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 처음 만나는 생체모방의 세계
패트릭 아리 지음, 김주희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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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는가?

자연이 먼저 푼 해답부터 읽어 보라."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이미 현실이 되었거나 곧 현실이 될 놀라운 발명품과 기술 상당수가 '자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실로 놀랍지 않나요!

모방의 대상이 되는 생명체와 모방의 결과가 몹시도 궁금하였습니다.

무통 바늘을 가능케 할 모기부터

우주 망원경의 토대가 된 바닷가재까지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동물들의

탁월한 능력과 공헌에 관한 매혹적 탐구

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앞선다



지구 생태계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생물이 살기에는 극단적인 환경이라 하였습니다.

바닷속의 짓누르는 압력부터 광활한 사막의 타는 듯한 열기까지, 극지방의 꽁꽁 어는 듯한 추위부터 산꼭대기의 숨이 턱 막히는 희박한 대기까지.

이처럼 극단적인 환경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그런 그들로부터 우리는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여러 발명품과 기술들을 '모방'하게 되는데 이를

'생체모방(Biomimicry)'

라 부르며 책 속에서 30가지 동물을 선별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완보동물'.



끓는점을 지나 섭씨 151도가 넘는 온도로 15분 동안 가열하고, 섭씨 -272도까지 여덟 시간 냉각해도 다시 살아나는 동물.

지구에 사는 다른 어느 생물과 비교해도 1,000배 더 강한 방사능을 견딜 수 있는 동물.

최후의 용감무쌍한 탐험가라는 자랑스러운 자격을 얻고, '극한생물'이라는 선별된 동물군에 속하게 된 '완보동물'.

몸길이가 약 0.5 ~ 1 밀리미터로 매우 작은 이 완보동물로부터

크로는 완보동물이 건조한 상태에서 물 분자를 트레할로스로 대체해 사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러면 세포는 물이 공급될 때까지 분자 수준에서 구조를 유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수분을 보충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크로는 이 발견이 의학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레할로스가 완보동물의 세포를 안정화한다면, 혈액과 같은 인간의 세포가 건조되면서 손상되는 현상 또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page 45

냉장 보관 시 파괴되기에 실온에 보관해야 하며,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사흘에서 닷새밖에 되지 않는 혈소판에 트레할로스를 동결건조하여 만들어 혈소판을 안정화하는 기술을,

운송 도중 절반은 효능을 잃고 혈소판과 달리 냉장 보관해야 하는 까닭에 전기가 없거나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여건이면 운송하기 힘든 백신에 트레할로스나 그와 비슷한 화합물을 사용해 건조시켜 안정적이며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기술을,

우주 비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알아보는 기술을 현재진행형으로 연구를 하니...

진공청소기 먼지 통처럼 생긴 것치고는 꽤 괜찮은 생물 아닌가. - page 47

생각보다(아니, 내 생각이 많이 짧지만...) 많은 분야에서 생체모방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놀라웠습니다.

은밀히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모기의 입으로부터 무통 주삿바늘을 만드는 데 영감을 얻고, 가시 범위가 180도에 이르는 바닷가재의 눈으로부터 우주를 광범위하게 관찰하는 엑스선 망원경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순식간에 색과 질감, 형태까지 바꾸는 문어의 변장술로부터 보안 및 감시 기술의 판도를 뒤집고, 턱을 푸는 동작만으로 몸무게의 400배에 달하는 힘을 얻어 몸길이의 10배만큼 뛰어오르는 덫개미로부터 소형 로봇팀이 재난 현장을 돌아다니는 그날까지 연구 중임을.

그야말로 의학, 교통, 건축, 우주탐사 등 한계 없이 이루어지는 생체모방.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기계는 오지 않는다.

이미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간이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일러준, 역시나 자연만큼 위대함은 없다는 것을 이 책.

겸손한 마음, 겸허한 태도를 지녀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해답은 자연 속에 있었습니다.

'생체모방'

서로가 연결되어 이루어낼 앞으로의 세상이 더 기대하며 '공존'의 의미도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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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숫자에 속을까 - 진짜를 가려내는 통계적 사고의 힘
게르트 기거렌처 외 지음, 구소영 옮김 / 온워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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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동안은 그야말로 '숫자'에 얽매이며 살았다고 할까...!

