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의보 이판사판
리사 주얼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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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쬐는 햇볕에 지쳐갈 요즘.

심장을 쫄깃!

스릴 넘치는 소설을 찾아 읽곤 합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이 소설.

소개 글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가족의 속 사정은 무엇일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배신과 구원에 관한 교활하고 몰입되는 이야기 - 이언 랜킨

풍부하고 어둡고 복잡하게 뒤틀린 매혹적인 후더닛 - 루스 웨어

충격적이고 기가 막힌 반전 - 클레어 맥킨토시

집 안에 누군가를 들일 때는 조심할 것!

가족주의보



그들이 오기 전에 내 유년기가 평범했다고 말한다면 부정확한 표현이 되리라. 그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다만 그것만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였기에 평범하게 느껴졌을 뿐.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그 시절이 얼마나 기이했던가 비로소 실감이 난다.

그들이 왔을 때 나는 11살이 될 무렵이었고 여동생은 9살이었다.

그들은 5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며 모든 것을 어둡게, 아주 어둡게 물들였다. 그동안 우리 남매는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16살, 여동생이 14살 되던 해 그 아기가 태어났다.

지난달에 25세가 된 '리비'.

변호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됩니다.

리비 루이즈 존스 님께

저는 1977년 7월 12일에 체결된 헨리와 마티나 램 신탁의 수탁인으로서, 동봉한 명세서에 기재된 대로 귀하께 할당된 재산을 분배하고자 하니......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친부모가 자신에게 대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내용.

5분 전까지만 해도 리비가 인생 속에서 찾는 기쁨은 주로 소박했는데 이제는 첼시에 집 한 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 이걸 언제 드리는 게 좋을지 고민이 좀 되더군요. 지금 드리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지난번에 편지와 함께 부쳤어야 하는지. 글쎄요, 아무튼 참 조심스럽네요. 파일 안에 있던 건데, 혹시 뭔가 찜찜할 수도 있으니 따로 빼 두었거든요. 하지만 보여 드리는 게 맞는 일 같네요. 그러니 받으세요. 양부모님이 리비 씨에게 생부모에 관해 얼마나 알려 줄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잠깐 이걸 읽어보면 어떨까 싶군요." - page 32

신문지 조각을 펼치니

사교계 명사가 남편과 동반 자살

10대 자녀들은 실종되고 아기는 무사히 구조되다

기사에 따르면 25년 전,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 집에서 세 구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하였습니다.

주인 부부 두 명과 신원불명의 남자.

그리고 그곳에 10개월 된 여아 '서레니티 램'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아기가 현재 대저택을 받게 된 리비가 됩니다.)

아무튼 뭔가 석연찮음을 느낀 리비는 이 대저택에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25년 전과 리비, 그리고 또 한 명으로 사건을 이끌어 가고 있었습니다.

과연 25년 전 이 저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네 생일이 되어서 이렇게 돌아온 거야." - page 480

하아...

무능력한 부모, 아동학대를 통해 '가족 구성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던 이 소설.

읽으면서 불편함이 없었다면 거짓이고 그들의 태도가 서사로 인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던 이 소설을 읽으며 마지막 이들의 재회는 행복할지가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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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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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후위기'란 말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냥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동식물들도 조금씩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경각심을 갖게 된 요즘.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이란 말...

아니, 이제는 기억이 아니라 공존해야 함을 느끼며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이 책은 기후위기의 희망이 될 생명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희미해지는 계절을,

사라져가는 존재를 기억하고 지키기 위해 쓴 생명책

사계절 기억책



무심코 그린 '상모솔새 그림'.

이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와 좀 더 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그려나가기 시작하였고 그러면서...

새를 관찰할수록 지식을 넘어 지혜의 싹이 조금씩 자라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먼 곳으로 새를 보러 다니기보단 주로 주변의 새들을 만난다. 새가 궁금하면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라 이렇게 한번 눈을 뜨니 얼마나 많은 새와 함께 살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새를 알고 나면 새가 둥지를 트는 나무와 숲이 귀하게 느껴진다. 새끼 새를 기르는 과정을 보면서 곤충을 비롯한 온갖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를 살아가게 만든다는 진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 page 10 ~ 11

생명과 생명 간 연대를 알게 되었다는 저자.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생명과 조화로운 삶에 대한 과거의 성찰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순천만에 월동하러 오는 겨울 철새 '흑두루미'.

