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숫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수학이 어렵지 않아요!
클라리시 우바 지음, 펠리페 토뇰리 그림, 김일선 옮김, 이동환 감수 / 글담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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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는 그저 해맑던 우리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미소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글밥도 그렇지만 숫자에서 산수로, 다음에는 '수학'을 마주하게 되면서 비명 아닌 비명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엄마.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읽고 아이에게 재미난 수학의 세계로 인도해 보고자 합니다.

(나중엔 아이가 읽고 이해하길 바라며...)

'도대체 골치 아픈 수학 누가 만든 거야!'라는 어린이의 의문에 답해 주고

재미난 숫자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교과서 속 수학 개념'을 깨닫게 해 주는 책!

재미난 숫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수학이 어렵지 않아요!



저 역시도 어릴 적 외쳤던 질문.

"도대체 수학은 누가 만든거야!"

그들 덕분이 아닌 그들 때문에 복잡하고도 어려운 '수학'을 배운다며 투덜거리곤 했던 지난날 어린 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이제는 지금의 아이에게서 마주하게 되었지만...

수학을 만든 사람들은 여러분을 괴롭히려는 고약한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고 우리와 다른 별난 사람들도 아니에요. 여러분이나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필요를 해결하다 보니 수학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생겨난 것이지요. 그러니까 수학은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 page 4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지만 아이는 여전히...

아무튼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숫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개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쉽고도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수가 없는 부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대인들이 수를 세던 방법부터 손가락이 열 개라서 십진법이 만들어진 이야기,

직각삼각형의 비밀을 파고든 피타고라스 덕분에 우리가 반듯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 이야기,

지금의 우리에겐 당연한 개념인 '0'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야기,

정확한 원주율의 값(파이, π)을 알아내려는 수학자들의 숱한 노력으로 우주에도 갈 수 있게 된 이야기 등.

오랜 세월 많은 수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가장 쉽고 간단한 형태의 '수학'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요즘 아이가 학교에서 '주산'을 배우고 있는데...

처음 배웠을 때 '주판'이 왜 이렇게 생긴건지 물어보길래 어영부영 답을 해 주고 말았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아냈습니다.

자신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양치기라고 가정해 봅시다. 나는 수를 5까지만 셀 줄 압니다. 그런데 양은 35마리 있어요. 낮에 들판에 풀어 놓은 양들이 저녁에 모두 돌아왔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수를 5까지만 셀 줄 아니 양 5마리마다 나무에 줄을 하나씩 긋습니다. 나무에 줄 5개를 긋고 나면 더 이상 수를 셀 수 없으니 새 나무에 줄을 긋습니다. 그렇게 줄 5개를 그은 나무 하나와 줄 2개를 그은 나무 하나를 손에 들게 되면 '아, 이제 양들이 모두 돌아왔구나.'하고 알게 되는 거죠.

나무가 없다면?

돌멩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이 '주판'인 셈인데...


 


저도 한 수 배웠으니 아이에게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 조금 알 것 같아!"

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이렇게 서로 배워나가는 재미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은 숫자 이야기뿐만 아니라 수학이 좋아지는 '놀이'까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만들기를 좋아하기에 <피라미드 종이접기>를 하면서 단순히 종이접기가 아닌 여기에도 수학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면서 수학은 어디서든 친숙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야기로 보다 쉽게 쓰여 있었기에 그만큼 '수학'은 어렵지 않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을 발판 삼아 수학의 재미를 느껴보기를.

나아가 수학자처럼 생각하고 수학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즐거웠던 수학 경험.

저 역시도 재밌게 읽었고 책에서 소개되었던 게임은 아이들과 하면서 지속적으로 수학에 친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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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 어느 서른 살의 우울증 극복기
여행자메이 지음 / 얼론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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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어릴 적엔 그저 기분이 가라앉는다...라고 느꼈지 딱히 '난 우울증이다'라 단정 짓지 않았었지만...

30에 접어들고 임신을 하고 나서 우울증이란 것을 제대로 맞이하게 되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 속에 조금씩 나아지곤 했지만 요즘도 어느 순간 찾아오면...

그래서 이와 관련된 책을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내 모습을 직면하게 될까 봐...

솔직히 이 책 역시도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구에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울하기엔 내 인생이 너무 찬란하잖아."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느 서른 살의 솔직하고 용기 있는 고백.

저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볼까 합니다.

"초콜릿케이크가 눈앞에 있든 아니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야 해요."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인기 유튜버이자 작가인 저자 '여행자메이'.

그간 산티아고 순례길, 인도와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그만의 감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내러티브로 많은 구독자를 불러 모았고, 영상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냈던 그녀가...

어느 날 우울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해일처럼 다가왔습니다.

