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가 달린 집
소피 앤더슨 지음, 김래경 옮김 / B612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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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까지만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 맞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고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점점 '죽음'에 대해 마냥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닭다리가 달린 집

집에 닭다리가 달렸다...는 상상?!

그저 웃겼습니다.

이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만으로 책장을 펼쳤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12살 소녀 '마링카'.

그녀의 곁엔 할머니가 계십니다.

죽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바바 할머니'.

매일 밤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할머니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나는 병뚜껑을 열고 크바스를 따른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고약한 발효 향이 코를 찌르는 보르스치 냄새와 아무렇지도 않게 섞인다. 나는 거무튀튀한 갈색 음료에서 크림색 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와 톡톡 터지며, 표면을 덮은 도톰한 거품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모습을 구경한다. 밤이 끝날 무렵이면 전부 사라져버리는 죽은 사람들처럼, 거품이 한 방울씩 차례로 터지며 없어진다. 다시 만날 사이도 아닌데 죽은 사람과 친해진다는 건 정말 무의미해 보인다. 하지만 죽은 사람들이 저승문을 지나 별로 돌아가기 전, 그들과 이야기하며 추억을 곱씹고, 그들이 살았던 생을 기념하면서 마지막 저녁을 근사하게 보내도록 하는 게 야가의 집에 사는 우리 야가들의 임무다. - page 15

그렇습니다.

닭다리가 달린 집은 '야가의 집'이었고 할머니는 '야가'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죽은 이들을 만나게 되고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다보니 마음 속 깊이 새겨져버린 '외로움'.

이로인해 마링카는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게 됩니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신과 친구가 되게, 자꾸만 현세에 묶어두는......

 

그래서 마링카는 사랑하는 바바 할머니를 잃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면서 12살 소녀다운 방황과 함께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게 되는 '야가'의 임무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

이렇게 이야기는 앞으로의 마링카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채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소설 속엔 죽음에 대해, 우리가 사는 이유에 대해 어린 '마링카'의 시선을 통해 생각하게,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여느 죽음에 대한 에세이보단 가볍게, 하지만 깊게 가슴 속에 울림을 선사하곤 하였습니다.

 

책 속에 인상깊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대 앞에 놓인 멀고 고된 여행길 힘내서 가세요. 별들이 당신을 부릅니다. 지상에서 보낸 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세요. 이젠 매 순간이 영원입니다. 한없이 소중한 그대의 추억,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가지고 가세요."

...

"별로 돌아가는 길 부디 평화롭기를. 위대한 순환 고리는 완전합니다." - page 108

저승의 문이 열리고 그 곳을 향해 가는 이를 향해 외치는 '저승길 고별사'.

읽으면서도 얼마나 울컥울컥하였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묻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별로 가져가나요?" - page 107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야할까......

 

그리고 다시 생명을 얻게 된 마링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시장 안 점포와 건물들과 진짜, 살아 있는,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도시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다. 별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 시선은 먹을 걸로 가득한 가게 창문에서 손을 맞잡고 친근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보통날인 듯 평범하게 지낸다. - page 355 ~ 356

살아 숨쉬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날임을......

그래서 감사히 오늘을 맞이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바바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사느냐가 중요해." - page 21

매순간의 감사함을 안고 보다 즐겁게, 나답게,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별로 갈 때 소중한 추억과 사랑으로 웃으며 떠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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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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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학을 만나게 된 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정여울'씨의 추천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라도,

차와 함께하는 고요한 시간이 있다면

우리는 괜찮아질 것만 같다.

왠지 이 책을 읽고나면 차 한 잔과 함께 고요한 시간을 보내며 내 마음을 다독여야할 것 같았습니다.

매일매일 좋은 날


이 외국에세이-일본에세이는 올 1월에 개봉 영화 <일일시호일>의 원작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고나면 꼭 영화를 찾아 봐야겠습니다.

글에서 못다 전한 울림이 있을 것만 같기에......


