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 유튜브 채널 수다몽이 들려주는 사랑과 욕망의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수다몽 지음 / 북스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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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흔든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고도 인상적으로 남아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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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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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명화'와 관련된 책은 저에게 사랑이었습니다.

시중에 명화와 관련된 책들이 많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읽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저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다름'이 있기에 자꾸만 찾아 읽게 되고 그러면서 내 이야기도 덧붙이며 '나만의 명화'를 만들어가는 재미.

그 재미로 또다시 명화 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눈독 들이고 있었습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보니 어느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에... 움찔.

그래도 이번에 많은 이에게 사랑받은 작가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이 표지 전면을 가득 채우며 우리에게 계절 특유의 기운과 쉼의 심상을 오롯이 전달하였는데 벌써부터 매료되기 시작한 이 책.

기대가 되었습니다.

20만 독자가 사랑한

그림을 느끼고 마음을 읽으며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시간

그림의 힘

"이 그림은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일상 속에서 짧고 깊은 낮잠처럼 편안한 휴식의 기운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명화를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차 한 잔과 함께 첫 장을 펼쳤습니다.

우리가 명화를 보는 이유.

수천 개의 말로도 내 진짜 감정 하나를 붙잡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나에게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그림 앞에 서면 내면이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달라진 뇌파로도 확인되지요. 내 몸과 마음이 최상의 리듬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 page 5

소통과 치유를 가능케하는 '그림'.

그 그림의 힘을 보여준 사례도 있었는데...

병실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만큼 움직임이 불편한 암 환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생의 의지를 잃은 채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제가 한 일은 병실을 직접 찾아가 그에게 여러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연 풍경의 그림 한 장을 보자, 그는 놀랍게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신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밤새는 줄 모르고 쏟아내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활력을 되찾고 치료에도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 page 5

실로 놀랍지 않은가요!

그저 그림을 앞에 둔 채 마음을 열고 감상하기만 해도 그림의 힘이 우리를 변화시키는데 과연 어떤 그림이 어떤 힘으로 나를 바꿔줄지 기대되었습니다.

책 속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영역인 일, 인간관계, 돈, 시간, 자신이라는 키워드로 명화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안정되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말보다 그림 한 점이 있어 참 좋았다!라고 할까.

특히나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건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가운데의 그 무엇이 새로이 탄생하는 듯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익숙함에서 또하나의 새로움을 맞이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는 저 역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드가 드가'의 <시골 경마장>.



이 그림이 전하는 힘.

무엇인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말 두 마리'였습니다.

'말'이라고 하면 근육이 불거지도록 역동적으로 '달린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런데 이 그림에선 말이 달리지 않고 서 있습니다. 달리는 말로 표현되었다면 말은 계속 일하는 셈이고, 따라서 보는 이에게 피로감을 주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말들은 고삐에 매였으면서도 '원하든 원치 않든 달려야 함'에서 비껴서 있습니다. 이 넓은 평원에 '서 있는' 말, 그 자체에서 우리는 쉼의 정서를 받습니다. - page 59

그동안의 명화라면 화가라든지 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 기법 등에 관심을 가졌을 텐데 이렇게 그저 '바라보는 관점'으로 그 그림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전한 메시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고도 신선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78점의 명화들.

그 어떤 명화가 더 와닿았다거나 덜 와닿았던 건 없었습니다.

저마다 각자의 힘으로 나에게 위로를 선사해 주었기에 하나하나가 참 의미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하나만 뽑아보라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세 단계>였습니다.



나이 듦에 대하여...

저 역시도 중년을 향해 왔기에... 이 그림을 보는데 울컥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맞아. 아이 키울 때, 이때 참 행복했어요."

"젊을 때가 좋았어요."

중년의 우울을 겪고 있는 여성들은 포근히 안은 뽀얀 살결의 모녀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하곤 합니다.

노년을 향해 가는 변화들에 공감하기도 하고요. - page 246

그저 멍하니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이 작품.

