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세끼 3
치즈 지음 / 므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먹는 거엔 그리 진심이 아니지만...

먹방을 보는 것과 음식 관련 이야기엔 무척이나 진심인 나.

이 웹툰도 눈여겨보았던 작품들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연재 중이고 이미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백수세끼』.

이렇게 책으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운... 느낌?!

이미 웹툰으로 보았기에...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긋지긋한 백수에서 어엿한 신입사원으로!

연애와 이별, 취업을 다룬 맛깔나는 초공감 스토리

백수세끼 3



이번 3권부터 재호와 수정의 프로필에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바로~~~

재호가 드디어 바라던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번번이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재호'.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준 아저씨.

주저하던 재호는 예전에 수정이가 해 줬던 말을 떠올리며...

"너무 고민하지 마. 잘될 거야~"

"남들 눈치 보지 마. 네가 중요하잖아."

"누가 뭐라던 넌 최고야."

-<34화 대창 덮밥> 중

취업을 하게 됩니다.

신입사원으로 남다른 각오를 다지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힘든 회사 생활.

특히 재호를 괴롭히는 상사는 알고 보니 재호 때문에 힘든 군대 생활을 한 후임이었던 것입니다.

계속되는 상사의 괴롭힘.

"저도 잘해보려고 했습니다! 근데 정 대리님이..."

"뭐?"

"정 대리 핑계 대지 마라. 너 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던 사람이야."

"그리고 상사 비위 맞추는 것도 회사 생활 중 하나야!"

"언제까지 네 생각대로 살려고 하니?"

"문제가 있으면 김 부장이나 나한테 이야기하면 되잖아! 왜 혼자 앓고 있는 거야?"

-<50화 생맥주와 감자튀김> 중

그럴 때마다 재호는 수정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데...

왜냐면 항상...

혼자였으니까.

내 편 같은 건 없다고요...

-<50화 생맥주와 감자튀김> 중

그런데 하필이면 재호의 친한 동생인 서준이 수정을 좋아한다는 말까지 듣게 되고..

앞으로 이들의 행보는 어떻게 그려질지...

재호와 수정을 음식으로 비유해 보자면... '닭볶음탕' 같았다고 할까...!

하지만 이젠 과거형이 되어버린...


 


역시나 생생한 음식 그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에 침 한가득.

분명 책을 읽기 전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허기짐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음식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음식으로 인연을 맺고, 이별하고, 위로받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들이기에 그 맛을,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취업 후에도 세 끼는 계속된다.

고단한 삶을 달래줄 우리의 소중한 한 끼 이야기.

하루빨리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오늘 나의 한 끼.

최애 음식으로 채워볼까 합니다.

다들 맛있는 식사하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수세끼 3
치즈 지음 / 므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세 끼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 같았으면 휴가 때 해외여행을 꿈꾸었겠지만...

여전한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국내로 눈이 돌아갔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도 숨은 명소들도 많았고 특히나 '제주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여기 제주도 사람도 잘 모르는 제주도가 숨겨둔 억겁의 비밀과 전설 그리고 너무도 아름다운 비경과 젊은이들이 찾는 카페와 음식점의 맛과 멋을 PD의 시선과 화가의 상상력을 더한, 제주도 한 달 살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림으로 제주도를 감상할 수 있고 글로도 재미를 선사한다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였습니다.

가슴 떨릴 때 떠나자, 제주도 구석구석!

송일준 PD 이민 작가의 제주도 탐방기

PD의 시각과 화가의 상상이 어우러진 제주도 여행의 재발견!!

제주도의 문화유적과 박물관, 비경, 카페, 음식 등을 탐방하며 쓰고 그린 한 달의 다이어리

제주도 랩소디



완도. 새벽 2시 반에 출항하는 제주행 배.

광주MBC 사장을 퇴임하고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단행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송일준 PD'.

새벽 5시 10분.

2시간 40분의 항해를 끝으로 제주에 도착하게 됩니다.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의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와우!

환타스틱!

몇 시 어디를 향해 갔다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길에 동행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길을 걷다 김정희 유배지를 방문한 날의 글이라든가 나주에서 건너온 뱀이 제주도의 신이 된 이야기라든가 4.3 평화기념관 방문기라든가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이라든가...

이런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단순한 한 달 살기가 아닌 배움이 있는, 인문학적 여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제주의 모습을 사진이 아닌 '이민' 작가님의 그림과 스케치가 더해지니 색다른 매력으로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다고 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그림에서 제가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느낌을 받아서 눈길이 자꾸만 머물게 되었다는.

책 읽는 동안 그야말로 저도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 들러 귀가하는 길에 잠시 들른 강정항.

그곳에서 등대를 바라보며 떠올린 시인 김춘추의 시 '등대'가 아련하게 와닿았던 건...

