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분만 읽어봐
1분만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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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항상 바쁘지만 교양에 늘 목마른 우리, 아니 저.

그런 저에게 딱 어울리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채널 개설 2년 만에 누적 조회수 4억 2천만을 기록하고 9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인기채널 '1분만'.

단 60초 만에 세상의 각종 궁금증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주는 채널로 익히 유명하다고 하였습니다.

(아직 저는 보지 못하였지만...)

많은 콘텐츠들 중에서 특히 재미있고 반응이 뜨거웠던 것들만 엄선해 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안 읽어볼 수 없겠죠!

1분 동안 호기심에 대한 답.

어떤 유쾌 명쾌한 답변을 전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교양과 재미, 둘 다 책임진다!

재미있고 신기한 세상의 온갖 소식을, 딱 1분 만에!

진짜 유용한 정보를 재밌게 알려준다, 딱 1분 만에!

1분 만에 ?가 !가 되는 순간

지식과 교양이 쌓이는 일상이 새롭다

1분만 읽어봐



1분이란 시간.

저에겐 짧고도 짧은 순간인데 저자는 달리 이야기하였습니다.

하루 중 짧은 1분의 웃음은 일상의 '즐거움'이라는 가치가 될 것이고, 영상 속 정보는 생활의 궁금증을 해결할 '지식'이 될 테고, 이 마음이 전달되기 원하는 '1분만'과 하루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시청자'는 서로 '기다림'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 page 6

'그깟 1분'이 '즐거움' '지식' '기다림'이란 가치의 1분이 되어 교양이 되어가는 순간.

교양 쌓는 것이 이리 쉬운 일이었다면 진작에 할 것을...

재밌었습니다.

웃다 보니 어느새 지식 하나가 생기는 매직!

솔직히 조금씩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 앉아 그만 다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도 찾아보게 되고...

영상과 함께 보니 재미가 더해지고...

아무튼 덕분에 지식과 교양이 쌓이는 1분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번씩은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

예를 들어보자면,

홍길동 이름을 왜 예시로 쓸까?

맛있게 먹으면 진짜 0칼로리일까?

왜 기계를 때리면 고쳐지는 걸까?

땅에 떨어진 음식, 3초 안에만 주우면 굿?

등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애매한, 하지만 궁금한 그런 155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유쾌하게 풀어내주어 세상과 주변, 나를 둘러싼 모든 일상이 특별해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이에 맞게 <한국이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챙기는 이유>가 나와있었습니다.

근데 1945년에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잖아?

그런데 미국인의 대부분은 기독교 신자라서

크리스마스가 아주 중요한 날이었거든.

따라서 많은 관공서가 이날 쉬게 되었고,

1949년에 정부를 수립하면서

자연스럽게 공휴일로 지정한 거야.

또 우리나라는 기독교 신자가 많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성탄절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자리 잡았는데,

기업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했어.

부모님이 산타 행세를 하며

자식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건 물론

연인 사이에도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했지.

이런 상황 때문에 종교를 떠나 모두가

자유를 느끼는 축제처럼 되어버린 거야.

이런 이유로 크리스마스가 우리의 축제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진심으로 믿고 싶은 <맛있게 먹으면 진짜 0칼로리일까?>.

이에 대해 심리학 박사인 마이클 시바우 박사가 비슷하게 먹는 프랑스인과 미국인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둘러앉아서 천천히 음식을 먹었고,

음식을 먹은 뒤에도

그 감정을 최대한 음미하는 경향을 보였어.

반면 미국 사람들은 쫓기듯이 음식을 먹고

다 먹고 나서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며

죄책감에 빠지곤 했지.

결과는 어땠을까?

같은 양을 먹었는데도

미국 사람들은 살이 더 쪄버렸어.

이들은 먹으면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면서

열량을 지방으로 열심히 바꿔버린 거야.

반대로 프랑스 사람들은 편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먹으면서도 칼로리가 소모되었지.

이걸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부르는데,

푸짐하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건강이 좋아지는 현상이야.

그동안은 다이어트 합리화를 위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외쳤는데 이제는 당당히 맛있게 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우리 것은 우리가 지킬 것을!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면 이젠 정신 바짝 차려 당연한 우리의 것을 지켜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하루 1분, 1장의 교양.

이건 말보다 직접 겪어봐야 함을 적어보며 저는 또다시 초간단 교양을 쌓으러 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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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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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장에서 월급이 그저 스쳐 지나가면서 0을 찍지만 않았으면...

남들은 재테크도 잘하던데 나는 왜 아직도 제자리인지...

그래서 '주식'에 대해서, 부자들의 이야기에 관한 책을 찾아읽었지만 정작 살펴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역사'였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역사라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경제'라는 딱딱하고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용어까지.

