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평점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와 제한된 배경, 쫄깃한 긴장감, 적절하게 숨겨진 복선과 반전을 통해 독자들을 자신의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끔 만드는 그녀만의 매력.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읽고 만 독자가 있을까... 란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며 한동안 신간이 나오지 않아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렇게 똭!!
당연히 믿고 읽는데 이미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종합 1위는 물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유수의 언론 매체에서 꼽은 2021년 '최고의 책',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당연 읽어야 했습니다.
어떤 스토리로 제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하며...
"우리 가족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저 가끔 서로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을 뿐...!"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네 명의 자녀-에이미와 로건, 트로이와 브룩-를 키우며 유명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해왔던 '스탠 델라니'와 '조이' 부부.
결혼 생활 50년이 지난 뒤 이 부부는 얼마 전 은퇴를 결심하고 한가롭지만 조금은 무료한 일상을 영위하는, 겉보기엔 정말 '완벽한 가족'이었습니다.
이 완벽하다는 것...
스멀스멀 뭔가 꺼림찍한 기분이...
그러던 어느 날 밤, 누군가 주먹으로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쾅, 쾅, 쾅.
무언가 위기가 닥친 것이 분명했습니다.
재빨리 문을 열었더니 흐느껴 울면서 현관문에 이마를 기대고 있던 젊은 여자가 넘어질 듯이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마치 딸처럼 스탠의 품으로 곧장 뛰어들어 안겼습니다.
"아니, 이봐요."
당혹스러워하며 그 여자의 어깨를 어색하게 토닥인 스탠.
"어쩌다가 다쳤어요?"
조이가 물었다.
"남자 친구랑 싸웠어요."
여자는 몸을 흔들면서 손바닥 아래쪽으로 피 묻은 눈을 닦았다.
"그래서 그냥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탄 거......"
"남자 친구가 그랬다고? 남자 친구한테 맞았다는 말이오?"
스탠이 말했다. - page 35
이 가엾은 '사반나'라는 낯선 여자.
낯선 도시에서 돈도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완전히 혼자인 상황에 처한 그녀에게 친절의 손길을 내민 그들.
한동안 그녀는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여자의 등장으로 가족들 사이에는 묘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 어느 날, '잠적'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만 남기고 전화도 그대로 놔둔 채 조이가 사라지게 됩니다.
일주일 넘게 엄마가 연락이 닿지 않자 자식들은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게 됩니다.
"가정 폭력 전과가 있는 집입니까?"
이든이 물었다.
"전혀 없어."
크리스티나가 대답했다.
...
"하지만 기록이 없다고 해서......"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티나가 시작한 문장을 이든이 마무리했다. 이든은 사수의 말을 경청하는 부사수였다. 사립학교 출신치고는 드문 특성이었다.
"기본은 기억하지?"
이든이 시동을 끄는 동안 크리스티나는 갑자기 충동적으로 말했다. 이든은 즉시 대답했다.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마라. 아무것도 믿지 마라. 모든 것을 점검하라." - page 96
경찰은 조이가 사라졌을 때, 사반나도 행방을 알 수 없었을 때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스탠'을 지목하게 됩니다.
스탠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무죄를 확신하지 못하는 자식들도 있고...
두 편으로 갈라진 남매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공유하고 있던 가족의 모습이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는데...
과연 이들 가족에게 얽힌 문제와 비밀은 무엇일까?
엄마는 끝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이 소설.
부부라고 해도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없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세대 간의 갈등, 형제 자매 사이에 유독 더 크게 느껴지는 미묘한 질투와 경쟁.
그럼에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건 결국엔 모든 걸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이 역시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가족이 주는 위로와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유추할 수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사과는 결코 사과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The apple never fall far from the tree)"는 부전자전, 모전여전의 의미를 담은 미국 속담에서 차용해온 듯하다는 말에 이제야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그래서 떨어지는 사과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가족'임을.
진한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역시 리안 모리아티였습니다.
이 섬세하면서 짜릿한, 너무 재밌으면서 진한 울림을 선사하는 그녀.
좋아할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또다시 신작이 빨리 나오길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