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지음, 김단비 옮김 / 앨리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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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기에 책 제목 중에 '책'이 들어가면 눈길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더 끌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책 읽는 가게'라는 점.

 

'독립책방', '북카페'라면 친숙한데...

(아마도 다른 의미겠지만...)

굳이 '읽는다'는 행위를 포함했다는 건 뭔가 특별함이 있다는 것일 텐데...

그래서 이곳이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여기서 책을 좀 읽어도 되겠습니까?'

책 읽을 장소를 찾아서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건 참 좋고 가슴 설레는 일이라는 것을.

그와 동시에 '이 책을 어디에서 읽지?'하며 독서시간을 고대하고 또 고대할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어디서 읽을까나...

 

대부분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기에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특히 '주방'이란 공간에서 책을 읽곤 합니다.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공간.

하지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책을 읽기란...

음...

그렇기에 저도 가끔 외쳐봅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집 다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아무래도 '카페'가 떠오르게 됩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들에 둘러싸여서 읽을 수 있는 곳.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혼연일체 되어 있기에 어쩌면 무음보다는 책에 집중하며 읽을 수 있는 곳.

하지만 이곳도 그리 편하진 않습니다.

왠지 모르게 보이는 눈치와 자칫하면 다른 이의 대화가 솔깃할 경우 집중할 수 없음에.

그리고 저자가 콕 집어 '책을 읽을 수 없는' 본질적인 원인을 일러주었습니다.

 

사무치는 외로움. 그곳에서 내가 느낀 사무치는 외로움이야말로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 page 35

 

북카페이기에 책을 읽기 가장 좋은 곳일 거라 기대하지만 막상 독서를 하면 이질적이고, 뜬금없고, 눈치 없는 행동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외로움으로 다가온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북카페'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았습니다.

 

북카페란 '책이 있는 카페'이고, 주된 기능은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다. 여기에 '책을 읽다'라는 말은 없다. 북카페에는 '책을 읽는' 기능이 없는 걸까. 아니면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내포되어 있는 걸까. - page 41

 

와...

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저자는 진정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을 만들게 됩니다.

 

'책 읽는 가게'

"이곳은 카페도 북카페도 아닌 '책 읽는 가게'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독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는데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들

 

"책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대학생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이는 10년 전 조사와 비교해 10퍼센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원인은 스마트폰 등의 정보기기 보급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독서에 대한 무관심에 걱정 어린 시선들을 비추는 것에 대해 저자는 말합니다.

 

독서를 특권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것-독서를 취미로 가진 모든 사람을 내 멋대로 '우리'라는 말로 묶어버렸지만-과는 많이 다르다. 재미있기 때문에 독서를 한다. 설레기 때문에 독서를 한다. 독서의 '장점'이 뭐건 간에, 그냥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취미인 것이다.

책, 그리고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 사랑도 존중도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질문, 한탄. 그런 건 엿이나 먹어라. 아니면 개나 줘라(아니다, 그럼 개한테 미안하니 안 되겠고). 게다가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이유에서) 책이 좀더 세련되고 멋진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논조는 책과 독서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아주 유해할 뿐이다.

독서는 '좋은 것'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젊은이들이 줄고 있어 큰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는 연장자들의 독서 인구도 줄고 있다...... "해라, 해라"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데, 그 말을 듣고 독서의 매력에 빠질 사람이 누가 있으랴. 매력에 빠지는 건 설레거나 욕망을 느낄 때 가능한 일이다. 공허한 탄식은 원래 있는 매력조차 깎아 먹는다. 정말 민폐다. - page 51 ~ 52

 

앗!

조금 놀라웠다고 할까!

이 맞는 말을... 왜 이제서야...

덕분에 '독서'에 대해 깨우쳤다고 할까!

 

그리고 '책 읽는 카페'가 필요한 이유도 저자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에는 영화관이 있듯이 골프에는 골프 연습장이 있듯이.

 

하나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잎을 무성히 틔우려면, 그리고 그 무성한 잎을 생기 있게 유지하려면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장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꼭 각각의 장소가 없어도 문화는 존재할 것이다. 저마다 지금까지 존재해왔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만약 영화관이 없어서 작은 화면과 빈약한 음향으로만 영화를 봐야 한다면, 만약 스키장이 없어서 야산을 직접 올라서 스키를 타야 한다면, 만약 스케이트 파크가 없어서 늘 주의를 받고 눈치를 보면서 놀아야 한다면...... 마음 놓고 몰두할 곳이 없었다면 각 문화의 저변이 지금처럼 이렇게 넓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없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있는 편이 확실히 좋다. 없는 세상과 있는 세상이 있다면 있는 세상이 훨씬 풍요롭다고 각 문화 애호가들은 생각할 것이다. 공간이 있어서 용기 내어 시작했고, 지금은 그것이 소중한 취미가 된 사람도 많으리라("클라이밍짐 같은 게 왜 필요하냐, 자연에서 하는 게 최고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 쓸데없이 진입 장벽을 높이고 싶어하는 꼰대들은 어느 문화에나 있다. 정말로 뭐랄까, 말을 말자). - page 129 ~ 130

 

설득당했다고 할까.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공간은 무조건 있었으면 생각하지만 아마 이 이야기를 다른 이가 들어도 설득되지 않을까?!

