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1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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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학교에서도 그렇고 이제는 글밥이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지만 우리 아이는 여전히 만화로 구성된 책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글밥이 있는 책을 읽히고 싶은 저이기에!

어떤 책이 좋을까...?

찾던 중 발견한 이 책!

이미 어린이 사전 서평단 60인이 추천한,

"『전천당』 보다 재미있는 책"

이라고 하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아이도 하굣길이면 종종 들르는 이곳.

이곳에선 어떤 재미난 일이 펼쳐질지 저도 한 번 읽어보고자 합니다.

고민이 있는 아이들 앞에만 나타나는

신비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오늘은 또 어떤 손님이 찾아올까요?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여기 이런 가게가 있었나?" - page 6

눈앞에 허름한 구멍가게가 하나 서 있습니다.

파란 양철 지붕에 빗물 자국이 새겨진 잿빛 벽, 나무로 만든 미닫이문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이 가게.

고민이 있는 아이들 앞에만 나타난다는 이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웃는 얼굴을 보여 주면 문이 열려요!

문 앞에 설치된 카메라에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만 들어갈 수 있고, 신비한 아이스크림은 자신만의 장기를 보여줘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찾아온 아이들은 무슨 고민이 있을까?

그리고 무인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말이야. - page 11

지금 우리 아이도 겪고 있을 고민들을 가진 친구들이 등장하였습니다.

학원과 숙제에 지쳐 또 다른 내가 있기를 바라는 '소미'

외모가 만족스럽지 않은 '민서'

바쁜 아빠와 함께 놀고 싶은 '민준'

날씬해지고 싶은 '현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수아'

할머니의 기억을 되돌리고 싶은 '지훈'

말 못 할 스트레스로 야뇨증에 걸린 '시우'

이 고민을 가진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으로부터 달콤한 마법 같은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워낙 글이 많은 걸 본 순간 책 읽기가 떠듬떠듬 읽던 우리 아이도 이 책은 술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어? 나랑 같은 고민인데?!"

공감하며 저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동안 글밥이 많은 책을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라우면서도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

근데~고민이 이렇게 해결되는 건 싫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겠는데요..."

그건 앞으로 저와 아이가 차차 해답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었고...

다른 것보단 '현주'의 이야기에 스스로의 답을 찾았던 아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했는데."

이 엉뚱함에 웃음이 났었던...

아무튼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도 재미나게 읽은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혹시 어른의 눈에도 비춰주시면 안 될까요...?

어른들도 고민이 많은데...

달콤하면서도 시원했던, 마법 같은 세계로의 초대.

다음 권을 기대하며...

조금 아쉬웠지만, 이제 내일을 기약할 차례였다.

"그래서, 다음은 어떤 가게지?" - page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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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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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기에...

저도 슬쩍 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이미 드라마화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수지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안나>.

왜... 나는 몰랐던 것일까...!

어차피 드라마를 못 보았기에 이 소설부터 만나보고 드라마도 추후에 찾아보아야겠습니다.

"나는 매력적인 사람은 믿지 않아요.

그 안에 뭘 숨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미끄러지듯 매혹되는 이야기의 끝,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진다

친밀한 이방인



지난 3월, 나는 신문을 읽다가 흥미로운 광고를 보았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소설의 한 부분이 실려 있었다. 언뜻 뻔한 광고 같았지만, 첫 문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어나가던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내가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 page 7

칠 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

어느 날 신문을 읽다 자신이 데뷔하기 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인, 공모전에 낙선한 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소설 일부가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더이상 광고를 싣지 말라고 신문사에 연락하였는데 뜻밖의 인물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진, 선우진이라는 여자.

"이게......"

"선생님의 책을 이름만 바꿔 새로 찍은 거예요."

검은 배경에 하얀 나선이 새겨진 표지는 그대로였다. 다만 그 위에는 '이유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남편은 이 책을 쓴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했어요. 어딜 가든지 이 책을 들고 다녔죠."

진은 책 안에 꽂혀 있는 사진을 꺼내들었다.

"이 사람이 제 남편이에요." - page 13

육 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는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가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 page 14

비밀이 많은 이유미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런데 지난주에 당신을 만나고 나서, 일주일 내내 마치 뭔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궁금한 것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의 반복된 거짓과 위증이 무엇에 기인하는지 그 시작과 끝을 알고 싶어요. 단순한 흥미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저는 이것이 일종의 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수께끼라고요?"

진은 명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지금 그이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인가요?"

