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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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의 저자 장하준 교수.

정말 오랜만에 신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가움과 설렘...

이번엔 다양한 음식으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로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벌써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한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더 공정하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수 안내서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너무나도 친숙한 재료.

이 재료들은 맛있는 음식만이 아니라 역사, 정치, 사회, 과학 등이 곁들여져 그야말로 풍성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도토리'로부터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스페인 남부의 돼지들과 도토리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데 문화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할 줄이야...

흥미롭고도 재미있었습니다.

조금 생소한 '오크라'.

미끈둥거리는 식감, 여자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레이디 핑거스'라고도 불리는 '오크라'.



오크라는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왔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인을 대규모로 노예화한 것은 유럽인이 신대륙을 점거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들이 아니었으면 유럽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공장과 은행을 운영하고 노동자를 먹여 살릴 금, 은, 목화, 설탕, 쪽빛 염료, 고무 등의 온갖 자원을 값싸게 얻지 못했을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들이 없었다면 미국은 훨씬 더 오랫동안 초보적 금융 부문을 가진 전근대적 경제 국가에 머물렀을 것이고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은 미국 경제 발전뿐만 아닌 지금처럼 거의 한 대륙을 차지하는 거대 국가가 된 지정학적 변화를 시작한 촉매 역할도 했다는 사실을 통해 자유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는데...

와!

'오크라'라는 재료가 가진 힘-한 음식에 들어 있는 여러 재료를 서로 잘 어울리게 융합시키는 힘-을 통해 서로 융합되고 한데 얽혀 있는 자본주의 역사의 경제와 자유, 비자유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를 더 인간적인 체제로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멸치'는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산업화의 홍보대사라는 것을 밝혀주었고

'소고기'를 통해 자유 무역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호밀' 덕분에 복지 국가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주는 등

감히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닭고기'.

하지만 그 속엔 의미심장함이 있었는데...



러시아 국영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를 탄 인도인 승객이 자기가 채식주의자라면서 승무원에게 닭고기 말고 다른 식사를 줄 수 없는지 묻게 됩니다.

(보편적으로 모두가 먹는 육류라는 면에서 항공사들은 닭고기를 애용합니다.)

하지만 승무원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돼요, 손님. 아에로플로트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사회주의 항공사잖아요. 특별 대우란 건 없습니다."

여기서 평등과 공평성에 대해 접근하게 됩니다.

요컨대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대하는 것 -채식주의자에게 닭고기 요리를 준다든지, 복강병을 가진 사람에게 밀가루 빵을 준다든지, 남녀 화장실을 같은 크기로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일이다. 아에로플로트 승무원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다. 그것은 공평함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 page 238 ~ 239

닭고기가 일깨워준 경제적 평등과 공평성의 의미.

숙연해지곤 하였습니다.

식재료와 음식의 생물학적 특징, 계통, 지리학적 근원과 확산 경위, 그를 둘러싼 경제적·사회적 역사와 정치적 상징성,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

덕분에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의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일은 다양한 요리법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학 섭취를 더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더 균형 잡히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 page 336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가올지 기대하며...

오늘 저녁 식탁에 함께할 음식들...

그들이 담고 있을 경제 이야기와 함께 풍성한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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