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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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가 용서할 수 없지만...

뺑소니만큼은 분노를 일으키게 합니다.

사고를 일으킨 뒤 왜 도망을 치는가!

진정 피해자를 생각했다면, 아니 인간이라면 후속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특히나 요즘은 10대까지 연령이 낮춰진 걸 보면 보다 강력한 법적 처벌이 있어야 함을, 그전에 인간다움이 우선이겠지만...

일본 최고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손꼽히는 '야쿠마루 가쿠'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가해자가 된다면,

당신은 자신이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할 수 있을까요?

_야쿠마루 가쿠

묵직하게 다가온 이 질문.

과연 답을 해낼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저자 야쿠마루 가쿠가 묻는 '진정한 속죄'의 의미

어느 도망자의 고백



대학생 '마가키 쇼타'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늦게까지 놀다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때 여자 친구 '아야카'로부터 문자가 오는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아야카에게 '지금?'이라고 답장을 보내고 나니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

막차도 이미 끊겨있고 세차게 비가 내리는 상황에 쇼타는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차로 30분쯤 가면 만날 수 있으니... 술이 완전히 깨지 않았지만 운전석에 앉게 됩니다.

앞 유리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비를 보면서 캄캄한 외길을 달리던 중...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세찬 빗방울이 부딪히는 가운데, 뭔가에 올라탄 듯한 감촉이 핸들을 쥔 손에 전해지고 빗소리를 지우는 듯한 '끄아악' 하는 기괴한 소리가 귀에 울렸다.

순간 브레이크에 발을 옮기려 했지만, 백미러에 비친 붉은 빛이 눈에 들어오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절규가 몇 초 만에 들리지 않게 되고, 그 대신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들렸다.

차내 온도가 단숨에 10도쯤 내려간 듯한 냉기를 등으로 느끼며 다음 적색 신호등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액셀을 밟았다. - page 15

아니야...... 그건 사람이 아니야......

갑자기 튀어나온 개나 고양이를 친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뉴스에서 '차에 200미터 끌려가, 여성 사망'이라는 자막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쇼타는 길을 건너던 노인을 쳤던 것입니다.

쇼타는 4년 10개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고 다시 돌아온 일상은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 되어 더 이상 가족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이혼을 하게 되고 어머니와 누나는 힘겹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이 죄를 짊어지고 살아야하는 쇼타.

그러는 한편, 피해자의 남편 '노리와 후미히사'는 한 가지 '결심'을 마음에 품고 쇼타를 만나러 가는데...

왜 노리와는 쇼타를 만나려고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은 '가해자'에 포커스를 맞춰 마가키 쇼타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그의 내면을 여실히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죄를 짓고 형벌을 받고 사회로 복귀하면 법적으로는 책임을 다한 것이며, 죄를 뉘우친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속죄'...

죄를 지은 사람이 속죄의 마음을 얼마나 품고 있는지는 타인이 알 길이 없다. 말로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잠깐은 반성의 태도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평생을 걸고 내가 쇼타를 지켜보겠다. 나도 함께 그 짐을 지고 옆에서 나란히 걷겠다. 내 죄와 함께. - page 354

'진정한 속죄'의 의미를 보여준 이 소설.

묵직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였음에 책장을 덮고 나서도 깊은 사색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쇼타와 같은 말과 행동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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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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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라면 쇼타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씁쓸함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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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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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판 덕분에 다시금 만나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

이 책은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세련된 문체도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모은 특별 컬렉션이었습니다.

'사랑'...

므흣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예지 데뷔작 「포물선」

가장 에쿠니다운 작품이라 불리는 「선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재난의 전말」

『반짝반짝 빛나는』 그 10년후 이야기 등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9편의 수작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첫 단편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이 그려지다니...

<러브 미 텐더>에서 노인성 치매에 결린 아내가 있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열렬히 사모하는 아내를 위해 스스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되어 밤마다 전화를 걸어주는 남편의 이야기.

아버지는 매일 밤 저렇게,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러브 미 텐더를 흘려보내는 걸까? 기가 막히다 못해 괘씸한 생각마저 들었다. 머가 엘의 사랑이람.

나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천천히 전화 박스를 지나쳤다. 룸미러 속, 초라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점점 작아진다.

"뭐야, 도대체."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page 18

<선잠>에서는 유부남 고스케와 동거하던 '히나코'의 이야기였습니다.

고스케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날 18살 토오루를 토오루는 남동생 후유히코를 데리고 그녀의 초대에 응하게 됩니다.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했다. 이 아이들이 오늘 밤의 일을 오래도록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그들이 나와 고스케 씨의 반년 동거 생활을 입증하는 천진난만한 증인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 page 33

그 후 토오루와 사귀게 된 히나코는 여전히 고스케를 잊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 떠나보내려 합니다.