경제 공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면서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였던 저에게 이 책은 진입장벽을 낮춰줄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경제사를 추적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림으로부터 배우게 될 경제사.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금권정치부터 21세기 금융위기까지

예술과 역사를 가로지르는 경제 이야기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저자는 5천 년간 이어진 유럽의 경제사로부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유는 역사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를 추적하다 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사회가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인류가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알 수 있어 예상치 못한 변화나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부의 법칙'은 불변한다고 이야기한다.

부의 법칙들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껍데기는 달리했을 뿐 알맹이(본질)는 같았다.

책은 1부에서는 유럽의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의 지형도를 바꾸어놓은 '재화'를 중심으로,

2부에서는 '사건'을 중심으로

29가지 결정적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 중 하나인 '소금'.

같은 양의 금과 교환될 만큼 귀하고 비싸던, 그래서 로마 최초의 광역권 길로 알려진 '살라리아 길'이라는 소금길이 탄생하기까지.

소금의 존재는 그야말로

흔히 세상에 필요한 사람을 '빛과 소금'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도 쓰이고 종교적인 의미로도 사용된다. 바닷물을 가둬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수분이 증발하면서 소금으로 변하듯 소금으로 부를 쌓기 시작한 로마는 시간이 갈수록 아펜니노반도를 넘어 지중해와 유럽의 빛이 되어가고 있었다. - page 50

그리고 인류가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히게 된 계기가 된 '후추(향신료)'

유럽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대구'

지금보다 더 사치스러운 기호음료였던 '커피 원두'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고 재화가 원유 다음이었을 정도였으니...



부를 가져다준 재화는 매번 바뀌었지만, 부를 만들어내는 속성만큼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16 ~ 17세기 세상의 모든 부가 에스파냐와 네덜란드로 향했지만, 이내 변방의 섬나라였던 영국이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게 되었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미국으로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냉전시대에는 초강대국이라 불리며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점했지만 냉정체제가 무너지면서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는 모습은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고정불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우리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할까.

중세 유럽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흑사병의 유행'.

페스트로 희생된 많은 사람의 목숨은 안타깝지만 이 시기만큼 노동의 가치를 가장 순수하게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던 때가 또 있을까? 갑과 을의 동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벌어졌던 격차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을이 '슈퍼 을'로 군림하기도 했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은 만큼 결과물이나 수확물에 대한 배분에서도 노동자의 점유율이 높아져 부가 골고루 퍼질 수 있었고 빈부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 page 215



그런 미래가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페스트처럼 급격한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사회 변화가 우리에게 또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때는, 중세시대 때처럼 인간의 노동력이 가치를 인정받고 부의 분배가 골고루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비대면으로 인한 자동화 시스템의 확대와 나날이 정교해져가는 AI의 등장으로 예전처럼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는 상황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럴수록 인간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인간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 page 215 ~ 216

비관적인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는 결국 부의 본질은 그대로지만 부의 흐름이나 수단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점은 수단이 바뀌더라도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본질적인 부의 움직임은 유지될 거라는 것이다. - page 294

반복되는 경제적 법칙으로부터 어떤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객관적인 경제 패턴을 익히고 배워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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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하게 용감하게
김윤미.박시우 지음 / 몽스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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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아지는 '용기'.

그래서 이렇게 용기 내서 도전하는 이들을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나에게도 꺼져가던 용기의 불꽃이 다시금 피어나게 되어서 꼭 찾아읽게 되는데...

이번 역시도 그러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도전을 택했던 그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일상을 넘어 미친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가끔 우린 미쳐야 한다. 모두가 말리고 우려해도.

내가 미치면 가능해지는 용기와 도전들.

-장윤주

유난하게 용감하게



슈파(시우 아빠의 애칭)의 잦은 야근과 그녀의 불규칙적인 촬영 스케줄로 저녁이 없는 삶, 주말이 없는 삶을 몇 년째 지속하면서도 자라는 딸 시우를 바라보며

'온전히 셋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몇 년이 더 남았을까?'

'우리 셋 다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과연 뭘까?'

더 늦기 전에 셋이 똘똘 뭉쳐 살아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결정.

그럼에도 실천하는 이들.

"에이~ 우리는 남들보다 용기가 많지."

이렇게 용기 하나로 똘똘 뭉친 슈맘, 슈파, 슈슈(시우시우)의 좌충우돌 영국 정착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영국살이는 쉽지 않았습니다.

영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기약 없는 록다운의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꿈에 그리던 영국 생활은 온데간데없고 화만 많아지기 일쑤.