다가온 가을과도 맞아서일까.

아니면 어느새 씁쓸해진 내 마음과도 닮아서일까.



그가 제주도 여행할 때 '지질 탐구 중심'으로 해보기를 추천하였습니다.

화산폭발로 형성된 제주도의 지질구조를 모를 때는 아무 감흥 없이 지나치겠지만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이보다 더 흥미로울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다양한 화산 퇴적구조를 보이는 '수월봉'은 저도 제주도를 찾게 되면 한번 가보려 합니다.

수월봉 아래 바닷가길을 따라 멀리 차귀도를 바라보며 걷는 올레코스 또한 환상적이다. 걷기 싫으면 전기 스쿠터를 타도 된다. 수월봉 안내소 옆에서 빌려준다. 수월봉 절벽 아래쪽엔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군이 판 갱도 진지도 남아 있다. 제주도 전체를 철벽 요새로 만들어 미국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지면서, 카이텐이라는 인간어뢰로 적함을 격침시키고 산화하겠다며 훈련도 했지만, 일왕 히로히토가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일본은 패망했다. - page 47

제주도에서의 4.3의 피눈물.

아름다운 국제 관광도시, 최고의 여행지로만 알고 있는 제주의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너무도 슬픈 이야기.

제주도민들의 가슴 깊이 잠재되어 있는 아픔을 알지 못하고 관광만 하며 돌아다닐 순 없기에 이 역사적 진실을 꼭 알아야 했습니다.

'소남머리'는 4.3 당시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숱하게 희생당한 곳이다. 서귀동에 주둔한 군부대에 붙잡힌 사람들이 폭력적 취조를 당하고 즉결처형 대상자들은 소남머리 아래에서 총살당했다. 대동청년단이라는 단체 소속 소년에게 죽창으로 찔러 죽이라는 만행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남머리는 73년 전 피비린내 나는 지옥이었다. 피에 굶주린 짐승들이 닥치는 대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했다. 4.3평화기념관에서 본 기록에 의하면 체포된 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자들 중에는 하루라도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사는 맛이 없다고 지껄인 마약중독자도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하고 그저 감탄할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 page 108 ~ 110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이중섭' 화가.

무엇보다 이중섭과 아내 이남덕의 슬프고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는 여전히 가슴이 아려오곤 합니다.

얼마 전 이남덕 여사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래서일까.

이 <눈속의 이중섭 미술관> 그림이 흩날리는 눈 속 순수했던 그들의 사랑이 이제는 영원한 사랑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닌 곳, 제주도.

이 섬 이야기에 마냥 마음 놓고 있기엔 가슴 아픈 사연들이 있어 울컥울컥하곤 하였습니다.

여름 끝자락에 만난 제주도 여행.

저는 좀 더 공부를 한 뒤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해 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요즘 서점가에서 비슷한(?) 표지에, 비슷하게 '힐링 소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고 뻔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이끌리는 건 이들이 주는 '따듯한 위로'가 그리워서일 것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소설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서점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1952년에 개업하여 올해로 70년이 된 '고바야시 서점'.

70년 동안 한곳을 지켜 온 평범한 동네서점에서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미코 씨와 대화하면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나여도.

어느샌가 고바야시 서점은 나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지금부터 5년 전.

대형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오모리 리카'.

특별히 출판업계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책이나 독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리카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다른 회사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로지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오모리 리카. 오사카 지사 영업부."

'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오사카?'

"오모리 씨, 없습니까?" - page 20

줄곧 도쿄에서 살아오면서 가족과 떨어져 본 적 없는 그녀에게 '오사카'는 무섭고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일에 대한 자신감마저 없는데 실수마저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마음속에 계속 담아 왔던 것을 내뱉어 버리게 되고

"애초에 왜 제가 오사카 지사입니까? 왜 영업부예요? 왜 다이한에 들어왔는지 서점 직원한테도 말해 주지 못하는 제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저보다 잘 맞는 사람도 많을 텐데. 왜 제가 다이한에 왔고, 왜 제가 영업부고, 왜 이런 장소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알려 주세요." - page 61

상사는 그녀에게 '고바야시 서점'에 가보라고 합니다.

"고바야시 서점?"

"만나면 알아."

"만나면......" - page 61

오사카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한적한 동네.

파란 차양에 '고바야시 서점'이라고 쓰여진 작은 서점엔 '유미코'라고 불리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온화한 미소를 지닌 그녀.

친근히 리카에게 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줍니다.

대지진을 겪고 다 무너져 가는 서점을 살리기 위해 우산 장사를 시작한 것부터 베스트셀러가 들어오지 않자 다른 작은 서점들을 불러 모아 연대를 형성해 평소에는 팔 수 없던 권수를 팔아내는 이야기 등 그녀의 서점과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따듯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됩니다.