그녀 나이 열네 살 때.

어딘지 모르게 단정한 분위기를 지니고, 별다른 장신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름다워보이는 그녀 '다케다' 아주머니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언제나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녀.

알고보니 '다인'-다도를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학생 시절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취업 준비를 할 때쯤 엄마는 말을 꺼냅니다.

"노리코 너ㅡ 다도를 배워 보지 그러니?" - page 24


그렇게 스무 살의 봄, 그녀는 다도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다도를 배우면서 그녀는 늘 궁금합니다.

그럴 때마다 다가오는 대답은,

"이유는 상관없어. 어쨌든 이렇게 하는 거야." - page 42


"차라는 건 그런 거야. 이유가 어떻든 상관없어, 지금은." - page 44


하지만 다도의 작법은 무척이나 까다롭기만 합니다.

정해진 틀에 맞춰, 일일이 지적을 하는 다케다 선생님에게서 반항심이 일어나지만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다도를 얕잡아 봐서는 안 돼.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배우는 거야.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상대방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거추장스러운 짐을 진 채 이 자리에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정도쯤이야', '난 잘할 수 있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얼마나 교만한 태도였는지.

시시한 자존심 따위는 거추자아스러운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짐을 버리고 텅 빈 상태가 되어야 했다. 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 page 54


그렇게해서 본격적으로 다도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가슴으로......

하나씩 하나씩 익힐 때마다 조금씩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비로소 '다인'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예전에 일본 다인을 텔레비젼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공손한 자세를 취해 조용히 물의 소리를 들으며, 찻잎의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차를 우려내는 모습.

그 차를 받아들여야하는 이들 역시도 그들의 차에 대한 태도에 맞게 공손히, 그리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며 그렇게 다도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깊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도'의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차 속엔 자연이 있었고 우리의 인생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저 역시도 '다도'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진한 차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텅 빈 위에는 자극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진한 차를 마시기 전에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며 비어 있는 위를 채워 두는 것이다.

그리고 가이세키 요리의 식후에 곁들이는 디저트가 화과자다.

'그렇구나! 평소에는 다사의 흐름 중에서 가이세키를 생략하고, 디저트인 화과자와 진한 차 부분을 연습하는 거였어.'

진한 차를 맛있게 만들려면 물이 아주 뜨거워야 하는데, 11월 이후의 추운 계쩔에는 물이 차가워서 끓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가이세키 전에 숯 데마에를 하는 거구나!'

그리고 숯 데마에를 할 때는 손님들이 화로 주변에 모여든다.

'숯불을 보면서 몸을 녹이는 거야. 그리고 가이세키를 즐기는 동안 물이 끓으면서 추웠던 방이 따뜻해지는 거고, 정말 체계적이잖아!'

알고 보니 그 흐름은 실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양한 부분들이 딱 맞아 떨어졌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쓸데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age 213 ~ 214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에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살아오면서 무엇하나 헛투른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학교도 다도도 인간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학교는 언제나 '타인'과 비교하고, 다도는 '어제까지의 자신'과 비교한다는 점이다.

...

이 세상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공부가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남에게 배운 답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도 우열을 가리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하나하나 깨달으면서 답을 찾아 가는 것이다. 자신의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성장해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깨닫는 것. 일생을 다해 자신의 성장을 깨달아 가는 것.

'배움'이란 그렇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었다. - page 268

우리가 왜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배워야하는지.....

내가 남들보다 우월함을 느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마치 차에서 느껴지는 그런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녀에게서 따뜻한 차를 대접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그녀가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나를 위로해 줄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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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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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광고를 보다보면 유독 눈길이 가는 광고가 있습니다.

저에겐 <박카스>광고인데......

