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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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위대한 개츠비』를 만난 건 대학생 때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었고...

음...

또다시 시간이 흘러...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다른 출판사로 읽었었는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는 수십 권에 달하며 현재 팔리고 있는 판본만 27종에 이른다. 이처럼 세대를 거듭하여 번역되고 읽히는 고전은 보통 텍스트가 정확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러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출간 이래 계속 텍스트가 문젯거리가 되어왔으나 1991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결정판'텍스트를 출간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민음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완역, 출간하였다.

라고 말하니 뭔가 다르겠지! 란 생각에 이 책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재즈의 시대'였던 미국의 1920년대를 배경으로 무너져 가는 아메리칸드림을

예리한 필치로 그려 낸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page 15

첫 문장부터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중서부 출신의 '닉 캐러웨이'는 증권업을 배우려 동부 뉴욕 외곽의 웨스트에그로 갔습니다.

그곳 이웃에 살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우리의 주인공인 '제이 개츠비'.

여름 내내 밤마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푸른 정원에서는 남녀가 속삭임을 주고받으며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별빛 아래에서 부나비처럼 오가는 호화 파티가 벌어지는 개츠비의 저택.

이렇게 파티를 여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옛 연인이었던 '데이지'와의 재회를 위해...

열여덟의 데이지와 군인이었던 개츠비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되고 그녀는 부유한 '톰 뷰 캐넌'과 결혼하게 됩니다.

개츠비는 자신이 가난했기에 그녀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여기게 되고 그 후로는 악착같이-조직 폭력 업계의 거두 울프심과 손잡고 밀주 유통을 비롯한 여러 일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닉을 통해 그녀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그 생각에만 몰두하고 끝까지 그것만을 꿈꾸어 왔으며, 말하자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를 악물고 긴장한 상태로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제 그 반작용으로 너무 많이 감아 놓은 시계처럼 태엽이 풀리고 있었다. - page 134

"안개만 끼지 않았더라면 만 건너에 있는 당신 집이 보일 겁니다. 당신 집의 부두 끝에는 항상 밤새도록 초록빛 불이 커져 있더군요." 개츠비가 말했다.

데이지는 느닷없이 개츠비에게 팔짱을 끼었지만 그는 자기가 방금 한 말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그 불빛이 지니고 있던 엄청난 의미가 이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를 데이지와 갈라놓았던 그 엄청난 거리와 비교해 보면 그 불빛은 그녀와 아주 가까이, 거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달 가까이 있는 어떤 별처럼 그렇게 가깝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다시 한낱 부두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 마법을 부렸던 물건 중 하나가 줄어든 셈이었다. - page 135

데이지에게 자꾸만 접촉하는 개츠비가 꺼림직했던 톰은 그의 실체를 알게 되고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톰을 떠나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하지만 데이지의 속내는 그와 달랐음에...

한편 데이지의 남편이었던 톰은 자동차 수리공 윌슨의 아내와 외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내의 불륜을 직감한 윌슨을 아내와 말다툼 끝에 밖으로 뛰쳐나간 그녀는 차에 치여 즉사하게 됩니다.

그녀를 친 차는 얼마 전 톰이 윌슨 정비소에 몰고 왔던 것이었는데 톰은 그 차를 몬 것이 개츠비라고 말하고 윌슨은 아내의 외도 상대이자 죽인 범인이 개츠비라 믿고 그에게 총을 쏴 죽인 뒤 자신도 자살하게 됩니다.

개츠비의 장례식.

누군가가 "비가 내리니 죽은 자에게 복이 있도다." 하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올빼미 눈이 우렁찬 목소리로 "아멘." 하고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비를 맞으며 자동차 있는 데로 급히 걸어갔다. 올빼미 눈이 묘지 입구에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집에는 들르지도 못했군요." 그가 말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아니, 저런! 맙소사, 도대체 그럴 수가 있나! 그 집에 드나든 사람이 몇백 명이나 되는데." 그가 놀라 말했다.

그는 안경을 벗어 다시 한 번 안팎을 닦았다.

"불쌍한 놈." 그가 말했다. - page 245

데이지는 조문 전보조차 보내지 않고 그의 장례식은 두세 사람만이 참석한 채 쓸쓸히 치러지게 됩니다.

그 후 닉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 page 253 ~ 254

데이지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그의 꿈.