하지만 이런저런 갈등 속에서도 결국 결론은 같을 거라는 걸 알기에.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터키 속담처럼 그들은 지금 계단을 밟았고 그 위에 올라서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서울에서는 뿔뿔이 흩어졌다가 잠잘 시간에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가족이 영국에서 진짜 하나의 '가족'이 되어감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고 춤을 추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복받은 사람들처럼 어디든 여행하며 춤을 추듯 자유롭게 살고 싶다. 우리가 스스로 정해 놓은 선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어디든 둥둥 떠다니며 말이다. - page 96

이 문장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춤을 추듯 살아가는 삶을 그리겠다는 그녀의 말이 이 책에서 그려진 그녀의 가족 모습이었고 참 부러웠습니다.

사진 속에서도 찐 행복이 엿보였기에.

저도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볼까? 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 도전까지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저도 아이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는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해."

"아무 때나 나대지 말고 눈치가 있어야 해."

그녀가 영국에 살면서 자유분방하고 끼 하나로 똘똘 뭉치고 누구의 눈치도 안 보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유럽 애들을 보고 만나면서 반성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순간 저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뱃속에 있을 땐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빌었던 내 모습을...

너무 내 욕심으로 내 잣대로 아이를 재려 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호감을 살 필요는 없다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라고.

어디서든 너의 진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감한 사람이 되라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파올로 코엘료의 말처럼 너무 먼 미래에 연연해하지 말고 언제나 현재에 집중하라고. 그럴 수 있다면 너는 행복할 것이라고. - page 139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

결국 이 말은 아이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하고 싶었던 말이 되었음을, 그래야 우리 스스로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들을 보니

무모하지만 어떠한가.

이런 미친 용기야말로 우리네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제 속에서도 용기가, 도전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일상을 넘어 용기가 필요하다면 김윤미, 박시우 가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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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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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장에도 『달팽이 식당』이란 책이 있습니다.

몇 년 전쯤에 읽었었고...

따뜻한 위로를 얻었었고...

그리곤 시간이 흘러...

다시 새롭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본 힐링 소설의 원조' 오가와 이토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1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소설.

그 식당으로 문을 열어봅니다.

"이 소설을 번역하는 동안 참 행복했다.

그 행복이 고스란히 독자 여러분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

- 권남희(번역가)

달팽이 식당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니 집이 텅 비었다. 아무도 없는 빈집이었다.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형광등도 커튼도 현관 매트도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 - page 11

남자 친구와 함께 지낸 삼 년 치 추억과 귀중한 재산이 빼곡하게 차 있었던 방이었는데...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남자 친구는 자신이 사용하던 열쇠를 텅 빈 거실 한복판에 남기곤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그리곤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일종의 히스테리 증상일지 모르겠지만 말이 나오지 않게 된 주인공 '링고'.

빈털터리 외톨이가 돼 버린 링고는 할 수 없이 십 년 전 스스로 달아나듯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다행히 할머니의 소중한 유품인 겨된장 항아리를 가슴에 꼭 껴안고...

가재도구도, 조리 기구도, 돈도, 갖고 있던 것은 모두 잃어버렸지만 솜씨 좋은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귀중한 레시피들과 다양한 음식점에서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설령 옷을 벗겨 알몸이 된다 해도 요리를 만드는 일이라면 할 수 있었던 링고.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달팽이'는 어떨까?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새로 열 식당 이름은 '달팽이'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좋았어!

롤케이크처럼 이불을 둘둘 만 채 혼자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 작은 공간을 책가방처럼 등에 메고,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와 식당은 일심동체.

일단 껍데기 속에 들어가 버리면 그곳은 내게 '안주의 땅'이다. - page 75 ~ 76

정해진 메뉴는 없고 손님은 하루 한 팀만 받는 '달팽이 식당'.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손님의 성격과 사연에 딱 맞는 요리를 내놓고 그 음식을 먹은 이들은 새로 태어난 듯 벅찬 마음으로 식당 문을 나서게 됩니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수십 년째 상복 차림으로 슬픔에 잠겨 지내는 할머니, 거식증에 걸린 토끼를 구하려는 소녀, 은밀한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커플, 가출한 아르헨티나인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구마 씨까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에게 링고는 정성스런 음식을 대접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특히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하지 못했던 링고.

그런 그녀와 엄마의 화해의 장면은...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다.

엄마와 슈이치 씨의 영원한 사랑을 비는 기도이고, 몸을 바친 엘메스에게 감사의 기도이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 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 나는 이때만큼 무한한 기쁨을 느낀 적이 없었다. - page 245 ~ 246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요리'라는 행위.

위대하고도 숭고함에 또다시 '음식'에 마음을 기대어봅니다.

