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유쾌한 에세이를 만났습니다.

그것도 동물 에세이!


제목부터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너무나 친숙했던 작가 '무레 요코'.

저자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평범했던, 소소했던 일상이 유쾌해지기도 하고 반짝반짝하고 빛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랬기에 이번 이야기도 마냥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장의 이야기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시마짱'.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몸은 땅딸막하고 짙은 갈색과 검은색의 줄무늬에, 얼굴이 호빵만한 데 비해서 눈은 단춧구멍만하다. 물론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랑이에는 방울이 달려 있다. 모습을 드러낼 때도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들 하쇼?'

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 page 9

여느 고양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정말 '아저씨'처럼

'뭐 좀 내놔보쇼.'

'줘, 먹을 걸 달라고.'

'아, 든든하게 잘 먹었수다.'

라는 그의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 눈빛.

만난 적 없지만 읽으면서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친 적이 있는 듯한 익숙함이 묻어나오곤 하였습니다.

그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필두로 이 책에선 여러 동물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동물이라 칭하기엔 쫌.... 그렇지만 우리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모기'의 <모기 퇴치 작전>은 저 역시도 모기의 '엥'거리는 소리를 싫어하기에 무척이나 공감하며 읽어내려가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이야기.

모기는 인간이 사는 실내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기를 바라지 말고, 더운 여름에는 식물이 많은 장소에서 위윙위잉 날아다니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 모기향에 물러나거나 인간의 손에 압사되어 깔끔하게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 옛날 반듯한 모기의 일생을 생각하라고 겨울이 되어서도 날아다니는 뻔뻔한 모기들에게 설교하고 싶은 마음이다. - page 94

요즘도 가끔 보이는 모기들에게 저 또한 이렇게 설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는 법.

끝내 '시마짱'과의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애, 무뚝뚝한데도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어." - page 204


살구색 턱받이가 그 상징이 아닐까 했지만, 단춧구멍만한 눈을 한, 보기에도 아저씨같은 시마짱에게는 귀여운 살구색 턱받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분명 저세상에서 '인사할 겨를이 없었수다'라고 윗사람에게 말했더니 '그럼 이걸 달고 꿈에 나타나면 알아줄거야'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닐까?"

"'이런 건 못 달겠수다. 죽은 사람이 이마에 붙이는 흰삼각건이 좋겠수다'라고 했더니 '이것밖에 없어'라고 했을지도 몰라."

"맞아 맞아. '잔말 말고 이거나 달고 가'라며 떠밀었을거야." - page 205

묘하게 시마짱의 마지막 모습은 서글프지만 그래도 약간의 미소를 담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과 '인간'의 진정한 '교감'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말은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행복을 느끼며 마지막을 걸어가기에 그들의 삶에서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고양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혹시......시마짱?!

단춧구멍 눈에 줄무늬 모습은 아니기에 시마짱은 아니었지만 이 고양이 역시도 왠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넬 것 같았습니다.

'안녕들 하쇼'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할까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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