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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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기욤 뮈소'.

그의 작품은 사랑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언제나 찾아읽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캐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의문을 풀어줄 비밀의 방문이 열린다!


인생은 소설이다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서른아홉 살의 작가 '플로라 콘웨이'.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어 노골적으로 대중과의 접촉을 피하기에 신비주의의 베일 속에 가려진 그녀는 해마다 그해에 출간된 소설 전체를 평가해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소설이든 다른 예술 분야의 창작물이든 일단 세상에 선을 보이고 나면 작품은 작가와는 별개로 자체의 의미를 갖는다" - page 12


21세기 최고의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란 사실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4월 12일.

당시 세 살이던 딸 캐리 콘웨이와 플로라는 여느 때처럼 숨바꼭질을 하게 됩니다.

7층 자택에서 캐리와 술래가 된 플로라는 숨바꼭질을 시작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캐리를 찾지 못하게 된 플로라는 점점 기분이 꺼림칙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닙니다.

집 안을 한 바퀴 다 돌아보고도 캐리를 찾아내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순간 머릿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캐리, 엄마가 졌으니까 이제 숨어 있지 말고 나와." - page 23


온몸은 으슬으슬 떨리는 가운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맺히게 되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통로 바닥에 캐리의 실내화 한 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짝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큰 충격에 휩싸인 플로라는 경찰을 부르게 됩니다.


경찰의 수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막상 집안을 출입한 이의 흔적도 없었고 수사의 진척도 없는 상황.

그렇다면 캐리는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플로라는 핵심적인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막연한 느낌이지만 분명한 사실...


현재 내 주변에서 펼쳐지고 잇는 이야기들이 사전에 이미 쓰여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내가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조건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누군가 막후에서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 줄을 잡아당겼다가 풀었다 하면서 나를 마음대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조종당하고 있을까? - page 89


그리곤 또 다른 작가가 등장합니다.

올해 나이 마흔다섯 살의 열아홉 권의 소설을 발표한, 모든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로맹 오조르스키'.

그가 언젠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할 때 가장 흥분되고 짜릿한 순간이라면 아마도 작가인 내 의사와 무관하게 등장인물이 자신의 의지로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 page 99


소설을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 가운데 하나가 다짜고짜 자신을 불러 세우는 것입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플로라 콘웨이.

그래서 그는 플로라 콘웨이가 있는 픽션 세계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중단할 생각입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작가라고 해서 소설을 마음대로 끝내서는 안 되겠죠." - page 147


과연 로맹은 픽션과 현실을 오가며 그 끝을 어떻게 장식할지...

나 역시도 픽션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캐리의 실종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최근에 읽었던 정명섭 작가의 『추락』에서의 일침이 엿보였습니다.

 


그저 오락거리이자 조롱의 대상을 찾는 언론.

그런 언론에게 '작가'만의 방식으로 일침을 가하게 되는데...

이건 소설을 읽으면서 느껴보시길!


'작가'라는 직업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저 역시도 어렵기만 한 세계.

픽션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는 그들의 노고.

덕분에 그 호사를 제가 누리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도 현실이라 여기지만 누군가에겐 픽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작가일 수도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 경계의 어디에 서 있을까...? 란 재미난 상상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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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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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을 땐 어김없이 '로맨틱'한 소설이나 영화를 찾아보곤 합니다.

잠시나마 주인공이 되어 가슴 설렘을 느끼면서...


이번에 읽게 된 소설의 소개 문구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새 시대의 『미 비포 유』가 될 가슴 아프면서도 독창적인, 그저 사랑에 대해 완벽한 책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여운과 〈이프 온리〉의 감동을 모두 가져다줄
우아하고 가슴 저린 로맨틱 페이지터너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오는 건 기분 탓인지...

한 남자의 일생일대의 로맨스.


더 사이트 오브 유

 


일곱 살 때부터였습니다.