인스턴트식품에는 감정이며 생각이 전혀 없어서, 과민해진 내게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인스턴트식품만 먹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요리를 만들어도 맛이 나지 않았다. 문어가 자기 발을 먹고 배를 채우는 것처럼, 고양이가 자기 성기를 핥는 것처럼 뭔가를 먹고 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요리는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만들어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영양이 되는 것이다. - page 266 ~ 267

소설을 읽고 난 뒤 문득 엄마의 부엌이 떠올랐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반찬을 만드시고 국을 끓이시고...

어릴 적엔 그저 차려주는 것에도 투정을 부렸지만 되돌아보니 그 음식들이 있었기에,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함을.

이제는 제가 그 자리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해야 할까...

아이들과 오순도순 마주 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녁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앞치마를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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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 클래식 클라우드 30
유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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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사상, 예술의 위대한 거장을 찾아가는 인문 기행 프로젝트인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특히나 이 분이 언제쯤 올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살아생전 엔 너무나 고독한 삶을 살았고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인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시중에 그와 관련된 책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책장에 그와 관련된 책이 여러 권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 책을 기다린 이유는 거장의 자취를 직접 밟아 가면서 그의 생애와 작품 사상 예술 세계를 담았기에 보다 입체적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긴 기다림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서양미술사의 하늘을 수놓은 성좌 중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공간

"나는 명료한 정신으로 극도의 슬픔과 고독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어."

반 고흐



사실 빈센트는 방랑벽이 심했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노마드적 삶은 네덜란드인은 어디든 다닌다는 그들만의 특유한 집단 무의식과 부모의 교육 방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열두 살 때 부모로부터 내쳐져 원하지 않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했던 사건으로부터 평생토록 지속될 빈센트의 정신적 방황에 단초를 제공하게 되고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그의 노마드적 삶은 평생 실존적 조건이 되게 됩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스물일곱 살에 본격적인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빈센트.

10년 동안 약 1000점을 그렸고, 그중 마지막 3년 동안 300여 점을 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걸작의 탄생으로 점철된 마지막 3년.

그러니까 아를, 생레미, 오베르쉬르우아즈에 집중된 빈센트의 루트가 이번 여정이 되었습니다.

한 인간으로는 고통스러웠지만 예술가로서는 풍요로웠을, 약 3년 동안의 짧지만 길었던 여정.



'빈센트' 하면 자신의 귀를 자를만큼 광기에 치달아 죽어 버린, 그래서 불행한 인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가 불행한 인간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불행한 화가는 아니었다고. 죽어서라도 인정을 받았으니 불행한 화가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여타 예술과는 달리 조형예술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볼 때,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절대로 불행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

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빈센트는 단연코 행복했던 인간이다. 우울하기만 했다면 그는 그렇게 많은 작품을 그려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생명력을 오롯이 활기 있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홀린 사람처럼 작업하던 그의 집중과 몰입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상처받은 그를 받아준 것은 자연과 그림뿐이라고 믿었다. 그는 "화가는 행복하다. 왜냐하면 내가 본 것은 조금이라도 표현하고자 할 때 자연과 나는 조화되고 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 page 23 ~ 24

이 말을 듣는 순간 '다행이다'란 안도감이 느껴진 건 그동안의 내가 그에 대해 오해를 가지고 있었음에.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림만이 그를 위로해 주었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팍스러운 사람, 불쾌한 사람일 거야.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위도 없고, 그것을 갖지도 못할, 요컨대 최하 중의 최하급. 그래 좋아.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언젠가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괴팍한 사람,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의 가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 주겠어." - page 30

빈센트는 호기심 천국형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걷기, 독서, 관찰, 소묘, 수집 등 관심사가 너무나 다양했는데 특히 자연에 대한 관심은 그의 삶과 예술에서 정서적 뿌리가 되어 줍니다.

인생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황무지로 가서 위안을 찾던 그.

아이러니하게도 위안을 얻음과 동시에 더 심한 외로움을 발견했지만...

특히나 1890년 5월, 파리에서 멀지 않은 오베르쉬르아우즈라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드넓게 펼쳐진 이곳의 밀밭을 거닐며 그의 내면에 쟁여져 있던 지독한 슬픔과 고독을 소환해 거대한 풍경화를 그렸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도 이 밀밭의 양지바른 곳이라는 점에서 그가 느꼈을 고독감과 절망감이 사무치게 다가왔었습니다.



슬펐고, 우울했고, 불안했고, 두려웠고, 분노했고, 외로웠고, 고독했던 빈센트.

자신을 인정해 줄 사람을 늘 찾아다녔던 그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려 책을 덮는 순간 눈가에 눈물이 맺히곤 하였습니다.

아마 책의 마지막에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신표현주의 화가인 줄리언 슈나벨이 만든 <고흐, 영원의 문에서>의 한 장면을 소개해 주었는데 빈센트와 가셰, 이 둘의 대화가 빈센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만이 표현하였던 노란색.

그 노란빛에 잠시나마 그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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