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가 '명화'에 대한 이야기에 크게 공감되었습니다.
명화는 얕은 논바닥이 아니라 거대한 원천을 가진 샘이다. 작은 샘구멍에서 한 마을 사람들의 목마름을 해갈하고도 남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솟구쳐 나오듯, 한 점의 명화는 『천일야화』보다도 더 많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시원한 한 모금의 샘물처럼 우리의 지적 호기심과 갈증을 풀어 준다. - page 5
명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거장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특별한 기법과 시대마다 명화가 말려든 일대 스캔들을 비롯해 명화에 대한 우리 상식의 허를 찌르고 통념을 깨뜨리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89가지 기상천외하고, 은밀하고, 흥미진진한 명화 이야기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통조림'이었습니다.
위대한 화가들은 자기 작품 속에 무엇을 은밀히 감춰 놓았을까?
첫 이야기는
달리는 왜 밀레의 <만종> 속 농부 부부가 감사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죽은 아이를 땅에 묻기 전 슬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을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땐 놀라웠었는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밀레는 부모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그중 한 부모가 죽은 아들의 시신을 넣어 둔 관 앞에 서 있는 장면을 그렸다가 자칫 그림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를 것을 염려하여 바구니로 고쳐 그렸다.
며 자신의 책에 이 문장을 남겼지만 밀레 연구자들은 불행하게도 일찍 세상을 뜬 형의 죽음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달리가 모든 사람이 높이 평가하는 밀레의 작품을 조롱하듯 해석했을 따름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는데...
아무튼!
그림 속 농부 부부는 과연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는 걸까?
부부는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 종 소리에 어떤 간절함을 실어 보내고 있을까?
과연 화가는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
가로 7미터 70센티미터, 세로 3미터 50센티미터.
흰색, 검은색, 회색만 사용한 절제된 화면이 보는 이의 감정을 일렁이게 하는 경험을 선사하는데
바로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이 연합한 공화국의 인민 전선과 프랑코가 이끄는 국민 전선 간의 치열한 전쟁,
20세기 정치 이념 간 극렬한 대립이자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인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때
그 해 열릴 파리 국제박람회 스페인관의 벽화 제작을 의뢰했고
프랑코가 이끄는 파시스트의 만행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데는 크게 공헌했지만
참혹한 내전은 프랑코 군의 승리로 끝냈기에 오랫동안 스페인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이 작품.
독재자가 사망하면서 스페인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게르니카>도 귀향하고자 했으나...
공교롭게도 스페인의 내부 정세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져 작품을 보호하고자 거대한 방탄유리로 보호받으며
1981년 9월,
피카소 탄생 100주년을 맞이 한 해 마드리드에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있었는데...
스페인 내 좌우 대립 갈등은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게르니카>는 여전히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독립을 요구하는 바스크 분리주의자는 <게르니카>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네오 파시스트는 게르니카의 학살이 부풀려지고 날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밖에 환경보호단체와 노동조합은 <게르니카>를 자기 활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한다. - page 66
원래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