아이를 키우는, 경력단절인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던 '나를 아끼자' 캠페인에선 이렇게 외칩니다.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나를 아끼자

지친 저에게 가끔 이 광고가 흘러나올때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위로를 받곤 하였습니다.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이 책은 카피라이터 '이유미'씨가 길거리, 담벼락, 메모지에서 찾아낸 한 줄들을 모아 잠시나마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문장이 전하는 위로에 가만히 눈을 감고 위로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처음인 사람>의 이야기는 저 역시도 느꼈던 감정이었기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첫 아이를 출산하였을 때.

그 막막함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은 아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고군분투하던 그 때.

아이가 울면 저 역시도 같이 울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 때 저를 위로해준 엄마의 한 마디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누구나 처음엔 실수도 하고 그런거야.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우리 딸은 충분히 잘 하고 있어."

정말 펑펑 울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직도 가슴이 찡했던 엄마의 한 마디.

저자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물티슈 케이스에 붙은 스티커에 인쇄된 문구가 자신을 욱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뭘 잘못한 건가 싶어

걱정하게 돼... - page 32

그리고 전한 그녀의 이야기.

엄마가 처음인 사람들은 많이 외롭다. 특히 남편이 출근하고 집에 덩그러니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우주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든다. 아이도 시간이 갈수록 내 가족이란 느낌이 드는 거지 처음에는 그저 낯설고 어려운 존재이기만 하다.

나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지거나 내가 잘하고 있는지 걱정될 때, 물티슈 케이스에 그려진 사람처럼 엄마라는 현실에 너무 빠지기보다 나의 원래 삶, 즉 아이가 없던 시절에 내가 누렸던 것들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듣고 언니와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며 갑자기 내 삶에 들이닥친 변화를 천천히 받아들여 진짜 내 생활로 흡수되게 하고 싶었다.

아이가 뒷전이란 게 아니다. 온전히 아이가 전부인 삶은 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다. 아이를 위해서도 그게 옳을 테니. - page 33

저 역시도 육아를 하면서 '책 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가족들이 잠든 시간이면 그렇게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으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곤 하였습니다.


나쁜 추억도 얼룩도

한 번에 지우고 싶을 때? - page 115

이 문장......

알고보니 세제 광고에 적힌 카피라고 합니다.

짙은 남색 베개에 보일 듯 말 듯한 얼룩.

아마 눈물 자국을 연출했다고 하는데......

모르고 봤다면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만 치부될 수 있었습니다.

베개에 남은 얼룩, 눈물 자국.

아마 누구나 남몰래 베개에 눈물을 훔쳤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수없이 많은 밤을 울다지쳐 잠든 적이 있었기에......

울다 지쳐 잠들어본 사람은 안다. 이별 통보를 받아본 사람은 안다. 지구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무서움, 사방이 어두운데 스위치가 보이지 않는다. 손을 뻗어 더듬어볼 수도 없다. 내 편이 사라진 기분. 난 이제 어떻게 살지? 다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출근해야 했다. 세상은 내 이별을 위해 멈춰주지 않았으니까. - page 119

지금 내 베개의 얼룩들.

저 카피를 쓴 세제를 쓰면 지워질 수 있을까?

그럼 내 마음도 한결 깨끗해질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문장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은 문장들을 바라보니 그것은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지나쳤을지......

"까마득한 미래를 더듬으며 한숨짓기보다

지금 서 있는 오늘에 집중하고 싶어."

그러고보니 오늘 아이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였었습니다.

"엄마, 참 잘했어!"

잠시 한숨을 돌리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멋진 문장이 내 주변에 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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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쾅쾅 - 이야기를 스스로 만드는 글자 없는 그림책
이혜진 외 지음, 이즌 그림 / 하늘샘 교육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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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아오면서 첫 아이의 나이는 다섯살!

이젠 동생도 있어서 제법 '언니'다운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볼 때면 잘 해주지 못했는데 언제 이렇게 훌쩍 자랐는지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 한 켠이 찡~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그래봤자 유아였던 그 때)는 동화책을 읽어줘도 도통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4살이 되던 어느 날부턴가 저에게 '동화책'이라는 것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때의 그 감동이란!!

드디어 상상의 나래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이 동화책!