순수하고 낭만적인 이 꿈이 '돈'이라는 물질주의로 변질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보여집니다.

하지만...

마냥 그를 비난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

책을 덮었는데도 초록빛 불을 바라보던 그의 모습이 아른거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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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사람 - 나를 지키며 더 나은 일과 삶을 향해 나아가는 법
최갑수 지음 / 얼론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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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참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은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은 삶이 되기 위해!!

그게 말처럼 쉬우면 좋으련만...

쉽지 않기에 또다시 고군분투를 하지 않는가...

시인, 여행작가, 뉴스레터 <얼론 앤 어라운드> 발행인,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TY미디어 대표 등.

와!

이렇게나 그를 설명하는 단어가 많았다니!!

대단하신 분이네요, 최갑수 작가님.

그가 이 책을 통해 작가 또는 프리 워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고 하였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프리 워커는... 음......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괜찮아, 잘했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니까."

나를 지키며

더 나은 일과

삶을 향해

나아가는 법

어제보다 나은 사람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어폐가 있는 말 같지만,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 작가'입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주 여행이 싫고, 때로 여행을 지겨워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밤의 휴게소에서, 피곤한 몸으로 도착한 스톱오버의 공항에서, 난방이 되지 않는 엉망진창인 숙소에서 '하루빨리 이 일을 집어치워야지'하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자주 그럽니다. 농담처럼 이렇게 말하곤 하죠. "회사원이 회사에 가기 싫어하듯이, 여행 작가인 저 역시 여행 가는 것을 싫어한답니다." - page 23 ~ 24

좋아하는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여행)을 해야 한다는 그.

처음엔 어리둥절하였지만 이해는 할 것 같습니다.

'여행 작가'에서 '작가'이기 때문에, '일'이기에.

여행 작가에게 여행은 '일'이고, 원고는 '제품'입니다. 여행이라는 '소재'를, 글쓰기와 사진 찍기라는 '작업'으로 가공한 후, 원고하는 '제품'으로 완성해, 약속한 시간에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하는 것이 여행 작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하는 일이겠죠. - page 26

그럼에도 그가 프리 워커 시장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일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습관을 만들었기에

일에 기대보다는 각오를 했기에

프로페셔널로서의 커리어가 만들어졌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내 삶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에 대한 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또는 인간이든지요. 인생은 계산이 정확해서 하나를 가져가야만 비로소 하나를 내어 줍니다. 내 삶에 책임을 진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것인데, 그건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기꺼이 내줄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 page 31

어른의 삶...



힘겹겠지만 어쩌겠는가.

첫째, 포기하지 말 것.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잊지 말 것.

나비는 날기 위해 몸을 데워야 합니다. 추락할 것이 무서워 날기를 포기한다면 영원히 날 수 없습니다. 한 번 날아본 기억이 다시 날아보게 하죠. 커다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긴 활주로가 필요한 법입니다.

이제 날아본 기억을 만들 때입니다. - page 69

와!

이 작가분.

이렇게 솔직하고 위트 있을 줄이야!

아마추어는 영감을 기다리지만, 프로는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으로 갑니다. 가서 그냥 쓰는 겁니다. 성실하게, 끈기있게 일을 하는 거죠. 저를 글 쓰게 하는 것은 영감이 아니라 마감입니다. 마감을 지키며 일을 계속하는 와중에 뭔가 대단하고 놀라운 것이 만들어집니다. - page 78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돈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생각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돈은 언제나 중요하며 우리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삶을 이어갈 수 있으며, 그래야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작품을 계속 만들어야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 page 83

이런 걸 바랬습니다.

환상적인 조언이 아닌 현실적인 조언.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유병재가 말하지 않았는가.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

그중에서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웃읍시다!!

힘을 얻었던 이 문장.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한 바는 이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팔리는 글을 씁니다. 글을 팔기 위해 여기저기 비위를 맞추지만, 그래도 제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2퍼센트'가 있습니다. 대로는 '진심'으로 표현되는, 누군가는 '진정성'으로 부르는, 어떤 이는 '자존심'이라고 표현하는, 기업은 '사명감'이라고 다소 거창하게 칭하는, 속된 말로 '가오'라고도 하는 그 2퍼센트. '결코 내어줄 수 없는 2퍼센트의 그 무엇'이 98퍼센트의 허무함을 메워주고, 차가운 바닥에서의 삶을 지키게 해주는 힘과 의지, 빛이 됩니다. 저는 그 2퍼센트를 동력 삼아 글을 쓰고 거울 앞에 선 저를 부끄럽지 않게 바라봅니다. - page 252

2퍼센트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이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누구나 더 나은 나를, 더 나은 삶을 원할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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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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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인 '미술관'.