식사 후 우리는 호지차를 마시면서 퀴즈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어색하면서도 정겹고 행복한 밤이었다. 내일 고스케 씨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난 전화 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통화하고 그만 끝내자고 마음먹었다. 호지차는 뜨겁고 뜨겁고 향긋하고 새록새록 맛있었다. - page 95

이 사랑은 야릇한 선잠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었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변호사와 바이올리니스트 남매가 탄생할 줄 알았지만 열다섯 살 되던 해에 독일로 유학을 떠난 남동생은 스무 살에 귀국했을 때 바이올린을 그만둔 데다 게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남동생이 가끔 바이올린을 키는 곳 '기묘한 살롱'이란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려진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나날.

상상도 안 해 본 생활이었지만, 불행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런 것도 인생이려니 여겼다.

귀국한 남동생이 게이라는 사실도 그 무렵에 알게 됐다.

"상관없지?"

동생의 말에 나는,

"상관없어."

라고 대답했다.

인생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듯 모든 것이 나의 바깥쪽에서 흘렀다. 저항할 수 없었고, 내가 저항하고 싶은지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 page 291 ~ 292

연초록으로 흔들리는 버드나무 아래 잔잔히 울려 퍼지는 노래가 고요히 제 가슴속에서도 들려왔었습니다.

그 외에도 벼룩에 물리고 나서 세상이 달라졌다는 <재난의 전말>, 신문에 실린 부고를 보고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간 <시미즈 부부>, 헤어지자는 아내에게 세제를 건네주는 엉뚱하고도 귀여운 남편을 그린 <밤과 아내와 세제>, 세상이라는 기묘한 장소에서 새로운 한 해를 다시 살아내기 위하여 일 년에 한 번씩 만나 장을 보는 세 여자의 이야기 <기묘한 장소> 등 모든 작품들이 물 흐르듯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에쿠니 가오리'만의 감성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그래서 참 좋았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따스히 그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여운을 즐길 수 있었기에 또다시 들려줄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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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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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 작가 '얀 마텔'.

그가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무려 101통이나 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냥 편지만 보낸 것이 아닌, 매번 신중하게 문학 작품을 골라 읽고 사색한 뒤 그 책을 동봉해 보냈다고 합니다.

과연 얀 마텔은 왜 그에게 편지를 썼을까?

그리고 어떤 작품을 건네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데

문학 작품만큼 좋은 것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특권을 가진 북클럽의

멤버는 단 두 명이었다!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그가 수상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깊은 좌절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2007년 3월 말, 캐나다 국민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양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해온 훌륭한 정부 기관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동료 예술가들과 하원의사당의 방청인석에 자리 잡은 얀 마텔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즐거웠습니다.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게 됩니다.

문화유산부 장관의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50주년 기념 연설은 시작하기 무섭게 끝내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웃을 수조차 없었다. 프랑스에서 중요한 문화기관이 창립 오십 주년을 맞았다면 어떤 기념행사가 치러졌을까? 세련된 전시회가 일 년 내내 이어졌을 것이고, 대통령까지 언론의 조명을 받으려고 발버둥쳤을 것이다. 구차하게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유럽인들이 문화를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 문화는 아주 매력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유럽을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유럽이 문화적으로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캐나다 예술가들은 하원의사당의 방청인석에 얼간이처럼 멍청하게 서서, 더 중요한 일을 논의하려는 이들을 방해하는 훼방꾼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곳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 - page 23 ~ 24

그리고 이 짧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 다음 의제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얀 마텔은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왜?

자신은 책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책과 고요함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 때문에

좋은 책을 통해서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조용한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좋은 책과 함께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소설, 희곡, 시집, 종교서, 그래픽 노블, 아동서 등 어떤 장르도 배제하지 않고 '픽션' 작품을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지에는 한 권의 책, 많게는 세 권의 책을 보내게 되는데 이 목록의 책들을 다 읽고 알아야만 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얀 마텔이 편지를 쓴 건 '책 읽기를 권유하기' 위해 쓴 것이기에 우리가 이해하기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수상님께 보낸 첫 책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이런 부지불식간의 자기점검에서 때때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인정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서 그렇듯이, 때로는 불안감에 싸여 부인하고 싶은 마음에 몸서리를 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더 현명해지고 존재론적으로 더 단단해집니다. - page 41

그가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목적이 드러난 대목이었습니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고요한 성찰을 얻는 것이야말로 지도자로서,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것임을.

수상님께서 무척 바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쁘게 살아갑니다. 심지어 수도원에서 묵상하는 수사들도 바쁩니다. 천장까지 해야 할 일로 채워진 삶이 바로 어른의 삶입니다(어린아이와 노인만이 시간의 부족에 시달리지 않는 듯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책을 읽고, 그들의 눈동자에는 어떤 삶이 채워져 있는지 눈여겨보십시오). 그러나 노숙자든 부자든 누구에게나 잠자리 옆에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밤이면 책이 빛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내려놓기 시작하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 잠들기 전에 책을 집어 들고 잠시 몇 쪽이라도 읽는 그 순간이,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곳에 있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입니다. 물론 다른 시간에도 가능합니다. 단편소설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로 유명한 미국 작가, 셔우드 앤더슨은 기차로 출퇴근하는 시간에 글을 썼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은 좋아하는 야구 경기장에 가서도 쉬는 시간에 책을 읽었답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지요. - page 42 ~ 43