 

저자로부터 독서라는 행위부터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기까지 그의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그의 예리한 통찰력은 단순히 책을 좋아했던 저에게 색다른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즐거웠던 만남.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 만남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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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적부터 책상밑이나 구석 이런 곳을 좋아해서인지 지금도 어디 짱 박혀서 읽는거 좋아해요. 친언니는 제 이런 습성을 가난뱅이유전자라고 어릴따 좁은 집에 살아서 그렇다고 ㅎㅎㅎ
 
마담 타로 한국추리문학선 11
이수아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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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찾기 위해 ‘마담 타로‘가 되었던 그녀. 그녀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그래서 동생은 찾을수 있을지 그 과정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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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맛 - 연기부터 수액까지, 뿌리부터 껍질까지, 나무가 주는 맛과 향
아르투르 시자르-에를라흐 지음, 김승진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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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러웠다고 할까...

낯설었다고 할까...

(아마도 같은 느낌이겠지만...)

'나무'에서 '맛'을 느낀다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구울 때 불맛을 입힌다고 할 때 ○○나무를 사용하는 것!

이것이 나무의 '맛'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생각하기엔 낯설고 새로운 나무의 풍미, 맛, 향을 찾아 떠난 그의 모험이,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맛이.

향과 맛을 감별하는 음식 평론가 '아르투르 시자르-이클라흐'의 여행에 저도 동행해 보았습니다.

 

입 안 가득한

그 향, 그 맛, 그 깊이!

사실 나무의 맛입니다

 

나무의 맛

 

 

그의 모험의 시작은 집 근처 호숫가에 서식하는 '비버 가족 네 마리'의 모습을 보면서였습니다.

 

비버는 기본적으로 나무를 먹고 산다(그리고 몇몇 사진으로 판단해보건대 나무만 먹고도 꽤 살이 찌고 덩치도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과 나무에 대해 연구를 하던 그에게 '비버'보다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정보원일 것 같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차가운 물에서, 그것도 밤에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동물과 어떻게 인터뷰를 한단 말인가? 또한 비버는 쇳빛의 단단한 치아로 나무를 갉아 먹고, 양분을 최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자신의 똥을 다시 삼키며, 의도적으로 자기 집에 물이 범람하게 만든다.

 

비버의 행동과 인간의 행동 사이에는 공통된 기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비버가 어떤 나무를 좋아하고 어떤 나무를 싫어하는지 살펴보며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기로 합니다.

'비버가 먹는 나무 = 나도 먹어봐야지 하는 나무'처럼.

 

불쾌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포플러 껍질은 희미한 루바브 같은 첫맛에 이어 점점 더 쓴맛이 났다. 하지만 마누카 꿀(항균 효과와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뉴질랜드 원산의 마누카 꽃에서 나오는 꿀)을 곧바로 연상시키는 단맛도 감돌았다. 자작나무 껍질은 매우 사각거리는 질감이었고 맛은 샐러드 채소와 무척 비슷했다. 단풍나무 껍질은 의외로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가장 맛이 불쾌한 것은 버드나무 껍질이었는데, 흙도 털지 않은 풋감자 같은 맛이 났다. 종합적으로 말해서, 나무마다 껍질의 맛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리고 비버가 느끼는 맛의 풍경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체험해 본 것은 정말이지 멋진 경험이었다. - page 57

 

그렇게해서 그는 나무의 맛을 찾는 탐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나무껍질은 인간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미국 원주민이 카누와 천막에 자작나무 껍질을 사용하였고 버드나무 껍질로 일종의 담배를 만들었으며 적갈색의 오리나무 껍질로 옷을 염색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북미의 몇몇 부족은 나무의 목질이나 그 밖의 부분을 실제로 먹기도 했다는 점은 이미 나무의 맛과 향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저자는 나무의 풍미, 맛, 향을 머금은 음식들을 찾아 나폴리로, 스위스로, 모데나로, 빈으로, 다르질링으로 떠나며 최고의 요리를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경우는 '나무통 숙성' 정도에 따라서 그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너무나도 새로웠던 건 포콧 지역에서의 '블루 요구르트'의 경우는

 

크롬워나무(나중에 알아보니 '커런트 송진 나무'라고 알려진 오조로아 인시그니스의 일종이었다)의 재로 만든다. 그렇게하면 우유를 무려 6개월이나 보존할 수 있다. - page 238

 

재를 섞어서 만든다는 사실이.

