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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 고요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깨우는 음식 이야기
정보화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3월
평점 :
'봄'이면 떠오르는 맛, '상큼'.
'여름'이면 떠오르는 맛, '화끈하게 맵고 뜨거움'.
'가을'이면 떠오르는 맛, '아련함'.
그리고 '겨울'이면 떠오르는 맛, '따스함'.
아마 우리나라에 살고 있기에 4계절마다의 맛을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에서 저자 '정보화'씨는 이렇게, 조심스레 입을 떼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곱씹으며 이 계절을 통과한다. 그리고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이 서 있는 이 계절도 조금 더 풍요로웠으면 좋겠다. - page 9
『계절의 맛』

그렇게 이야기는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을 맛을 찾아 떠나고 있었습니다.
봄의 맛에서 '계란밥'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계란밥'이 '봄'과 관련이 있었던가...... 라며 의아했었지만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아침의 '기상'.
꽃들에게도 '기상'을 알리는 계절이 '봄'이었다는 사실을......
그녀의 기상부터 시작되어 등굣길까지의 전쟁 아닌 전쟁같은 모습은 제 어릴 적을 회상하게도 하였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엄마의 시계는 왜 30분, 많으면 1시간이나 빨리 돌아가서 나를 일찍 깨우는지......
"지금 안 일어나면 지각이야!"
아마 모든 엄마들에게 학생을 대하는 지침서 중 하나인가 봅니다.
그리고 일어나선 꾸역꾸역 먹게되는 밥.
특히나 저의 '계란밥'은 그녀와는 조금 다른, 마지막 참기름 한 방울, 그 꼬신 참기름 냄새의 유혹은 짜증내던 내 마음도 계란처럼 몽글몽글하게 그렇게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 밥을 김과 함께 싸 먹으면......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맛!
아는 맛이기에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 또 공감하였습니다.
계란밥은 역시 작은 그릇보다는 큰 그릇이 더 어울린다. 국그릇에 가볍게 계란밥을 담고 작은 종지에 깍두기도 담아낸다. 벌써 깍두기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몇 개 안 되는 깍두기 때문에 흥이 깨질까 싶어 종지에 빨간 국물도 졸졸 부어 놓았다. 깍두기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식욕이 확 당긴다. 근사한 아침 식사가 완성됐다. 오늘은 왠지 집밖을 나서면 등굣길 아침 풍경이 펼쳐질 것만 같다. - page 43
계절마다의 담긴 음식 이야기는 가끔 그 계절과 상관없을 듯한 음식들도 있었지만 그 음식에 담긴 일상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아! 맞아!'
라고 공감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음식이야기 후엔 음식 만드는 과정이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기에 앞서 읽은 이야기와 함께 상상의 요리를 하며 맛을 음미하곤 합니다.
읽으면서 꼭 그 시간에, 그 곳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습니다.
<목요일 밤 열 시에 당기는 맛/ 출출할 때 쌀국수 한 그릇>
이 이야기는 고된 하루를 보낸 직장인들이 출출함이 밀려오는 밤 열 시에, 목요일에 오는 쌀국수 트럭에서의 한 그릇.
마치 포장마차에서의 국수나 우동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쌀쌀한 바람이 있어야 더 맛있어지는 맛!
시원한 바람이 분다. 차분해진 공기가 습하지 않고 고슬고슬하다. 하물며 쌀쌀한 기운마저 돈다. 마치 베트남 여행 중에 들렀던 달랏의 날씨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기분이 났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야외에서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노상이 많지 않아 그날의 기억이 더 진하게 올라왔다. - page 158
사실 쌀국수 뿐만아니라 거리의 노상이 많이 사라진 것이 현실입니다.
포장마차의 추억은 그저 옛드라마에서의 모습으로 남는......
지친 이들을 달래주던, 위로의 장소이기도 한 그곳이 조금은 남아서 우리에게 따스한 국물 한 잔을 선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국물까지 깔끔하게 마시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부르다. 행복이 별건가 싶어지는 순간이다. 다들 이 행복을 맛보기 위해 목요일 밤 열 시, 불 켜진 이 트럭으로 모이는 게 아닐까. - page 159
'음식'이 전하는 위로.
아마도 그 속엔 '엄마의 손길'이 있었기에, 내 '인생'이 담겨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많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 중에서
뜬금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제가 '엄마'가 되어보니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그리고 엄마가 해 준 음식들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엄마에게 찾아가서 예전처럼
"밥 주세요!"
외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