나는 서른의 문턱에서 완벽하게 길을 잃었다. 목적을 잃은 상실감, 대상이 불분명한 환멸감, 후회 섞인 자괴감...... 순서조차 알 수 없이 일순간 불어난 눈덩이는 채 대비할 새도 없이 나를 깔아뭉갰다. 나는 그 무게를 들고 일어설 힘이 없어 쥐포처럼 납작해진 채 가만히 누워 빗소리만 들었다. 아마 그즈음 우울증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 page 12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눈덩이를 굴리며 키우며 덮쳐왔던 우울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다짐했다. 내 이십 대를 세상을 여행하는 일로 찬란하게 물들였다면, 내 남은 시간은 나를 여행하는 일로 채워가겠다고.

내가 가장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고, 사랑하는 그 여행지, 내 속으로의 여행을 이제라도 시작해야겠다고.

그렇게 나는 나를 여행하기로 했다. - page 32

명상을 통해

"사실 저는......, 평생을 함께 한 사사로운 감정들이 사라진다는 게 좀 무서워요."

"이해해요. 그 사사로운 감정에는 행복하거나 기뻤던 순간도 있을 테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그런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오늘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그에 대해 더 집착하게 되고, 또 그렇지 못한 오늘과 비교해 오늘을 그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오늘을 그저 행복하지 못한 날로 여기고 있지는 않나요?" - page 39 ~ 40

행복한 지난 순간들을 완전히 놓아주어야 내게 찾아오는 모든 오늘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우연히 접한 클라이밍으로부터

이 행위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던 나의 어떤 시기에,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계속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으니까. 추락을 해서 피 좀 보더라도 균형만 잘 잡으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죽음이 아닌 삶에 더 가까워졌다고, 맞다. - page 121

추락을 했더라도 다시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기 위한 근육들을 키워나가면서 수많은 고통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아주 평화로운 일상...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만은 기필코 나의 영원한 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직 나만이 가능하다. 당신 역시 당신만이 당신의 구원이 될 수 있다. - page 100

어쩌면 한없이 어둡게 그려질 수 있었던 우울.

저자는 자신이 겪은 우울과 실패,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서 적잖이 위로도 받았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에 대한 해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럼에도 겪어본 사람이 그 고통을 알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마주하게 되니 한 줄기 빛을 찾게 된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삶의 고통을 유쾌하게 넘기는 주문도 얻게 되었으니

"멈춰! 과몰입!"

저도 유연하게 흐르는 대로 균형을 잘 잡으며 찬란히 살아보겠습니다.


참!

저자는 자신의 장례식장을 입구부터 일생을 담은 사진들이 줄지어 걸려있고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가 울려 퍼지며 소주보단 와인을 마시며 기려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난...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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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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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있으며 복작거리더라도...

외로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배부른 소리일까......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사람,

고독 앞에 담대해지고 싶은 사람 혹은 은밀하게 고독을 갈구하는 사람,

"모두 환영한다."

저를 환영하는 이 책.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들은 아니었지만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들이라고 하니 그들이 들려주는 '외로움'에 관한 고백에 제 외로움도 기대어볼까 합니다.

당신이 '외로움'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할 수 있기를...

당신의 '외로움'이 이 이야기들 속에 닻을 내릴 수 있기를...

ALONE



이 책은 '외로운 존재'가 되었던 경험에 대해 22명의 작가가 털어놓은 지극히 사적인 고백이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현존하는 고립의 무게를 견디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 '혼자였던 순간'을 끄집어내야 했던 작업.

그러한 경험을, 감정을 털어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혼자란 것이, 외로움이란 것이 마냥 쓸쓸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문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얼론》을 엮으면서, 나는 고독의 고요한 기쁨과 소외의 충격뿐만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걸쳐 왔다가 사라지는 외로움의 부드러운 파도에 대한 이야기들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인간의 가장 연약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간절하게 때로는 허심탄회하게 전함으로써, 모든 이를 안심시키고 다시 하나로 이어줄 이 이야기들이 머물 수 있는 선착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자칫 어둠 속으로 밀려가게 마련인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나 경험 위로 한 줄기 빛이 비치길 바란다. - page 9

외로움을 조금은 다정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오히려 외로움으로부터 위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스민 워드의 <새로운 희망>은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숨을, 못 쉬겠어.

팬데믹 시기에 사랑하는 남편은 집중 치료실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목격자처럼 그곳에 서 있는 것뿐이었음에...

결국 그를 잃어버린 그녀.

배우자의 죽음은 타는 듯한 슬픔 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졌던 흑인 차별 사건들.

숨을 쉴 수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사랑했던 이들이, 이들이 내질렀을 울부짖음이,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던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상실감'이란 건 사랑했던 이들의 숨통을 강한 산성 물질처럼 태워 버린다는 것을...