"네. 가능하다면요." - page 30

그렇게 '이유미'와 스쳐갔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발자취를 쫓아가고 있었는데...

점점 다가갈수록 마주하게 된 진실의 민낯.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름, 학력, 직업, 성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한 사람.

왜 거짓 속에 자신을 감춰야만 했던 것일까...

우리는 좀더 노력해볼 수도 있었다. 시간을 흩어진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볼 수도 있었다. 나중에는 모든 것이 인생의 과정이었다고 추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 모든 삶의 가능성을 단번에 잘라내고, 차라리 민둥산처럼 헐벗는 쪽을 택했다. 삶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것 말고는 처음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다시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age 240

생에 대한 증오로 거짓과 기만의 구멍 난 삶을 살아간 그녀.

그 삶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그 심정만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와 꿈에 대해, 그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죠. 한 번도 나 자신으로 살아본 적이 없거든요. 사기든, 모략이든 술수든, 그걸 무슨 말로 부르든 간에, 어쨌든 저는 그로 인해 삶을 처음부터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먹고, 마시고, 손을 잡고 잠드는 게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지요. - page 247

소설을 읽으면서 한 문장이 유독 뇌리에 남았었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환상을 좇는 것이다. - page 52

헛된 꿈, 허무맹랑한 욕망에 이끌려 좇지만 결국 그 끝은 말처럼 헛되고도 허무맹랑함을...

이 달콤하고도 쓰린 삶을 살아온 이유미를 보며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아마 이유미뿐만 아니라 '나', 우리 모두도 가면 뒤에서 살아가지 않나? 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거짓'이라 치부할 수 없음에...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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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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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진화론으로 19세기 이후 생물학에 혁명에 가까운 거대한 변화를 이끈 인물.(출처 : 나무위키)

이보단 저에겐 <종의 기원>이란 책이 먼저 떠오릅니다.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진화 생물학을 확립한 과학 역사상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인 책.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여튼 다윈의 이론은 현대 생물학의 기초 중의 기초, 현대 과학의 기둥 중 기둥으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기에 알아야 함은 어쩌면 당연한 진리였습니다.

최재천 교수님도

"다윈은 이제 현대인의 필수 교양"

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먼저 <종의 기원>을 읽어야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그 와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이어받은 열두 명의 학자와의 대담집.

이들을 통해 '다윈'이 왜 중요한가를 깨달아보겠습니다.

왜 다윈이 중요한가?

최재천이 묻고 세계가 답하다!

"우리는 여전히 다윈의 샘으로 돌아가 그의 물로 목을 축인다."

-어빈 드보어(하버드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다윈의 사도들



이 책은 2009년 '다윈의 해'에 기획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다윈 후진국'의 오명을 씻으려는 듯 우리나라 거의 모든 주요 일가지와 방송이 경쟁적으로 특집을 기획했고 그중에서도 「다윈은 미래다」라는 《한국일보》 특집 덕택에 탄생했다고 하였습니다.

세계 다윈주의자 인터뷰집.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최재천 교수님은 머리말에 다윈의 '아미'라는 표현을 하였습니다.

'아미(Army)'는 BTS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윈에게도 아미가 있다. BTS의 A.R.M.Y.(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는 단순히 BTS의 음악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BTS가 음악에 부여한 메시지를 스스로 체화한 다음 제가끔 콘텐츠를 재생산해 전파한다. 한국 가요계에서도 변방에 머물던 BTS가 비틀스에 비견되는 세계적인 밴드로 떠오른 배후에는 바로 아미의 팬덤 문화가 있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의 교수도 아니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원도 아닌 재야의 생물학자 다윈이 과학사와 사상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게 된 배후에도 그를 둘러싼 팬덤의 역할이 컸다. - page 13

다윈 당대의 팬덤과, 현대에도 그의 제자와 사도를 자처하며 과학 분야 곳곳에서 활약하는 현재의 팬덤으로 확산되고 발전된 '다윈주의'.

