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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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 작가 '얀 마텔'.

그가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무려 101통이나 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냥 편지만 보낸 것이 아닌, 매번 신중하게 문학 작품을 골라 읽고 사색한 뒤 그 책을 동봉해 보냈다고 합니다.

과연 얀 마텔은 왜 그에게 편지를 썼을까?

그리고 어떤 작품을 건네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데

문학 작품만큼 좋은 것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특권을 가진 북클럽의

멤버는 단 두 명이었다!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그가 수상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깊은 좌절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2007년 3월 말, 캐나다 국민의 문화적 정체성을 고양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해온 훌륭한 정부 기관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동료 예술가들과 하원의사당의 방청인석에 자리 잡은 얀 마텔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즐거웠습니다.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게 됩니다.

문화유산부 장관의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50주년 기념 연설은 시작하기 무섭게 끝내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웃을 수조차 없었다. 프랑스에서 중요한 문화기관이 창립 오십 주년을 맞았다면 어떤 기념행사가 치러졌을까? 세련된 전시회가 일 년 내내 이어졌을 것이고, 대통령까지 언론의 조명을 받으려고 발버둥쳤을 것이다. 구차하게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유럽인들이 문화를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들에게 문화는 아주 매력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유럽을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유럽이 문화적으로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캐나다 예술가들은 하원의사당의 방청인석에 얼간이처럼 멍청하게 서서, 더 중요한 일을 논의하려는 이들을 방해하는 훼방꾼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곳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 - page 23 ~ 24

그리고 이 짧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 다음 의제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얀 마텔은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왜?

자신은 책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책과 고요함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 때문에

좋은 책을 통해서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조용한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좋은 책과 함께 편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소설, 희곡, 시집, 종교서, 그래픽 노블, 아동서 등 어떤 장르도 배제하지 않고 '픽션' 작품을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지에는 한 권의 책, 많게는 세 권의 책을 보내게 되는데 이 목록의 책들을 다 읽고 알아야만 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얀 마텔이 편지를 쓴 건 '책 읽기를 권유하기' 위해 쓴 것이기에 우리가 이해하기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수상님께 보낸 첫 책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이런 부지불식간의 자기점검에서 때때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인정하게 됩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서 그렇듯이, 때로는 불안감에 싸여 부인하고 싶은 마음에 몸서리를 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더 현명해지고 존재론적으로 더 단단해집니다. - page 41

그가 수상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 목적이 드러난 대목이었습니다.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고요한 성찰을 얻는 것이야말로 지도자로서,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것임을.

수상님께서 무척 바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쁘게 살아갑니다. 심지어 수도원에서 묵상하는 수사들도 바쁩니다. 천장까지 해야 할 일로 채워진 삶이 바로 어른의 삶입니다(어린아이와 노인만이 시간의 부족에 시달리지 않는 듯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책을 읽고, 그들의 눈동자에는 어떤 삶이 채워져 있는지 눈여겨보십시오). 그러나 노숙자든 부자든 누구에게나 잠자리 옆에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밤이면 책이 빛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내려놓기 시작하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 잠들기 전에 책을 집어 들고 잠시 몇 쪽이라도 읽는 그 순간이,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곳에 있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입니다. 물론 다른 시간에도 가능합니다. 단편소설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로 유명한 미국 작가, 셔우드 앤더슨은 기차로 출퇴근하는 시간에 글을 썼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은 좋아하는 야구 경기장에 가서도 쉬는 시간에 책을 읽었답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지요. - page 42 ~ 43

그렇게 얀 마텔은 수상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결국 모든 지도자들에게, 나아가 우리들에게 전하는 문학 편지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얀 마텔의 진심이 느껴져 짧은 편지였지만 긴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읽었던 작품이 나왔을 땐 반가움에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이 알게 된 작품들은 책 리스트에 고이 적어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해 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예술은 물이다. 인간은 항상 물 가까이에서 살아간다. 마시고, 씻고, 성장하기 위해서 물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물놀이를 하고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뱃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하찮은 것부터 본질적인 것까지 온갖 형태로 구현된 예술과도 항상 가까이 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서는 메말라버릴 것이다. - page 36

그렇기에 오늘도 책장에서 책 한 권을 뽑아 읽어봅니다.

촉촉하게 내 정서를 적셔주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오늘에 잠시나마 고요한 사색에 잠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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