그 먹먹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잠시 방황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고 있어.

당신이 말한다.

사랑해.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나는 당신이 말하는 걸 듣는다.

우린 여기 있어. - pagee 73

헬레나 피츠제럴드의 <기묘하고도 힘겨운 기쁨>은 공감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건 두려움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그래서 사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가정을 선택하면 풍요로운 즐거움들을 경험하게 하지만 가치 있는 희생도 있기에...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나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우리 여성들은 종종 완벽하게 자기 자신만을 위해 내린 판단이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나면 포기하기가 어렵다. 내가 성숙의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이 소중하고 얻기 힘든 것을 조금씩 떠나보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혼자 사는 삶을 놓아 주는 과정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삶에 나 자신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나의 일부는 여전히 혼자 지내는 삶이 지닌 강렬한 즐거움을 향해 끊임없이 되돌아간다. - page 131

외로움은 인생의 지평선 위에 보초처럼 서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각자 자신의 외로움을 받아들이면서 만끽해 보는 건 어떨지.

저도 오늘 제 앞에 놓인 외로움을 온전히 맞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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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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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은 '형사'라 하면 '남성'에 포커스가 맞추어지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편견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아무튼 '여형사'라는 점에서 이 책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형사님!

대단한 경력들이 있었으니... 이제서야 알아뵙게 되어서 죄송할 뿐이었습니다.

프로답게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켰던 '박미옥' 형사님.

이제서야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드라마 <시그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괴물> <너희들은 포위됐다>, 영화 <감시자들>...

수많은 작품을 자문하고, 극의 모티브가 된 형사 박미옥.

여경 무용론과 성별에 대한 모든 편견을 무너뜨리는 그의 실화가 공개된다.

형사 박미옥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착하게 살고 싶었다.

다만 착하게 사는 데도 기술과 맷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 page 10

돌아보면 경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던 그녀.

단순히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경찰은 착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이 지키려는 삶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해 경찰이 되었습니다.

1991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여자형사기동대를 창설할 때 선발되어, 23세에 한국 경찰 역사상 첫 강력계 여형사가 됩니다.

경찰이 된 뒤 익힌 수준급의 유도, 태권도, 검도 솜씨로 사람들을 압도하며 출중한 검거 실적을 쌓아갔습니다.

청송교도소 출신 납치범을 검거하며 경사를 달았고, 탈옥수 신창원을 잡는 데 기여한 공로로 경위가 되며 특진을 거듭했던 그녀.

2000년 최초로 여성 강력반장이 되었고, 2002년 양천경찰서 최초의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2007년부터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프로파일링)팀장과 화재감식팀장을 겸임하며 숭례문 방화사건 현장의 화재감식을 총괄지휘했고

2010년에는 마포경찰서 강력계장으로 발령받아 만삭 의사 부인 살인사건, 한강변 여중생 살인사건 등을 해결했으며

2011년 강남경찰서 최초의 여성 강력계장을 맡고 본인이 세운 '최초'의 기록들을 스스로 갈아치우며 여형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 형사 박미옥.

하지만 역시나 존재했던 여자 형사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게 됩니다.

그녀가 강남경찰서 최초의 여성 강력계장으로 임명되었을 때도, 공식석상에서 겪어야만 했었던 기자의 빈정거림.

거기에 맞받아친 그녀의 말이 통쾌하였습니다.

"기자님, 제가 강력사건 경험이 일천하다거나 강력계장직을 해 본 적도 없다거나 지금껏 사건 수사경력이 허접하여 강남을 책임질 정도의 실력이 안 된다면, 오늘 기자님 말씀을 깊이 반성하고 듣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력계 경력이 오래되고 강력계장으로서의 경험도 괜찮고 실력도 꽤 인정받아 상위그룹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사람이라면, 오늘 기자님 말씀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알아듣겠습니다. 기자님이 아직 저를 판단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니 정보 확인 후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 page 51

이런 그녀가 있었기에

삶이란 현장이나 매한가지다. 먼저 가본 자와 나중에 그 길을 걷는 자가 서로 가진 것과 가지지 않은 것을 봐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본 자라서 품고 있는 두려움과 안 가본 자라서 끓어오르는 용기를 서로 나누고 자극을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평행선처럼 걸어가면서도 같은 수평선과 지평선을 나란히 바라볼 수 있는 관계를 꿈꾼다. - page 54

무엇보다 그녀의 형사로서의 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형사인 내 앞에 앉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불안에 휩싸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들에게 찰나일지라도 마음 놓을 수 있는 한순간을 마련해 주는 것, 진심으로 그와 대화하려 시도하는 것이 결국 형사라는 업의 기본임을 이제는 알겠다.