눈만 뜨면 뉴스에서는 우선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를 친절히 알려주었고 그 덕에 숫자로부터 공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제는 확연히 줄어들어 다행이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많은 숫자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질병에 관한 자료라든지 전단지 속 할인이라든지...

하지만...

이 숫자들이 우리의 눈을 가린다?!

그 사실에 대해 이야기해 줄 이 책 한 번 읽어보려 합니다.

"엉터리 해석이 우리의 불안을 키운다"

경제학자, 심리학자, 통계학자, 빅 데이터 전문가가 전하는

숫자 이면의 진짜 의미를 읽어내는 법

우리는 왜 숫자에 속을까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도 종종 숫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미디어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오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연한 발견을 '유의미한 통계 결과'로 포장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미리 선택한 항목을 측정하며, 의료 검사를 잘못 평가하고, 특정 동향을 무분별하게 미래 예측에 적용한다. 실수일 수도 있고 의도적인 조작일 수도 있다. - page 5 ~ 6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신문, 티비,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숫자들이 실수로,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되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사실.

그렇게 우리는 '숫자맹'이 되고 숫자맹은 이를테면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정신적 전염병이라는 사실이 또다시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럼 우리는 숫자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숫자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계적 사고'

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강조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확실함을 좇게 마련이다. 이때 통계적 사고를 발휘한다면 절대적 확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불확실성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모든 종류의 확고한 신념과 주장을 건전하게 의심하고 사실과 분명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통계적 사고는 위험을 인식하는 기술이며, 정서적 기술인 셈이다. - page 22

그렇다면 통계적 사고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을 예시와 함께 우리의 이해를 도와주었습니다.

기본 원칙 1 :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다

기본 원칙 2 : 무엇에 대한 비율인지 이해할 것

기본 원칙 3 : 상대 위험도는 절대 위험도와 다르다

기본 원칙 4 : 모든 검사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기본 원칙 5 : 기저율 고려하기

여기서 한 가지 예를 꼽아 설명하자면 우리를 공포에 몰았던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이야기.

독일 제2 텔레비전 마르쿠스 란츠 토크쇼의 2021년 11월 10일 자 방송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그때 사용한 도표(그림 1.3)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도표를 다시 한번 제대로 살펴보자. 가장 위에 있는 막대는 기저율을 나타낸다. 60대 이상 인구 100명당 91명은 접종자, 9명은 미접종자다. 전체 인구에서 100명당 10명이 감염된다고 가정하면, 그림 1.3에서 접종자의 감염률이 60퍼센트라고 했기 때문에 감염자 10명 중 6명은 접종자, 4명은 미접종자라고 계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접종자 91명 중 6명이 감염되었고, 미접종자 9명 중 4명이 감염되었으므로 접종자의 감염률은 6.6퍼센트에 그쳤지만, 미접종자의 감염률은 44퍼센트에 달한다. 이래도 예방 접종에 반대할 수 있을까? - page 42 ~ 43

진행자는 접종을 받았는데도 증가하는 감염자 수를 언급하며 코로나19 백신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고, 한 바이러스 학자는 노인의 면역 체계에 접종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했다고 합니다.

통계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예방 접종을 둘러싼 혼란과 기괴한 음모론이 생겨났음에 '숫자맹'의 무서움.

피부로 와닿지 않나요!

그렇기에 능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통계적 사고'의 중요성을 매 페이지마다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숫자는 힘이 세다"

아무래도 숫자는 '객관적'이기에 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하면 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숫자에 속지 않고 읽는 법.

이는 숫자가 의미하는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의 중요성이었습니다.

"통계적 사고는 불안을 잠재우고

우리의 삶을 지켜줄 것이다"

오늘도 불안한 세상 속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숫자들.

이제는 안목을 가지고 바라볼 때였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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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는 그림 - 숨겨진 명화부터 동시대 작품까지 나만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법
BGA 백그라운드아트웍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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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관련된 책들을 참 좋아해 관심을 가지며 신간들을 챙겨 읽곤 하는데...

유독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타인이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는 새로운 미술 감상법'

을 제안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건...