사촌 루크가 여느 때처럼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에 가는데 어디선가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나 루크를 공격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밥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서 루크의 집에 전화해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내 부탁을 거절하며 그냥 나쁜 꿈을 꾼 것이니 안심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루크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자신의 꿈처럼 검은 캐가 그를 덮쳐 살아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요, 엄마." 나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막을 수도 있었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엄마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하지만 우연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해." - page 29


그렇습니다.

조엘은 어릴 때부터 예지몽을 꿉니다.

대상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꿈도 있지만 사고, 병, 고통 같은 불행한 사건을 암시하는 꿈을 꾸었을 때 너무나 두려워 늘 긴장과 초조함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평범한 생활이 부럽기만 합니다.

자신은 잠에 대한 걱정과 수면부족으로 늘 초조하고, 집중할 수 없고, 너덜너덜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나름 느슨한 규칙을 세워서 지키려고 합니다.

매일 운동하기

과음하지 않기

연애하지 않기


특히 그에겐 트라우마처럼 평생 후회로 남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엄마의 죽음.

그날 엄마의 표정은 평생 잊지 못합니다.


모든 감정을 차단한 것 같은 얼굴로 불편하게 서 있던 아버지, 이미 훌쩍이기 시작한 탐신,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던 더그를 놔두고 엄마는 나만 쳐다봤다. 내가 알고 있었다는 걸 엄마도 알아버린 것이다. 왜? 엄마의 눈빛이 원망하고 있었다.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엄마에게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미처 주지 못한 것이 내게는 평생 후회로 남았다. - page 68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주지 않으려는 그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보기에도 사랑스러운 여자인데 같이 있으면 자신을 웃게 만드는 여자 '캘리'.

하지만 예지몽 때문에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다가가게 되는 사랑이란 감정.

 


정말 조엘의 억누르며 외치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조엘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내 곁에 있으면 당신에게 미래는 없어요. 가능성도 없고요.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요. 하지만 그 꿈을 안고 사는 한 당신은 행복해질 수 없어요. 당신도 알잖아요." - page 365


사랑하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조엘...

만약 무슨 일이든 좋다고 말하고 거절하는 법이 없는 핀의 사고방식을 조엘이 가졌었다면...

 


짊어지고 있던 죄책감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보다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충분히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의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조엘을 향한 내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가 짊어진 짐을 함께 나눠지고 가슴속 말을 털어놓으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에는 늘 쉬운 선택과 간단한 해결책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사랑에는 언제나 힘겨운 노동과 어려운 결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희생하고 싶지 않더라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손에 쥘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 page 293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주체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사랑하는데...

그래서 놓아줄 수밖에 없음에...

그저 멀리서 행복하길 바라는 그 마음에...


그리고 소설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끝을 안다면 사랑을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해도 사랑해야 하는지...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할리우드 영화화 확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영상으로 만나게 될 땐 어떤 감정으로 남을지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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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 만능장편 - 집밥을 더 쉽게! 맛있게! 건강하게! 알토란
MBN〈알토란〉제작진.김하진.임성근 지음 / 다온북스컴퍼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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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요리'라는 영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이 앞선 저에게 엄마는 무심히 던진 한 마디.

"그냥 다른 거 없어. 적당히 양념 넣고 하면 되는 거지."


엄마의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 옆에서 지켜보면서,

"엄마! 그건 얼마나 넣는 거야?"

"적당히!"

음...

왜 우리네 음식 만드는 과정엔 '적당히'라는 계량이 존재하는지...


그래도 얼추 눈대중으로 엄마의 요리 과정을 보았기에 도전~! 이라 외치며 요리를 하게 되면 그 맛이 할 때마다 다른 건 기분 탓일까...

특히나 집에 어른들이나 지인들을 초대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이 만든 '양념장'으로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게 되지만 그래도 나만의 음식 맛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곤 합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 요리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좋은 점!

'만능장'을 만드는 법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장' 하나로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매직~!

책을 가진 것만으로도 완벽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집밥을 더 쉽게! 맛있게! 건강하게!


알토란 : 만능장편

 

​요리에 자주 쓰이는 기본 중의 기본.

