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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평점 :
'뇌'에 대해 관심이 많기에...
(여전히 잘 알지 못하지만...)
그와 관련된 책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점은
20년 넘게 각종 약물에 취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약물중독자가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어 쓴 책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열세 살 때 알코올을 시작으로 각종 약물에 취해 살았던 자신의 경험.
그 뒤 과학자가 되어 발견한 것들.
중독자에서 과학자까지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에 보다 흥미로울 것 같은 이 책.
기대가 되었습니다.
중독에 빠지는 심리부터 중독의 신경과학적 원리까지
밑바닥 약물중독자가 중독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가 되어 밝히는 중독에 관한 모든 것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중독'
그래서 이 사실을 알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늘날 중독은 사회에 만연한 대재앙이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뇌 기능에 인공적인 변화를 주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자비 없는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을 다들 한 명쯤은 알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번져 쉬이 수그러들지 않는 충동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거대해 거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12세 이상 인구의 약 16퍼센트가 물질사용장애 기준에 부합하며, 전체 사망자 수의 약 4분의 1이 과도한 약물사용으로 목숨을 잃는다. 매일 전 세계에서 만여 명의 사람이 물질남용 탓에 죽는다. 이 죽음의 길에는 기겁할 만큼 연쇄적인 상실이 따른다. 희망, 존엄성, 관계, 돈, 생식성, 가족 및 사회적 구조, 그리고 지역사회 자원의 상실이다. - page 8
그렇다면 우리는 왜 중독에 빠지게 되는 걸까...?
흔히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곤 하였습니다.
나약한 마음에서, 인내하고 절제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기에 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나는 중독을 결정짓는 '유전자'란 세상에 없으며, '정신이 나약해서'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격세유전'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중독에 취약한 정도가 다르지만 취약한 사람이라고 해서 평생토록 위험 수준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중독의 원인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나 각각이 작용하는 방식이 매우 복잡하다. - page 312 ~ 313
그렇기에 이 문제에 관하여 신경과학·생물학·정신의학·약리학의 최신 발견과 지식을 근거로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뇌가 사랑한 최고의 미식'
알코올, 커피, 대마부터 아편, 코카인, LSD까지.
이 모든 약물은 우리 뇌에 쾌락을, 그 이상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코카인은 내가 미처 그 존재를 느끼기도 전에 내 미각과 청각을 강타했다. 혀 뒤에서 신기하게 톡 쏘는 맛이 느껴지고 귀에서는 화재경보기 같은 소리가 울려댔다. 그러고는 느껴졌다! 따뜻한 희열의 파도가 코로 흡입할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다가왔다. 몸과 뇌가 점차 따ㄸ뜻해지고 축축하게 젖어들어 즐거워했으며, 나는 삶의 아름다움에 감사함을 느꼈다. 허풍이 아니라, 몇 분 뒤에는 급기야 내 차례를 건너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주사기를 담당하기까지 이르렀다. 조금 더 뒤의 일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코카인을 하는 습관은 밑바닥을 경험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 page 21
약물 사용 시 가장 심오한 법칙.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약물로 얻은 쾌락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었습니다.
아편 사용자들과 이 책의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핵심은 결국 우리 자신이 만족할 만큼 충분한 양의 약물이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뇌의 굉장한 적응 능력 덕분에 정기적인 사용자는 약으로 지속적인 고양감을 얻기가 불가능하며, 더 많은 약을 향한 게걸스러운 욕망은 기껏해야 금단증상을 모면하려는 작은 희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막다른 길이라고 한다. - page 128
그럼 중독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중독의 반대는 단순히 약물에 취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다"
약물남용 재범에게 과다복용 해독제를 주지 않거나 뇌 심부자극을 사용하는 등 중독자들의 선택에 제약을 거는 방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언제, 누구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중독일 때 써야 할지 결정하기 까다로울뿐더러 타인의 행위를 임의로 제한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실수를 할지언정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기에 이 방법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자제하는 법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낮은 수준의 자율성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경험해야 하듯, 회복 단계에 있는 사람들 역시 단번에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적인 지지와 다양한 대안들, 그리고 단기간의 의학적 중재까지 있다면 우리도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바로 이 자유가 중독의 해결책이다. - page 327
무엇보다 저자의 경우는 인간적인 사랑과 타인의 연결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남들에게 스스럼없이 보이고 친절하게 대해주고자 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합리화와 정당화로 무장된 그녀의 방어막을 비틀어 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 외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백년간 우리는 중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기를 멈추었는데, 이는 확실히 진일보한 셈이다. 하지만 의학적 치료제나 다른 외부의 해결책만을 기다리는 일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중독의 대유행에서 우리의 역할을 숙고할 기회를 놓치는 짓이다. 이렇게 된 이상 그저 손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주변에 손을 내밀어보면 어떨까. - page 344
책을 통해 '중독'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미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중독'.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외면하는 대신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과 마음, 행동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 손을 맞잡을 수 있게 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경험해 보았기에 더 절실하게 와닿았던 그녀의 이야기.
그저 과학적인 사실로 나쁘다! 안된다!라는 식보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인간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엔 '인간적인 사랑'과 '타인의 연결', 결국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약물이 풍족한 지금의 우리가 한 번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를, 그리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읽어보아야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