잠시나마 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시간을 갖고 미술관을 찾아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내 손이 닿는 곳에 명화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는 속마음을 쉬이 드러내지 않기에 이런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난 뒤.

아무 페이지나 펼쳐 그림이 전하는 힘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어지네요.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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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삼촌 -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연쇄살인범
김남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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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에게 자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쇄살인범!

동거!!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철수'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흔하다고 알려진 이름.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기 드문 이름이 아닌가...?!

아무튼 이름이 떡! 하니 나타나고 있는 걸 보니...

살짝 어떤 흐름일지 알 것도 같은...?!!

그래도 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더해지는 사건, 사건, 사건.

그러는 사이 끌어올려지는 긴장감.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으로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심사평

철수 삼촌



두일은 중견 형사다. 그리고 기러기 아빠다.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 page 9

기러기 가장이자 10년 차 형사인 '두일'.

그의 현실은 매달 부쳐야 하는 유학비에 월급으론 감당할 수 없어 대출에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사채를 쓰게 됩니다.

눈더미처럼 불어난 빚.

이제 더는 돌아갈 길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찾아오면 어쩌자는 겁니까?"

두일은 잔뜩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춘식은 대답 대신 필요한 말을 했다.

"이 형사님 상환일이 어제까지였죠? 가만 보자, 담보가..." - page 20

사채업자 춘식과 실랑이를 벌이다 그만...

일생일대의 위기 앞에서 두일의 뇌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당연히 넘어질 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고의는 아니었다. 실수였다. 실수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 죄의식과 가책은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일에게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다. 두일은 결국 핸드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 page 26

슬슬 어떤 흐름일지 알 듯한...!

두일은 이 상황을 10년 전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위장하고 그 순간!

"어지간히 급하셨나 봐요? 제 흉내를 다 내시고?"

두일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제가 누군지 궁금하시죠? 전 말이에요. 10년 전 미제 연쇄 살인 사건 아시죠? 제가 그 사건의 진짜 범인이에요. 그쪽이 모방한 사건 말이에요." - page 40

궁지에 몰린 두일에게 살인범(자신이 이름이 철수라고 밝히기까지 합니다.)이 제안하기를 그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당연히 미친 짓임을 알지만,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연쇄살인범과의 기묘한 공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캐나다에 유학을 떠났던 가족들이 귀국하게 되고 연쇄살인범과 가족이 한집에 살게 된 이 상황.

패닉에 빠진 두일.

매일 밤이면 어디론가 떠나는 연쇄살인범.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영화 <끝까지 간다>, <극한직업>, <이끼> 등 각 캐릭터들의 모습이 영화 속 캐릭터와 겹쳐지면서 영화만큼 속도감과 몰입감이 예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추리소설로는 a little 약한감이 있지 않았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재밌고 흥미로웠기에, 마지막에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가 있기에 충분히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스포가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강력한 한 방.



공권력의 한계...

남겨진 유가족들의 응어리...

"다 끝났어... 지금이 이 이새끼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두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철수의 눈은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그놈 죽이면 다른 유가족들은 어쩔 거야? 네가 그놈을 죽이면 다른 유가족들은 어떻게 하냐고! 너도 그놈한테 가족을 잃었으니까 그 심정 잘 알 거 아냐?"

철수는 미동도 없었다.

"그만 경찰에 넘기자."

"경찰을 믿으라고? 이제까지 너네가 뭘했는데?" - page 227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없지만 부디 죄를 지은 사람은 꼭 그 죗값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되길 바래봅니다.

더 이상 미제 사건이란 것이 없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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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집을 샀어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최하나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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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땐 부러움이...

대한민국에서 부의 상징인 '강남'에!

그곳에 '집'을 샀다니!!

강남이 아니더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정말이지 꿈으로만 간직하게 될지도 모르는 나에게...

그가 한껏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과연 강남에 집을 샀다는 것이 마냥 좋을지...

폭주하는 욕망은 잠깐의 행복을 주지만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꿈처럼 사라진다.