안 간지도 어느새...

생각만으로도 그리워지는... 하아...

아무튼!

'미술관'이라는 단어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나에게 이 책은 '구세주'처럼 다가와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VIATOR가 선정한 세계 10대 가이드이자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인 '강정모' 저자.

그를 따라 걷는 예술가들의 삶과 영혼의 자취들...

상상만으로도 흐뭇했다고 할까!

언제 이런 여행을 떠날지 모르겠지만 책이라면 가능하지 않은가!

최대한 소란하지 않은 시간에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또 선택할 수 있을까?"

작은 일에도 흔들리는 우리에게

예술가들이 전하는 생생한 삶의 감각과 용기

한낮의 미술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가 예술 여행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청년 시절 루브르에서 우연히 조르주 드 라 트루의 <목수 성 요셉> 그림을 만나면서였습니다.

촛불을 든 채 아빠를 돕고 있는 아이는 예수였고 힘줄이 드러난 주먹으로 못을 박는 남성은 요셉이었다. 어린 예수의 얼굴은 촛불이 내는 불빛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의 따뜻함에 마음을 기대고 잠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경험을 통해 예술작품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page 9

그림이 말 한마디 없이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이 주는 힘을 느끼게 되면서 '예술은 곧 여행이 된다'라는 마법 같은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그림을 좇아 온 세계를 여행했고, 그만의 예슬 여행을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여행 기획자가 되었다는 그.

프루스트가 말한 것처럼, 사람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미술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자유롭다. 또, 미술은 시공을 초월한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마술적 경험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술 여행은 '여행 속의 여행'이다. - page 12 ~ 13

이 책 역시도 여행과 예술이 주는 다층적 경험을 선사하면서 마침내 나만의 여행을 떠나게 해 주었습니다.

빛과 어둠을 살았던 천재 화가, 카라바조.

그의 로마 시절 초기작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에서 놀란 소년의 표정에서 해학적인 측면을, 유리 꽃병을 통해 뛰어난 정물 묘사 기법을 확인할 수 있지만 더 놀라웠던 건 유리 꽃병 안에 투영된 창문.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 곳에서 작업하고, 창문을 통해 광량을 조절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그림 속 주인공은 마치 연극 무대에 핀 조명이 쏟아지듯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 page 23

빛과 어둠을 사용한 극명한 대비로 기쁨, 슬픔, 분노, 고통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던 카라바조.

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드라마가 스며 있었고, 사람들은 그 강렬함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을 무너트린 것이 카라바조 자신의 타고난 거친 성정이, 사면받지 못한 살인자였던 탓에 그의 이름은 점점 잊혀지게 됩니다.

그러다 다시 그의 이름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붐을 일으키게 되고 이 책에서도 첫 여행으로 바로크의 천재 화가 카라바조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습니다.

그렇게 예술가들의 작품과 생전에 자신만의 아픔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진면모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아름답고 어떠한 삶이 가치 있는지'의 의미를 찾도록 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살바 카리에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스텔로 부드러운 느낌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화가로 유명했던 그녀.

<자화상>이란 작품에선 꾸밈없는 오직 은발에 강인한 눈매를 지닌 노년의 여성을 그렸는데 이 작품을 접한 당시 사람들은 "그림은 잘 그렸지만 예쁘지 않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야말로 당대 경박한 사람들의 험담일 뿐, 지금 우리는 그녀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노년을 받아들이는 자존감 높은 여성 예술가의 단단한 성정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가...

그러고 보면 그녀를 헐뜯던 사람도 그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정말 인생은 헛되고 헛되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생은 헛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 page 106

예술가들이 거닐던 거리, 박물관, 미술관...

그 여정 속에서 씁쓸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장밋빛이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참 특별했던 경험.

그래서 책을 덮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매그 재단 미술관

이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



저 은은한 빛이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소란하지 않고 고요한 걸음 속에 거닐었던 미술 여행.