보존을 위해 전깃줄을 없앴고 교란의 원인이 되는 비닐하우스도 철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왜 그토록 흑두루미만 대접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흑두루미는 생태계의 '우산종'이다. 흑두루미가 잘 살 수 있는 서식 환경은 다른 종도 함께 보존하는 효과를 가져오니 기준을 흑두루미에 맞춘 셈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에다 공생의 마음까지 스며든 공간이 순천만 습지다. - page 27 ~ 28

그리고 이어진 붉은 여운이 물든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떼를 바라보니 이렇게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된 자만이 마주할 수 있는 멋진 광경임에 새삼 멋진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였던 '새들의 주택난'.

한 다큐멘터리에서 박새 한 마리가 이끼를 잔뜩 물고 주차 금지용 러버콘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러버콘이 붙박이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따라 이곳저곳에 옮겨져 쓰이는 물건이라는 걸 알면 이곳에 집을 짓지 않았을 텐데...

저 역시도 무거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오직 주차 금지를 위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던 러버콘을 이제는 예사로이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특히 봄에서 여름을 지나는 시기에는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혹시나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며 주변을 살필 것 같다. 만약에, 만약에 어떤 신호가 감지된다면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 새가 새끼를 기르고 있어요. 우리 함께 지켜줘요.' 이런 글자를 붙이는 건 과연 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발걸음을 멈추는 일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발견 이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 늘 지혜에 허기가 진다. - page 100

요즘에 많이 볼 수 있는 '개망초'.

이 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철도를 놓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한 침목에 묻어 온 개망초 씨앗이 철길을 따라 퍼져나간, 그래서 못 보던 하얀 꽃이 여름이면 철길을 따라 피는 걸 조선 사람들은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씨를 뿌렸다 여겨 나라 잃은 설움이 섞인 작명으로 '망국초'라 불렀다가 나중에 '개망초'로 바뀌었다는 이 꽃.

개망초꽃이 들판에 가득 피기 시작하면 나비며 무당벌레 그리고 매미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꽃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풀매미'.



곧 있으면 이들의 떼창을 들을 수 있는데...

기온이 27도 이상 고온일수록 떼창을 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 말매미가 그리도 열심히 울어댈 수 밖에 없는데 우리는 거기에다 시끄러운 소음원이라고 딱지를 붙이니...

기후위기는 매미들마저 힘들게 한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진다면 도시의 온도를 낮출 방법을 찾으라는 매미의 하소연으로 들어야 할 것 같다. - page 160

반성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인상적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창틀에 빗물이 빠지도록 만들어놓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곤충들.

해충이라며 살충제를 뿌리며 죽이곤 했는데...

살충제보다는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가는 게 괜찮겠다 싶었다. 이십팔점무당벌레와 달리 애홍점박이무당벌레는 진딧물, 응애, 깍지벌레를 잡아먹는 익충이라서 내버려 둬도 괜찮단다. 해충과 익충을 가르는 경계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느냐 마느냐로 갈린 셈이다. 그렇지만 지구 생태계 전체로 보면 그렇게 나눌 어떤 근거도 없다. 다만 생태계 균형이 깨졌을 때 해충이 되는데 그 균형을 깨는 주체는 오직 인간뿐이다.

환경윤리철학자 폴 테일러는 '어떤 생명체가 본래적 가치를 지닌 게 사실이라면 그 생명체는 다른 존재의 선에 대한 언급 없이, 그리고 그 생명체가 가질 수 있는 도구적 또는 고유한 가치와 무관하게 그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어떤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 page 174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그 중심엔 '인간'이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자연의 존재들에게 되갚아야했습니다.

그들 존재 자체로서 인정하는 것, 깊은 유대감으로 그들을 소중히 여길 것을 다짐하며 오늘부터라도 마주하는 자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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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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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도 그의 작품 『고양이』와 『문명』, 『행성』을 읽으며 그의 상상력에 감탄을, 현재의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많은 생각을 남기며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기에 존경심마저 들었었는데...

이번에 첫 자전적 에세이를 출판했습니다.

이렇게나 <성실한 천재> 소설가 이전의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그는 어떤 삶을 살며 어떻게 글을 써왔는지 한 번 바라볼까 합니다.

"글을 쓸 힘이 있는 한, 내 책을 읽어 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쓸 생각이다. 내 삶의 소설이 결만에

이르러 이 책의 첫 문장처럼 <다 끝났어, 넌 죽은

목숨이야> 하고 끝을 알려 줄 때까지."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책은 스물두 장의 타로 카드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각 챕터의 문을 열어 다섯 살 무렵부터 오늘날까지의 그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첫 문을 연 건 성장 서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뜻하는 <바보>카드로부터 각 카드 속 인물은 모험을 끝맺으면서, 혹은 다시 시작하면서 봇짐을 메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의 여정은 결국 그의 소설과의 연결고리가 있었고 삶이 곧 소설인, 천상 소설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력이 부족한 아이.

