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앤 블린과 장희빈의 차이가 있다면...
앤 블린은 그녀의 딸 엘리자베스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로 등극하고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게 되면서 '왕을 유혹한 마녀'에서 '여왕의 어머니이자 신교의 성인'으로 탈바꿈하게 되지만 장희빈은 여전히...
앤 블린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조금 더 오래 살아 성군의 모습을 보였다면 그녀의 이미지 역시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page 52
책 속엔 남성과 여성에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남황후로 불린 한자고>의 이야기.
혼란의 시기였던 남북조 시대.
황제의 자리에 조카 진천이 이어받게 되는데 그가 바로 진나라 2대 황제 '진문제'입니다.
검소한 생활을 했고 신하들의 부정부패는 절대 용납하지 않은 백성의 안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 총애하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한자고'라는 이름의 소년.
원래 이름은 한만자였는데
"너처럼 뛰어난 미모를 가진 자가 있다니. 이것은 필경 하늘이 내린 사람이다. 너는 이리 한미하게 있을 자가 아니구나. 나를 모실 생가이 있느냐, 나를 따르면 너를 영화롭게 해 줄 것이다."
...
"너의 미모에 걸맞은 이름으로 바꾸면 좋겠구나. 그래, 한자고가 좋겠구나." - page 339
언제나 진문제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충실히 해 나간 그.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한자고가 죽고 천여 년 후인 명나라 때 왕세정의 소설에도 등장하게 되고 명나라 희곡가 왕기덕이 쓴 <남황후>라는 희곡으로 '남황후'를 널리 알리게 됩니다.
진문제에게 한자고는 남자, 여자 성별을 떠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한자고에게 진문제는 자신을 밑바닥에서 끌어올려 준 '은혜로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 page 344
영화 <쌍화점>도 생각나고...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위한 존재가 있다는 건 좋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는 이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