평론가들이 전하는 미술사적 배경이나 예술 이론 등을 토대로 하기에 당연히 감탄이 나오겠지만...

보고 난 뒤에 남는 허전함이랄까...

아무래도 감상에 '나'라는 주체가 빠져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에서는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즐기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게, 아니 저에게 새로운 미술 감상 생활을 제안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 바라보기.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 감각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의 나에게 가장 가깝게,

평론가가 아닌 오직 나의 감각으로 작품을 즐기는

새로운 미술 감상 생활

내가 읽는 그림



'미술'이란 무엇인가?

이 개념부터 잡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보도블록 틈새로 고개를 드는 풀꽃들, 커튼 너머로 저 혼자 불타오르는 새벽 노을, 지금도 쑥쑥 자라고 있을 주방의 양파 싹... 둘러보면 세상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미술가들은 이런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그러므로 미술은,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기술'이 아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술'인지도 모른다. 무심결에 흘려보냈을지도 모르는 어떤 장면, 어떤 감정, 어떤 시공간에 방점을 찍어주는 것. 그리하여 쉬이 지치고 대체로 남루한 우리 일상에 신선한 콧노래 한번 넣어주는 것. 전경에 작열하는 어떤 빛이 되기보다는 배경을 탐색하는 어떤 시선이 되는 것. BackGround Artworks. - page 6

그리 어려운 영역이 아님을, 그동안 스스로 틀 속에 갇혀 시선을 닫아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나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작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취지와 잘 맞는 121편의 '작품+에세이' 페어링을 엄선하여 수록하고 있었습니다.

시인, 문화평론가, 방송작가, 화가, 큐레이터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스물네 명의 필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남긴 진솔한 '감상'은 우리들에게

자유로운 작품 감상의 입구

를 알려주었습니다.

저마다의 다르듯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고 무엇보다 나 역시도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감상법에 내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명화뿐만 아니라 성수, 서촌, 을지로, 한남, 청담, 압구정 갤러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기에 미술사적 안목이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었습니다.

모든 페이지마다 나만의 시선이 남곤 하였지만 그중에서도 '조영주'님의 시선에 많이 머무르곤 하였습니다.



회원가입을 하게 되면 매일 밤 11시, 한 점의 미술 작품과 영감을 보내준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구독 플랫폼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

이 손.

오랫동안 남곤 하였습니다.



사색과 공감.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보면서 느꼈던 제 감정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고 나서도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감상'은 지극히도 개인적인 것이기에 정답이 없음을 잘 알지만 다시 또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엔 미술관을 찾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혼자 조용히 찾아가 그림이 건넨 이야기와 제 마음의 이야기로 대화를 해 보고자 합니다.

그 후 카페에 앉아 미술관으로부터 더듬었던 내 눈과 마음을 살피며 나의 여정을 찾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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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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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리스 시리즈로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더 글로리>도 그렇고...

연예계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학폭'이야기...

내가 어릴 적에도 이런 일은 있었겠지만 요즘은 그 정도를 지나친...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 책은 예외다.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한 책이다."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그렇기에 이 책에 관심이 갔었습니다.

'괴롭힘'과 '학대'

이에 대한 정확히 바라보는 시선을 이 책을 읽으며 키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은 잊어도 뇌는 잊지 않는다

괴롭힘과 학대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와 회복의 10단계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인 '제니퍼 프레이저'.

그녀는 괴롭힘 피해 당사자이자 학대 피해자의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솔직하고 용기 있게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며,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미치는 영향

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었고 어떻게 바라보며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첫째 아이 '몽고메리'.

학교 농구 토너먼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몽고메리가 입과 혀 안쪽에 궤양 같은 염증으로 거의 먹거나 마시지도 못하기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게 됩니다.

의사는 깜짝 놀라며 몽고메리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물어보았고 그전까지만 해도 농구 토너먼트에 관해 힘들었던 이야기를 짧게 들은 게 전부였기에 그 내막을 몰랐었는데 코치의 언어폭력과 모욕을 당하고 있었던 몽고메리.

그리고 유전 질환이 있는 둘째 아이 '앵거스'는 그의 질병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학교에서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고 자신 역시도 고등학교 시절 세 명의 교사에게 그루밍 성범죄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프레이저는 깨닫게 됩니다.

