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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잡지가 있습니다.
『PAPER』
이 잡지를 만난 건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약속장소에 먼저 나온 저는 근처의 '서점'을 기웃거리곤 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책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유독 눈에 띤 잡지가 있었습니다.
페이퍼『PAPER』.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있던 이 책.
서 있던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왠지 그냥 지나치기 싫어서 구입을 하고난 뒤 인연이 되어 매달 구입을 하다가 어느 순간 인연의 끈이
놓아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그 잡지에 '앳 코너'에 연재된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된다고 하기에 반가움과 그리운 마음을 안고 만나게 되었습니다.
『난 잘 지내고 있어요』
책을 받아들자마자 그때의 그 감성이 떠올랐습니다.
두근거림.
설레임.
애틋함.
그리고 그리움까지......
책 속에 4계절이 있었습니다.
spring
summer
autumn
그리고 winter
특히나 winter은 지금의 계절과도 맞아서일까, 저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워서일까......
쉽게 읽어내려가기가 싫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계절'의 느낌과도 같다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사랑이지만 한편으로 존재하는 두려움과 미련......
그래서 나중엔 '위로'로 다가오는가 봅니다.
저에겐 이 말이 와 닿았습니다.
<진심을 보관하는 방법>
내가 너에게 주었던 마음이
무엇하나 진심이지 못했고,
진심이 부족하여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모두 다
네게 상처가 되는 것들로 변질되었다면
그건 모두 다 내 잘못이라 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 오래된 시간 속에
내가 네게 전하고 포개었던 마음 중
그중에 하나 진심 없었겠니.
당신이 진심을 보관하는 방법이 틀려
나의 진심을 간직하지 못한 건 아닌지
내게 화만 내지 말고, 원망만 하지 말고
잠시 나에 대한 미움을 멈추고
당신도 당신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 page 64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서로 사랑할 때만 해도 '진심'이었는데 돌아서면 '상처'가 되어버린......
그래서 서로 오해와 미움을 가지고 이별을 했었나봅니다.
하지만 꼭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역시도 진심을 전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서로의 쳇바퀴가 조금씩 엇나갔기에 그런 것일지도......
<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훨씬 많다>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밥과 라면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혼자 먹는 것이라면 말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제약되고, 생략되는 인생을 살지 말자라는
담박함이 이렇게 라면 한 그릇에서 나온다.
혼자 식당에 들어와 라멘 한 그릇 먹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 오롯한 식사 시간 이후 포만감과 다른 여유가
생겼다.
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훨씬 많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알아가는 것이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삶의 힌트가 된다. -
page 71 ~ 72
어른이 되어도 무언가를 할 때 앞서는 두려움으로 시작을 못하는데 막상 발을 떼보면 별 것 아닌 것임을.
지금도 주저하면 망설이는 나에게 또 한 번의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임을......
책을 다 읽고나니 문뜩 영화 <러브레터>가 떠올랐습니다.
잘 지내고 있느냐는 주인공의 외침이 제 귓가에 메아리처럼 퍼져갔습니다.
오늘의 당신도 잘 지내고 있나요?
너무 잘 지내려고 애쓰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저는 당신에게 제 어깨를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지친 이에게,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이 책 한 권을 살며시 건네어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메시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