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솔직한 내 마음, 낙서가 말해주는 심리 이야기
박규상 지음 / 팜파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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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흰 종이와 펜이 내 손 안에 있으면 무심코 무언가를 끄적이곤 합니다.

일명 '낙서'라 불리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손의 흐름에 맡긴 채 끄적이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백지처럼 하얗던 종이는 어느새 새까맣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치곤 하였습니다.



이 책을 알기 전까지......

어쩌면 가장 솔직한 내 마음, 낙서가 말해주는 심리 이야기』.

제목이 너무 길어서 조금 생략해서 쓰면『낙서가 말해주는 심리 이야기』.

낙서에 의미가 있다고?

책의 표지에서도 이야기하는 것.

내가 왜 이런 걸 끄적였을까?

도대체 왜?

무의식 중의 내 심리와 욕구를 대변한다는 '낙서'.

나의 끄적임을 해석해보고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낙서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형식의 이야기에선 '낙서'와 '꿈'의 공통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이렇게 길게 무의식과 꿈 이야기를 했냐면, 어쩌면 낙서도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꿈같은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꿈은 꾸었는지 안 꾸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다가, 꿈을 꾼 느낌이 있다 해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 내용이 기억난다고 해도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거든. 낙서도 비슷하지 않나? 내가 낙서를 하긴 했던건지, 구체적으로 무슨 낙서를 했는지, 왜 그런 낙서를 했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는 거 말이야. - page 17 ~ 18

그래서 저자는 '낙서'가 무의식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하며 너무나도 유명한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와 접목시켜 보다 쉽게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낙서의 패턴에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향해 발걸음이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자신의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선 책을 읽어나가면서 동그라미, 네모, 세모, 지그재그, 하트, 눈 등의 그림을 종이에 그려 놓고 그걸 바라보세요. 책에는 중간중간 여러분의 연상을 위해서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이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원한다면 동그라미나 세모를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그려놓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각 그림에서 연상되는 것들을 종이에 적어봅니다. 가능한 꼬리를 무는 연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그라미 → 얼굴 → 보고 싶다 → 특정인'이나 '네모 → 정육면체 → 상자 → 선물'같은 연상처럼 가능한 두 단계 이상의 연상이 좋습니다. - page 25

책을 읽기 전 책상에 앉아봅니다.

흰 종이와 펜을 잡고 평소 자주하는 패턴의 낙서를 시작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향해 길잡이가 될 이 책을 안고 출발!!


저는 주로 '동그라미' 패턴을 곧잘 그리곤 합니다.

특히나 꽃을 종종 그리곤 하는데 이에 대한 내 마음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꿈이 크고 많다 보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그 꿈과 이상을 금방 이룰 수는 없겠죠. 그래서 자신의 현재를 한탄하거나 불안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인데, 이걸 쫓아가려고 하니 늘 힘들고 버겁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버린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곤 하죠. - page 74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같았습니다.

사실 이상적으로 하고 싶은게 많은데 현실적으론 할 수 없음에 좌절하고 허무함을 느꼈었습니다.

그나마 그런 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독서!

아직도 그 꿈을 쫓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었나 봅니다.

조금 나의 이상을 내려놓으면 내 낙서의 패턴이 바뀌어질까......


유독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어린 왕자』 속에 나온 상자.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 왕자에게 비행사가 그려준 상자.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속에 있어."

"바로 이거야. 양이 잠들었잖아."

아이는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 page 149

저자는 어린 왕자의 대사 중에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거든" - page 149

'눈'으로 '본다'가 아닌 '마음'으로 '본다'는 것.

우리는 이를 '상상력'이라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상상력을 발취하면 인간은 머릿속에 스크린을 활짝 편치고 그 위에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투영할 수 있어. 그러니 상상력은 마음의 자유로운 시각인 셈이야. 그래서 상상력을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상력이야말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얽매이지 않고자하는 마음의 산물이지. - page 150 ~ 151

그렇기에 낙서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패턴들에 대하여 인문학적 지식과 접목시켜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어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 대화의 장에 있는 듯한, 그리고 내 마음을 들킨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사실 낙서와 내 마음.

연관성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감정이, 나아가 자신의 꿈이 표출된 것이 '낙서'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무심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낙서가 이런 의미를 내포했다는 점에서 내 마음 뿐만 아니라 주변 이들의 낙서 속에 숨겨진 그들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보다 서로를 다독여주는 계기가 될 것 같았습니다.

다시금 꺼내든 종이와 펜.

또다시 시작될 나의 낙서는 어떤 내 마음의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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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모자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33
임시은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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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털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동화, 『도토리 모자』.

책 표지의 그림부터 아기자기하여 아이보다는 엄마인 내가 먼저 반했던 책이었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의 기세가 꺾이고 조금씩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

왠지 금방 찾아올 가을에 아이와 함께 손잡고 '도토리'를 보게되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함께 우선 이 책을 통해 도톨 도톨 도토리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도톨 도톨 도토리~♥

저 역시도 흥얼거리게 되는 구절이었습니다.