이 재의 역할이

 

첫째, 나뭇재는 일반적으로 우유에서 박테리아의 활동을 늦춰 미생물들이 고형의 요구르트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둘째, 이것이 더 흥미로운 결과인데, 크롬워 나뭇재는 재의 기본적인 역할을 넘어 우유를 더 오랫동안 신맛이 나지 않게 보존해주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효과적인 우유 보존제 역할을 하고 그와 동시에 기분 좋은 미네랄과 훈연의 맛을 더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소했기에 신기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만들어낸 이 만찬이.

소나무 형성층을 말려 가루를 내고 반죽해 '쿠키'를 굽고 너도밤나무 '롤빵'을 만들며 너도밤나무 톱밥을 넣어 숙성한 '맥주'

까지.

'나무'가 재료라고 말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는가!

 

 

다양한 나무 맛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중에는 매우 맛있는 것도 있다고 말이다. 그 모든 실험에서 내 미뢰는 파괴되지 않았던 것이다! -  page 401 ~ 402

 

저자를 통해 나무의 '맛'까지 알게 되니 정말 '나무'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내뿜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을 제공해주니 말입니다.

그런 나무를 우리는 망가뜨리고만 있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나무가 인간에게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 주변의 나무에 관심을,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무 한 그루 심어보는 것은 어떨지.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가 우리에게 정작 전하고픈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남겨봅니다.

 

나무가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서 더 많아지고 번성해야만, 그리고 자연적인 재생 속도를 넘어서는 정도로는 사용되지 말아야만, 지속 가능하고 맛있는 나무의 미래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시간 단위를 훨씬 넘어서는 미래일 것이고 인류에게 앞으로 수많은 세대에 걸쳐 번성할 수 있는 역량을 줄 미래일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한참 전에도 번성했던, 그리고 인간이 사라진 이후에도 한참 더 번성할 나무처럼 말이다. - page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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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무가 다양한 향기나 뿌리를 통해 서로 대화한다는 걸 읽고 놀란적이 있어요. 맛도 다양하다니. 그러고 보면 종이맛도 다를까요? ㅎㅎ

페넬로페 2021-11-1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는 화학처리가 되어서... 먹으면... 음...
 
휘슬블로어 - 세상을 바꾼 위대한 목소리
수잔 파울러 지음, 김승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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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슬블로어(whistle-blower)

'부정행위를 봐주지 않고 호루라기를 불어 지적한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내부고발자'를 의미

-시사상식사전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이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기에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매 순간 투쟁했던 한 여성의 위대한 서사

 

휘슬블로어

 

 

그녀가 자란 곳은 현대의 미국 서부 지역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깡촌과도 같은, 대개 사회에서 뒤처지고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가난했지만 멋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커가면서 자신과는 매우 다른 삶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과 시련에 빠지게 됩니다.

 

십 대 초반이 되었을 때 집의 재정 상황이 바닥까지 떨어지자 동생들과는 달리 정규 교육과정 대신 낮에는 일을 해야 했고 밤에 책을 읽고 공부하는, 스스로 공부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그저 평범한 아이처럼 사는 것-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공식 교육을 받지 못한 농촌의 가난한 백인 여성에게 사회는 참으로 냉정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뇌 스위치를 'ON'으로 바꿔주는 계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열다섯인가 열여섯인가 되었을 때.

아빠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 아직 안 읽은 책이 뭐 없다 뒤적거리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과 함께 거기에 그렇게 앉아서, 그 책들에 담겨 있던 위대한 인물들의 위대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단순히 그들의 삶에 무언가가 닥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 일들이 자신의 삶에 일어나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였지 그런 일들이 그저 그들에게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

내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싸움에 나서는 데 내 생존이 달려 있으며 나의 모든 부분이 그 싸움에서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무의식의 무언가가 마침내 깨달은 듯했다. 나는 일어서서 길을 찾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더 나은 삶을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었으므로 내 삶을 제 경로에 올려놓는 일은 모두 나 스스로 해내야 한다. - page 36 ~ 37

 

그녀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은 결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공부를 하게 됩니다.

꿈의 실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고 있었고 이미 실현된 것처럼 느껴질 그때.

