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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역사'를 어느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참으로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인간의 '머리카락'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긴 하지만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을까? 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와! 이럴 수가! 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수한 이야기들이 신화와 전설, 종교, 혁명, 예술, 대중문화 그 모든 곳에 '머리카락'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럼 왜 그동안 몰랐던 것일까...
역시나 '관심'이 없었기에 스쳐 지나갔음을 그렇기에 또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갖는 태도.
본격적으로 머리카락과 인간사의 관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머리카락에서 헤어웨어까지, 욕망의 역사를 훑어본다
인류 역사는 머리카락의 시간,
머리카락은 인류의 시간을 연결한다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만나게 된 파트 1에서는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머리카락의 이야기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 중국과 몽골, 고대 이집트, 중세 북유럽, 한국의 삼국시대까지.
신화라 하면 이 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의 저주를 받은 '메두사'.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만 아니었어도 신이 품은 탐욕의 대상이 되지 않았거나, 신 앞에서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았을 것을...
결국 기괴함과 추함으로 뒤엉킨 괴물의 대명사가 된 그녀.
하지만 탐미주의자들에게 메두사는 더없이 매력적인 존재로 탐닉했는데...
베르사체의 메두사에서 뱀의 머리카락은 사라지고 모호한 이미지로 남는다. 그러나 표정을 알 수 없는 시선에서는 어떤 권위가 엿보인다. 베르사체가 메두사를 상징으로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두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존재를 단단한 돌로 만드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이처럼 "황금빛 메두사의 베르사체 패션은 보는 사람을 압도할만큼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도발적인 상징이었다. 메두사를 향한 찬미와 애정은 끊이지 않는다. 어느 프랑스 학자는 메두사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메두사를 보기 위해서는 정면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메두사, 그녀는 치명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아름답다. 그리고 그녀는 웃고 있다. - page 97 ~ 98
뿐만 아니라 251년, 고구려 12대 중천왕 4년 궁중에서 한 편의 치정극이 벌어졌다는 사실.
3세기 고구려, 그 시대 미인의 선결조건이 있었다면 길고 탐스런 여인의 머릿결이었을 것이다. 중천왕이 관나부인에게 한껏 매료되었던 것도 구척이나 되는 머리길이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권좌에 앉은 중천왕의 속뜻을 알 길은 없으나 관나부인을 가차 없이 버렸다. 그는 오로지 전지전능한 심판관으로 등장하여 궁중에 갇힌 여인들의 괴로운 심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판결을 내렸다. 관나부인의 미모와 긴 머리카락은 유혹과 과시를 한껏 뽐냈으나 그로 인해 저주의 도화선이 되었다. 늘 그렇듯이, 치정극의 결말은 차가운 핏빛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두 여인을 비극으로 몰아간 원인이 궁중이라는 거대한 질서에서 왔다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 page 111 ~ 112
궁중에서 생긴 질투와 음모.
결국 장발미인의 끔찍한 죽음으로 끝남이 그 무엇보다 섬뜩하였습니다.
파트 2에서는 '혁명과 연애'를 주제 삼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 17, 18세기 유럽에서 소용돌이 친 혁명, 비슷한 시기의 중국 청나라, 조선 후기까지 열정과 자유와 영원불멸을 꿈꾼 이들의 이야기.
18세기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의 호사스러움의 상징이었던 화려한 헤어패션.
거울 앞에서 가발을 쓰고 밀가루를 뿌려 치장할 때, 프랑스 민중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서는 왕족과 귀족에 대한 분노가 들끓어 오르고 있었음을.
'가발'이란 헤어패션이 프랑스 대혁명을 알리는 하나의 암시였음을.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전설의 화원 혜원 신윤복의 《계변가화》를 통해서 조선 후기 여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머리 모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얹은머리의 크기가 아름다움의 척도여서 본인의 머리카락으로 만족하지 않고 돈을 주고 다른 여인의 머리카락을 사서 더 크게 했으며, 여인들은 혼례나 명절에 맞춰 좋은 다리로 얹은머리를 장식하는 것을 큰 낙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
이렇듯 조선 중기를 넘어서면서 다리를 이용하는 것은 하나의 풍조를 이루어 당시 부녀자들 사이에서 매우 성행했다. 특히 얹은머리는 양반가와 상민, 기생의 구분 없이 널리 유행했으나 크기가 클수록 비쌌기 때문에 신분과 부에 따라 크기에 있어 차이가 컸다. 이러한 이유로 18세기 들어 정조가 '가체신금사목'을 내렸으나 그 이후에도 얹은머리의 성행은 계속 이어졌다. 정조를 이은 순조 즉위 이후에야 쪽머리, 낭자머리가 앉은머리를 대신했다. - page 220
그 시대 여인들을 통해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인간사의 풍습과 사람들 내면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파트 3에서는 '전통과 자유'를 표현하는 머리카락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조선의 신여성에서 출발하여 현대 대중문화까지 스타일, 금지, 아이콘에 관한 이야기는 마지막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머리카락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미래에 어떻게 흘러갈까?
머리카락에 얽히고설킨 이야기.
때로는 절대자만이 소유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상징하였고 혁명과 열정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서면서 머리카락은 완전한 헤어스타일로 변신하면서 저항과 반항이라는 시대정신을 대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 속에서 커다란 변모를 거듭하지만 빛을 잃지 않는 속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타인의 은밀한 시선을 강탈하는 치명적인 유혹'.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넘어 특정한 직업과 문화의 전유물이 아닌 인간 공통의 소유물로 자리잡은 헤어스타일은 이제 옷의 형태로 한 차원 더 진화하는 '헤어웨어'로 우리에게 존재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헤어웨어의 이야기는 우리의 어떤 이야기를 어떤 의미를 담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