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한국사 : 사건편 - 본격 우리 역사 스토리텔링쇼 벌거벗은 한국사
tvN〈벌거벗은 한국사〉제작팀 지음, 최태성 감수 / 프런트페이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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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를 볼 때 '우리의 역사도 이렇게 해석해 준다면...'이란 아쉬움이 있었는데 <벌거벗은 한국사>가 방영되었고 더불어 책까지 출판되었습니다.

한국사의 숨은 이야기를 낱낱이 벌거벗기는 <벌거벗은 한국사>.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최태성이 역사 안내자로 나서 그야말로 믿고 보는 한국사 강의는 두고두고 소장할 만큼 의미가 깊기에 이 책.

말해 뭐 할까!

이 책에서는 한국사의 장면들 중 나라의 운명을 바꾼 사건들의 내막으로 담은 역사 교양서였습니다.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숨겨진 진실과 속사정.

그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tvN STORY 화제의 방송 <벌거벗은 한국사>, 이번엔 사건편이다!

한국사의 운명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그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벌거벗은 한국사: 사건편



우리는 역사적 사건을 접할 때,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 몇 개를 꿰어서 이해하려 합니다.

사실 역사를 배우게 된 것도 공교육에서 시험을 위해서였기에 이해보단 암기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몇 개의 단어만 남게 되는데...

책 속에서도 예가 나왔습니다.

'갑신정변'이라는 사건을 어떻게 알고 계시나요?

아마 우정총국, 3일 천하, 김옥균 정도의 키워드로

갑신정변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 page 7

뜨끔하지 않나요?

(저만 그럴 수 있습니다만...)

그래서 최태성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들로는 담아낼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이 사건 속에 녹아 있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순간과 스토리가 풍부하게 담겨 있죠.

그런데 이 재미있는 부분들을 쏙 빼놓은 채 건조한 키워드 몇 개로

역사적 사건을 접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 page 7

흐름 잡기 어려웠던 사건들.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우리의 역사를 배우기보다 스며들어볼까 합니다.

고려 역사의 분기점이 된 무신정변부터 국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 경술국치까지.

한국사의 운명을 바꾼 중 사건들이 스토리텔링으로 머릿속에 스며든 느낌이 역사가 이렇게도 흥미롭고 재밌었는지 미처 몰랐었습니다.



인민년에 '왜', 즉 일본이 일으킨 난이라는 뜻인 '임진왜란'.

1592년 4월에 일어나 1598년 11월까지 무려 7년 동안 이어진, 왕이 수도를 버리고 도망치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했던 아비규환 그 자체였던 전쟁.

하지만 이는 단순히 영토를 둘러싼 전쟁이 아니라 일본이 한반도의 문화를 훔쳐 간 문화전쟁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사로잡아 놓은 조선 사람 가운데 세공 기술자와 바느질 잘하는 여인, 손재주가 있는 여인이 있으면 곁에 두어 여러 가지 일을 시키고 싶으니 보내주길 바란다. 부하들에게도 알려주기 바란다."

- 도요토미 히데요시 주인장(1593년 11월 29일)

수많은 기술 중에서도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가장 탐을 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각종 도자기만으로도 모자라 기술의 원천인 사기장과 원료인 고령토까지 몽땅 털어간 일본으로 인해

유럽인들은 일본을 '도자기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하지요. 임진왜란으로 일본의 도자기 문화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해외에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 page 103

조선인 사기장들은 애통한 나날을 보내다 결국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마을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는데 이 사연을 듣고 한 스님이 880개의 묘비를 모두 모아 탑으로 쌓았다는데 이곳이 산골짜기에 숨어 있는 아주 작은 마을 오카와치야마 '비요의 마을'에 있는 도공무연탑이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기 전까지도 조선을 그리워했을 사기장들.

그들은 지금도 이름 없이 타국 땅에 묻혀 있음에 그들의 피와 눈물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치욕스러운 역사를 몇 번이나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지난 실패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잃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징비, 즉 잘못을 꾸짖어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임진왜란을 거치며 엇갈린 조선과 일본의 국력이 다시 뒤바뀌게 되는 역사적 장면을 보게 되리라 믿습니다. - page 117

그리고 35년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을 수호하기 위해 흘렸던 피와 눈물, 그 고통스러운 진실과 안타까운 사연이 아려왔었습니다.

