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흰 종이와 펜이 내 손 안에 있으면 무심코 무언가를 끄적이곤 합니다.
일명 '낙서'라 불리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손의 흐름에 맡긴 채 끄적이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백지처럼 하얗던 종이는 어느새 새까맣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치곤 하였습니다.
이 책을 알기 전까지......
『어쩌면 가장 솔직한 내 마음, 낙서가 말해주는 심리 이야기』.
제목이 너무 길어서 조금 생략해서 쓰면『낙서가 말해주는 심리 이야기』.
낙서에 의미가 있다고?
책의 표지에서도 이야기하는 것.
내가 왜 이런 걸 끄적였을까?
도대체 왜?
무의식 중의 내 심리와 욕구를 대변한다는 '낙서'.
나의 끄적임을 해석해보고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낙서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형식의 이야기에선 '낙서'와 '꿈'의 공통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이렇게 길게 무의식과 꿈 이야기를 했냐면, 어쩌면 낙서도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꿈같은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꿈은 꾸었는지 안 꾸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다가, 꿈을 꾼 느낌이 있다 해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 내용이 기억난다고 해도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거든. 낙서도 비슷하지 않나? 내가 낙서를 하긴 했던건지, 구체적으로 무슨 낙서를 했는지, 왜 그런 낙서를 했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는 거 말이야. - page 17 ~ 18
그래서 저자는 '낙서'가 무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하며 너무나도 유명한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와 접목시켜 보다 쉽게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낙서의 패턴에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향해 발걸음이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선 책을 읽어나가면서 동그라미, 네모, 세모, 지그재그, 하트, 눈 등의 그림을 종이에 그려 놓고 그걸 바라보세요. 책에는 중간중간 여러분의 연상을 위해서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이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원한다면 동그라미나 세모를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그려놓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각 그림에서 연상되는 것들을 종이에 적어봅니다. 가능한 꼬리를 무는 연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그라미 → 얼굴 → 보고 싶다 → 특정인'이나 '네모 → 정육면체 → 상자 → 선물'같은 연상처럼 가능한 두 단계 이상의 연상이 좋습니다. - page 25
책을 읽기 전 책상에 앉아봅니다.
흰 종이와 펜을 잡고 평소 자주하는 패턴의 낙서를 시작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향해 길잡이가 될 이 책을 안고 출발!!
저는 주로 '동그라미' 패턴을 곧잘 그리곤 합니다.
특히나 꽃을 종종 그리곤 하는데 이에 대한 내 마음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꿈이 크고 많다 보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그 꿈과 이상을 금방 이룰 수는 없겠죠. 그래서 자신의 현재를 한탄하거나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데, 이걸 쫓아가려고 하니 늘 힘들고 버겁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버린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곤 하죠. - page 74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같았습니다.
사실 이상적으로 하고 싶은게 많은데 현실적으론 할 수 없음에 좌절하고 허무함을 느꼈었습니다.
그나마 그런 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독서!
아직도 그 꿈을 쫓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었나 봅니다.
조금 나의 이상을 내려놓으면 내 낙서의 패턴이 바뀌어질까......
유독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어린 왕자』 속에 나온 상자.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에게 비행사가 그려준 상자.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속에 있어."
"바로 이거야. 양이 잠들었잖아."
아이는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 page 149
저자는 어린 왕자의 대사 중에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거든" - page 149
'눈'으로 '본다'가 아닌 '마음'으로 '본다'는 것.
우리는 이를 '상상력'이라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상상력을 발취하면 인간은 머릿속에 스크린을 활짝 편치고 그 위에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투영할 수 있어. 그러니 상상력은 마음의 자유로운 시각인 셈이야. 그래서 상상력을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상력이야말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얽매이지 않고자하는 마음의 산물이지. - page 150 ~ 151
그렇기에 낙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패턴들에 대하여 인문학적 지식과 접목시켜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어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 대화의 장에 있는 듯한, 그리고 내 마음을 들킨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사실 낙서와 내 마음.
연관성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감정이, 나아가 자신의 꿈이 표출된 것이 '낙서'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무심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낙서가 이런 의미를 내포했다는 점에서 내 마음 뿐만 아니라 주변 이들의 낙서 속에 숨겨진 그들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보다 서로를 다독여주는 계기가 될 것 같았습니다.
다시금 꺼내든 종이와 펜.
또다시 시작될 나의 낙서는 어떤 내 마음의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