아이보다 제가 오히려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우르르쾅쾅』 


이 책이 유독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점은....

바로 '글자없는 그림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역시도 이 책을 받자마자 펼치더니,

"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저를 쳐다보며 어느 동화책과 똑같은 것인마냥

"읽어줘!"

라는 것이었습니다.


음......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

그냥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엄마한테 이 동화책 읽어줄래?"

그랬더니 아이는

"응!"

아무런 거리낌없이 읽어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무가 있었어요.

다람쥐도 있고 도토리도 있었어요.


그런데, 비가 왔어요.

나무가 "아야!" 했어요.

불이 나기 시작했어요.


아픈 나무를 다람쥐가 고쳐주려고 해요.

 


나무에 약을 발라줬어요.

밴드를 붙여줬어요.


나무랑 다람쥐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재밌었나요?


음.....?

아마 선생님이 하는 걸 따라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선생님! 또 읽어주세요!"

라며 제가 아이에게 졸라댔습니다.


아이가

"알겠어요, 친구들!"

그러더니 이번엔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한 권의 동화책으로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이 동화책, 『우르르쾅쾅』.

책의 뒷부분엔 <아이와 부모가 우르르쾅쾅을 즐겁게 보는 방법>과 <우르르쾅쾅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어휘>가 제시되어 있어서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어휘와 함께 읽어내려갈 수 있게끔 되어있었습니다.


아이의 상상력이 점점 자라나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다니!

서로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뭔가 글이라는 틀에 박히지 않기에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아이의 머리맡에 놔 두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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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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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중독자'.

제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에 '편식'도 심한 편이고 꾸준히 하기 보단 그때그때 내 마음이 끌릴 때만 하기 때문에 아직은 '독서 입문자'가 맞을 듯 합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알고보니 <다음웹툰>으로 유명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특히나 인상깊었던 문구.

독서 중독자가 아니어도, 부조리 개그 취향이 아니어도

"들고 읽어라!"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부조리 개그 취향?

그게 '독서'라는 주제와 어울릴 수 있을지 기대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야기는 '독서모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소 사회 부적응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들 속에서 '책'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은 '독서모임'에서의 '익명성'을 토대로 진행되었기에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습니다.

서로에 대해 모르지만 '책'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의견이 맞았던 그들.

그렇기에 그들의 모임은 끊어질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전한 책을 선정하는 '기준'.

'지적 배경'이나 '취향'이 저마다 다른 다수의 사람이 동시에 즐기고 공감한 책...?

...

과연 그런 책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

흠, 그럼...

평소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골라.


책 선택은 '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일단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책부터! - page 120

생각해보니 내가 '책'을 읽는 기준은 베스트셀러에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알아두면 좋은 책들이 있곤 하는데 나에겐 어렵게 다가오거나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그냥 덮어놓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목차'의 중요성이 인상깊었습니다.

아무래도 책 전체에 대한 골격을 담당하는 것이 목차이기에 책을 선정할 때 '목차'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바꿔말해, 목차를 봤는데도 전체 구성이나 전개 방식을 가늠하기 어려운 책은...

기본이 안 된 거지.

그런 책은 패스해도 좋아. - page52


또한 번역서인 경우는 '원서'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는 점에서 '번역'의 중요성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완독'을 해야 진정 그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선 원하는 부분을 읽고 남는 시간에 다른 책을 읽어 보다 효율적인 독서 방법을 제시해 주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메모를 해 나중에 다시 그 책을 읽으면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저 역시도 앞으론 그렇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참으로 술술 읽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독서'에 대해, '책'에 대해 깨알같은 정보들이 있었기에 오히려 더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제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책 표지의 디자인을 보고, 저자의 이력, 목차까지 세세히 본 다음에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인지 판단 후 읽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번역서는 원서와 함께 대조해보며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덮고나선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느리더라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취향으로 그렇게 꾸준히 책을 읽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언젠간 꼭 '독서 중독자'가 되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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