형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하고, 수사란 결국 사람을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시작되지 않을뿐더러 기대할 수도 없다. - page 91 ~ 92

애정 없이 범인을 잡는 일에만 성취감을 느낀다면 형사가 아니라 사냥꾼이라며 형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녀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2021년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을 끝으로 명예퇴직을 한 그녀.

제주에서 후배 여형사와 한 마당에 각자의 집을 짓고서, 마당 한쪽에는 인간의 선악과 마음에 대한 책들을 가득 채운 서재 겸 책방을 열어둔 채 ...



형사로서 여성으로 인간으로서 마주하게 된 박미옥.

사람들은 종종 내게 인간이 범죄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잔혹한 세계에서 30여 년을 살아왔으니, 세상 무섭고 인간사에 진절머리가 나지 않느냐고 묻는다. 맞다. 나는 언제나 이 세상과 사람이 두렵고 또 애처로웠다. 고작해야 2미터도 되지 않는 사람이 수십 년간 길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가공할 범죄를 저지르거나 당하는 현장을 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세상일지언정 인간이 지겹거나 환멸스럽지는 않았다. 그 속에서도 사람이 주는 희망을 보고 살았기 때문이다. - page 221

오랜 세월 아픔과 두려움과 슬픔이 혼재한 현장에서도 사람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녀.

존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현장이 된 사람보다는 현장이 되기 이전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

그 공간에서 더없는 위로를, 희망을 받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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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 - 지구 태초의 모습을 찾아 떠나다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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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과학 그래픽노블 '익스프레스' 시리즈로 어렵고 복잡한 과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는 만화로 전해온 작가 '조진호'.

꼭 읽으리라 책 목록에 적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인연이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까악~~~

지구 태초의 모습을 찾아 떠난다고 하였습니다.

쉽사리 갈 수 없기에 더없이 소중한 이 탐험.

그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던지!

저도 탐험가의 모드로 변신하고 '서호주'로 떠나보겠습니다.

경이로운 지구의 기원을 간직한

붉은 땅 서호주

좌충우돌 초짜 탐험대 앞에 펼쳐진

생생한 과학 이야기

서호주 탐험가를 위한 과학 안내서



호주의 서쪽, 한국 땅의 80배나 되는 면적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만 살고 있는 붉은 땅 '서호주'.

매년 세계 최고의 지질학자, 생물학자 등이 과학적 발견을 위해 찾을 정도로 경이로운 지구의 기원을 간직한 곳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오지로 손꼽히는 그곳으로의 탐험은 쉽지 않은데...

여기 생물 교사, 과학저널리스트, 예술가, 과학관 큐레이터로 이루어진 탐험대가 있었습니다.

텐트 한 번 쳐본 적 없는 초짜였지만, 지구 태초의 모습을 품고 있는 그곳에서 과학적 발견의 현장을 직접 보고, 예술의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꿈을 안고 서호주로 향하게 됩니다.



탐험 내내 죽어라 고생을 하지만 그와 반대로 놀랍도록 넓은 대지, 새카만 밤하늘의 수많은 별은 저자의 서호주에서의 기억을 온몸에 스며들면서 어떠한 문명의 산물도 존재하지 않는 날것의 자연을 품은 서호주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조언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서호주.

본격적인 탐험기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이야기.

그야말로 이건 탐험이었고 진정한 모험이었습니다.

무엇 하나도 순탄하지 않은, 하지만 그만큼 그 속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와 우주의 신비, 여행지에서 만난 원주민 애버리진이 겪은 차별의 역사, 철광석의 발굴 이후 황금시대를 맛보고자 호주로 건너온 이민자의 이야기 등...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곳이 없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난 뒤의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서호주에서 무엇을 봤고, 어디를 갔고,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호주에서의 시간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하루 종일 차로 이동하면서 차창 밖으로 건물 하나 없는 단조롭고 따분한 풍경을 바라봐야 했으니까.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않았다. 우리는 서호주라는 진공에 가까운 공간 속에, 별일없는 퀭한 시간 속에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서호주다.

완전히 주관적이고 찬란한 기억의 시간, 서호주...... - page 213

그래...

백조의 우아함 속엔 쉼 없이 발을 움직인다는 것처럼 서호주의 공허함과 눈부신 햇빛으로 잠시나마 환상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문명의 산물도 존재하지 않는 날것의 자연 '서호주'.

그곳에서 배우게 된 '공허함'에 대해

공허 속에 한참 있다 보면 깨닫게 된다. 공허함은 나를 오롯이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공허함은 나를 묵묵히 바라보는 말 없는 친구가 되어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내가 무엇을 해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조언한다. - page 215

책을 덮고 나니 저에게도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잠시 그 공허 속에 머물러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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