이를 상상력으로 대체하면서 독보적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그.

또한 끝없는 열정과 끈기가 한몫을 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매년 10월 첫 번째 수요일에 새 책을 선보이기로 스스로 약속하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글쓰기 규칙을 정하게 되는데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작업 중인 소설을 쓴다, 무조건 하루 열 장.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집필에 필요한 자료 조사 및 소설 이외의 프로젝트, 가령 비디오 게임이나 만화 시나리오, 연극, TV 드라마, 영화 등의 제작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한다.

6시부터 7시까지는 낮에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갖고 짧은 단편을 쓴다.

이렇게 보내면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대략 9개월이 걸리고, 버전을 최소 열 개 이상은 써야 집필이 마무리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엄격한 규칙이야말로 '성실한 천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의심과 당혹감과 도저히 마침표를 못 찍을 것 같은 자신감의 결여는 창작 과정의 일부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포기하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해 내는 것뿐이다. 독자들이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다 마지막에 <와우> 하는 탄성과 함께 책을 덮게 할 강력한 엔진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 page 467

숫자 30과 깊은 인연(30년 동안 서른 개 언어로 번역되며 3천만, 즉 30 곱하기 1백만 독자에게 읽힌 서른 권의 소설)을 맺게 된 지금.

그의 작품 세계의 피라미드를 이루는 그 서른 장의 벽돌 속에 하나의 <융단 속의 무늬>가 들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살짝 힌트로 병정개미 103683호의 숫자, 파피용호에 탑승한 승객의 수, 그리고 당연히 등장인물들의 성(姓)...

소설 서른 권 속에 감춰진 노란 테니스공.

다시 그의 작품을 정주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순 살이 된 그.

그는 글을 쓸 힘이 있는 한, 자신의 책을 읽어 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어머니가 겪었던 이 병은 집안 내력이긴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 한 계속 글을 쓴다고 하였습니다.

내 삶의 소설이 결말에 이르러 이 책의 첫 문장처럼 <다 끝났어, 넌 죽은 목숨이야> 하고 끝을 알려줄 때까지. - page 470

너무 멋지지 않나요!

그의 팬으로서도 묵묵히 그의 작품을 기다리며 응원하겠습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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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빨강’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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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조선 미술관』을 읽고 계속해서 우리의 그림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이 책!

표지부터도 우리의 감성이 느껴지는 듯했고 무엇보다 끌렸던 점은 '만화'로 옛 그림의 세계를 구현함으로써 보다 당대 선비들의 일상과 고뇌, 기쁨과 이상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옛 그림과 조화를 이룬 한국화풍의 만화.

기대되지 않나요!

서둘러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따뜻하고 정감 어리며 가슴 먹먹하게 애절하고 넉넉한 웃음 가득한 이야기,

옛 그림의 특별한 순간, 옛 사람의 특별한 마음을 만나다!

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우리에게 조선 시대 걸작 그림 속으로 안내해 줄 이들.



이들과 함께 정선, 김홍도, 남계우, 김정희, 정양용, 강희안, 안견, 이정 등 조선의 대표 화가들의 그림과 고사 인물화나 산수 인물화 같은 조선 선비들의 이상과 철학을 담은 그림을 통해 당대 화가들의 감수성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12편의 이야기.

그 속엔 유배지에서 딸의 혼사를 보지 못한 아비의 미안함과 행복을 비는 마음을 아내의 치마폭에 그린 정약용의 <매화병제도>,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 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였던 여동생이 좋아한 나비를 그리다 '남나비'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남계우의 <화접도>,

이익과 권세를 좇는 시류에도 한결같이 자신을 섬기는 제자 이상적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린 김정희의 <세한도> 등

그 시대의 감성은 고스란히 지금의 우리에게도 전해져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그림이 더 가슴 먹먹하게 다가오는 건 수묵으로 여백을 남기며 동식물에, 자연에 마음을 빗대어 그려냈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눈길이 가고 감상 그 이상의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다시 손길은 앞장으로 넘어가면서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던...

다음 책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은 작품을 꼽자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였습니다.

겸재정선미술관을 다녀왔었고 이 작품을 보았었는데 그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 속에 담긴 사연이...

60년을 함께했던 '이병연'의 투병 소식에 무엇을 하면 힘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눈에 들어왔던 인왕산의 모습.

그 웅장한 기운처럼 당당하게 쾌차하길 바라며 <인왕제색도>를 완성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며칠 뒤 이방연은 숨을 거두게 되는데...

