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던 책 어디 갔어? 풀빛 그림 아이
텔마 기마랑이스 지음, 자나 글라트 그림, 이정은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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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아이와 같이 책 읽기를 안 했더니...

아이는 조금씩 책과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럼 안되지!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고자 합니다.

"우리 어떤 책을 읽어볼까?"

다정스럽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

어떤 책을 읽어야 아이들이 좋아할까... 고민하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귀여운 추격전.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개가 물고 간 책은 어디로 갔을까?

쫓고 쫓고 또 쫓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미난 추격전!

화려한 색채의 그림 속에 숨어 있는

귀여운 추격자들도 찾아보세요!

여기 있던 책 어디 갔어?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강렬한 원색으로 가득하니 아이와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강렬한 원색들 속에서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 있던 책 어디 갔어?"



바로 '개'가 물고 갔습니다.

개가 어디 갔는지 찾으려고 하니 '고양이'를 쫓아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책을 물고 달아난 개를 쫓으려니 고양이를, 고양이는 쥐를, 쥐는 작은 새를, 새는 벌레를...

쫓고 쫓다보니...



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고 다들 물어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읽어?"



"엄마! 이 책 너무 재밌는데!"

아이도 어느새 이 추격전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나 봅니다.

사실 책 속에 개도 찾아야 하고 고양이도 찾아야 하고...

열심히 찾아야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책'을 만날 수 있기에 정말 열심히 찾았습니다.

그리고나니 모두가 '책'이었습니다.

덕분에 다시 아이가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와 함께 읽고 난 뒤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다시 읽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책을 숨기고 가지고 있는 인형들을 곳곳에 둔 다음에

"내 책이 어디 갔어?"

하면서 노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 같이 찾아볼까!"

아이와 함께 저희 책을 찾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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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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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요리, 치유라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설정을

다정한 환상성, 에피소드, 선명한 캐릭터로 작품에 힘을 실어주었다." - 이도우

음식으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보편적인 소재.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에 마음을 건네본다는 건 그 따스함을 잘 알기에, 아는 맛이 무섭기에 저 역시도 꾸준히 찾아 읽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요즘.

마냥 이 소설을 읽으며 치유받고 싶었습니다.

Eat to Live!

Eat to Care!

사람의 슬픔을 보듬고, 마음을 치유하는 이곳은,

당신만을 위한 1인 맞춤 식당 '물망초 식당'입니다.

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내가 이곳의 오우너고 너도 언젠가는 오우너가 될 거다.' - page 10

마포구 서화동에 위치한 프라이빗 키친인 '금귀비 정찬'.

이곳에는 주력 메뉴도 고정 메뉴도 없습니다.

심지어 100% 예약제에다가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한 불친절한 식당입니다.

위치도 전혀 이점이 없는데, 동네는 지나치게 조용하고 주변 건물은 낡은 것들뿐인, 그야말로 실패하는 자영업 조건이 총망라된 이곳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식당이 바로 금귀비 정찬입니다.

오롯이 예약자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요리를 만들어내는 이곳의 사장 금귀비는 외동딸인 문망초에게 계약을 제안합니다.

1. 금귀비 정찬 오너가 되기 위해 문망초는 손님 7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야 한다.

2. 서명을 받기 위해 손님들의 편식을 개선한다.

3. 이는 신체적 알레르기 반응이 아닌 오직 심리적 편식만을 말한다.

4. 이름은 '물망초 식당'으로 하며 100일간 식당의 경영자 겸 총괄 셰프가 된다.

5. 손님은 친구나 친인척이어서는 안 된다.

6. 필요에 따라 금귀비의 조언을 들을 수 있으나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오직 한 명의 손님만을 위한 식사.

당장 첫 번째 손님부터 어떻게 데려올지 머릿속이 하얀 상태였지만...

건강이 나빠지는 엄마를 대신해 가게를 이어받기 위해선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봅니다.

"왜 하필이면 조건이 편식이야?"

벽 간판 속 가게 이름과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며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엄마 역시 나와 벽 간판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엄마답게 차분한 목소리였다.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사랑해야 하거든."