'육수와 양념장'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알기에, 하지만 그 기본이 제일 어렵기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 속엔 '만능 양념장'의 초간단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최소의 재료로부터 최고의 맛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

만드는 과정이 사진으로도 설명되어 있기에, 그리고 중간중간에 'TIP'이 요리의 감칠맛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양념장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어 휘리릭 뚝딱! 손쉽게 요리할 수 있어 초보 요리인 저에게도 자신감을 더해주었습니다.

특히 우리 집은 '제육볶음'을 좋아하기에 이 요리책에서 소개해 준 '만능 마늘 양념장'이 그 무엇보다 최고의 양념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 같은 경우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기에 그 맛은 정해져있고 그냥 사용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도 다양한 맛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시판용 제품이 우리 집만의 맞춤 재료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 어떤 요리책들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만능장' 하나만 있어도 여러 음식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굳이 어렵게 요리 레시피를 외우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은 대기업의 맛으로 우리 집 식탁을 꾸몄다면 이제부턴 내 손맛으로 우리 집 식탁을 꾸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요리가 두렵기보다 신나게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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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나 이별 사무실 - 손현주 장편소설
손현주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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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문자로 이별을 통보한다는 말에 경악을 하곤 했습니다.

어쩜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을...

손가락으로 까딱하면서 끝낸다는 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이별에서부터 복수까지 대행해주는 '이별 대행업체'가 있다고 하니 점점 사람과의 관계에 '진심'이 있는 것일까란 의문도 들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단순히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연인, 직장상사, 나쁜 습관, SNS......

지긋지긋한 모든 것들로부터

대신 이별해드립니다


도로나 이별 사무실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오락가락 취준 생활로 5년이란 시간을 버텼던 그녀, 이가을.

서른 살이 되도록 미혼모 엄마와 오롯이 단둘이 의지하며 살아왔지만 점점 야위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제 자신의 한심함에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일을 해 보고자 합니다.


연남동에서도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많은 골목.

연인들이 걷기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이 사무실은 왠지 모를 아이러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덧 도착한 이곳 '도로나 이별'.


면접에 앞서 사장의 한 마디.


"세 사람 모두 세상과 격리된 사람들 같군요. 이별 매니저란 직업이 여러분에겐 아주 생소하겠지만 나는 이별조차 누군가의 힘을 빌리는 시대가 온다고 봐요.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얼굴 보며 감정을 전하는 데 아주 서툴러서 이 일을 꼭 필요한 일이 될 거예요. 아주 정중한 이별을 품위 있게 전달하는 이별 매니저들을 통해 원하지 않는 감정을 차단할 수 있어요." - page 15


자기 힘으로 이별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란...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도 씁쓸하였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며칠 후.

사무실에 나타난 건 자신과 박유미 이렇게 단둘이었습니다.

그렇게 도로나 이별 사무실에 사장과 김주은이라고 불리는 내근직 여직원, 그리고 자신과 유미 이렇게 넷이서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로나'의 의미가 무엇일까?


"아, 도로나.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도로나는 원래의 나, 자연인인 나를 뜻해요.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면 도로 나로 돌아오는 것이고 또 습관이란 것도 모두 원래의 내 모습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도로 나'로 돌아가자 이런 의미로 희사 이름을 만들었죠." - page 16


아하!

저 역시도 이 상호명 잘 지어졌다고 느껴졌습니다.

도로 나로 돌아온다는 것, 도로나.

이 회사의 매뉴얼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온통 이별을 부추기는 문구들...

이별이란 것이 이렇게 매뉴얼처럼 단순할 수 있을까... ​

가을에게 첫 의뢰인은 레지던트 2년 차 황석원이 여자친구 강미후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에게 보낸 사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물건들을 담은 상자인 '추억 상자'와 함께 강미후에게 찾아가지만 너무나도 당연히 이 사실을 부정하는 강미후.

특히나 다른 사람을 통해 이별을 통보받게 되니 얼마나 그 심정이 비참했을까...

그 심정을 충분히 알지만 가을에겐 자신의 '일'이기에 밀어붙이게 됩니다.


