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퍼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
앨리스 워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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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덥석 읽게 되었던 이 책!

그나마도 '퍼플'이라는 말에 내가 좋아하는 색이 나왔으니 재미있지 않을까... 란 헛된 생각이...

첫 장을 읽자마자 욱!

어디선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세계 저편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안도한다는 사실도 참...

아무튼 시기적으로도 마음이 뒤숭숭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더 싱숭했던 소설.

그렇지만 언젠가 또다시 이 소설을 펼쳐 읽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새로운 주체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들의 뜨거운 결속에서 발화하는 희망의 불꽃

컬러 퍼플



이 일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해.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어. - page 13

열네 살의 소녀 '셀리'.

아빠라는 작자에게 여러 차례 강간당하고 두 아이를 낳기까지.

그녀는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편지를 썼고 그렇게 이 소설은 서간체 소설로 셸리가 하느님께, 나중엔 하느님 대신 동생 네티에게 쓴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보러 오지 않아요.

엄마는 병이 점점 깊어가요.

마침내 엄마가 물었어요. 아기는 어디 갔니?

저는 하느님이 데려갔다고 말했어요.

아빠가 데려갔어요. 제가 자고 있을 때 아빠가 데려가버렸어요. 숲으로 데려가서 죽였어요.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도 죽일 거예요. - page 16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아이들.

아빠의 강요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을 키워줄 여자를 찾는 ○○ 씨와 결혼하게(아니 팔려가게) 됩니다.

그때 동생 네티와 함께 ○○ 씨의 집으로 오게 되는데...

아이들이 기어오르게 하지 마. 네티가 말했어요. 누구한테 힘이 있는지 확실히 알려줘야 돼.

그애들한테 있어. 제가 말했어요.

하지만 네티는 자꾸 말해요. 싸워야 해. 싸워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싸우는 법을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법뿐이에요. - page 39

○○ 씨 역시도 그녀를 집안일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아이들 때리듯, 아니 그 이상으로 폭력도 행사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나무라며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

하아...

그러다 그녀의 인생 포인트가 될 만한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 씨가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슈그 에이버리'.

자신과는 달리 솔직 당당한 모습의 슈그의 모습에 첫눈에 반해버리게 된 셀리.

슈그가 아파 ○○ 씨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몇 달을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슈그로부터 서서히 자신이 귀중한 존재, 충만한 신성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게 됩니다.

내가 믿는 건 이런 거야. 슈그가 말했어. 신은 내 안에 있고, 세상 모든 사람 안에 있다는 거. 우리는 신과 함께 세상에 왔어. 하지만 자기 안에서 신을 찾으려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지. 그건 가끔 우리가 바라보지 않거나 무얼 찾는지 모를 때 그냥 나타나기도 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런 일을 겪어. 슬프거나. 지독하게 괴로울 때.

...

나는 신이 세상 만물이라고 생각해. 슈그가 말했어. 현재와 과거와 미래에 있는 모든 것. 네가 그걸 느끼고 그 느낌에 만족한다면 그걸 찾은 거야. - page 258 ~ 259

한편 네티는 새뮤엘, 코린 부부와 함께 선교 생활을 하다 이들 부부의 아이들이 자신의 언니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언니에게 무수히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을 수 없었던 네티.

그럼에도 편지를 쓰며 자신의 넋두리도 하고 선교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된 인종차별과 성차별들 속에서 맞서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이 둘의 재회까지.

제약과 억압된 세상 속에서 이 여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은 서로의 연대를 통해 구원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게 된 모습이 보랏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니, 허영심이 아니야. 그녀가 말했어. 좋은 걸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는 거야.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걸.

화가 나면 어떻게 하는데? 내가 물었어.

다른 걸 만들지. 사람들은 신이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일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신이 항상 우리에게 기쁨을 돌려주려고 한다는 건 바보도 알 수 있어.

그래? 내가 말했어.

그렇다니까. 그녀가 말했어. 신은 언제나 놀라운 걸 만들어서 우리가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우리 앞에 던져줘.

그러니까 성경에 적힌 대로 신도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거네.

맞아, 셀리. 그녀가 말했어. - page 260

학대하는 아버지에게서 학대하는 남편에게 넘겨지는 한 여자의 기구한 인생.

이 '셀리'란 인물은 전형적인 성차별의 모습, 나아가서 인종차별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그녀가 보랏빛 희망을 선사해 주었던 건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열다섯 가지가 생겨나. 나는 우리에게 왜 사랑이 필요할까 궁금해졌어. 우리는 왜 고통을 받을까. 우리는 왜 흑인일까. 우리는 왜 남자와 여자일까. 아이들은 정말로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그리고 자신이 왜 흑인인지, 남자이거나 여자인지, 아니면 숲인지 묻는다고 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묻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

그래서 결론이 났어요? 내가 물었어.

나는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질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질문하기 위해. 묻기 위해. 그리고 큰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하다 보면 우연처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돼. 하지만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알 수가 없어. 게다가 질문하면 할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돼. 그가 말했어. - page 363 ~ 364

결국 '사랑하고' '사랑받음'으로써 하나의 주체로 현실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됨을, 그렇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음을 묵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여성, 흑인이란 굴레가 존재한다는 것.

또다시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외침이 떠올랐습니다.

"나에게는 하나의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솟아오리라는 꿈입니다.

언젠가 엘라배마에서 흑인 소년 소녀들이 어린 백인 소년 소녀들과

손을 잡고 형제자매로서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되는 꿈입니다."

_tvN <벌거벗은 세계사> 16회 중

차별과 편견의 문제.

사랑과 평화로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갈 그날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신뢰가 필요함을 다시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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