그게 편식이랑 무슨 상관이야?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엄마의 말뜻을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가타부타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아빠가 늘 했었던 말이었으므로 내게는 익숙했다. 어째서 그게 편식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물망초는 내 이름 문망초에서 그냥 따온 거야?"

"그냥이란 건 없어. 거기에도 이유가 있어."

"이유가 뭔데?"

"물망초의 꽃말이 뭔지 아니?"

"진실한 사랑, 나를 잊지 말아요."

"그래, 그거야. 네 이름에도, 그 식당에도 꼭 필요한 거야." - page 25 ~ 26

첫 손님 '변유현'은 어린 시절 엄한 훈육으로 매운 음식, 특히 김치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습니다.

"네, 이후로 저는 김치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답 없는 제 모습에 부모님도 김치 먹이기는 포기하셨어요. 고작 음식 따위에 마음이 요동친다는 점이 자존심 상합니다. 저를 괴롭혔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 page 36

심리적 편식에 대해 알아보다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편식이란 음식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을.

맛과 식감, 재료 특성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면 편식자는 음식이 아닌, 그 음식에 얽힌 기억을 거부한다는 것을.

유현은 김치를 향해 표현하는 거부감도 일종의 두려움이었고 이 두려움을 어떻게 없앨지가 관건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피가 두꺼운 찐빵을 사서 친구 동희네에 놀러 가게 됩니다.

망초는 고등학생 때 개에 물린 탓에 개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희에겐 입양한 말티즈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강아지를 향해 무심코 소리를 지르게 된 망초에게 동희가 겉모습이 개일뿐, 과거에 너를 문 개와는 다르다고 조언하면서 망초 역시도 그저 개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두려움을 품었으며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표출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피가 두꺼운 찐빵을 통해 겉모습과 본질의 차이를 깨닫게 되면서 유현을 위해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준비합니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게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 page 59

그렇게 유현은 김치만두를 맛보게 되면서 수년 만에 김치를 먹게 됩니다.

"이 김치만두는 이제 유현 씨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렇겠죠......"

"하지만 유현 씨가 겁을 낸다면, 언제까지고 괴롭힐 수 있어요. 뒷걸음질 치는 사람은 괴롭히기 쉬우니까요."

...

"딱 한 입 크기네요." - page 60

그를 필두로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음식 처방을 내리게 됩니다.

손님들은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금씩 치유하게 되고 망초 또한 위로를 받게 되면서 완전한 치유, 일방이 아닌 쌍방의 결실을 맺게 됩니다.

잘해야만 한다는, 잘 해내지 못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봄날의 눈처럼 녹아 사라졌다. 엄마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는, 여태껏 내가 갈망했던 답이 모두 담겨 있었다. 퇴근길에 바라보는 하늘이 애틋하기만 했다. 까만 어둠 속 빛나는 별이 유독 환하게 보였다. 아픈 상처가 있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애정으로 작은 빛을 찾아낼 수 있다. 요리사는 그들을 치유하는 의사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당신이 내게 가르쳐준 사랑을 지침 삼아 많은 사람들의 별을 찾아주고 싶다. 우리의 과거가 지난할수록, 더욱 환히 빛날 내일을 위하여. - page 333

트라우마에서 한 발짝 나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야말로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용기를 건네 줄 단 한 사람만 만나더라도 나아갈 수 있음에.

그리고 그 속에 진정성 있는 사랑이 있다면 치유할 수 있음에.

따스한 감동 한 가득히 받았습니다.

저도 편식이 심한 편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음식들에 트라우마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문망처 정찬에 가 기억 저편에 존재할 트라우마를 치유할 한 그릇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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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퍼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
앨리스 워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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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덥석 읽게 되었던 이 책!

그나마도 '퍼플'이라는 말에 내가 좋아하는 색이 나왔으니 재미있지 않을까... 란 헛된 생각이...

첫 장을 읽자마자 욱!

어디선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세계 저편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안도한다는 사실도 참...

아무튼 시기적으로도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더 싱숭했던 소설.