아직 첫 의뢰도 끝내지 못했는데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옵니다.

이번엔 책을 좋아하는 도진우는 이 습관(?)으로 여자친구가 싫어하기에 서재로부터, 책으로부터의 이별을 감행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의뢰인의 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가을...


과연 가을은 자신의 의뢰인들의 이별 대행을 잘 마칠 수 있을까...?!


아마도 저자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은의 말대로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감정까지 무시하는 건 비겁한 일인 것 같다. 사람에게 후회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이루지 못한 것들의 후회, 또 하나는 헤어짐 뒤에 오는 후회다. 나는 이제 알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기 위해 시작을 하려 한다. 아마도 헤어짐 뒤의 아픔이나 후회 따위로 상처받을지 모르지만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 page 229


무언가로부터의 이별.

솔직히 아프고 두려움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감춘다는 것이 옳은 것일까...?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별을 고하는 것이 타인을 위해, 보다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래서 '도로 나'로 돌아갈 수 있음을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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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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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는 환락송 22층에 모여 사는 다섯 여자들의 이야기.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할지 기대하며 읽어봅니다.


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이번 이야기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직면하게 된 문제들을 그리면서 상처로 얼룩지게 되지만 이로 인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임신을 했지만 결혼은 하지 않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려고 했던 앤디.

사실 그녀는 자신의 엄마를 떠난 웨이궈창처럼 자신의 정신병으로 그가 도망갈 것이라는 불안함에 진심이 아니지만 그에게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떠나는 바오이판이 아님을 알기에...


"난 못하겠어요. 당신을 다치게 할 게 뻔하다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나한테 당신을 떠나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 이렇게 내 마음에 있는데.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당신도 떠날 수 있어요? 당신이 나보다 더 게임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애초에 내가 그렇게 뻔뻔하게 당신을 만나면 안됐어요. 그렇다고 당신을 원망하진 않을게요. 그러니까 당신도 어떠한 태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 날 떠나지 말아줘요.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거잖아요. 그거 말고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다시는 날 떠난다는 말하지 마요. 어서요, 대답해 줘요." - page 31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누군가가 아껴주길 바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이마저도 못 누렸던 앤디가 어찌나 불쌍한지...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당신 왜 일어났어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려고요."

"걱정하지 마요. 그냥 뭐 좀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빠가 된다는 거, 은근 압박감이 있네요."

"나도 그래요, 압박감이 엄청 심하죠. 바오이판, 난 절대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제대로 생각한 거죠?"

"난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 하나로는 부족하니까."

"한번 해보죠 뭐!"

사실 이게 도박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가식적인 빈말은 이제 필요 없다.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책임'이라는 두 글자만 있을 뿐이다. - page 33


취샤오샤오는 자오치핑과 다시 만나게 되지만 둘이 같이 있는 게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어려서부터 누구 비위를 맞춰준 적이 없었던 그녀인데 그 사람의 표정을 살피게 되고 비위를 맞춰주고 싶고 자신만 바라봐 주길 바라지만...

자오치핑 스스로가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 취샤오샤오는 그와의 이별을 결심하게 되고...


매번 집안 문제로 마음 편할 일 없었던 판성메이.

그녀만을 바라보는 왕바이촨을 사랑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판성메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그의 능력의 한계를 바라보면서 그녀 역시도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주저하게 됩니다.

이때!

우연히 알게 된 CEO 천자캉이 판성메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게 되고 그녀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판성메이가 이 말을 했을 때 더 의미심장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후반에서 ​바오이판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또다시 큰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

불쌍한 바오이판...

골리앗에 맞서고자 하는 다윗의 모습이 아마 이 모습이 아닐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환락송 22층 여자들의 이야기.

그 와중에 다른 이들에 묻혀서 매력이 감춰졌던 관쥐얼에게도 사랑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사랑에 심쿵하게 만드는데...


이제 마지막 한 권만 남은 상황에서 과연 이 다섯 여자들은 유쾌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여기가 끝이에요. 이제 같이 이 문으로 나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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