나는 부모이자 교육자로서 이 상황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다. 작가이며 교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정작 뇌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 지식과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학습을 담당하는 바로 그 기관을 무시하면서 어떻게 부모 역할, 선생 역할,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 page 19

괴롭힘이 뇌에 남기는 트라우마를 연구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며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괴롭힘의 스펙트럼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학대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든, 과거에 피해자였거나 현재 피해자든, 또는 괴롭힘을 목격하는 사람이거나 보고도 회피하는 사람이든, 트라우마를 억눌러 온 사람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든, 피해 입은 사람을 변호하는 사람이거나 학대 행위를 고발하는 가시밭길을 택해 피해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부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든- 우리는 원하면 변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이것은 우리 뇌가 할 일이고 우리는 뇌를 만들고 조각할 힘이 있다. 뇌에는 변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 page 438 ~ 439

괴롭힘과 학대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괴롭힘은 반복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괴롭힘의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적용하였고 괴롭힘의 패러다임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며, 우리는 이 속에서 양육되고 훈련받고 세뇌었다고 하였습니다.

상처받은 뇌.

다시 본래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고 긍정적인 신경망을 만드는 방법 10단계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1단계 : 신경가소성을 이용하라

2단계 : 비판적으로 사고하라

3단계 : 재능을 키우라

4단계 : 공감의 신경망을 연결하라

5단계 : 애도하라

6단계 : 뇌의 잠재력을 되찾아라

7단계 : 가해자와의 동조를 거부하라

8단계 : 뇌 지도를 다시 그려라

9단계 : 뇌에 산소를 불어넣어라

10단계 :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를 들어라

무엇보다 '마음 챙김'을 통해 우리의 부교감신경계를 깨워-부교감신경계는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하고 혈압을 낮추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대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또한 뇌와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재충전하고 균형감을 잃지 않고 (정서적·신체적으로) 치유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학습된 무기력이 아닌 평성심을 되찾게 하는 것,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게 해주는 것, 회복탄력성을 개발하도록 도와주어 창의력과 집중력을 향상해준다는 사실을.

마음 챙김은 게임 체인저다. 마치 행복처럼 우리에게 경쟁 우위를 안겨준다. 긍정 심리학자 숀 아처는 연구에서 명상을 통해 행복감과 관련된 뇌 부위인 왼쪽 전전두엽 피질이 자란 것을 보여준다. 아처는 매일 호흡을 느리게 하고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행복 수준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추며 면역 기능이 향상되도록 뇌신경이 영구적으로 다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상처받은 뇌를 가진 사람은 불행이라는 열세에 놓일 수 있다. 마음 챙김은 아처가 말한 행복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신경망을 다시 연결하는 방법이다. - page 331

책을 덮고 우리 사회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자인 줄 모르며 살아가고 정작 피해자는 괴롭힘을 겪고 자신을 자책하며 숨어지내는...

이런 사회가 옳은가......

더 이상은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없음에.

사실을 직시하며 보다 현명한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또다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외면했던 스스로에게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전에 괴롭힘이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성장의 일부분이라 믿는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괴롭힘과 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함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이즈음 나는 왜 그렇게 많은 대학, 클럽, 스포츠 조직, 학교, 직장에서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지, 또 왜 오히려 일어난 학대 사건이 은폐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이어갔고, 그 결과 언론에서 예외적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대는 발생한 후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간 계속된다. 사건은 은폐되고, 이런 학대와 은폐가 언론에 노출되면 뒤이어 약속과 비난이 이어지고 세상이 떠들썩해지지만, 다시 언론에서 또 다른 스캔들을 보도하기 전까지 곧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 page 50 ~ 51

이런 패턴.

이젠 깨부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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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바시 시오리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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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로부터 혹 했던 이 소설!

당연히 범인이라면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에 급급할 텐데 응?

온 세상에 공개하길 원한다고?

이 대담한 범인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섣부른 추측보단 얼른 읽어봐야 했습니다.

몸값은 10억 엔

기한은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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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쿠라 · 미사토 법률사무소'에서 '프로보노'-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에서 오늘도 의뢰인과 상담하던 중인 신참 변호사 '고야나기 다이키'.

