 가자고 했다. 탕탕과 나는 잠자리보다 바의 기능에 충실했던 숙소로 퇴각 명령을 했다. 숙소 앞에는 우락부락한 경비원이 유령처럼 서 있다. 희희낙락 들어가는데, 뒤가 영 허전하다. 따라오던 베또의 길이 막혔다. 이유를 듣고 기도 막힌다. 외부인이어서가 아니라, '흑인'인 까닭이다. '너도 흑인이 아니더냐!'라고 용기 내지 못했다. 베또는 이미 뒷걸음질 중이다. 도리어 "Good night"하며 분쟁에서 물러선다. 티 없는 웃음으로 무마시키려고 했지만, 그의 눈빛은 슬픔이 비집어 나오고 있었다.

전 세계 75억명 중 흑인과 그다지 연이 깊지 않은 나조차도 뜬눈으로 본 차별이다. TV가 아닌 생중계다. 베또의 무너지는 억장과 마주하기 어려워 굳이 급하지도 않은 화장실로 피했다. 돌아오니, 베또의 술잔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의 몸은 문 안이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문밖이다. 삐뚤어진 숙소의 사상까지 바꾸기에는 검은 피부의 짐이 가혹해 보였다. - page 206


가 보지 않았던 곳이기에 더 가 보고 싶은 그 곳, '중미'.

그 곳에도 문화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르기에 '떠남'을 택해 그 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여행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불빛으로 담아낸 시내는 발 아래 반짝반짝하다. 여기저기 전혀 다른 인생의 불빛이 잠들어 있다. 우리의 여행, 저 불빛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촘촘히 다른 인생을 예습했다. 가슴은 여전히 뛰고 있다. 그리고 아직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다. - page 324

이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여행이 저 불빛을 수집하는 일이라는 것......


 


책을 읽고나니 왠지 그들이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한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뿌리다와 탕탕은 '어쩌다' 또다시 걸음을 걷고 있을 것 같습니다.

'떠날 때가 되었느니라.'

그때도 같이 동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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