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놀이 웅진 우리그림책 90
나명남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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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참 청명합니다.

그리고 햇빛도 그전까지는 뜨거움을 선사했다면 이젠 따스함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이가 이 책을 보자마자

"어! 이 책 읽고 햇빛놀이해요!"

하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놀이'라는 말에 솔깃한 것 같은데...

반짝이는 햇빛으로 어떤 놀이를 할지 기대해 보며...

눈부신 햇빛이 연출해 낸 서정적인 상상놀이의 세계

햇빛놀이



이야기는 집을 나서게 된 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아이.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체념한 듯 대답하며 소파에 몸을 누입니다.

해님은 아직도 저 위에 있는데......

나 심심해.

야옹이와 같이 무엇을 하며 놀아볼까 하던 중 창문을 드리운 커튼으로부터 바닥에 비쳐진 햇빛 조각을 보며 아이의 '햇빛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커튼의 새가 살아 움직이고 식물이 줄기를 일으켜 꽃을 피우고 물고기가 허공으로 튀어 오릅니다.

그리고 노오란 햇빛 이불로 훨훨 날아가게 됩니다.



구름에게도, 바다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아이.

무엇보다 민들레 홀씨를 '빛나는 햇빛 방울'로 표현하다니!

너무 예쁘지 않은가요!



잠에서 깨어난 아이.

커다랗던 햇빛 이불은 작은 종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가려고?

내일을 기약하며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보냅니다.

책을 읽고 나서 아이도 창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창문으로 비춰진 햇빛을 바라보며

"엄마! 나도 햇빛 이불 타고 싶어요!"

라며 아쉬워하는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니 이런 순수함을 오랫동안 간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자주 접할 수 있는, 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우리 주변의 모습.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햇빛 조각'이 따스하고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줄 수 있음을, 그래서 일상의 작은 것이라도 여러 의미로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햇빛이 드리우는 날.

아이와 함께 창가에서 이 책을 바라보며 저도 꿈을 꾸려 합니다.

밝은 빛으로 훨훨 하늘을 날며 즐거운 비행을 하는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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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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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저의 침대 머리맡에 자리하고 있는 책, 『어린 왕자』.

첫 만남은 학창 시절 필독서로 읽게 되었었고 그땐 아무 생각 없이 읽었었는데...

대학생이 되고 무슨 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읽게 되었을 때 충격(?)이라고 할까.

뭔가 훅 하고 가슴을 맞은 듯한 느낌에 책을 읽으면서 눈물 흘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손에 닿는 곳에 책을 두었고 지금도 애정하는데...

정여울 작가가 단순히 『어린 왕자』를 해석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고백하였다는 이 책.

정여울 작가가 만난 어린 왕자.

결국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만나야 할 내면아이였다는데...

그녀를 통해 만날 나의 내면아이는 안녕하신지...

"그림자와 만난다고 너무 두려워 마세요.

그림자를 뚫고 들어가면 반드시

내 안의 가장 환한 빛과도 만날 수 있답니다."

《어린 왕자》 속 여우처럼,

정여울 작가가 독자에게 안내하는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

나의 어린 왕자



저자 역시도 《어린 왕자》를 읽다가 갑자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저 나의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가 영원히 지구를 떠나는 장면이 너무 슬퍼서였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런 설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이 느낌.

그동안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이 느낌.

오랜 시간 내 안의 알 수 없었던 그 눈물의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면아이'였다는 것을.

"넌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 넌 어른이 되어 바삐 살아가느라 하루하루 힘들었겠지. 하지만 난 네가 쳐놓은 마음의 쇠창살 속에 갇혀서 항상 너에게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었어. 오랫동안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기다려 온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마치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대뜸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처럼. 이제야 너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뻐. 난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거든." - page 15 ~ 16

그렇게 내면아이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조이로부터 어린 시절 속으로 떠나면서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찾기 시작합니다.

"난 네 안에 어쩔 수 없이 갇혀 있던 것이지 결코 사라진 게 아니야. 난 항상 너를 향해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었는걸. 네가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내도, 어른들만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을 해내도, 네 안의 어린아이는 죽지 않아.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났지만 사하라사막의 어느 모래언덕 위에서 반짝이는 별로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 page 21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와 어린 왕자 이야기의 콜라보.

격한 공감과 큰 위로는 나에게도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려서 다시는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도 지치고 힘들어 큰 소리로 울고 싶었지만 온몸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을 이제는 조금씩 나아갈 방법을 배웠습니다.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담을 노트를 하나 준비하고 우선 이렇게 내면아이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내 슬픈 내면아이야, 잘 있니?"

그러면 오랫동안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던 내면아이가 반가워하고, 기뻐하며, 마침내 나만의 '베프'를 내 안에 간직할 수 있음에.

조심스레 저도 말을 건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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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 트레인 - 영화 원작소설 무비 에디션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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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카페를 통해 알게 되었던 '이사카 코타로' 작가.

그때는 <명랑한 갱 시리즈>를 읽으면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움이 있는 작가라 눈독 들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리라 다짐을 하고 있었지만...