상담 중 사무원 즈카하라 씨로부터 보스의 전언 메모를 받게 됩니다.

곧 미사토 선생님 지인이 사무소를 방문할 거라 합니다. 사기사건과 관련된 일인데 응대를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 즈카하라

의뢰인이 떠난 뒤 보스의 지인이라는 이가 왔는데 20대 애송이로 보이는 앳된 그녀.

혼조 나코. 21세. 메구로 구 아오바다이2-△-△△. 연락처 090-8954-5△△△. 월드미용전문학교 메이크업과 재적.

우물쭈물 입을 다물고 시선을 떨군 그녀.

"저, 사기사건인데요."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어떤 사기사건에 휘말렸죠?"

"아니에요."

그녀는 한 박자 뜸을 들인 뒤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사기를 쳤어요." - page 30

그동안 다니던 중고교 일관 여고에서 교풍이 엄격해 불편했고 속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전혀 없었던 혼조 나코는 SNS에서 알게 된 사키와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됩니다.

그러다 사키의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사키의 남자친구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남자친구 가와사키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수거책을 관리하는 리더였던 것이었습니다.

"왜 가와사키 같은 남자와 사귀는 거야? 몸이 나으면 같이 도망가자"라고 호소했다.

사키는 나코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미소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건 돌아갈 장소가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야." - page 36

사키는 가와사키에게 자신의 친구인 나코를 휘말리게 하지 말라고 호소하다가 몇 번이고 폭행을 당하고 이로 인해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미나미 사키.

복수를 꿈꾸던 나코는 가와사키가 일을 실수해 가와사키가 사키를 후려쳤듯이 그 또한 윗사람에게 무지막지하게 벌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을 망치려 하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실수를 덮어씌우는 가와사키.

지레 겁을 집어먹은 나코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변호사 보스가 그녀를 도와주었고 자수를 하고자 하는데...

"나코 씨! 나코 씨!"

고야나기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사라진 그녀.

다음 날 아침, 나코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이 일본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보유한 IT기업 '사이버앤드인피니티'에 도착하게 됩니다.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크라우드펀딩이라니!

이 전례 없던 사건에 전국이 요동치는데...

범인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하루 만에 10억 엔 모금에 성공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말하는 '악'이란 무엇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범죄자가 악인가,

변호사가 악인가,

아님 우리 모두가 악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의뢰인을 돈으로 보고 있다는게."

보스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쾅 하고 테이블에 놓았다.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사람은 열심히 돈을 벌어오는 사람을 천하다고 생각하지." 보스가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느 조직이든 그런 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피땀으로 지탱되고 있는 거야. 미적지근한 이상주의자를 키울 생각은 없으니 착각하지 마. 이젠 학생도 아니고 계속 프로보노 일만 맡길 생각도 없으니까."

보스는 마스터에게 잘 먹었다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잘 들어. 혼조 나코 건은 이 이상 끼어들지 마." - page 130

돈을 노린 가짜뉴스가 사실인양 퍼지면서 '몸값모금반대운동'까지 인터넷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몸값모금반대운동'과 그에 동조하는 글들이 인터넷을 누비고 있다. 나코가 납치된 것은 그동안의 언행에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설과 몸값은 가족이 지불해야 한다는 자기책임론에 많은 지지가 쏠리고 있다.

지금 몸값을 모금하는 것은 범인의 지시이기 때문이다. 나코의 부모는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확실하게 준비하고 싶어 할 것이다.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은 범인인데, 범죄로 목숨을 잃는 것도 자기 책임이라는 주장이 힘을 실어가는 이 이상한 사태에 눈을 가리고 싶어진다. - page 191

보이스피싱, 가짜뉴스, 크라우드펀딩...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마냥 소설로 치부할 수 없었던 이야기.

어쩌면... 그러면 안 되겠지만...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나게 된다면...

그렇기에 더 경각심을 갖고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인면을 구하려는 보편성의 씨앗이 있다. 그것이 10억 엔의 몸값 모금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혼조 일가가 비난받고 모금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때 사람의 마음에는 무슨 싹이 텄을까. - page 342

저자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

이 질문이 씨앗이 되어 모두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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