그렇지만 언젠가 또다시 이 소설을 펼쳐 읽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새로운 주체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들의 뜨거운 결속에서 발화하는 희망의 불꽃

컬러 퍼플



이 일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해.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어. - page 13

열네 살의 소녀 '셀리'.

아빠라는 작자에게 여러 차례 강간당하고 두 아이를 낳기까지.

그녀는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편지를 썼고 그렇게 이 소설은 서간체 소설로 셸리가 하느님께, 나중엔 하느님 대신 동생 네티에게 쓴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보러 오지 않아요.

엄마는 병이 점점 깊어가요.

마침내 엄마가 물었어요. 아기는 어디 갔니?

저는 하느님이 데려갔다고 말했어요.

아빠가 데려갔어요. 제가 자고 있을 때 아빠가 데려가버렸어요. 숲으로 데려가서 죽였어요.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도 죽일 거예요. - page 16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아이들.

아빠의 강요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을 키워줄 여자를 찾는 ○○ 씨와 결혼하게(아니 팔려가게) 됩니다.

그때 동생 네티와 함께 ○○ 씨의 집으로 오게 되는데...

아이들이 기어오르게 하지 마. 네티가 말했어요. 누구한테 힘이 있는지 확실히 알려줘야 돼.

그애들한테 있어. 제가 말했어요.

하지만 네티는 자꾸 말해요. 싸워야 해. 싸워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싸우는 법을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법뿐이에요. - page 39

○○ 씨 역시도 그녀를 집안일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아이들 때리듯, 아니 그 이상으로 폭력도 행사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나무라며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

하아...

그러다 그녀의 인생 포인트가 될 만한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 씨가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슈그 에이버리'.

자신과는 달리 솔직 당당한 모습의 슈그의 모습에 첫눈에 반해버리게 된 셀리.

슈그가 아파 ○○ 씨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몇 달을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슈그로부터 서서히 자신이 귀중한 존재, 충만한 신성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게 됩니다.

내가 믿는 건 이런 거야. 슈그가 말했어. 신은 내 안에 있고, 세상 모든 사람 안에 있다는 거. 우리는 신과 함께 세상에 왔어. 하지만 자기 안에서 신을 찾으려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지. 그건 가끔 우리가 바라보지 않거나 무얼 찾는지 모를 때 그냥 나타나기도 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런 일을 겪어. 슬프거나. 지독하게 괴로울 때.

...

나는 신이 세상 만물이라고 생각해. 슈그가 말했어. 현재와 과거와 미래에 있는 모든 것. 네가 그걸 느끼고 그 느낌에 만족한다면 그걸 찾은 거야. - page 258 ~ 259

한편 네티는 새뮤엘, 코린 부부와 함께 선교 생활을 하다 이들 부부의 아이들이 자신의 언니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언니에게 무수히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을 수 없었던 네티.

그럼에도 편지를 쓰며 자신의 넋두리도 하고 선교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된 인종차별과 성차별들 속에서 맞서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이 둘의 재회까지.

제약과 억압된 세상 속에서 이 여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은 서로의 연대를 통해 구원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게 된 모습이 보랏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니, 허영심이 아니야. 그녀가 말했어. 좋은 걸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는 거야.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걸.

화가 나면 어떻게 하는데? 내가 물었어.

다른 걸 만들지. 사람들은 신이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일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신이 항상 우리에게 기쁨을 돌려주려고 한다는 건 바보도 알 수 있어.

그래? 내가 말했어.

그렇다니까. 그녀가 말했어. 신은 언제나 놀라운 걸 만들어서 우리가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우리 앞에 던져줘.

그러니까 성경에 적힌 대로 신도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거네.

맞아, 셀리. 그녀가 말했어. - page 260

학대하는 아버지에게서 학대하는 남편에게 넘겨지는 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

이 '셀리'란 인물은 전형적인 성차별의 모습, 나아가서 인종차별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그녀가 보랏빛 희망을 선사해 주었던 건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열다섯 가지가 생겨나. 나는 우리에게 왜 사랑이 필요할까 궁금해졌어. 우리는 왜 고통을 받을까. 우리는 왜 흑인일까. 우리는 왜 남자와 여자일까. 아이들은 정말로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그리고 자신이 왜 흑인인지, 남자이거나 여자인지, 아니면 숲인지 묻는다고 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묻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

그래서 결론이 났어요? 내가 물었어.

