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문학을 만나게 된 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정여울'씨의 추천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라도,

차와 함께하는 고요한 시간이 있다면

우리는 괜찮아질 것만 같다.

왠지 이 책을 읽고나면 차 한 잔과 함께 고요한 시간을 보내며 내 마음을 다독여야할 것 같았습니다.

매일매일 좋은 날


이 외국에세이-일본에세이는 올 1월에 개봉 영화 <일일시호일>의 원작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고나면 꼭 영화를 찾아 봐야겠습니다.

글에서 못다 전한 울림이 있을 것만 같기에......


그녀 나이 열네 살 때.

어딘지 모르게 단정한 분위기를 지니고, 별다른 장신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아름다워보이는 그녀 '다케다' 아주머니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언제나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녀.

알고보니 '다인'-다도를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학생 시절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취업 준비를 할 때쯤 엄마는 말을 꺼냅니다.

"노리코 너ㅡ 다도를 배워 보지 그러니?" - page 24


그렇게 스무 살의 봄, 그녀는 다도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다도를 배우면서 그녀는 늘 궁금합니다.

그럴 때마다 다가오는 대답은,

"이유는 상관없어. 어쨌든 이렇게 하는 거야." - page 42


"차라는 건 그런 거야. 이유가 어떻든 상관없어, 지금은." - page 44


하지만 다도의 작법은 무척이나 까다롭기만 합니다.

정해진 틀에 맞춰, 일일이 지적을 하는 다케다 선생님에게서 반항심이 일어나지만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다도를 얕잡아 봐서는 안 돼.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배우는 거야.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상대방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거추장스러운 짐을 진 채 이 자리에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정도쯤이야', '난 잘할 수 있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얼마나 교만한 태도였는지.

시시한 자존심 따위는 거추자아스러운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짐을 버리고 텅 빈 상태가 되어야 했다. 비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채울 수 없다.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 page 54


그렇게해서 본격적으로 다도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가슴으로......

하나씩 하나씩 익힐 때마다 조금씩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비로소 '다인'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예전에 일본 다인을 텔레비젼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공손한 자세를 취해 조용히 물의 소리를 들으며, 찻잎의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차를 우려내는 모습.

그 차를 받아들여야하는 이들 역시도 그들의 차에 대한 태도에 맞게 공손히, 그리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며 그렇게 다도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깊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도'의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차 속엔 자연이 있었고 우리의 인생이 담겨있었다는 점에서 저 역시도 '다도'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진한 차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텅 빈 위에는 자극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진한 차를 마시기 전에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며 비어 있는 위를 채워 두는 것이다.

그리고 가이세키 요리의 식후에 곁들이는 디저트가 화과자다.

'그렇구나! 평소에는 다사의 흐름 중에서 가이세키를 생략하고, 디저트인 화과자와 진한 차 부분을 연습하는 거였어.'

진한 차를 맛있게 만들려면 물이 아주 뜨거워야 하는데, 11월 이후의 추운 계쩔에는 물이 차가워서 끓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가이세키 전에 숯 데마에를 하는 거구나!'

그리고 숯 데마에를 할 때는 손님들이 화로 주변에 모여든다.

'숯불을 보면서 몸을 녹이는 거야. 그리고 가이세키를 즐기는 동안 물이 끓으면서 추웠던 방이 따뜻해지는 거고, 정말 체계적이잖아!'

알고 보니 그 흐름은 실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양한 부분들이 딱 맞아 떨어졌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쓸데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age 213 ~ 214

저마다의 이유가 있기에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살아오면서 무엇하나 헛투른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학교도 다도도 인간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학교는 언제나 '타인'과 비교하고, 다도는 '어제까지의 자신'과 비교한다는 점이다.

...

이 세상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공부가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남에게 배운 답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도 우열을 가리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하나하나 깨달으면서 답을 찾아 가는 것이다. 자신의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성장해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깨닫는 것. 일생을 다해 자신의 성장을 깨달아 가는 것.

'배움'이란 그렇게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었다. - page 268

우리가 왜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배워야하는지.....

내가 남들보다 우월함을 느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마치 차에서 느껴지는 그런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녀에게서 따뜻한 차를 대접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그녀가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나를 위로해 줄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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