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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맛 - 연기부터 수액까지, 뿌리부터 껍질까지, 나무가 주는 맛과 향
아르투르 시자르-에를라흐 지음, 김승진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평점 :
새삼스러웠다고 할까...
낯설었다고 할까...
(아마도 같은 느낌이겠지만...)
'나무'에서 '맛'을 느낀다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구울 때 불맛을 입힌다고 할 때 ○○나무를 사용하는 것!
이것이 나무의 '맛'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생각하기엔 낯설고 새로운 나무의 풍미, 맛, 향을 찾아 떠난 그의 모험이,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맛이.
향과 맛을 감별하는 음식 평론가 '아르투르 시자르-이클라흐'의 여행에 저도 동행해 보았습니다.
입 안 가득한
그 향, 그 맛, 그 깊이!
사실 나무의 맛입니다
『나무의 맛』

그의 모험의 시작은 집 근처 호숫가에 서식하는 '비버 가족 네 마리'의 모습을 보면서였습니다.
비버는 기본적으로 나무를 먹고 산다(그리고 몇몇 사진으로 판단해보건대 나무만 먹고도 꽤 살이 찌고 덩치도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과 나무에 대해 연구를 하던 그에게 '비버'보다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정보원일 것 같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차가운 물에서, 그것도 밤에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동물과 어떻게 인터뷰를 한단 말인가? 또한 비버는 쇳빛의 단단한 치아로 나무를 갉아 먹고, 양분을 최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자신의 똥을 다시 삼키며, 의도적으로 자기 집에 물이 범람하게 만든다.
비버의 행동과 인간의 행동 사이에는 공통된 기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비버가 어떤 나무를 좋아하고 어떤 나무를 싫어하는지 살펴보며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기로 합니다.
'비버가 먹는 나무 = 나도 먹어봐야지 하는 나무'처럼.
불쾌한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포플러 껍질은 희미한 루바브 같은 첫맛에 이어 점점 더 쓴맛이 났다. 하지만 마누카 꿀(항균 효과와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뉴질랜드 원산의 마누카 꽃에서 나오는 꿀)을 곧바로 연상시키는 단맛도 감돌았다. 자작나무 껍질은 매우 사각거리는 질감이었고 맛은 샐러드 채소와 무척 비슷했다. 단풍나무 껍질은 의외로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가장 맛이 불쾌한 것은 버드나무 껍질이었는데, 흙도 털지 않은 풋감자 같은 맛이 났다. 종합적으로 말해서, 나무마다 껍질의 맛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리고 비버가 느끼는 맛의 풍경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체험해 본 것은 정말이지 멋진 경험이었다. - page 57
그렇게해서 그는 나무의 맛을 찾는 탐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나무껍질은 인간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미국 원주민이 카누와 천막에 자작나무 껍질을 사용하였고 버드나무 껍질로 일종의 담배를 만들었으며 적갈색의 오리나무 껍질로 옷을 염색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북미의 몇몇 부족은 나무의 목질이나 그 밖의 부분을 실제로 먹기도 했다는 점은 이미 나무의 맛과 향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저자는 나무의 풍미, 맛, 향을 머금은 음식들을 찾아 나폴리로, 스위스로, 모데나로, 빈으로, 다르질링으로 떠나며 최고의 요리를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경우는 '나무통 숙성' 정도에 따라서 그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너무나도 새로웠던 건 포콧 지역에서의 '블루 요구르트'의 경우는
크롬워나무(나중에 알아보니 '커런트 송진 나무'라고 알려진 오조로아 인시그니스의 일종이었다)의 재로 만든다. 그렇게하면 우유를 무려 6개월이나 보존할 수 있다. - page 238
재를 섞어서 만든다는 사실이.
이 재의 역할이
첫째, 나뭇재는 일반적으로 우유에서 박테리아의 활동을 늦춰 미생물들이 고형의 요구르트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둘째, 이것이 더 흥미로운 결과인데, 크롬워 나뭇재는 재의 기본적인 역할을 넘어 우유를 더 오랫동안 신맛이 나지 않게 보존해주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효과적인 우유 보존제 역할을 하고 그와 동시에 기분 좋은 미네랄과 훈연의 맛을 더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소했기에 신기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만들어낸 이 만찬이.
소나무 형성층을 말려 가루를 내고 반죽해 '쿠키'를 굽고 너도밤나무 '롤빵'을 만들며 너도밤나무 톱밥을 넣어 숙성한 '맥주'
까지.
'나무'가 재료라고 말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는가!

다양한 나무 맛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중에는 매우 맛있는 것도 있다고 말이다. 그 모든 실험에서 내 미뢰는 파괴되지 않았던 것이다! - page 401 ~ 402
저자를 통해 나무의 '맛'까지 알게 되니 정말 '나무'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내뿜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을 제공해주니 말입니다.
그런 나무를 우리는 망가뜨리고만 있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나무가 인간에게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 주변의 나무에 관심을,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무 한 그루 심어보는 것은 어떨지.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가 우리에게 정작 전하고픈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남겨봅니다.
나무가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서 더 많아지고 번성해야만, 그리고 자연적인 재생 속도를 넘어서는 정도로는 사용되지 말아야만, 지속 가능하고 맛있는 나무의 미래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시간 단위를 훨씬 넘어서는 미래일 것이고 인류에게 앞으로 수많은 세대에 걸쳐 번성할 수 있는 역량을 줄 미래일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한참 전에도 번성했던, 그리고 인간이 사라진 이후에도 한참 더 번성할 나무처럼 말이다. - page 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