나는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질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질문하기 위해. 묻기 위해. 그리고 큰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하다 보면 우연처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돼. 하지만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알 수가 없어. 게다가 질문하면 할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돼. 그가 말했어. - page 363 ~ 364

결국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하나의 주체로 현실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됨을, 그렇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음을 묵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여성, 흑인이란 굴레가 존재한다는 것.

또다시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외침이 떠올랐습니다.

"나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솟아오리라는 꿈입니다.

언젠가 엘라배마에서 흑인 소년 소녀들이 어린 백인 소년 소녀들과

손을 잡고 형제자매로서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되는 꿈입니다."

_tvN <벌거벗은 세계사> 16회 중

차별과 편견의 문제.

사랑과 평화로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갈 그날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신뢰가 필요함을 다시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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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채소, 정크푸드 - 지속가능성에서 자멸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마크 비트먼 지음, 김재용 옮김 / 그러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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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총, 균, 쇠』와 『문명의 붕괴』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추천사로부터였습니다.

"사람은 먹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모든 것은 음식과 관련이 있다. 음식은 우리의 생존, 건강, 복지, 땅, 법, 에너지 공급, 물, 그리고 거의 모든 것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우리의 사고를 일깨우는 마크 비트먼의 책은 우리의 음식 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 한 입 한 입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눈뜨게 할 것이다.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된 '식'.

뿐만 아니라 음식의 질에 따라 먹는 사람의 상태가 좋아지거나 나빠지기도 하기에 무엇보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식량 시스템에 대해, 그리고 미래 식량에 대한 고찰도 해 보고자 열심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말이 거창해진 듯한 느낌이지만...)

지속가능성에서 자멸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

동물, 채소, 정크푸드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진화의 원동력이었던 '음식'.

그 '음식'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영양분을 공급하는 물질' 정도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음식, 바로 식물과 동물이었지만 농업과 식품 가공이 산업화되면서 세 번째 종류의 '음식'이 개발되게 됩니다.

바로 독극물에 더 가까운 것, 즉 '질병이나 죽음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라 할 수 있는 '정크푸드'.

하지만 정크푸드라는 테러분자가 우리의 땅, 물, 기타 천연자원의 많은 부분을 훔치거나 그곳에 독을 집어넣고, 인구의 4분의 1을 굶주리게 만들고, 인구의 절반에 질병의 씨앗을 뿌리고, 앞으로 음식을 마련할 우리의 능력을 위협하고,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독을 먹이고, 동물을 고문하고, 많은 우리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한다면, 우리는 이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 - page 16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음식이라 하면 이롭다고만 생각했는데 정크푸드의 등장으로 인해 건강을 해친다는, '테러'라는 표현을 보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코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는 사실.

이러한 테러를 막기 위해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정의로운 음식 시스템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여주고,

음식과 농업의 현 상황에서 생겨난 실존적인 위협을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설명하고자

음식의 기원, 진화, 영향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음식은 언제나 정치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와 음식의 관계(음식이 어떻게 우리 손에 들어오는가)는 더욱더 정부와 정책에 의해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 page 164

이 책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전한 경고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아니,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해야 할까요...

생산물의 종류와 수준을 결정하거나 영양을 개선(혹은 저해) 하거나 무역을 위한 잉여를 조성하거나 심지어는 식량난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방, 동물성, 제품, 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을 때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널리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대 식품 회사의 마케팅 기계와 정부 정책의 거짓말.

케슬러의 책에 따르면 기업이 만들려고 한 음식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매우 자극적이며 목으로 쉽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이들은 이런 음식을 거리 구석구석에 놓아두었고, 가지고 다니기 쉽게 만들었으며, 언제 어디서 먹어도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들은 음식 축제를 창조해냈고, 바로 그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 page 275 ~ 276

어디에나 있다는 점, 그것을 먹도록 우리가 끊임없이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

우리에게 좋지는 않지만 사실 만족스럽다는 점, 그것을 먹는 일이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라는 점.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심각성을 인지하여 바꿔야 했습니다.

