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는 '인류 최초의 레시피'부터 '요리 혁명'을 거쳐 '요리 과학 시대'에 이르기까지 총 7장에 걸쳐 인류가 요리를 발전시킨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과학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따라 읽다 보니 요리가 인류의 진화에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요리는 과학이다!
시작은 200만~1만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불의 발견'
고인류는 요리라는 행위를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을 경험했음이 틀림없고, 그런 불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다 플라이스토세(약 258만 년~1만 1,700년 전까지)에 빙하기가 시작되자 이제는 온기와 빛을 얻고 포식동물을 막는 등 불을 직접 피우고 이용하고 관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해졌다.
...
요리도 처음에는 우연의 산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가령 멧돼지가 산불에 타 버렸다든가, 사냥해 온 작은 동물을 모닥불 옆에 무심코 놔두었다가 익혀 버리는 사건처럼 말이다. - page 18
어쩌다 '불'을 마주하여 '요리'가 탄생하게 되었고 불에 구워진 식재료의 그 매혹적인 '풍미'로 인간이 또다시 반복하여 요리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요리하는 종이 '인간'이 된 이유를 묻는다면 '어쩌다'가 답이었습니다.
그러다 농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수천 년간 나타난 새로운 음식과 요리법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에겐 너무나도 감사한 이집트 사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3,000년 전, 야자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법을 터득한 뒤에 팜유로 식재료를 튀기기 시작했다고 하였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튀김이...
그리고 과학의 르네상스를 맞으며 우리가 아는 그 '요리'가 시작되게 됩니다.
예술의 영역을 넘어 과학의 세계에 진입한 '요리'.
특히나 요리 과학은 의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에 지금까지 요리에 대해, 요리 과학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이유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였습니다.
요리 과학의 잠재적인 폭발력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영양 품질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항산화제, 프리바이오틱스, 식물 영양소 같은 영양소를 강화하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는 데 있다.
우리가 음식을 '과학적'으로 요리할수록 심혈관 질환, 뇌졸중, 비만, 제2형 당뇨병, 치매, 각종 암 같은 만성 질환의 발병률도 낮아질 것이다. 요리 과학은 우리 삶의 질과 기쁨을 드높여 줄 것이다. 요리는 더 이상 기술이나 예술이 아니라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이해될 것이고, 맛있고도 건강한 음식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 page 296
어려운 과학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엄선한 레시피를 통해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 주었던 이 책.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아는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어서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도 선사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요리 '상식' 중 하나, 고기를 삶으면 육즙이 풍부해질까?
그렇지 않다! 산성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가열 시 고기 안에 유지되는 수분의 양은 가열 방법이 아니라 가열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왜냐하면 고기의 온도가 근섬유의 수축 정도와 수분 유지량, 고기의 부드러운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보다시피 사라진 물의 양(및 소량의 지방)은 습식 요리와 건식 요리 양쪽에서 사실상 똑같다. 다만 물이 사라지는 방식이 다르다. 삶을 때는 주로 유실로 수분이 사라지는 반면 구울 때는 증발로 수분이 사라지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고기를 액체에 넣고 삶는다고 해서 육즙이 더 풍부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주 분명하게 밝혀졌다. - page 166 ~ 167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십자화과 채소'.
이는 30여 년 전부터 특정 암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유방암과 방광암은 물론 어쩌면 폐암과 전립선암까지 예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니 이 채소, 꼭 알아두어야겠습니다.
십자화과 채소의 예방 효과는 채소를 씹거나 잘라 파괴할 때 세포벽 내에서 형성되는 생리 활성 분자가 담당한다고 한다. 이 물질은 십자화과 채소의 얼얼한 맛과 냄새를 담당하는 화합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십자화과 채소는 약 36종에 이르는데, 미국에서는 그중에서도 주로 케일, 콜라드잎, 중국 브로콜리(카이란), 양배추, 사보이 양배추, 브뤼셀 스프라우트, 콜라비, 브로콜리, 브로콜리 로마네스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니 등 배추속에 속한 채소를 먹는다. 그 밖에 호스래디시, 청경채, 브로콜리 라베, 순무, 아루굴라, 물냉이, 무도 많이 소비된다. - page 250 ~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