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page 15
첫 문장부터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중서부 출신의 '닉 캐러웨이'는 증권업을 배우려 동부 뉴욕 외곽의 웨스트에그로 갔습니다.
그곳 이웃에 살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우리의 주인공인 '제이 개츠비'.
여름 내내 밤마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푸른 정원에서는 남녀가 속삭임을 주고받으며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별빛 아래에서 부나비처럼 오가는 호화 파티가 벌어지는 개츠비의 저택.
이렇게 파티를 여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옛 연인이었던 '데이지'와의 재회를 위해...
열여덟의 데이지와 군인이었던 개츠비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되고 그녀는 부유한 '톰 뷰 캐넌'과 결혼하게 됩니다.
개츠비는 자신이 가난했기에 그녀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여기게 되고 그 후로는 악착같이-조직 폭력 업계의 거두 울프심과 손잡고 밀주 유통을 비롯한 여러 일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닉을 통해 그녀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그 생각에만 몰두하고 끝까지 그것만을 꿈꾸어 왔으며, 말하자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를 악물고 긴장한 상태로 기다려 왔던 것이다. 이제 그 반작용으로 너무 많이 감아 놓은 시계처럼 태엽이 풀리고 있었다. - page 134
"안개만 끼지 않았더라면 만 건너에 있는 당신 집이 보일 겁니다. 당신 집의 부두 끝에는 항상 밤새도록 초록빛 불이 커져 있더군요." 개츠비가 말했다.
데이지는 느닷없이 개츠비에게 팔짱을 끼었지만 그는 자기가 방금 한 말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아마 그 불빛이 지니고 있던 엄청난 의미가 이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를 데이지와 갈라놓았던 그 엄청난 거리와 비교해 보면 그 불빛은 그녀와 아주 가까이, 거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달 가까이 있는 어떤 별처럼 그렇게 가깝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다시 한낱 부두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 마법을 부렸던 물건 중 하나가 줄어든 셈이었다. - page 135
데이지에게 자꾸만 접촉하는 개츠비가 꺼림직했던 톰은 그의 실체를 알게 되고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톰을 떠나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하지만 데이지의 속내는 그와 달랐음에...
한편 데이지의 남편이었던 톰은 자동차 수리공 윌슨의 아내와 외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내의 불륜을 직감한 윌슨을 아내와 말다툼 끝에 밖으로 뛰쳐나간 그녀는 차에 치여 즉사하게 됩니다.
그녀를 친 차는 얼마 전 톰이 윌슨 정비소에 몰고 왔던 것이었는데 톰은 그 차를 몬 것이 개츠비라고 말하고 윌슨은 아내의 외도 상대이자 죽인 범인이 개츠비라 믿고 그에게 총을 쏴 죽인 뒤 자신도 자살하게 됩니다.
개츠비의 장례식.
누군가가 "비가 내리니 죽은 자에게 복이 있도다." 하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올빼미 눈이 우렁찬 목소리로 "아멘." 하고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비를 맞으며 자동차 있는 데로 급히 걸어갔다. 올빼미 눈이 묘지 입구에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집에는 들르지도 못했군요." 그가 말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아니, 저런! 맙소사, 도대체 그럴 수가 있나! 그 집에 드나든 사람이 몇백 명이나 되는데." 그가 놀라 말했다.
그는 안경을 벗어 다시 한 번 안팎을 닦았다.
"불쌍한 놈." 그가 말했다. - page 245
데이지는 조문 전보조차 보내지 않고 그의 장례식은 두세 사람만이 참석한 채 쓸쓸히 치러지게 됩니다.
그 후 닉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 page 253 ~ 254
데이지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그의 꿈.
순수하고 낭만적인 이 꿈이 '돈'이라는 물질주의로 변질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보여집니다.
하지만...
마냥 그를 비난할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이...
책을 덮었는데도 초록빛 불을 바라보던 그의 모습이 아른거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