또다시 그녀의 삶을 무너뜨릴 사건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학생을 지켜주어야 하는 학교에서 오히려 잔인하고도 불합리한 보복 조치.

그러고도 학교 측은 피해조차 오점조차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늘까지도 이어진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기에 뭐라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수전 파울러는

 

"나는 위대한 일을 할 거야"

"나는 위대해질 거야"

"그보다 낮은 것에는 타협하지 않을 거야"

 

다짐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몸값 높은 유니콘 기업'이라 불렸던 '우버'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선망의 기업?

정말 그 민낯을 알게 된 순간...



 

 

첫날 상사로부터의 성폭력과 이에 대한 부조리한 처사.

그리고 성차별과 인종차별, 가스라이팅은 물론이고 노동법과 기본적 인권도 무시할 수 있다고 믿는 이곳.

그녀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목소리를 내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었습니다.

흔적을 조금 남기면 어김없이 협박과 보복... 그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한 달 뒤에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데 대해 전에 없던 절박함이 느껴졌다. 내 딸이 일터에서 성적 괴롭힘, 차별, 보복이 다반사인 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 딸은 충분히 꿈을 크게 꾸고 있는가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략을 충분히 하고 있는가 외에 다른 것은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게 하고 싶었다. - page 281 ~ 282

 

결국 세상은 용기 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답변을 해 주게 됩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위대한 자들에 의해서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소신껏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로 인해 보다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됩니다.

불평불만을 내놓으면서 나는 세상을 향해 외쳤는지...

그저 '방관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그녀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수 배웠습니다.

 

"나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나 자신의 목적에 의해, 나 자신의 이유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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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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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찾아가 본 지가...

아이 낳고 이러저러하다 코로나까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기다 보니 아늑해졌습니다.

 

그러다 이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개글에 끌렸음에...

 

그림책 속에서 열리는 나만을 위한 작은 전시회

크빈트 부흐홀츠가 초대한 '단 한 명의 관람객'은 바로 당신!

 

아마 누구라도 이 소개글을 본다면 이끌리지 않을까!

나 혼자만을 위한 전시회라니!

설레는 마음 안고 전시회 문을 열어봅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섬세한 그림들로 널리 사랑받아 온 화가 '크빈트 부흐홀츠'

그가 그림책 속에 작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순간 수집가

 

 

구닥다리 철테 안경을 쓰고 조금 뚱뚱한 편이어서 학교 애들로부터 곧잘 놀림을 받는 '나'.

그런 나에게 다정하게 '예술가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막스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어느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3월.

막스 아저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의 5층으로 이사를 옵니다.

책상과 의사 몇 개, 조립식 책장에서 떨어져 나온 널빤지들, 화분들, 오래되어서 낡은 지구의, 이젤, 진한 자주색 벨벳으로 감싼 소파 등.

이삿짐을 옮기며 그는 그해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5층에 살게 됩니다.

 

나는 거의 매일같이 그 막스 아저씨네 문 앞까지 가서는 가만히 손잡이를 잡고 돌립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으면 들어와도 좋다는 신호였기에 오후엔 거의 아저씨의 화실에 가 머물렀습니다.

 

아저씨는 완성된 그림들을 한쪽 벽에다 주르르 기대어 놓았습니다.

뒷면이 겉으로 보이게 기대어 놓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림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막스 아저씨는 이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

 

"화가는 그 길을 꼭 찾아내야 해. 그리고 사람들한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 주면 안 돼. 찾았다 싶은 길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

 

가끔 먼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는 막스 아저씨.

여행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지만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면 굉장히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그.

그리고 화실 벽에 줄지어 있는 그림들.

 

일 년이 넘고 선선한 어느 날 아침, 막스 아저씨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습니다.

그림들 앞에 놓인 메모.

그렇게 아저씨가 마련해 놓은 전시장 한가운데에 나는 서 있게 됩니다.

 

 

막스 아저씨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깨닫게 됩니다.

 

나는 왜 막스 아저씨가 자신이 이곳에 없는 동안 그 그림들을 보게 했는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화실에서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하나 둘 답을 찾아가길 바랐던 것입니다.

 

막스 아저씨와 나는 다시 부두에 서 있게 됩니다.

 

"예술가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멀어져 가는 막스 아저씨를 향해 오랫동안 손을 흔들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막스 아저씨한테서 소포가 왔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이 찡한 감정은...

우리가 그림을 보는 이유이지 않을까...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순간을 수집한다는 막스 아저씨.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때 그의 화실엔 어떤 그림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 그림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남겨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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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심는 사람들> 삽화가이신 분 맞지요 ~~ 그림이 참 좋아요. 느낌있고.

페넬로페 2021-11-1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역시 잘 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