열두 사도들을 통해

찰스 다윈이 어떤 '인간', 어떤 '과학자'였는지,

다윈이 썼고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진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윈의 업적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다른 분야 위대한 과학자들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다윈주의가 과학만이 아니라 철학과 종교, 나아가 인간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각의 다윈주의자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윈'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기라성 같은 다윈의 열두 사도를 싸잡아 얘기해 미안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새로운 걸 발견한 것 같아도 우리는 모두 지금 무덤에 누워 있는 다윈에게 우리 모두의 생각들을 고이 가져다 바치고 있다. 이보다 더 자발적이고 효과적인 집단 지능의 예를 본 적 있는가? 소설가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는 "다윈은 아직도 관찰 중이고, 진화론은 지금 진화 중이다."라는 명문이 들어 있다. 그렇다. 현대의 다윈 사도들은 여전히 관찰 중이고, 그 덕에 다윈의 진화론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나는 이를 '위키다위니아(WikiDarwinia)'라고 부른다. - page 456



친숙한 이들도 있었지만 저에게 낯선 이들도 있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거, 헬레나 크로닌, 대니얼 데닛, 피터 크레인, 마쓰자와 데쓰로, 스티브 존스, 매트 리들리, 마이클 셔머, 제임스 왓슨, 재닛 브라운,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평생 다윈을 붙잡고 생물학부터 철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연구해 온 이들의 경험과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사고가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그리고 이들의 인터뷰 마지막 공통 질문이 있었는데...

우리는 왜 다윈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까?

이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의 답변이 저에겐 남았었는데...

다윈은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인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에 답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이 우주를 통틀어 다른 행성에는 없을지도 모르고, 이 행성에만 존재할지도 모르는 이 놀라운 생명이라는 현상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물리학이 있습니다. 우주 전반에 걸쳐 물리학이 존재합니다. 물리학은 그런대로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 행성에는 뉴턴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신기한 생명 현상이 존재합니다. 지구 생명체들은 날개를 펄럭이고 헤엄을 치고 내달리고 뛰어오르며 죽고 죽이고 교미하고 번식합니다. 그들은 물리 법칙을 어기지 않지만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라는 놀라운 과정을 통해 물리 법칙을 확장해 합니다. 진화는 우리를 포함해 생명이라 불리는 기상천외한 현상을 낳았습니다. 그것은 결국 신경계의 진화와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뇌의 진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설명할 수 있게 해 준 이가 바로 다윈입니다. 다른 이들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윌리스도 했으니까요. 아무튼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다윈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 page 181



흥미로웠던 토론.

'다윈'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종결되고 있었습니다.

사유와 성찰을 하게 되었던 이 책.

그렇기에 다윈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읽어야 할 책 목록이 생겼습니다.

한국 진화 생물학계의 역량을 결집한 최초의 다윈 선집인 「드디어 다윈 시리즈」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마지막에 제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왜 다윈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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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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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드라마가 먼저였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으로...

좋아하는 최강희 배우가 나왔었는데 지현우 배우에게 더 빠져버렸던...?!

(내용보단 배우들이 우선이었나 보다!!!)

여하튼 드라마를 보고 나서 책을 구입했었습니다.

구입하고는 바로 읽었었고...

드라마보다 더 인상적이었다는 느낌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음......

느낌만 남았던 이 책을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책장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던 이 책.

그녀들의 '달콤한' 성장 이야기를 다시 펼쳐봅니다.

지금 여기,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에 선 당신이 경험하는

콜라처럼 톡 쏘고 날콩처럼 비릿한 인생의 맛

서른한 살...... 사랑이 또 올 거 같니?

쿨~한 척하는 그녀들의 진짜 속사정

달콤한 나의 도시



이제 막 직장생활 7년차를 건너온 서른한 살의 '오은수'.

어느 날 헤어진 지 6개월이 된 옛 애인 고릴라가 보내온 청첩장을 받고 그의 결혼식 날, 예상했던 분노나 질투, 눈물은커녕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혹시, 내 피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건가? 앞으로 이렇게 점점 더 차가워져갈 일만 남은 건가? 더럭 겁이 났다. - page 11

우울한 하루를 보상하기 위해 15년간 변치 않는 우정을 자랑하는 재인, 유희와의 수다를 갖던 중

"나, 결혼해" - page 14

친구 재인의 결혼 발표로 더없이 위로가 필요한 오늘, 뜻밖의 만남이 일어나게 됩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열정과 도전으로 맞서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7살 연하남 태오.

그는 회사도, 친구도, 남자도 모두가 상처를 입힌 그 순간 나타난 운명(?) 같은 이었으나 그 후로도 그녀에게 다가온 이들이 있었으니!

모든 면에서 반듯하지만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김영수.

오랜 시간 소울메이트 같은 친구에서 이성으로 다가서는 유준 등.

