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한 곳에서 작업하고, 창문을 통해 광량을 조절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그림 속 주인공은 마치 연극 무대에 핀 조명이 쏟아지듯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 page 23
빛과 어둠을 사용한 극명한 대비로 기쁨, 슬픔, 분노, 고통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던 카라바조.
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드라마가 스며 있었고, 사람들은 그 강렬함에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을 무너트린 것이 카라바조 자신의 타고난 거친 성정이, 사면받지 못한 살인자였던 탓에 그의 이름은 점점 잊혀지게 됩니다.
그러다 다시 그의 이름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붐을 일으키게 되고 이 책에서도 첫 여행으로 바로크의 천재 화가 카라바조의 발자취를 따라 떠났습니다.
그렇게 예술가들의 작품과 생전에 자신만의 아픔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했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예술가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진면모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아름답고 어떠한 삶이 가치 있는지'의 의미를 찾도록 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살바 카리에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파스텔로 부드러운 느낌의 초상화를 그려내는 화가로 유명했던 그녀.
<자화상>이란 작품에선 꾸밈없는 오직 은발에 강인한 눈매를 지닌 노년의 여성을 그렸는데 이 작품을 접한 당시 사람들은 "그림은 잘 그렸지만 예쁘지 않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야말로 당대 경박한 사람들의 험담일 뿐, 지금 우리는 그녀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노년을 받아들이는 자존감 높은 여성 예술가의 단단한 성정을 읽어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가...
그러고 보면 그녀를 헐뜯던 사람도 그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정말 인생은 헛되고 헛되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생은 헛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 page 106
예술가들이 거닐던 거리, 박물관, 미술관...
그 여정 속에서 씁쓸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장밋빛이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참 특별했던 경험.
그래서 책을 덮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매그 재단 미술관
이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