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여울'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자가 되고 싶다'
라는 막연한 꿈 하나로,
열심히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시작하게 된 '요구르트 배달원'
대부분 중장년의 베테랑들이 일하는 이 업계에서 여울은 특유의 넉살과 싹싹함, 성실함으로 금세 동료와 손님들에게 점차 신뢰를 얻게 됩니다.
"오늘도 조심히!"
그러던 어느 날
거센 비와 강풍 속에 하얀 털 뭉치의 강아지가 자신에게 폭 안기는 것입니다.
모른 체할 순 없는 노릇이기에 강아지를 안고 배달차 '콩콩이'를 힘겹게 몰고 있을 때
"아이고! 요구르트 언니! 좀 도와줘요."
"네? 제가 번호를 확인 못 해서요. 혹시 어디신가요?"
"지난번에 요구르트 좀 시켜 먹을까 하고 혹시 몰라 번호 저장해뒀어요. 급한 일이 생겼는데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말이지. 요구르트 언니만큼 발 넓은 사람이 없잖아.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콩순이가 집을 나간 거 같아. 잠깐 문이 열린 틈을 타서 빠져나갔나 본데, 혹시 우리 콩순이 보면 연락 좀 줘요." - page 21 ~ 22
이 강아지가 콩순이였던 것이었습니다.
콩순이를 데려다주다고는 뜻밖에 제안을 받게 되는데...
"저, 아가씨. 이참에 부탁 하나만 하자. 내가 진짜 약속할게. 부녀회원들이랑 싹 다 해서 일단 스무 집 배달 넣는 거로. 대신 우리 딸 좀 방에서 끌어내주라. 아니, 말벗이라도 해주라. 응?"
"제가요?" - page 32 ~ 33
영화감독을 꿈꾸었지만 취업 실패 후 은둔형 외톨이가 된 취준생 '청임'
청임을 다시 세상 밖으로 이끌어달라는 아파트 부녀회장의 부탁을 받고는
(단, 조건은 신규 계약 20건!)
매일 찾아가 빵을 좋아하는 청임을 이끌어내기 위해 와플을 굽고 대답 없지만 말을 건네게 되는데...
그 정성이 통하였을까!
결국 청임은 방문을 나오게 되고 조금씩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순조롭게 일을 하던 여울은 배달 구역이 모두의 기피 지역인,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 '천사마을'로 바뀌게 되고
이곳에서는 괴팍한 성격의 '꽃분 할머니'와 사사건건 부딪치게 됩니다.
그러다 자신이 배달하던 곳 할아버지의 고독사를 목격한 여울은 그뒤로 홀로 살아가는 꽃분 할머니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우연히 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여울은 자신의 오지랖을 발휘하게 되는데...
오늘도 우리는 물통을 들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제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다. 그거면 됐다. 나는 그 생각을 하며 더욱더 열심히 할머니를 놀리며 약을 올렸다. - page 212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구역을 맡게 된 여울.
이곳에선 항상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면 300원짜리 제일 저렴한 요구르트 하나를 현금으로 사 가는 이른바 '함군'이라 부르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항상 단정한 모습에 언젠가부터 그를 기다리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그러다 청년 복지 사업으로 방문하게 된 아파트에서 그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보이스 피싱을 당해 절망 끝에 자살을 시도하려던 '경인'
그를 다시 삶으로 이끌기 위해 여울은 또다시 그녀만의 오지랖을 부리는데...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참을 수 없는 미소가 귀까지 걸렸다. - page 290
1억을 모으고 그 돈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해야지,
그래서 부자가 되어야지
란 생각뿐이었던 여울은
'요구르트 배달 일'
로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지
내가 계속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은 '온기'가 필요한 사람들 곁에서 그를 나누어주는 일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우리에게도 온기가 되어 돌아와 감동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오지랖이 금기가 되어가는 요즘.
그래서 더 우리는 외로운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진심 어린 관심과 연대의 마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함을 느낍니다.
나의 작은 관심이
이웃을,
나아가 세상을 밝힌다는 것을 새겨보며...!
오늘은 아이와 함께
요구르트를 마시며
달콤함을, 사랑을 느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