검푸른 인왕산의 심장이라도 되는 듯

산의 왼쪽 가슴께 그려진 이병연의 집은

겸재 정선의 마음처럼 지금도 살아서

그의 그리움 그대로

내게 전해져 왔다. - page 26

또다시 숙연해졌습니다.

우리의 그림.

아직까지도 저평가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그래서 이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우리만의 멋과 낭만이 있는 그림들.

내 마음 속 깊이 아로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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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 라이프, 오늘보다 더 눈부시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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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재 대한민국 미술 전시 기획자들과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전시 해설가 '정우철'.

그의 첫 번째 미술 극장을 재미나게 읽었기에 이 책 역시도 구입을 해 놓고 있다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가 나오는 걸 본 뒤 바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고전을 읽고 있는데 고전하는 중이라...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읽어보려 합니다.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

오직 나에게 귀 기울이는 조용한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서 사는 법을 배웁니다"

폭풍과도 같은 젊음을 지나 최후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간을 그림 속에 빠짐없이 기록한 화가들.

저 그림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저 사람만큼만 용감할 수 있다면...

거듭 희망하고 거듭 다짐하게 해 주는 화가와 그림들.

책에서는 12명의 예술가들의 예민한 눈과 부지런한 손과 얼음 같은 영혼을 통해 그려낸 180여 점의 명작에 대한 감상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예술은 온갖 고통을 잘게 씹어 으깨는 찬란한 분투임을 보여주며,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고 되찾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날엔 고흐를.

역시나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지요.

저에게 고흐는 '해바라기'였습니다.

노란색이 이토록 찬란할 줄이야... 하며 감탄하며 그때부터 고흐와 관련된 책이라든지 전시를 찾아다니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그림이 자꾸만 제 시선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



요양원 창 너머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앞에 보였을 창살을 지우고 앞에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채워 넣고 아를과 고향의 풍경을 그린 그가 편지에 이런 글을 썼다고 합니다.

별이 비치는 모습은 나에게 항상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 (......) 저 별에 가기 위해서는 죽어야 하겠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그의 속내가 저에게도 참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37년이라는 짧은 인생 속 가난은 그림자처럼 따라왔지만 그릴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행복했고 밤 하늘의 별이 주는 위로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그.

그런 그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고흐의 삶은 예술가란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느라 정작 중요한 문제에는 소홀한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고흐는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당신은 생의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나요?

그리고 19세기 그림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작품과 화가는 누구일까?

바로 <풀밭 위 점심 식사>를 그린 '인상파의 아버지'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였습니다.

모델의 포즈, 강렬한 색채의 대비, 회화적 표현에서 예술적 전통을 깨는 것에 거침이 없었던, 논란과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했던 마네.

그중에 이 작품이 제 인상에 남았었는데 <폴리 베르제르 술집>.



그냥 바라보았을 땐 아름답다는 느낌뿐이었는데 여기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노년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는데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마네를 위로하기 위해 꽃을 보내줬고 마네는 그 꽃들을 그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에서도 꽃만 따로 봐도 정물화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했는데 그 시기 그곳에 자신이 그리던 꽃을 그려두었던 것으로 아픈 몸으로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던 마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마네가 죽음이 다가왔을 때 과거 비평가들의 수많은 조롱으로 인한 상처를 고백했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욕설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를 모른다.

새삼 그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위대함 뒤에 감춰진 아픔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입니다. 용기를 잃지 않는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지나온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지혜를 연습해야겠습니다. 그 용기와 지혜가 비범한 일을 이룬다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고단한 인생에 대한 위로와 환대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때에 찾아오리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이야기했던 '에드바르 뭉크'.

우리에겐 <절규>로만 익숙했지만 덕분에 알게 되었던 <태양>이란 작품.



어떻게 20대 후반의 나이에 <절규>를 그린 사람이 이렇게 찬란한 <태양>을 그릴 수 있었을까요? 죽음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얼마나 분투했던 걸까요? 자신이 받은 고통을 얼마나 간절하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전 국토의 90퍼센트가 야생의 상태로 남아 있는 노르웨이, 그 척박한 곳의 사람들에게 뭉크는 생명과 자연, 즉 우리의 삶에 대한 예찬을 전했던 것입니다.

이 그림은 훗날 노르웨이의 국민 화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고 노르웨이 지폐에 그의 초상과 함께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예술로 삶과 그것의 의미를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내 그림들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어느새 그의 그림이 다정한 안부를 묻는 것 같았습니다.

뭉클하고도 가슴 아팠던...

그럼에도 그 속에서 큰 위로를 받았던 그들의 이야기.

두고두고 곱씹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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