'우리나라글'을 뜻하는 '한나라 글'을 줄여서 '한글'이라고 칭하기 시작했는데, 후에 '하나', '크다', '바르다'라는 의미가 더해졌다고 합니다.

사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우리 글자를 만들었지만 그때는 훈민정음이라 불렀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글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국어학자 '주시경'.

1907년 주시경은 국어강습소를 설립해 조선의 청소년들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1908년 국어를 연구할 목적으로 '국어연구학회'라는 학술단체도 만들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1910년 경술국치로 인해 우리말을 '국어'라 할 수 없게 되자 '국어연구학회'는 순우리말을 이용해 '배달말글몯음'으로 바뀌었다가 1913년에 '한글모'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 우리글의 이름, '한글'이 탄생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게 참 놀랍죠? 이렇듯 한글이라는 이름은 일제의 식민 지배 시절, 국어를 국어라 부르지 못하고 국문을 국문이라 부르지 못하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태어난 유산이기도 합니다. - page 246

그는 우리글에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우리말을 우리글로 풀어낸 사전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

경솔국치 다음 해인 1911년, 주시경은 제자들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우리말 사전 '말모이' 편찬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그는 39살 젊은 나이로 돌연 사망하게 되고 그럼에도 제자들은 우리말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편찬을 계속하게 됩니다.

일제의 탄압과 검열, 모진 옥살이와 시련을 견뎌낸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사전 원고는 광복 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마침내 약 18년 만에 1947년 한글날에 《조선말 큰사전》으로 발간되었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우리글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 그들은 우리글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는 일제의 폭압적 식민 지배 속에서도 우리글을 잃지 않을 수 있었죠. 쉽게 읽고 쓰는 우리글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 page 273

그들의 피 땀 눈물로 지키고자 했던 우리의 것, 우리나라.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였습니다.

부디 헛되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함을, 오늘이 후손에겐 부끄럽지 않은 역사로 비춰지도록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1878 ~ 1938)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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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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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이름만 들어도 화가에 대해, 대표적인 작품도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화가는...?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작 우리의 화가들은 많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 고흐, 폴 고갱, 마티스, 피카소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거장 김환기, 이응노, 김창열을 비롯한 7인의 화백과 그들의 걸작에 얽힌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미술관 소개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하였습니다.

미술관의 '피리 부는 남자' 정우철 도슨트와 함께 한국 최고의 화백 7인과 그들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는 7곳의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떠나볼까요!

최고의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방법

차를 타고 직접 가거나, 혹은 이 책을 펼치거나!

손안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미술관 7곳을

도슨트 정우철과 함께 거니는 시간

미술관 읽는 시간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이는 불굴의 정신 환기미술관

모든 걸 비우고서야 마주하게 되는, 순수의 공간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인생을 녹여낸 투명한 '무無'의 물방울, 그 자국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외로움과 그리움 이후에 응결된, 영원의 기록 이중섭미술관

마을 아낙과 아이들의 순박함을 품은, 순수의 요람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여자가 아니라 화가로 불리길 바란, 선각자의 안방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전쟁의 슬픔과 고통마저 승화시킨, 포용의 예술혼 이응노미술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세계적인 걸작들을 품은 미술관이 있었음을, 미술관 자체도 멋진 작품으로 우리가 품고 있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우리의 화가들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화가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시대의 불행을 겪은 그들.

마냥 좌절하지 않고 애환을 예술로 승화시켜 지금의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어쩌면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가 되는 것은 이런 신념과 마음들 덕분이 나리까 싶습니다. 화가의 삶은 작품이 되고 그 작품은 또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었던 화가의 마음, 그 마음이 온전히 들어간 작품은 또 누군가의 마음을 울립니다. - page 239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장욱진 화백.

"나는 붓을 놓아본 일이 없다."

붓을 사랑한 아이였던 그.

평생 소박하게 그림을 그린 그.

그래서 그의 그림 속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내용이 없습니다.

한 예술가 친구가 제게 해준 말이 생각나네요. 예술적 상상력을 잇기 위해서는 동심과 사랑, 이 두 가지를 잃으면 안 된다고요.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서는 이 두 가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유독 좋은가 봅니다. - page 50 ~ 51

저 역시도 그의 작품을 마냥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순수함이 느껴져서였던가 봅니다.