워낙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 미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데드풀2>, <분노의 질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무엇보다 브래드 피트, 조이 킹, 산드라 블록 등 할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으로 액션 블록버스터를 선보였다는 이 작품.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원제는 『마리아비틀』이지만 이번 영화 개봉을 기념하여 영화 제목과 동일한 '불릿 트레인'으로 타이틀을 변경해 영화 포스터를 입은 특별 한정판이라는 사실!

이 특별함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영화를 본 이들이 하나같이 통쾌한 짜릿함을 느꼈다는데 소설에선 어떨지.

멈출 수 없는 액션에 탑승할 준비되셨습니까?

일본 내 누적 판매 300만 부 돌파

'킬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불릿 트레인






도쿄 역은 붐볐다. 오랜만에 그곳을 찾은 기무라 유이치는 그것이 일상적인 혼잡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라고 한다면, 그 말도 납득이 갈 만했다. 오가는 수많은 이용객들에게 압도되며, 와타루와 함께 텔레비전에서 봤던 펭귄 무리를 떠올렸다. 수많은 펭귄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었다. 그러나 펭귄들이 복작거리는 건 그나마 이해된다. 그 녀석들은 추울 테니까. - page 5

저에겐 이 첫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왕년에 킬러였던 알코올 중독자 '기무라 유이치'.

그는 권총 한 자루를 들고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향하는 신칸센 하야테에 오르게 됩니다.

이유는 바로 여섯 살이었던 자기 아들을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려 중태에 빠뜨린 소년 '왕자'를 찾아 살해하고자 열차에 탔습니다.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영악한 두뇌를 가진 사이코패스 왕자는 오히려 기무라를 위협하며 위기에 빠뜨립니다.

한편 콤비 킬러 '밀감'과 '레몬'은 인질로 잡혔던 보스 '미네기시 요시오'의 아들을 구하고 몸값이 든 검은 트렁크를 들고 하야테에 탑승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의 검은 트렁크가 감쪽같이 사라지게 되고 트렁크를 찾으로 왔다갔다한 순간 의뢰인의 아들이 죽게 됩니다.

쇼크사...?

아님.... 살해?!

같은 시간 '마리아'의 지시로 검은 트렁크를 찾아내 토코 다음 역인 우에노에서 내리라는 미션을 받은 '나나오'.

하지만 트렁크가 사라져 나나오 역시도 내리지 못하고...

두 시간 반 동안 밀폐된 기차 안.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

과연 이들은 무사히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 중 승자로 남을 사람은 누구일까?

이 박진감 뭘까!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서로를 향한 총구는 결국 한 사람으로부터 일어난 이 아이러니함.

그럼에도 작가는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 않게 그 중심을 잡아가며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간 점이 대단하다 여겨졌습니다.

소설 속에선 '인간'에 대한 고찰이 엿보이곤 하였습니다.

인간에게는 자기 정당화가 필요하다.

자기는 옳고, 강하고,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자기의 언동이 그런 자기인식과 괴리되었을 때,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변명을 찾아낸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 바람피우는 성직자, 실추된 정치가, 그들은 하나같이 변명을 구축한다.

타인에게 굴복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 정당화가 발생한다. 자신의 무력과 역량 부족,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유를 찾아낸다. '나를 굴복시키는 걸 보면, 이 상대는 대단히 뛰어난 인간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그 누구도 저항하지 못할 게 틀림없다'며 스스로를 이해시킨다. 자존심이 세고 자신감이 강할수록 자신을 설득시키는 힘은 크게 마련인데, 일단 한번 그렇게 되어버리면 역학 관계는 명확하게 굳어진다. - page 135

"있잖아, 아저씨, 세상에서 올바르다고 하는 게 뭔지 알아?"

왕자는 신발을 벗고 무릎을 접어 올리더니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좌석에 등을 붙이고 엉덩이로 균형을 잡았다.

"올바른 게 어딨어."

"맞았어, 바로 그거야."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옳다고 여겨지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옳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어. 그러니까 '이것은 올바른 거다'라고 믿게 만드는 사람이 제일 센 거지." - page 295

"결국은 정보가 많고,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유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인간이 가장 강한 거야. 예를 들면 이 트렁크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만 알아도 사람은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어." - page 299

참... 무섭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이 소설은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로 이어지는 '킬러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을 해 보아야겠습니다.

초고속 열차의 멈추지 않는 논스톱으로 달리면서 각 소설마다 그려질 '킬러'를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긴 여운 속에 책을 덮어봅니다.

"다 왔어"라고 마리아가 말했다. 정류장에 도착했다는 의미겠지만, 나나오는 씁쓸하게 웃으며 '운이 없어"라고 중얼거렸다. - page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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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9-05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주 이 영화 보러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았어요. 내일 남편이랑 보러 가려고요. 그렇잖아도 언급하신 것처럼 재밌다는 (통쾌한 게 재밌는 거죠??^^;;) 얘기를 들어서 많이 기대되는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더 기대되네요!!
 

해준
(쌍안경에서 눈 떼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안마기를 치우며)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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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란 학생이바라지 않아도가르쳐 주는 사람.
스승이란당신이 원해서가르침을청하는 상대.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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