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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미술관 -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 2022년 1월
평점 :
사실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든지 태도를 보면...
이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래피티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실체를 쫓는 다큐멘터리인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는 현대미술의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입소문과 지적 허영, 부자들의 과시에 현대미술의 작품들이 이용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예술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돈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물을 지으려고, 자신의 멋진 시절을 최고의 그림으로 간직하려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능력을 착취해온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특정 계층에게 돈이 지나치게 몰리면서 미술작품은 돈 있는 사람들의 투자처이자, 배운 사람들의 지식 과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의 역할이 정말 그뿐일까?
이렇게 보면 너무 씁쓸하지 않은가...
예술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을 받는데에 불만을 제기하며 예술의 최전선을 누비며
예술은 공부가 아니라 즐기고 느끼는 것
예술은 좋은 삶을 위한 매개체
라는 것을 한 예술 애호가가 우리에게 전해준다고 하여 관심이 갔습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임지영'씨가 말입니다.
느리게 걸으려고 전시회에 간다.
삶의 속도를 늦추려고 예술에 다가간다.
『느리게 걷는 미술관』

'미술 에세이'라고 하면 '명화'로부터 미술 이야기를 저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습니다.
저자의 발걸음이 닿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가
저자가 예술을 접하며 한 생각
작가들을 만나며 느낀 것
전시회를 즐기는 방법
예술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했던 추억
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색달랐다고 할까...
'명화'라 하면 아무리 친숙하더라도 조금은 경계가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미술작품들은 서슴없이 다가가게 된다고 할까...
또한 저자의 이야기도 잔잔히 들려와 느리고도 천천히, 하지만 진한 감동으로 남곤 하였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습니다.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최정화 작가의 <살어리 살어리랏다>전에서 말입니다.
잘 알려진 최정화 작가의 생활용품 오브제 작품과 더불어 창원 시민들과 함께 만든 사진이며 기증받은 그릇 설치 작품. 장롱 속 옛날 우리 엄마 사진이 작품이 되고, 케케묵고 오래되고 찌그러진 냄비가 예술이 됐다. 어떤 사람은 '냄비야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높은 데 올라가서 세상 구경해라'라고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별 편지도 남겼다. - page 241
예술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에서도 충분히 예술을 창조해낼 수 있는, 그렇기에 우리 모두 저마다의 '예술가'라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이유 역시도 저자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5월의 초록이 아우성칠 때 친구와 함께 찾아간 '우리옛돌박물관'의 정원과 풍경 속에서의 느낌이...
친구와 정원 끝자락에 서서 서울 풍경을 내려다본다. 아득하다. 가만히 서서 숨 고르기를 해본다, 편한 들숨 느린 날숨. 그제야 엉켰던 마음이 반듯해진다, 제자리를 찾는다. "하아, 너무 좋다." 토해내듯 또 감탄하는 나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친구도 한마디, "나도 좋다." - page 256
느리게 걸으려고 전시회에 간다. 삶의 속도를 늦추려고 예술에 다가간다. 시간은 느릴수록 좋고, 마음은 느긋할수록 좋다. 우리를 그리 만들 수 있는 건 예술과 친구뿐이다. 친구와 천천히 걷고 웃으며 나는 점점 더 푸르러지고 괜찮아진다. - page 257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각박한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전시회가 많이 줄어들기도 하였고 그렇게 조금씩 멀어진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스킨십이다. 직관과 감동의 영역이다. 직접 가서 보고 꺅꺅거리며 폴짝폴짝 뛰어야 제맛이다. 온라인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다. 맑고 시린 파랑이 가없이 번져가는 내 마음일 줄이야. 저 멀리 짙푸른 섬이 이제는 아득해진 당신일 줄이야. 예술의 넓고 푸른 세계 속에서 마음이 저 멀리 갔다 돌아왔다, 가득 찼다 비워졌다. 금사홍 작가의 단순한 색면ㅇ은 복잡한 생에서 길어 올린 명상일 것이다. 아이 같은 웃음은 치열한 고뇌 끝에 얻은 태도일 것이다. 그가 선물한 푸른 세상 속에서 모처럼 파랗게 웃었다. - page 28 ~ 29

그림도 겪어봐야 깊음을 알고, 기쁨도 알 수 있기에 다가오는 주말엔 전시장에 가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