서른한 살의 오은수에게 독특한 개성을 지닌 남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엄마의 가출 사건, 슬픈 얼굴의 신부 재인의 결혼식 날, 동거남 태오에 대한 불안과 불만 등 이 모두가 은수의 삶을 뒤흔들고 있었는데...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 page 440

도시를 살아가는 미혼 여성들의 일과 우정, 사랑을 담백하게 담아낸 소설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오은수.

또다시 그때의 그 감정에 동요되어 읽어내려갔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래왔다. 선택이 자유가 아니라 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항상. 뭔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 앞에서 나는 어쩔 줄 몰라 진땀을 흘려대곤 했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커다란 걸 바라지는 않는다. - page 53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서른 살엔 마흔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드라마 주인공들이 떠올랐었고 무엇보다 잠언 투의 문장들은 '소설' 읽는 맛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달콤하고도 씁쓸했던 도시 속 그들의 이야기, 아니 우리의 이야기.

문뜩 든 생각이지만...

지금의 오은수를 만나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제는 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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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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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피프티 피플』,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의 작가 '정세랑'.

저에겐 2020년 10월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친숙한(?) 작가님이고 이 책 역시도 구입해 놓고는...

......

또다시 묵혀두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소설과는 달리

'엽편소설집'이라는 점이,

작가의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의 작품까지 긴 시기를 두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었다는 점이

작가의 액기스만을 만날 수 있을 듯하였기에 강렬하게 이끌렸다고 할까.

그래서 구입을 했었던 기억이...

뭐, 책 소개에서도 이미

짧고 재미있는, 깊고 강렬한

정세랑 월드의 다이제스트

라고 했으니 말해 뭐 할까!

과연 정세랑 월드는, '아라의 소설'은 어떤 매력을 뽐낼지 기대감 뿜뿜 가지며 읽어보았습니다.

아라에 의한,

아라를 위한,

우리의 소설

아라의 소설



19편의 엽편소설과 2편의 시.

그야말로 짧은 호흡으로 채워나간 소설은 보다 더 강렬히 다가왔었고 그 뒤에 남는 여운은 우리의 몫으로 남겨주었었습니다.

새롭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정세랑 월드'였습니다.

공감하면서 읽게 된 <10시, 커피와 우리의 기회>.

요즘 저도 속쓰림이 있어 평소에 마시던 커피양보단 많이 줄어들었는데...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하루 중 오전 10시의 딱 한 잔만이 허락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 수업을 듣는 나를 이상히 여기는데...

하루에 한 잔이니까 그게 최고의 한 잔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적었다. - page 17

이 말이 어찌나 마음에 와닿았는지...

이것이야말로 서로의 '공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이랄까...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이 말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리고 <호오>란 시에서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괜찮게 살다가 좋은 부고가 되자,

그렇게 말하곤 웃었지요

당신이 견디면서 삼키는 것들을

내가 대신 헤아리다 버릴 수 있다면,

유독하고도 흡족할 거예요 - page 111

좋은 부고가 되자...

참 여러 번 되뇌며 다짐을 하였었습니다.

꼭 그리해보자...

<아라의 우산>을 읽으면서 씁쓸함을 느끼곤 하였는데...

지쳐 있고, 피로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피로감으로 젊은 사람들이 늙어 있었다. 변하지 않는 세계, 나눠주지 않는 세계, 가혹한 방향으로 나빠지기만 하는 세계에서 노화는 가속화된다. 무슨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에서 심리 테스트를 받았더니 은퇴자의 심리에 가깝다고 해서 웃었다. 결과를 보니 삶의 질을 가장 우선시한다며, 벌써 그러면 안 된다고 강사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삶의 질을 희생시키고 얻을 게 있어야 스스로를 연료 삼아 불태울 게 아닌가? 한때 좋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한테나 통할 말이다. - page 186 ~ 187

미니멀리즘은 이 시대의 실용주의며, 허영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고 영영 이해 못 할 사람들이 있을 터였다. 후자가 그간의 착취 방식이 먹히지 않고 젊은 세대가 다른 방향을 향하는 게 못마땅해 동동거리는 걸 보며, 아라와 아라의 친구들은 화가 난 채 웃을 것이다. - page 189

아라의 외침은 나의, 우리의 외침이 아닐까!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게 되고...

페이지마다의 써 내려간 이야기는 우리네 이야기였고, 아라는 결국 '우리'였음에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정하면서도 날카로웠던 이야기들.

또다시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가끔씩 이 책을 꺼내 읽을 듯합니다.

이것이 타협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떤 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으니까, 가볼 수밖에. 아라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 page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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