그중에서도 <자화상>이란 작품을 처음 접할 땐 유유자적함이 느껴졌었는데 알고 보니 애잔함이 느껴졌었습니다.



황금 들판에 네 마리 참새, 쫓아오는 강아지, 정장을 입은 화가의 모습까지 지독히 반어적입니다. 전쟁 중에 조용할 날 없는 하늘이지만 그림 속에는 네 식구를 닮은 까치 가족을 그려 넣어 다 같이 만날 날을 기약했나 봅니다. 이렇게 그는 시대의 아픔은 마음 한쪽에 숨겨두고 그림에는 희망만 담았습니다. "자연 속에 나 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 - page 56

요즘처럼 싱숭할 때 장욱진미술관으로 가 그에게 마음을 기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저는 그저 물방울 화가로만 알았지 그의 속 사정을 몰랐기에 참 씁쓸하였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여동생과 친구들을 잃고 그 상처를 캔버스에 뿜어냈던 그.

이때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물방울이 아닌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칙칙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한국전쟁 후의 콱 막힌 비참과 절망을 안으로 응결시켜 여과하기까지에는 거의 20년이 걸렸다."

고단했던 유학 시절 무척이나 가난해 재료비도 아껴야 하던 그 시절.

사용한 캔버스를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도록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두었는데 어느 날 아침 햇빛에 캔버스에 뿌려뒀던 물방울이 반짝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전쟁을 겪으며 느낀 상실감과 고통, 이국 생활의 외로움 그리고 그 끝에 탄생한 순수하고 영롱한 물방울은 어쩌면 스스로를 정화하고 위로해주는 주제가 아니었을까요. - page 88

그리고 2021년 1월 5일 자기 인생의 모든 경험을 녹여내었던 투명한 '무無'의 물방울처럼, 한 방울 이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가 남긴 수많은 물방울이 참 와닿는 요즘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그들의 겪었을,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스스로를 깎고 깎았을 모습이 그려져 마음 한 켠이 아렸습니다.

무언의 울부짖음이 오늘의 위로로 다가오니...

그래서 그렇게 미술작품에 다가가고자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가만히 우리의 미술관을 거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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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평선 -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아는 것들, 그리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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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막연함이 있기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아는 것들,

그리고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

그 광활한 우주 그 너머로의 여행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평선 너머,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까?"

우주의 기원부터 확장과 소멸까지,

실존적 우주를 둘러싼 물리학의 공방

마지막 지평선



지난 세기, 과학은 아주 정확하게 우주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설명하는 그림을 제공했습니다.

우주가 초기에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상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풍부하고 복잡한 상태로 진화하게 만든 물리적 체계도 파악되었지만 공간과 시간의 경계 쪽으로 가다 보면, 우리의 도구와 개념을 심각한 시험에 들게 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주는 유한할까, 무한할까?

공간과 시간은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을까?

자연법칙이 과거에는 달랐을 수 있을까?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할까?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까?

현실의 궁극적인 특성을 완벽하게 아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거나 최소한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지평선 너머, 짙게 깔린 어둠 속을 향해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Ⅳ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Ⅰ부에서는 아인슈타인마저 고집했던 정적인 우주 모형에서 동적인 우주 모형이 자리 잡게 되기까지, 일반상대성이론의 발견과 우주 팽창의 증거 등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우주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였습니다.

Ⅱ부에서는 우리 물리학의 확신이 덜하고 불완전한 개념을 갖는 새로운 풍경에 관한 이야기-우주를 구성하는 미지의 물질과 에너지, 구조, 기원, 급팽창 등 천체물리학계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논점-가 담겨 있었습니다.

Ⅲ부에서는 논의를 잠시 멈춰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난관과 우주에 관한 우리 지식의 한정적, 혹은 영구적인 한계를 성찰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가 그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대단원 Ⅳ부에서는 우리가 아는 것의 극단까지 밀고 나가 과학 연구의 권위에 도전하는 질문들에 답하였습니다.

