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은 지난날을 돌이켜보았다.
서점에 근무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책, 특히 추리소설을 수천 권 독파한 동인은 그간 아람과 함께 종갓집 종부 실종사건과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사건, 북토크 음독사건, 물품을 이용한 사기 사건 등을 해결했다. - page 9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연말 동인에게 고백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동인이 책보다 너의 냄새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큰 진전 없이 아람이 사건을 자문하면 동인이 그걸 조사해 주고,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사건 해결에 있어서만큼은 찰떡궁합을 보여준 이 둘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가을.
"저 사실 유 대리님이 서점 탐정으로 소문나서 뵙자고 했습니다."
"오늘 말씀하신다는 게..."
"이게 박태영 작가님이 실종된 지 오래됐는데 해결이 안났거든요." - page 20
2016년 베스트셀러였던 추리소설 《인간의 파멸일기》 로 대히트 친 추리작가 박태영.
아내가 암으로 사망하면서 실의에 빠져 절필하였고 실종 직전 갑자기 글을 쓰기 위해 취재하려 간 이후 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그는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이 사건을 필두로 유동인과 강아람은
서점 안 책 속에 숨겨진 천만 원짜리 수표
고가의 슈퍼카를 이용한 계속되는 접촉사고
발레 학원에서 발견된 몰래카메라
각 계절마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사건들은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기에 현실성이 있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아람과 동인은 죽이 참 잘 맞는 친구였다. 원장과 사장처럼 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동하며 벚꽃 잎이 흩날리는 걸 손바닥으로 받았다. 아람은 분홍빛 꽃잎에 가슴이 두근대며 설렜다. 동인이 옆에 있어 그런 건가. 이렇게 또 봄날은 간다. - page 225
이 둘의 관계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고 살펴보는 재미까지.
진정한 '코지 미스터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들 중 <미림문고 보물찾기 사건>에서 엿볼 수 있었던 '스토킹'.
'사랑'이란 이름 하에 일어난 이 일.
"난 그래도 널 진심으로 생각해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나의 이별 이벤트를 영원히 기억해 주길 바랐는데."
...
"네가 이래서, 번번이 이래서 헤어지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 왜! 왜! 내가 돌려받을 돈인데 여기 서점 직원들과 형사님까지 힘들게 하면서 고생시키는 거야! 대체 왜! 이 밤에!"
"그, 그거야 너에게 완전한 이별 이벤트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 page 143 ~ 144
이 역시도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사람의 마음을 이용한 범죄행위.
자신의 사심을 채우기 위한 범죄행위.
예전엔 쉬이 넘어갔다면 이젠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당연한 사실이지만 또다시 다짐해 봅니다.
이젠 이 둘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묵직하면서도 따스함이 묻어 있었던 이 소설.
그래도 덕분에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