우리의 식습관을, 음식 시스템을.

이 시스템은 부도덕하고 잔인한 것이며 부도덕하고 잔인한 사람들(이들 중 일부만이 가학적인 주모자다)에게 이끌려온 것이지만, 대체적으로 봤을 때는 점진적인 결정의 결과다. 1만 년 전에 이루어진 결정도 있고 최근에 이루어진 결정도 있다. 다른 결정이 가능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재배하고 무엇을 먹을지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 page 349

과거의 실수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지만 바로잡을 수는 있다고 하였습니다.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며, 그 가치와 목표에 도전하고 재구상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땅을 관리하는 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도 필요하고 영양 공급이 목표인 식품 가공이 필요하였습니다.

지역 사회를 위해 음식을 재배하고 조리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경제가 필요하고... 등.

이렇게 나열해서 보니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그래서 미묘하고도 복잡함으로 급진적으로 변화하지는 못하더라도 하나의 변화는 분명 다른 변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이제라도 우리의 현명한 안목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먹는 존재다. 스스로를 유지하고 번창하는 데에 필요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인간의 임무다.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현재가 정의되고 미래가 결정된다. - page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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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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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좋아하는 1인으로 수학 관련 책이 보이면 읽어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보자마자 어?!

기존의 수학 관련 책들은 아무리 일상과 관련된 책이라 해도 공식들이 표지에 등장하곤 하는데...

공식은 어딨지?

오히려 공식을 찾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보는 수학책 & 생각하는 수학책.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이 책.

서서히 빠져들었습니다.

맛있는 케이크, 치즈, 초콜릿, 동전... 가까운 일상 속에

신기한 수학 원리가 숨어 있다. 푸는 수학이 아니라 생각하는 수학!

호기심과 흥미가 샘솟는 기발한 문제들!

풀고 싶은 수학



이 책의 탄생이 후기 대신에 소개되었었는데...

사토 마사히코는 오후에 열릴 수학에 특화된 모임인 사토 연구회에 대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회에서는 예외 없이 모든 이에게 숙제가 주어지는데 그건 다름 아닌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문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내면 모두가 놀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닥치는 대로 수학 문제집과 과거 입시 문제를 뒤지던 찰나에 1개, 전형적인 기하 각도를 묻는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우연히 중학교 입시 문제를 실제 타일에 적용하면 어떻게 보일지.



그랬더니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사진을 사용한 문제와 참고한 입시 문제를 비교했다. 문제의 본질은 같다. 그리고 도형은 입시 문제 쪽이 더 정확했다. 왜냐면 사진 속 타일은 원근 때문에 왜곡이 발생한다. 하지만 왜곡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문제의 의미를 간단히 파악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속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니 왜곡된 사진이 더 문제를 풀고 싶게 만들었다. - page 130

이를 통해 그는 깨닫게 된 것입니다.

수학의 문장은 문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수학의 문장은 의무감이 들게 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만들면

한눈에 문제 의도가 보인다.

한눈에 문제를 풀고 싶어진다.

그렇게 해서 총 23개의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비주얼 속에 단순하지만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수학적 정의와 논리 사고를 요하는 문제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사실 교육과정에서 배운 수학들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쓰이는지, 사칙연산만 알아도 되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던 이들, 진정한 수학의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제격이었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어? 여기에 이런 수학 원리가 있었다고? 놀랍고도 재미있었습니다.

호기심과 흥미가 뽐! 뿜! 샘솟아 책을 펼친 순간부터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풀어나갔고 단숨에 책의 마지막 장을 보게 되니...

나는 진심으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인가.

아니면 이 책이 진짜 재미난 것인가.

(아마 후자일 것이다. 하하핫;;)

아무튼 오래간만에 머리를 쓰니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고...

논리 구조 + 추상화 + 새로운 생각의 틀 + 사고력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잡을 수 있는 이 책.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풀어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지.

23개의 문제 중 이 문제는 아이와 함께 해 보았기에 살짝 스포를 해봅니다.





과연 누가 이길까요?

한 번 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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