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젤리제 거리 레스토랑에서 불어를 읽을 줄 몰라 당황하며 대충 메뉴판을 가리키며 주문하고는 어떤 음식이 나올지 모를 두근거림이,
누가 봐도 관광객 대상의 가게였지만 오픈 테라스 자리에 앉아 친구와 희희낙락 맛있게 먹었던 파에야의 추억이,
취재 차 머문 발리섬의 가정집에서 만난 푸투와 마디와 보낸 귀중한 시간이
그리 특별할 것 없지만 그녀로부터 '여행의 맛'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뭘 먹었는지 기억이 흐릿하지만, 뭔가를 기다리던 그 두근거림은 여전히 남아 있다. - page 26
제목처럼 딱 '여행 일기'였습니다.
몇 장으로 추슬러진 여행기는 마스다 미리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느 페이지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행복감.
그래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우리의 모습.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커다란 동물을 보면 당연하게도 내가 작게 느껴진다. 그게 꼭 크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구에는 다양한 동물이 사는데, 나아가 우주 규모로 가면 인간도 순록도 양귀비씨와 같은 존재......
'그렇게 작은 존재인 내가 울고 웃으며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중대사로 여기며 살아가는구나.;
순록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 page 82
부딪친다는 건 참 신기하다. 아프면 당연히 화가 나는데 아프지 않아도 발끈하게 된다.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면 될 텐데,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 page 106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들도 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도 오늘 이 순간은 커다란 잔을 한 손에 들고 웃는다. 나도 앞으로 많은 일을 겪을 테지만 분명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밝은 분들이었다. - page 207
저에게는 <체코>에서의 여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취재차 오게 된 체코.
이 언덕길이라면 괜찮아, 이 거리라면 괜찮아.
미래의 내가 할 여행을 위해 지금의 내가 확인한다. 나이를 먹으면 이제 아무 데도 못 갈지도 모른다는 쓸쓸한 마음을 쓸어내고 싶은 거겠지. 그래도 걱정 없다. 나에게는 프라하가 있다. - page 161
프라하 거리를 거닐며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 마스다 미리.
이 뭉클함은 마지막에 벅참으로 번지게 되는데...
프라하 나 홀로 산책.
밤에는 교회에서 열린 콘서트에 갔다. 매일 밤 여기저기 교회에서 열리는 클래식 콘서트는 당일 교회 입구에 티켓을 사면 되는데, 영화를 보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관객들도 산책 도중에 들어온 듯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시간이 되자 연주가 시작됐다. 작은 교회에 울리는 현악기의 맑은 멜로디.
아아,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사람은 아름다운 것과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게 틀림없다.
갑자기 벅차오른 눈물을 닦으며 모차르트를 들었다. 2012년 가을 프라하 여행이었다. - page 167
체코는 언젠간 꼭! 그 거리를, 그 느낌을 몸소 느끼러 가 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즐거울지'만 생각하면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그녀.
이제는 그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아련하고도 행복했던 여행...
이제는 잠시 지난날 나의 여행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