이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복잡 미묘한... 하지만 그 전체의 빛은 장밋빛이었습니다.

이 빛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저자 덕분에 따스한 빛을 맞이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배웠습니다.

박물관을 둘러본 모두가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앞에 오래도록 서서, 작품과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그 작품은 루브르에서 가장 행복한 예술품이 될 것이다. - page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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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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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의 책장에 꽂혀 있을 『코스모스』.

저 역시도 책장에 존재감 없이 꽂혀만 있다가 재작년에 읽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깨닫고는 말았었는데...

그리고는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보지 않고 시간이 흘러 흘러... 가고 있었던 그때!

마녀와 외계인, 도사와 법사가 출몰하고

반과학과 미신, 비합리주의와 반지성주의가 횡행하는 세대

흔들리는 촛불, 과학에 대한 칼 세이건의 마지막 성찰

이건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우리는 UFO, 심령 및 정신치료, 신앙 요법 등을 믿고 있기에 왜 우리는 이것들을 믿는지, 이것들에 숨겨진 거짓과 속임수를 낱낱이 파헤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왜 과학이 아니라

미신을 믿는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첫 페이지에 등장한 '버클리 씨'와 같았습니다.

과학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그러나 과학이 그에게 도달하기 전에 걸러져 버린...

그래서 그에게는 이 사회가 허락한 거짓과 혼란이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

그리고 그가 취한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태도.

'버클리 씨'는 대중 문화가 그를 위해서 차려 놓은 것에 대해서 좀 더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러나 그 점을 제외한다면, 그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단지 그는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의 주장을 참이라고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런 소박한 태도로 말미암아 그는 체계적으로 잘못된 길에 들어섰고 속고 말았다. - page 24

유사 과학(pseudoscience, 사이비 과학)이 그러했습니다.

대중화를 소홀히 한 과학의 틈새에 사이비 과학이 채워지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려 현옥시키고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은 양날의 칼과 같다. 과학의 무시무시한 힘은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특히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전 지구적 관점과 미래 세대의 관점을 가지고, 민족주의와 쇼비니즘에 휘둘리는 것을 피하라고 권하는 것 등이 바로 우리가 새롭게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사소한 실수가 아주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 page 33

무엇보다 무서운 종교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유사 과학의 온상이 된 점이었습니다.

이는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지금도 지구 어디선가에선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소름 끼치게 다가왔습니다.

'마녀사냥'

근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에 광적으로 믿었다는 점이, 여전히 믿고 있다는 점이 의아하기만 합니다.

마녀사냥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고 그 방법도 많다. 자신의 신념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사람들의 믿음은 잘못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자신의 선한 동기에 따라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은 악한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고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신은 자신에게만 말하고 신앙이 다른 자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고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전통적인 교리에 도전하거나 날카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사악한 일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자기 믿음대로만 살고 행동하면 만사가 올바르게 돌아가리라 절대적으로 믿는다면......, 마녀사냥의 광기는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영구적으로 온갖 탈을 쓰고 계속해서 되살아날 것이다. - page 606

과학이 어느 때보다 강대한 힘을 가지게 된 현재, 우리는 전례 없이 강력한 윤리를 마련해 과학을 감시하고 과학자의 열정과 관심을 이 문제로 돌리게끔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과학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공교육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age 616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관대하고 무비판적일 때, 희망과 사실을 혼동할 때, 우리는 유사 과학과 미신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비판을 할 때마다, 우리의 생각을 바깥세상에 적용해서 검증할 때마다, 우리는 과학을 하는 셈이자 현명히 살아가는 방식이라 일러주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과학을 맹신하는 태도 역시도 옳지 않음을.

과학은 지식을 추구하는 완벽한 도구라고 할 수는 없다. 과학은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학은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과학 그 자체는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거나 옹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확실하게 밝혀 줄 수 있다. - page 55 ~ 56

역시나 뜨거운 울림이 있었습니다.

나날이 과학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 여전히 유사과학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하고 과학의 촛불을 밝히는 노력을 해야 함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코스모스』만큼이나 우리 모두가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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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 유튜브 채널 수다몽이 들려주는 사랑과 욕망의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수다몽 지음 / 북스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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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저도 원했습니다.

사실...

