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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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그와의 인연이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땐 다소 어렵기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어가기가 어려웠었는데......

조금씩 곱씹어 다시 읽으면서 그만 그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말았었습니다.


한동안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이번 작품, 『제0호』.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서 반가움도 잠시.

이 작품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기에 더 애틋했던 이 소설.

한 권으로 끝나기엔 너무나도 아쉬웠던 소설.

그래서 더 깊은 여운으로 남아버렸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콜론나'.

싸구려 글쟁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 때, 그에게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소설은 전개가 되곤 하였습니다.

창간이 되지 않을 신문 '제0호'.

그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무섭기 시작하였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말이 실감되었고 소설 속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우리 실생활에서도 접할 수 있는, 뉴스와 신문 등의 매체와 관련이 있기에, 또한 이와 비슷한 사건들도 접하였기에 허투루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맞아요. 신문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시메이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렇다면 신문들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평판을 따라가는 건가요, 아니면 세평을 만들어 내는 건가요?」

「두 가지를 다 합니다, 시뇨리나 프레시아. 처음에 사람들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말해 주면 자기들의 생각이 어떤 쪽으로 흐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죠. 언론 철학을 너무 따지지 말고 프로답게 일합시다. 자, 계속하세요, 콜론나.」- page 145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저는 분명히 <아마도>라고 했지만, 이건 사실일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그는 소년들을 좋아한다고 넌지시 말할 수 있죠. 그 정도의 암시만으로도 그에 대한 신용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그저 단순한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그런 일을 해낸 것이죠. 하기야 인물 파일의 강점은 그것을 보여 주지 않아도 힘을 발휘한다는 데에 있어요. 그것이 존재하고 그 안에 흥미로운 정보가 담겨 있다는 소문을 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소문이 나면 파일의 당사자는 자기에 관한 정보들이 당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정보들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죠. 하지만 누구나 자기네 벽장에 시체 하나쯤은 있다는 속담에서 보듯, 백일하에 드러내기 곤란한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에요. 결국 그는 덫에 걸리게 되어서, 당신이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면 고분고분하게 따를 것입니다. - page 193 ~ 194

단순한 진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어디까지가 진실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캔들과 범죄, 그리고 저널리즘과 부패한 정부.

과연 그들은 흑과 백처럼 다른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조금의 차이는 아닐지......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보았습니다.


요즘 세상은 핸드폰 하나로 수많은 정보와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보화 시대,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현혹시키는 가짜 뉴스에 속아넘어가지는 않는지 자문해 봅니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삶은 견딜 만하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면 된다. 스칼렛 오하라가 말한 대로- 남의 말을 인용하는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나는 1인칭으로 말하는 것을 포기했고, 이제 남들이 말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고자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산 줄리오섬은 햇살에 다시 빛날 것이다. - page 318

그래도 '진실'은 가려질 수 없기에, 내일엔 보다 진실된 정보가 나올 것이기에, 우리에게도 햇살은 밝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이야기.

요즘 우리에게 '뉴스'라는 것에 대해,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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