강남에 집을 샀어



영훈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 목록에 뜬 클립 하나를 재생합니다.

'내가 이 구역의 또라이다! 지하철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정신병자 등장이요.'

자극적인 섬네일.

영상 속엔 '임산부 배려석'에 어떤 건장한 청년이 떡하니 앉아 팔짱을 낀 채로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핑크 배지를 단 여성과 남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타고 이 남성이 자리에 앉은 그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부탁하지만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나 참. 아 이 새끼. 애새끼 하나 배었다고 유세 떠네. 야 이 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지 아냐고!"

점점 높아지는 언성. 일촉즉발의 사태.

"내가 강남에 집을 샀다고. 내가! 내가 강남에 집을 산 사람이라고. 알아? 아냐고?" - page 12

뭐지... 이 돌+I인 이 사람.

하지만 낯설지 않은 이 모습은 또 뭐람...

아무튼 영상 속 그 남자의 이름은 '김건동'.

나이 36세로 정말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차라리 1차에서 줄곧 떨어졌다면 손이라도 털고 나오기 쉬웠을 텐데...

애매모호한 희망 고문으로 어느새 국가고시 준비만 10년을 한 김건동.

나이는 먹을 대로 먹어 서른 후반을 향해 가는데 경력도 없고 기댈 곳도 없는...

'답이 없어. 답이 없네. 노답이야. 누구 인생인지 참 갑갑하네.' - page 22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취직을 하게 됩니다.

명문어학원 실장.

말이 좋아 '실장'이었지 하는 일은 잡일에 원장의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는 게 뭐 이러냐.' - page 43

그러다 초등학교 동창들과 연락이 닿게 됩니다.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그리운 얼굴들.

다시 만난다는 설렘도 잠시.

동창들은 하나같이 사회에서 잘나가고 있었고 자신만 집도 차도 없는, 계약직에 잡일만 떠안은 거지 같은 커리어에 열등감과 욕망이 그에게 작은 불씨를 키우게 됩니다.

그의 바람처럼 강남에 집을 보유하게 되지만...

결국 집 한 채의 불씨가 모이고 모여 화염에 휩싸이고 파멸에 이르게 된 그의 모습.

'내가 뭘 잘못했어? 쌔빠져라 공부하고 시험 준비하며 십 년을 보내고 회사 다니면서 좀 제대로 살아보려고 한 건데 내가 뭘 잘못했어? 내가 나쁜 놈이야? 나한테 운전 심부름이나 시키고 갑질한 놈과 성공하겠다는 사람 뒤통수친 사기꾼 새끼들이 나쁜 거지. 난 안 나빠. 세상이 나빠. 세상이 아주 좆같애.' - page 287 ~ 288

정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내 주변에도 고시 공부만 몇 년 준비하고는 나이만 먹어 어디에도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이가 있기에...

세상 갑질하는 사람은 쉽게 볼 수 있기에 차마 이 책이 소설로만 국한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굴 탓하겠는가...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도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기에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임을.

읽고 나서 개운치 않음에...

오늘은 건동이 누리던 유일한 사치였던 '삼쏘'를 하며 씁쓸한 세상을 향해 소주 한 잔으로 적셔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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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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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 작가들에게 꽂힌 것일까...

별생각 없이 고전들을 선택했는데...

또 러시아 작가분의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사실주의 희곡의 대가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

이 책을 읽게 된 건 '단편선'이라는 점에서 이끌렸습니다.

며칠 동안은 비가 오다 말다 물먹은 하마가 내 어깨를 짓누르더니 갑자기 내리쬐는 태양빛에 몸과 마음이 지쳤기에 짧은 호흡으로 읽기 쉬운 작품을 선택하다 보니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작품부터 '풋'하는 웃음이!

뭐지...?!

