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 나온 상자로 순식간에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그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녀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었습니다.
비비안에 관한 가장 강력한 신화는 그녀가 소외됐고, 불행했고, 무엇도 성취하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슬픈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비비안은 끝내 살아남은 생존자였고, 엉망이 된 가족과 과감히 절연하고 자기 삶의 질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린 불굴의 의지와 능력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비비안은 끈질긴 회복력으로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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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다. - page 24 ~ 25
1926년 2월 1일.
망가진 가족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 비비안 도러시 마이어.
소란스럽고 외로웠고 제약이 많았던 어린 시절을 살던 그녀의 삶의 전환점이 된 건 이모할머니가 남긴 유산 덕분이었습니다.
스물네 살이던 비비안은 프랑스에 이모가 남긴 재산을 정리해야겠다고 프랑스로 가게 됩니다.
어린 시절 비비안이 샹소르에 살 때, 어머니 마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카메라를 소유한 사람이라는 위상을 즐겼는데 그 같은 사실이 비비안에게 사진에 대한 초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르지만,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아주 작은 박스 카메라로.
수전 손택의 말처럼.
"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박스 카메라를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로 바꾼 뒤, 그녀의 작품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급격히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시카고에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는 비비안.
그녀가 사진을 찍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작가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깊은 이해를 드러내고 그 세상에 참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세상을 향한 연민 어린 시선과 휴머니즘,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역설과 모순을 담았던 그녀.
세상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 세상을 그렸던 예술가.
그런 그녀의 이야기가 드디어 사진을 통해, 이 책을 통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1996년 더는 보모 일을 하지 않게 된 뒤로 거의 사진을 찍지 않게 되고 1999년이 되면, 아직 그녀 앞에 10년이 더 남았는데도 카메라를 영원히 손에서 놓고 맙니다.
70세가 될 때까지, 40년 동안 사진을 찍은 비비안은, 그 나이에 이른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열정을 소진한 듯했던 그녀.
서서히 쇠약해진 그녀의 마지막은 참으로 쓸쓸히 끝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