결국, 우리의 질문 중 몇 가지, 특히 궁극적인 원인과 관련이 있고,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넘어선 영역을 탐구하는 질문이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한 채 남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 page 283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 당신에게 자신이 모든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할 때, 당신은 그 의미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지 말고 이렇게 묻는 것이다.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았죠?" - page 286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광활한 우주 속에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 같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인간과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게 되는데 이 역시도 막연하기만 하였습니다.

결국 과학이 우주의 모든 것에 답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결과이자 한계를 인정하고 우주에 대한 이해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과학은 현실을 탐구하는 과정이고, 과학 지식은 세계지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지도만이 우리가 현실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넓어지는 영토를 포용하는 것도 아니며, 점점 더 정확하고 상세해지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중ㅇ요한 것은, 지도는 현실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론이 아무리 정교해도, 복잡한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방향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이상화된 단순화, 즉 개념적 도구일 뿐이다. - page 43 ~ 44

우리가 세상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우리가 가진 조사 수단의 장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가 접근한 현실은 일상적인 감각이나 기술이 제공한 진보를 통해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의 요소들은 각 시대에 우리가 얻을 가능성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18세기 과학자의 비전에는 원자나 바이러스, 은하, 전기장, 암흑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실질적인 대상'의 실체를 후손들의 보관함에 넣게 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시선의 궁극적인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 page 153 ~ 154

어쩌면 한없이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저자는 한 편의 서사처럼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머리로의 이해보다 가슴으로 와닿았었습니다.

그래서 우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별로 가득 찬 곳이라 생각되었던 이곳.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 '우주'에 대해, 우주의 '지평선'너머로까지 닿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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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달력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정철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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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카피라이터 '정철'.

'사람이 먼저다'등 명카피와 『누구나 카피라이터』 외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그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일상은 똑같고,

좋은 걸 봐도 예전만큼 감동이 없고,

새로운 걸 경험할 기회마저 점점 줄어드는 사람들을 위해

'영감 부자'로 만들어 줄 1년 치 영감을 담은 책을 우리에게 선사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싱숭생숭하고 무기력하고...

뭔가 자극이 필요했기에 이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영감을 듬뿍 충전하고 싶습니까?

1년 치 영감이면 어떻습니까?

카피라이터 정철의 15년 발상을 꾹꾹 눌러 담은 책

영감달력



10년 이상, 열 권 이상을 책을 쓴 그.

정철 지음이라고 적인 책들을

펼쳤다.

살폈다.

추렸다.

내 눈에 괜찮은 글.

다시 읽고 씩 웃은 글.

다시 읽고 울컥한 글.

다시 읽어 보니 새로운 글.

이대로 땅에 묻어 버리기 싫은 글.

제법 사랑받은 글.

여전히 꿈틀거리며 세상을 돌아다니는 글.

반응은 신통치 않았지만 다시 소개하고 싶은 글.

헉헉;;

아무튼 이 글들을 모아 정철 베스트 글 모음집이 바로 『영감달력』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아! 봤던 글에 대한 반가움이, 처음 만나는 이라면 그의 엑기스만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였음에 저에겐 반가움과 새로움이 공존하였습니다.

하루에 하나의 영감.

선택이 많아진 30대에 필요한 글, 노안이 찾아오는 40대를 위한 글, 은퇴하면 뭐 할지 고민하는 50대의 생각을 바꾸는 글 등 그 나이대에 필요한 글뿐 아니라 지구의 날엔 지구를, 고래의 날엔 고래를, 커피의 날엔 커피를 붙들고 쓴 글을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그 나이에, 그날에, 그 계절에 걸맞는 글을 줌과 동시에 글에 어울리는 새로운 질문을 하나씩 던짐으로써 우리에게 없던 1년 치 영감을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참..

최근에도 그랬고 8년 전에도 그랬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날의 글은 가슴에 눈물이 차오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연이었을까...

10월 30일에서 <따뜻한 말>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 뒤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또다시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문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게 묻는다면, 집에 가자.

# 당신에게 묻는다면?

오늘 아침에 책을 펼쳤을 때 저에겐 이 글이 와닿았습니다.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싶은 오늘.

커피 한 잔과 함께 창밖이 전하는 말을 들어보려 합니다.

날짜에 맞춰서 읽고, 눈 뜬 아침에 무심히 펼친 페이지를 읽고 그렇게 저 역시도 없던 영감을 하나씩 채워나가보려 합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따스한 포옹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건 바보짓이다.