그렇게 얀 마텔은 수상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결국 모든 지도자들에게, 나아가 우리들에게 전하는 문학 편지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얀 마텔의 진심이 느껴져 짧은 편지였지만 긴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읽었던 작품이 나왔을 땐 반가움에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이 알게 된 작품들은 책 리스트에 고이 적어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해 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예술은 물이다. 인간은 항상 물 가까이에서 살아간다. 마시고, 씻고, 성장하기 위해서 물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물놀이를 하고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뱃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하찮은 것부터 본질적인 것까지 온갖 형태로 구현된 예술과도 항상 가까이 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서는 메말라버릴 것이다. - page 36

그렇기에 오늘도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 읽어봅니다.

촉촉하게 내 정서를 적셔주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오늘에 잠시나마 고요한 사색에 잠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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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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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전이 그렇지는 않았지만(아직 많이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저에게 울림을 주었던 '고전'들이 있습니다.

『동물농장』을 읽고 나서는 인간의 추악한 진상을 엿볼 수 있었고

『데미안』을 읽고 나서는 그 유명한 문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데미안』, 헤르만 헤세, 모모북스, p152

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에게도 몇몇 고전은 방황하는 나를 성찰하게 만들며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진석 교수가 읽은 책으로부터 인생의 문장들을 만났었고 그 문장들을 이 책을 통해 일러준다고 하니 어떤 책으로부터 인생의 문장들을 만났으며 그 문장이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뿐이지요"

최진석 교수와 함께 읽는 인생의 문장들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책 읽기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일입니다. 하늘을 나는 융단에 몸을 싣고 '다음'을 향해 가는 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곧 상상력이고 창의력이지요. 높은 지혜는 인산을 '다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인간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멈추면 부패하지만 건너가면 생동합니다.

건너가기를 멈추면 양심도 딱딱하게 권력화됩니다. 건너가기를 멈추고 자기 확신에 빠진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도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너가기의 힘은 책 읽기로 가장 잘 길러집니다. 우리 함께 책을 읽고 건너갑시다. - page 6

저자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리고 '단 하나의 나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선 꾸준하고 성실한 '질문'이 필요하고 그 질문은 책 읽기를 통해 묻고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진짜 나'를 발견하기 위한 책으로 총 열 편의 문학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걸음'을 열어준 건 『돈키호테』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돈키호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돈키호테' 같은 모험가가 되어 건너가야 하고, 더 나아져야 합니다.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입니다. 건너가는 존재란 멈추지 않는 존재를 뜻하지요. 생각도 몸도 멈추지 않고 지향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과 싸우면서 또 다른 괴물이 되는 이유는 싸울 때 가졌던 생각에서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계속 이동해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살아 있다고 표현하지요. - page 17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와 너무나도 어울리는 인물이었습니다.

바로 막무가내 모험가가 아닌 굉장히 지적인 모험가 '돈키호테'.

그의 인생의 문장이었다는 이 문장은 정말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쭈그러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그러면 나쁜 운수도 부숴버립니다."

'네 번째 걸음'에서 만나게 된 『데미안』.

데미안의 결론을 통해 저자가 전한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완전한 고독으로 나에게 도달했다. 이제는 내가 나의 원인이고, 내가 나의 목적이다." 여기에 쓰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숨겨진 한 줄이 더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나다. 내가 신이다.' 우리 인생은 정말 짧습니다. 짧은 인생에서 어떻게 무한을 생산하고 경험할 것인가는 인간이 물어야 하는 굉장히 큰 질문, 그럼에도 한번 덤벼볼 만한 질문입니다. 이 주제를 해결하고 완수하는 그 정점에 있는 문장이 제가 아까 결론처럼 말씀드렸던 문장입니다. '그래서 내가 나다. 내가 신이다.' 저는 이 문장을 계속 기억하고 숙고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 page 115 ~ 116

나는 나로 살아야 존재의 완성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나다. 내가 신이다.'

이 문장이 자꾸만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일곱 번째 걸음에서 만난 『걸리버 여행기』에서 뽑은 문장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나의 운명"

은 다시 『돈키호테』와 『데미안』과도 연결되어 있었고 결국 이 책에 소개되었던 문학들이 건넨 질문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죽기 전에 완수해야만 하는 내 소명은 무엇인가?'

끝없이 '나'에 대해 질문하게 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었지만 지나쳤던 '나'를 찾는 여정.

이 여정을 향해가기 위해선 '책 읽기'라는 마법의 양탄자를 타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굳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하냐고 물으시지만, 생각하지 않으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자기로도 살아보고 자기가 아니게도 살아보고, 자유롭게도 살아보고 종속적으로도 살아볼 정도로 인생이 길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에 내가 나로 사는 이 일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생각하는 일의 중요성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page 323

저도 '다음'을 행해 가기 위해 융단에 몸을 싣고 떠나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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