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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세계 -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변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3월
평점 :
삶과 죽음.
우리가 살아가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렇기에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아야함을 자꾸만 잊곤 합니다.
"하루는 태어나고 하루는 살고, 마지막 날에는 죽어요.
오늘은 당신이 사는 날이에요."
이 책 표지에 적힌 문구였습니다.
자꾸만 곱씹어 읽을수록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작가 '알베르트 에스피노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 탄생에 관한 이야기, 그가 펼쳐낼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푸른 세계』

오늘.
아버지가 떠난 지 정확히 7년째 되는 날.
그리고 앞으로 사흘 뒤면 열여덟 살이 되는, 하지만 그 날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나.
그는 오래전부터 마지막 순간은 약에 취해 무의식 상태에 빠져서가 아닌, 두렵지만 자신의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푸른색 환자복을 찢고 남은 생을 보낼 '그랜드 호텔'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그곳을 향해 가는 발걸음마다 만나는 이들은 저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등대 옆에 있는 작은 만 바로 앞 모래 사장에 앉아있던, 체스판을 들고 떠난 그녀.
그녀가 왜 툴툴거렸는지......
"새로운 사람이 왔다는 건 먼저 와 있었던 누군가를 잃었다는 뜻이거든요. 그녀의 애인이 어제 우리 곁을 떠났어요. 그들은 당신이 상상도 못할 놀라운 삶을 살았어요. 사랑과 성에 있어서 말이에요. 게다가 체스를 두는 취미도 같았지요. 그녀가 갖고 다니는 체스판은 끝내지 못한 게임이에요. 상상해봐요."
그는 잠시 쉬었다가 내게 다시 말해주었다.
"당신은 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나쁜 사람이죠. 아시겠지만, 그래서 당신이 죽을 때까지 그녀는 당신을 증오할 거예요. 다행인 건 두 사람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죠. 분노가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나도 사랑을 잃은 연인 중 한 사람에게 미움받았어요. 당신도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단봉낙타에서 열 번이나 떨어졌어요." - page 51 ~ 52
그랜드호텔에 가기 전에 머무르는 그곳.
그곳에 대해 소년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기 것이 삶이에요...... 거기서는 모든 것이 끝나요." - page 68
"나는 항상 세상이 오로지 놀이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었어요." 소년이 설명을 덧붙였다. "세상은 존재하는 가장 큰 놀이마당이에요. 하나의 교실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설득당한 거예요. 단지 놀이만을 해야 해요. 그래서 난 죽음의 게임을 만들었어요." - page 88
그 죽음의 게임을 통해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참으로 아이러니하였습니다.
소년과의 이야기 중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말해봐요. 당신을 어떤 유형의 사람으로 변화시킨 모든 순간, 당신에게 의미 있는 것은 죽음 또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관련 있다고 확신해요."
바람이 우리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소년이 말을 이었다.
"매 1분이 하나의 선물이라는 걸 더 빨리 이해할수록 보다 일찍 삶을 살기 시작해요. 그런데 그걸 생명의 코드가 아닌 죽음의 코드로 이해해야 해요." - page 132
생명이 아닌 죽음으로의 이해.
머리로는 되지만 가슴으로는 되지 않기에, 그리고 그 소년과의 이별이 싫었기에 책장을 넘기던 손이 자꾸만 머뭇거리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이별이 있는 법.
그렇게 소년의 죽음을 통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고통을 겪는 게 아니라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다.
단지 사는 것이다.
어떤 규칙도 없고, 진정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 세대에 충실하는 것. 죽는 삶과 주는 삶. 삶을 주는 것. '주는 것'. - page 148
책에서 전한 '푸른 세계'는 라파엘 알베르티의 시 「Lancelote」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푸른색을 찾으러 돌아왔네,
나의 푸른색, 그리고 바람,
나의 광채,
내 삶을 위해 언제나 꿈꾸어온
파괴할 수 없는 빛.
나의 소곤거림, 나의 음악이
여기 남아 있네,
파도의 포말에 너올거리는 나의 첫 마디,
고요한 바다, 심연이 없는 순수한 바다
전설 이전에 태어난 나의심장.
어쩌면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음은 더 사는 것, 이 바람의 무덤에서,
아직 부르지 못한 내 노래의 숨결로
푸른색을 더욱 짙게, 유랑하다. - page 168 ~ 169
그렇게 우린 푸른색, 바람과 하늘, 그리고 바다를 향해 가나봅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 Elvis Presley의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노래가 소개되어 찾아 들어보았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이토록 구슬프게 들리다니......
Someday, when we meet up yonder
We'll stroll hand in hand again
In a land that knows no parting
Blue eyes cryin' in the rain in the rain - Elvis Presley의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중에서
Blue eyes cryin' in the rain in the rain의 반복되는 후렴 속에 그 소년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음 역시도......
읽고나선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이 있었지만 그만큼의 살아있음으로 참으로 다행이라는, 이렇게 살고 있는 오늘 내가 원하는 삶으로 살았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