저번 러시아 작가분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정말이지 그동안 가졌던 러시아 작가의 벽이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주도한 단편 문학의 천재 안톤 체호프

단순한 유머를 넘어 우수 어린 서정적 미학을 창출해 낸 작품 선집

모순과 부조리에서 나온 삶의 비극성을 감싸 안는 따뜻한 리얼리즘

체호프 단편선



이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1883년에서부터 1902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로, 체호프 문학의 초, 중, 후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완성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초기 창작 시절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관리의 죽음>부터 <공포>, <베짱이>, <드라마>, <베로치카>, <미녀>, <거울>, <내기>, <티푸스>, <주교>까지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사소한 인물 군상을 통해 일상의 본질과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우수 어린 서정적 미학을 창출해 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서정적 미학(?)은 잘 모르겠고 등장인물들마다 어리석음에 마지막은 허무로, 근데 웃음이 삐져나오는 아이러니함에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애매모호호호호?!!

첫 작품부터 강렬했습니다.

주인공 '체르뱌코프'가 오페라 관람 중 장군의 뒤통수에 대고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뭐... 누구나 재채기는 할 수 있기에 그냥 넘어가려는 장군에게 굳이...

<잊어버렸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 있는걸.> - page 9

체르뱌코프의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그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온 그는 관복을 벗지도 않은 채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 - page 12

네?

이걸로요?

왜죠?

이 작가분!

결말 처리가 기가 막혔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베짱이>.

언제나 묵묵하지만 지극한 사랑을 쏟아부은 의학계의 별과 같이 떠오르는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서야 자신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탓하는 '올가 이바노브나'.

그녀는 남편에게 설명하고 싶었다. 실수가 있었다고,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고, 인생은 아직도 멋지고 행복할 수 있다고, 그는 드물고 비범하고 위대한 인물이며 자신은 일생 동안 그 앞에서 공경하고 기도하며 성스러운 경외감을 느낄 것이라고......

「드이모프!」

남편이 이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녀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이름을 불렀다.

「드이모프, 드이모프, 제발!」 - page 79

베짱이 같았던 올가.

그런 올가만을 바라보았던 남편의 심정과도 같았던 러브홀릭의 <인형의 꿈>.

갑자기 떠올라 흥얼거리곤 하였습니다.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며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 러브홀릭의 <인형의 꿈> 중

티푸스에 걸려 혼수상태였던 '클리모프'.

깨어난 그는

열린 창문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칼날처럼 날카롭고도 우아한 빛줄기가 물병 위에서 춤추듯 흔들리고 있었다.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거리의 눈은 이미 녹은 모양이었다. 햇살과 낯익은 가구들과 문을 보고 중위가 맨 처음 한 일은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그의 가슴과 배는 달콤하고 행복한, 간지럼 태우는 듯한 웃음으로 떨려왔다. 아마도 최초의 인간이 창조되어 처음으로 세상을 보았을 때 느꼈음직한 끝없는 행복감과 생명의 환희가 그의 온 존재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충만하게 채웠다. - page 155

하지만 그로 하여금 누이가 죽었음을 알게 되고서도...

이 무시무시한 뜻밖의 소식은 클리모프의 의식 속으로 온건하게 전달되었지만 그것이 아무리 무섭고 강력한 것일지라도 회복기의 중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동물적인 기쁨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는 울며 웃었고, 이내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고 투정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이나 지나서 겨우 잠옷 차림으로 파벨의 부축을 받으며 창가에 다가간 그는 음울한 봄날의 하늘을 바라보며 근처에서 낡은 전차 레일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심장이 고통으로 찌그러지는 듯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창틀에 이마를 기댔다.

「난 왜 이리 불행한가!」

그는 중얼거렸다.

「하느님, 나는 왜 이리도 불행합니까!」

그리하여 그의 기쁨은 일상의 권태와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 page 158

모순에 대한 쓰디쓴 비애감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티푸스>.

그 외의 작품에서도 그랬고 다 읽고 나서는 잽을 많이 맞아 KO 당한 느낌이었습니다.

읽으면서는 가벼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간 군상에 대해 일러주었던 작가님의 이야기가 묵직이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내 일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이런 거짓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습니다. - pag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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