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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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서점가에서 비슷한(?) 표지에, 비슷하게 '힐링 소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고 뻔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이끌리는 건 이들이 주는 '따듯한 위로'가 그리워서일 것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소설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서점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1952년에 개업하여 올해로 70년이 된 '고바야시 서점'.

70년 동안 한곳을 지켜 온 평범한 동네서점에서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미코 씨와 대화하면 살아 있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나여도.

어느샌가 고바야시 서점은 나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지금부터 5년 전.

대형 '출판유통회사'인 다이한에 입사한 '오모리 리카'.

특별히 출판업계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책이나 독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리카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다른 회사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로지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오모리 리카. 오사카 지사 영업부."

'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오사카?'

"오모리 씨, 없습니까?" - page 20

줄곧 도쿄에서 살아오면서 가족과 떨어져 본 적 없는 그녀에게 '오사카'는 무섭고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일에 대한 자신감마저 없는데 실수마저 저지르게 됩니다.

결국 마음속에 계속 담아 왔던 것을 내뱉어 버리게 되고

"애초에 왜 제가 오사카 지사입니까? 왜 영업부예요? 왜 다이한에 들어왔는지 서점 직원한테도 말해 주지 못하는 제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저보다 잘 맞는 사람도 많을 텐데. 왜 제가 다이한에 왔고, 왜 제가 영업부고, 왜 이런 장소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알려 주세요." - page 61

상사는 그녀에게 '고바야시 서점'에 가보라고 합니다.

"고바야시 서점?"

"만나면 알아."

"만나면......" - page 61

오사카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한적한 동네.

파란 차양에 '고바야시 서점'이라고 쓰여진 작은 서점엔 '유미코'라고 불리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온화한 미소를 지닌 그녀.

친근히 리카에게 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줍니다.

대지진을 겪고 다 무너져 가는 서점을 살리기 위해 우산 장사를 시작한 것부터 베스트셀러가 들어오지 않자 다른 작은 서점들을 불러 모아 연대를 형성해 평소에는 팔 수 없던 권수를 팔아내는 이야기 등 그녀의 서점과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따듯한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됩니다.

고민이 있거나 속상할 때마다 고바야시 서점으로 달려가면 언제나 다정하게 맞이해 주고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미코.

"내가 이 얘기 해 줬었나?"

"각오하고 왔습니다."

"또 길어질 거야."

서점과 출판유통회사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기 씨, 좀 들어 보세요. 월요일에 도쿄로 전근 가는 부장님에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해야겠어요. 다기 씨는 이렇게 매일 같이 송별회를 하고 계실 테지만, 누구 한 사람한테 '신세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듣지 못하고 조용히 가게를 접는 책방도 있어요."

...

"몰랐다니, 그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 작은 책방에게 출판유통회사는 어버이 같은 존재예요. 부모가 못 본 체하면 살아갈 수 없지요. 출판유통회사 덕분에 가게를 꾸려갈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런데 그런 가게가 있는 것도 모른다? 다이한의 높으신 분이 전근 다닐 때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송별회니 환영회니 열어 주는데, 다이한만 바라보며 책방을 하던 사람이 가게를 접는다는데 다이한 부장님은 그런 가게가 있는 줄도 모른다니요. 60년이나 해 왔던 가게를 닫는다고 하는데 인사도 없다니요. '감사했습니다.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말이라도 해 주셔야 되지 않을까요?" - page 224 ~ 225

이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전한 메시지.

나는 매일 생각하고 있다. 그중 작은 동네서점에서도 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우리 회사는 '유통업체'라고 불린다. 하지만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 책을 '유통'하면 끝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사카 지사 시절, 오쿠야마 지사장님은 조례에서 "이제부터는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해야 한다."라고 몇 번씩 말했다. 당시에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요즘은 '연결'함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서점과 손님, 서점과 출판사, 그 외에도 '연결'할 것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page 247

이 '연결의 힘'이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게 동네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듯함이 아닐까!

서점으로부터 성장하게 된 리카의 모습처럼 읽으면서 저 또한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동네서점에서 한없이 앉아 있고만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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