'역사'에 대해 읽다 보면 인물 중심, 사건 중심이 되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중요한 것도 당연하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원했습니다.

'사랑'

어렸을 때부터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그녀 '수다몽'은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얽혀 있는 야사까지 들려주어 지금까지 몰랐던 역사의 이면과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튜브 채널 '수다몽'을 통해 한국사, 세계사, 중국사 뿐만 아니라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그녀들의 이야기까지 세상의 모든 역사 수다를 풀어낸다고 하니 조만간 구독을 해 보는 걸로...)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 듣는 카테고리가 '역사 속 스캔들, 사랑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의 사랑이 역사의 페이지에 영향을 끼쳤을지 기대해 보며 읽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은 역사가 된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책 속엔 역사의 방향을 바꾼 24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지독히 사랑하다 정신을 놓아버린 스페인의 후아나 여왕,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아버지의 정부를 사랑한 프랑스의 국왕 앙리 2세, 무용수를 사랑해 국고를 탕진하고 강제 퇴위당할 뻔한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1세, 다른 남자들과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며 자신을 괴롭힌 아내에게 수천 통의 편지를 보내며 애정을 갈구한 나폴레옹 1세 등.

'사랑'을 했을 뿐인데...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데...

그 파장은 충격과 놀라움으로 국가의,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였다는 것이...

세상사!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도 저마다 다르듯 그들이 보여준 사랑의 모습도 달랐습니다.

사랑 때문에 미치기도 하고, 종교를 바꾸기도 하며, 전쟁을 치르거나 왕좌에서 내려오기도 합니다.

또 정략결혼을 한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해 엄청난 스캔들을 만들고 그 주인공이 되기도 한 그들의 사랑은 마냥 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들은 나처럼 평범한 삶이 아니기에 수많은 시선과 무거운 짐의 자리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 '사랑'을 따랐을 뿐인데...

어쩜 그 처절한 그들의 모습이 엿보여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두고두고 화자되는 여인.

숙종의 후궁이었다가 국모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결국 사약을 받고 비참하게 죽음을 맞은 여인 '장희빈'.

장희빈의 생애와 꼭 닮은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앤 블린'.

헨리 8세의 마음을 사로잡아 왕비의 시녀에서 왕비로 신분 상승을 했던 그녀.



하지만 앤 블린과 장희빈의 차이가 있다면...

앤 블린은 그녀의 딸 엘리자베스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로 등극하고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게 되면서 '왕을 유혹한 마녀'에서 '여왕의 어머니이자 신교의 성인'으로 탈바꿈하게 되지만 장희빈은 여전히...

앤 블린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조금 더 오래 살아 성군의 모습을 보였다면 그녀의 이미지 역시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page 52

책 속엔 남성과 여성에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남황후로 불린 한자고>의 이야기.

혼란의 시기였던 남북조 시대.

황제의 자리에 조카 진천이 이어받게 되는데 그가 바로 진나라 2대 황제 '진문제'입니다.

검소한 생활을 했고 신하들의 부정부패는 절대 용납하지 않은 백성의 안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 총애하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한자고'라는 이름의 소년.

원래 이름은 한만자였는데

"너처럼 뛰어난 미모를 가진 자가 있다니. 이것은 필경 하늘이 내린 사람이다. 너는 이리 한미하게 있을 자가 아니구나. 나를 모실 생가이 있느냐, 나를 따르면 너를 영화롭게 해 줄 것이다."

...

"너의 미모에 걸맞은 이름으로 바꾸면 좋겠구나. 그래, 한자고가 좋겠구나." - page 339

언제나 진문제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충실히 해 나간 그.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한자고가 죽고 천여 년 후인 명나라 때 왕세정의 소설에도 등장하게 되고 명나라 희곡가 왕기덕이 쓴 <남황후>라는 희곡으로 '남황후'를 널리 알리게 됩니다.

진문제에게 한자고는 남자, 여자 성별을 떠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한자고에게 진문제는 자신을 밑바닥에서 끌어올려 준 '은혜로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 page 344

영화 <쌍화점>도 생각나고...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위한 존재가 있다는 건 좋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어떤 시대든 어떤 나라든 지속적으로 있어온 '사랑'.

우리가 하는 이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 중 '사랑'이란 포커스를 알게 되어서 흥미롭고도 재미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랑 이야기는 없을까...?!

사랑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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