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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가 달린 집
소피 앤더슨 지음, 김래경 옮김 / B612 / 2018년 12월
평점 :
20대까지만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 맞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고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점점 '죽음'에 대해 마냥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닭다리가 달린 집』

집에 닭다리가 달렸다...는 상상?!
그저 웃겼습니다.
이 소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만으로 책장을 펼쳤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12살 소녀 '마링카'.
그녀의 곁엔 할머니가 계십니다.
죽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바바 할머니'.
매일 밤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할머니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나는 병뚜껑을 열고 크바스를 따른다. 공기 중으로 퍼지는 고약한 발효 향이 코를 찌르는 보르스치 냄새와 아무렇지도 않게 섞인다. 나는 거무튀튀한 갈색 음료에서 크림색 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와 톡톡 터지며, 표면을 덮은 도톰한 거품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모습을 구경한다. 밤이 끝날 무렵이면 전부 사라져버리는 죽은 사람들처럼, 거품이 한 방울씩 차례로 터지며 없어진다. 다시 만날 사이도 아닌데 죽은 사람과 친해진다는 건 정말 무의미해 보인다. 하지만 죽은 사람들이 저승문을 지나 별로 돌아가기 전, 그들과 이야기하며 추억을 곱씹고, 그들이 살았던 생을 기념하면서 마지막 저녁을 근사하게 보내도록 하는 게 야가의 집에 사는 우리 야가들의 임무다. - page 15
그렇습니다.
닭다리가 달린 집은 '야가의 집'이었고 할머니는 '야가'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이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죽은 이들을 만나게 되고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다보니 마음 속 깊이 새겨져버린 '외로움'.
이로인해 마링카는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하게 됩니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신과 친구가 되게, 자꾸만 현세에 묶어두는......
그래서 마링카는 사랑하는 바바 할머니를 잃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면서 12살 소녀다운 방황과 함께 앞으로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게 되는 '야가'의 임무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
이렇게 이야기는 앞으로의 마링카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채 끝을 맺게 됩니다.
이 소설 속엔 죽음에 대해, 우리가 사는 이유에 대해 어린 '마링카'의 시선을 통해 생각하게,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여느 죽음에 대한 에세이보단 가볍게, 하지만 깊게 가슴 속에 울림을 선사하곤 하였습니다.
책 속에 인상깊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대 앞에 놓인 멀고 고된 여행길 힘내서 가세요. 별들이 당신을 부릅니다. 지상에서 보낸 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세요. 이젠 매 순간이 영원입니다. 한없이 소중한 그대의 추억,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가지고 가세요."
...
"별로 돌아가는 길 부디 평화롭기를. 위대한 순환 고리는 완전합니다." - page 108
저승의 문이 열리고 그 곳을 향해 가는 이를 향해 외치는 '저승길 고별사'.
읽으면서도 얼마나 울컥울컥하였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묻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별로 가져가나요?" - page 107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야할까......
그리고 다시 생명을 얻게 된 마링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시장 안 점포와 건물들과 진짜, 살아 있는,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도시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다. 별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 시선은 먹을 걸로 가득한 가게 창문에서 손을 맞잡고 친근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저 보통날인 듯 평범하게 지낸다. - page 355 ~ 356
살아 숨쉬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날임을......
그래서 감사히 오늘을 맞이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바바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사느냐가 중요해." - page 21
매순간의 감사함을 안고 보다 즐겁게, 나답게,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별로 갈 때 소중한 추억과 사랑으로 웃으며 떠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