고민이 있거나 속상할 때마다 고바야시 서점으로 달려가면 언제나 다정하게 맞이해 주고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미코.

"내가 이 얘기 해 줬었나?"

"각오하고 왔습니다."

"또 길어질 거야."

서점과 출판유통회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기 씨, 좀 들어 보세요. 월요일에 도쿄로 전근 가는 부장님에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해야겠어요. 다기 씨는 이렇게 매일 같이 송별회를 하고 계실 테지만, 누구 한 사람한테 '신세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듣지 못하고 조용히 가게를 접는 책방도 있어요."

...

"몰랐다니, 그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 작은 책방에게 출판유통회사는 어버이 같은 존재예요. 부모가 못 본 체하면 살아갈 수 없지요. 출판유통회사 덕분에 가게를 꾸려갈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런데 그런 가게가 있는 것도 모른다? 다이한의 높으신 분이 전근 다닐 때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송별회니 환영회니 열어 주는데, 다이한만 바라보며 책방을 하던 사람이 가게를 접는다는데 다이한 부장님은 그런 가게가 있는 줄도 모른다니요. 60년이나 해 왔던 가게를 닫는다고 하는데 인사도 없다니요. '감사했습니다.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말이라도 해 주셔야 되지 않을까요?" - page 224 ~ 225

이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전한 메시지.

나는 매일 생각하고 있다. 그중 작은 동네서점에서도 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우리 회사는 '유통업체'라고 불린다. 하지만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 책을 '유통'하면 끝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사카 지사 시절, 오쿠야마 지사장님은 조례에서 "이제부터는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해야 한다."라고 몇 번씩 말했다. 당시에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요즘은 '연결'함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서점과 손님, 서점과 출판사, 그 외에도 '연결'할 것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page 247

이 '연결의 힘'이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게 동네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듯함이 아닐까!

서점으로부터 성장하게 된 리카의 모습처럼 읽으면서 저 또한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동네서점에서 한없이 앉아 있고만 싶어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그녀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지나칠 뻔하다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예술을 위해 살다 간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이미 그녀의 이야기는 2014년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로 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그녀의 작품을 만나러 가 보아야겠습니다.

화려함과 빈곤함이 뒤섞인, 서정적이면서도 생생함이 묻어있는 그녀의 시선을.

그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20세기 거리 사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작가

은둔과 역설의 상징이자 불가해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에 관한 완벽한 초상

비비안 마이어



본격적인 그녀의 이야기에 앞서 그녀를 잘 아는 이들이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 나온 상자로 순식간에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그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녀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었습니다.

비비안에 관한 가장 강력한 신화는 그녀가 소외됐고, 불행했고, 무엇도 성취하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슬픈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비비안은 끝내 살아남은 생존자였고, 엉망이 된 가족과 과감히 절연하고 자기 삶의 질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린 불굴의 의지와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비비안은 끈질긴 회복력으로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다. - page 24 ~ 25

1926년 2월 1일.

망가진 가족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 비비안 도러시 마이어.

소란스럽고 외로웠고 제약이 많았던 어린 시절을 살던 그녀의 삶의 전환점이 된 건 이모할머니가 남긴 유산 덕분이었습니다.

스물네 살이던 비비안은 프랑스에 이모가 남긴 재산을 정리해야겠다고 프랑스로 가게 됩니다.

어린 시절 비비안이 샹소르에 살 때, 어머니 마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카메라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위상을 즐겼는데 그 같은 사실이 비비안에게 사진에 대한 초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르지만,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아주 작은 박스 카메라로.

수전 손택의 말처럼.

"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박스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로 바꾼 뒤, 그녀의 작품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급격히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에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는 비비안.

그녀가 사진을 찍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깊은 이해를 드러내고 그 세상에 참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연민 어린 시선과 휴머니즘,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역설과 모순을 담았던 그녀.

세상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 세상을 그렸던 예술가.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드디어 사진을 통해, 이 책을 통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1996년 더는 보모 일을 하지 않게 된 뒤로 거의 사진을 찍지 않게 되고 1999년이 되면, 아직 그녀 앞에 10년이 더 남았는데도 카메라를 영원히 손에서 놓고 맙니다.

70세가 될 때까지, 40년 동안 사진을 찍은 비비안은, 그 나이에 이른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열정을 소진한 듯했던 그녀.

서서히 쇠약해진 그녀의 마지막은 참으로 쓸쓸히 끝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15만 장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결과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대부분의 필름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상자에 넣고 창고에 방치했고, 창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던 그녀.

그래서 더 모순적이고도 미스터리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겨질 뻔하였지만 이 책의 저자 덕분에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내 인생은 이 상자들 안에 들어 있어요."

그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 문장이 아니었을까.

사진 한 장 한 장들에 자꾸만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8-27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