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미술관 - 잃어버린 감각과 숨결이 살아나는 예술 여행
강정모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인 '미술관'.

안 간지도 어느새...

생각만으로도 그리워지는... 하아...

아무튼!

'미술관'이라는 단어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나에게 이 책은 '구세주'처럼 다가와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VIATOR가 선정한 세계 10대 가이드이자 예술 여행 전문 기획자인 '강정모' 저자.

그를 따라 걷는 예술가들의 삶과 영혼의 자취들...

상상만으로도 흐뭇했다고 할까!

언제 이런 여행을 떠날지 모르겠지만 책이라면 가능하지 않은가!

최대한 소란하지 않은 시간에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또 선택할 수 있을까?"

작은 일에도 흔들리는 우리에게

예술가들이 전하는 생생한 삶의 감각과 용기

한낮의 미술관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가 예술 여행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청년 시절 루브르에서 우연히 조르주 드 라 트루의 <목수 성 요셉> 그림을 만나면서였습니다.

촛불을 든 채 아빠를 돕고 있는 아이는 예수였고 힘줄이 드러난 주먹으로 못을 박는 남성은 요셉이었다. 어린 예수의 얼굴은 촛불이 내는 불빛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의 따뜻함에 마음을 기대고 잠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경험을 통해 예술작품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page 9

그림이 말 한마디 없이 위로를 건네주는, 그림이 주는 힘을 느끼게 되면서 '예술은 곧 여행이 된다'라는 마법 같은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그림을 좇아 온 세계를 여행했고, 그만의 예슬 여행을 직접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여행 기획자가 되었다는 그.

프루스트가 말한 것처럼, 사람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미술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자유롭다. 또, 미술은 시공을 초월한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마술적 경험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술 여행은 '여행 속의 여행'이다. - page 12 ~ 13

이 책 역시도 여행과 예술이 주는 다층적 경험을 선사하면서 마침내 나만의 여행을 떠나게 해 주었습니다.

빛과 어둠을 살았던 천재 화가, 카라바조.

그의 로마 시절 초기작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에서 놀란 소년의 표정에서 해학적인 측면을, 유리 꽃병을 통해 뛰어난 정물 묘사 기법을 확인할 수 있지만 더 놀라웠던 건 유리 꽃병 안에 투영된 창문.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 곳에서 작업하고, 창문을 통해 광량을 조절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그림 속 주인공은 마치 연극 무대에 핀 조명이 쏟아지듯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 page 23

빛과 어둠을 사용한 극명한 대비로 기쁨, 슬픔, 분노, 고통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던 카라바조.

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드라마가 스며 있었고, 사람들은 그 강렬함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을 무너트린 것이 카라바조 자신의 타고난 거친 성정이, 사면받지 못한 살인자였던 탓에 그의 이름은 점점 잊혀지게 됩니다.

그러다 다시 그의 이름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붐을 일으키게 되고 이 책에서도 첫 여행으로 바로크의 천재 화가 카라바조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습니다.

그렇게 예술가들의 작품과 생전에 자신만의 아픔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진면모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아름답고 어떠한 삶이 가치 있는지'의 의미를 찾도록 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살바 카리에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스텔로 부드러운 느낌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화가로 유명했던 그녀.

<자화상>이란 작품에선 꾸밈없는 오직 은발에 강인한 눈매를 지닌 노년의 여성을 그렸는데 이 작품을 접한 당시 사람들은 "그림은 잘 그렸지만 예쁘지 않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야말로 당대 경박한 사람들의 험담일 뿐, 지금 우리는 그녀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노년을 받아들이는 자존감 높은 여성 예술가의 단단한 성정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가...

그러고 보면 그녀를 헐뜯던 사람도 그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정말 인생은 헛되고 헛되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생은 헛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 page 106

예술가들이 거닐던 거리, 박물관, 미술관...

그 여정 속에서 씁쓸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장밋빛이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참 특별했던 경험.

그래서 책을 덮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매그 재단 미술관

이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



저 은은한 빛이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소란하지 않고 고요한 걸음 속에 거닐었던 미술 여행.

이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복잡 미묘한... 하지만 그 전체의 빛은 장밋빛이었습니다.

이 빛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저자 덕분에 따스한 빛을 맞이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배웠습니다.

박물관을 둘러본 모두가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앞에 오래도록 서서, 작품과 대화를 나눠보기 바란다. 그 작품은 루브르에서 가장 행복한 예술품이 될 것이다. - page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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