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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광고를 보다보면 유독 눈길이 가는 광고가 있습니다.
저에겐 <박카스>광고인데......
아이를 키우는, 경력단절인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던 '나를 아끼자' 캠페인에선 이렇게 외칩니다.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나를 아끼자
지친 저에게 가끔 이 광고가 흘러나올때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위로를 받곤 하였습니다.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이 책은 카피라이터 '이유미'씨가 길거리, 담벼락, 메모지에서 찾아낸 한 줄들을 모아 잠시나마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문장이 전하는 위로에 가만히 눈을 감고 위로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처음인 사람>의 이야기는 저 역시도 느꼈던 감정이었기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첫 아이를 출산하였을 때.
그 막막함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은 아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고군분투하던 그 때.
아이가 울면 저 역시도 같이 울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 때 저를 위로해준 엄마의 한 마디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누구나 처음엔 실수도 하고 그런거야.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우리 딸은 충분히 잘 하고 있어."
정말 펑펑 울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직도 가슴이 찡했던 엄마의 한 마디.
저자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물티슈 케이스에 붙은 스티커에 인쇄된 문구가 자신을 욱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뭘 잘못한 건가 싶어
걱정하게 돼... - page 32
그리고 전한 그녀의 이야기.
엄마가 처음인 사람들은 많이 외롭다. 특히 남편이 출근하고 집에 덩그러니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우주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든다. 아이도 시간이 갈수록 내 가족이란 느낌이 드는 거지 처음에는 그저 낯설고 어려운 존재이기만 하다.
나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지거나 내가 잘하고 있는지 걱정될 때, 물티슈 케이스에 그려진 사람처럼 엄마라는 현실에 너무 빠지기보다 나의 원래 삶, 즉 아이가 없던 시절에 내가 누렸던 것들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듣고 언니와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며 갑자기 내 삶에 들이닥친 변화를 천천히 받아들여 진짜 내 생활로 흡수되게 하고 싶었다.
아이가 뒷전이란 게 아니다. 온전히 아이가 전부인 삶은 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다. 아이를 위해서도 그게 옳을 테니. - page 33
저 역시도 육아를 하면서 '책 읽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가족들이 잠든 시간이면 그렇게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으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곤 하였습니다.
나쁜 추억도 얼룩도
한 번에 지우고 싶을 때? - page 115
이 문장......
알고보니 세제 광고에 적힌 카피라고 합니다.
짙은 남색 베개에 보일 듯 말 듯한 얼룩.
아마 눈물 자국을 연출했다고 하는데......
모르고 봤다면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만 치부될 수 있었습니다.
베개에 남은 얼룩, 눈물 자국.
아마 누구나 남몰래 베개에 눈물을 훔쳤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수없이 많은 밤을 울다지쳐 잠든 적이 있었기에......
울다 지쳐 잠들어본 사람은 안다. 이별 통보를 받아본 사람은 안다. 지구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무서움, 사방이 어두운데 스위치가 보이지 않는다. 손을 뻗어 더듬어볼 수도 없다. 내 편이 사라진 기분. 난 이제 어떻게 살지? 다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출근해야 했다. 세상은 내 이별을 위해 멈춰주지 않았으니까. - page 119
지금 내 베개의 얼룩들.
저 카피를 쓴 세제를 쓰면 지워질 수 있을까?
그럼 내 마음도 한결 깨끗해질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문장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은 문장들을 바라보니 그것은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나는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지나쳤을지......
"까마득한 미래를 더듬으며 한숨짓기보다
지금 서 있는 오늘에 집중하고 싶어."
그러고보니 오늘 아이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였었습니다.
"엄마, 참 잘했어!"
잠시 한숨을 돌리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멋진 문장이 내 주변에 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