눈물은 눈이 흘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흘리는 것.

가슴속을 닦아 주는 손수건이 없다면 말없이 꼭 안아 줘야 한다.

그 사람 가슴이 따뜻해질 때까지 내 가슴을 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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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 인문학 전문가 김종원의 지적 안목을 넓혀주는 열두 달 교양 수업
김종원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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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부담 없이 교양을 쌓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인문학 여행'이라는 점에서, '한국'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였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하루 한 페이지 인문학 수업.

한국의 모든 교양이 내 것으로!

삶의 태도가 바뀌는 지적 무기 365!

안목을 키우고 지혜를 얻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물, 작품, 사건과 숨겨진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

삶에 대한 생각과 시야가 한 단계 더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인문학적 기반과 그걸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흡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법'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공부와 사색에서 나온 지식을 그대로 흡수하는 방법으로 읽고 흡수할 때는 "아, 그렇지!"라는 깨달음을 얻지만,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고 쉽게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암기해야 할 최소한의 정보만 머리에 담고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재분류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비록 얻는 정보는 적지만 재분류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내면에 쌓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이 두 번째에 해당되었습니다.

1페이지로 전한 정보를 토대로 그저 아는 것이었던 것이 알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내 삶에 활용하기까지.

읽으면 비로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인문학 여행이었구나!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위대한 인물, 작품, 주요 사건은 물론 미처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를 문학·미술·음악·음식·건축 등의 분야별 열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그날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잘 알려진 이야기'와 '미처 몰랐던 이야기'를 함께 풀어두었고 본문 내용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QR코드를 통해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1일 1페이지 책이라면 보이는 <365일 체크 리스트>.



저는 이 페이지를 정말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체크를 하는 것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는 지식'으로만 흡수되었기에 삶으로 연결되는 순간 채워질 체크를 기다리며...

매번 1일 1페이지 시리즈를 접할 땐 우선적으로 내가 태어난 날, 가족들이 태어난 날, 기념일을 먼저 찾아 읽어보곤 합니다.

이날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날들이 더 소중히 여겨지게 되는...

책 속에 '독서'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독서가 중 딱 한 사람으로 매월당 김시습을 뽑았었는데 그 이유는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하나하나 완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대학》, 《중용》 등 유교의 경전을 그는 이미 열 살도 되기 전에 다 읽고 이해하며 그 과정을 통해 그가 깨달은 하나의 지혜

'독서란 책장이 아닌 삶의 페이지를 넘기는 일'

또다시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이어 인상적이었던 '최고의 책'이란 키워드.

여기선 안중근 의사가 일제의 고문에 조금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열다섯 가지 죄를 지적하며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적장 이토를 처단한 것'이라고 당당히 외친 항목이 소개되었는데

1.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2. 고종 황제를 폐위시킨 죄

3. 을사 5조약과 정미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4.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아 통감 정치를 한 죄

6. 철도, 광산, 산림, 농지를 강제로 빼앗은 죄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8.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킨 죄

9. 민족 교육을 방해한 죄

10.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한 죄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3.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무사한 것처럼 천황을 속인 죄

14. 대륙 침략으로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죄

15. 일본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인 고메이 태천황을 죽인 죄

이에 대해 전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이토의 열다섯 죄를 하나하나 나열하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책'이라고 말한 이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이 15개 항목을 마치 책의 목차처럼 새기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삶을 보라. 때로 책은 종이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의 엮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 page 21

그리고 이 글을 쓰는 11월은 '경제' 분야로, 1일의 키워드는 '개성상인'이었습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서 개성을 중심으로 활동한 상인인 '개성상인'.

이들의 후예가 한국 경제계를 주름잡고 있는 기업가들 가운데서도 많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기업이 세계에서 최고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개성상인' 그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그저 알고만 있었던 이야기를, 몰랐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책.

매일을 여행하듯이 읽다 보니 어느새 인문학적 교양과 지식이 쌓여있었습니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인문학.

미처 몰랐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이제라도 알게 되어 뿌듯함이 공존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번의 여행으로 그칠 것이 아니었기에 매일 매일 새기고 또 새기며 내 안으로의 여행으로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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