귀여운 우리의 도토리!

나무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만 바람이 도토리를 향해 다가옵니다.

비켜!

 

 


이런~

우리의 도토리.

그만 자기의 모자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떨어지게 됩니다.

콩!


저기 내 모자!


토리의 친구들이 저 모자를 가져다주겠다고 합니다.

걱정 마. 우리가 도와줄게.

 

​뚜기와 당이, 장수, 도마, 솔마.

모두들 힘을 합쳐서 모자를 당겨보지만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도리 아저씨!

도리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그렇게 도리 아저씨와 함께 우리의 친구들!

토리의 모자 구출 사건을 해결하러 출발~!!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빙그르르~


드디어 토리의 모자가 똑! 떨어졌습니다.



기분 좋아진 우리의 토리.

또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고맙습니다!


귀염귀염한 우리의 토리.

그를 돕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뚜기와 당이, 장수, 도마, 솔마, 도리 아저씨의 모습에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아이에게는 큰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기.

서로 서로 도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그리고 마지막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기.

저는 아이에게 이런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도톨 도톨 도토리.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제 입가에도 맴돌게 되었습니다.

이번 가을.

아이와 손을 잡고 이 책과 함께 산 속의 토리의 모자 구출 사건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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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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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역사의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반! 드! 시! 읽어야 한다는 이 책, 『힐빌리의 노래』.

저도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힐빌리'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나는 백인이긴 하나, 북동부에 거주하는 미국의 주류 지배 계급인 와스프는 아니다. 나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의 핏줄을 타고나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수백만 백인 노동 계층의 자손이다. 우리에게 가난은 가풍이나 다름없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남부의 노예 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하여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 page 9 ~ 10

미국인들의 인종 차별에 대해 익히 들은 바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아직도 남아있는 '흑인 인종 차별'의 뉴스를 접하면 미국 백인이라는 이들에 대해 조금은 혐오를 느끼곤 하였습니다.

사실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백인이라면 누구나 지배 계급마냥 살아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서술된 그들,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 힐빌리.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커다란 대륙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그 곳 미국의 또다른 내면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제이디 밴스'의 회고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그의 가족들의 모습, 그 곳의 생활 방식이 가감없이 적혀있어서 더 피부로 와닿았고 이렇게 책을 통해 세상에 그곳이 알려지면서 더이상의 불행이 초래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힐빌리 문화.

조금 두려웠습니다.

"그러니까 삼촌 말은, 두 분이 이웃들이랑 사이좋게 잘 어울려 살았다는 말이야. 그렇지만 너도 알잖니. 평소에는 다른 식구들처럼 아무렇지 않다가도 언제라도 누구 하나 죽일 기세로 달려들 준비가 돼 있었던 거지." - page 70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당시 힐빌리 문화는 난폭한 명예 의식과 가족을 향한 헌신, 별난 성차별주의가 한데 엉키면서 종종 일촉즉발의 상황을 일으켰다. - page 72

잘못된 인식과 그들만의 선입견이 낳은 결과.

그들의 미래가 '암흑'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은 현재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할보가 그랬다. "네 세대에는 손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먹고 살아야 한다." 내가 암코에서일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할보가 허용할 만한 직책은 엔지니어뿐이었고, 그마저도 용접 공장의 엔지니어 조수는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 미들타운에 사는 대부분의 부모와 조부모들은 틀림없이 할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육체노동은 신성한 일이지만, 그건 그들 세대의 일이었다. 우리는 그와는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출세한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우리는 대학에 가야 했다.

그러나 대학에 못 간다고 해서 수치심이 든다거나 무슨 큰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대학에 가기에는 너무 멍청하다고 또는 너무 가난하다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런 분위기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page 98 ~ 99

'아메리칸 드림'의 또다른 이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천에서 용난다'와 같던 '아머리칸 드림'.

오히려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오면 안될만큼 힘든 세상.

마치 우리의 이면과도 닮은 듯 하였습니다.


그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변수들이 그에게는 기회가 되고 변화를 일으키며 지금 우리앞에 당당하게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의 할모의 말이 인상깊게 남았었습니다.

"뭐든 할 수 있다. 절대 자기 앞길만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 page 288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힘든 세상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도 가슴에 남았습니다.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능력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노력 부족을 무능력이라고 착각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내게 백인 노동 계층의 어떤 점을 가장 변화시키고 싶으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마음:이라고 대답하는 까닭이다. - page 289

그가 이야기한 미국 사회의 이면이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웠지만 우리 역시도 그처럼 '변화'를 시도하기에 조금씩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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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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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동물.

사실 동물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기에 그들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책이 문구 역시도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솔직히 우리는 동물보다 어느 정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덜 똑똑하면 '새'나 '물고기'에 비유를 하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진 질문.

쉽사리 넘겨선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동물들.

제가 몰랐을 뿐!

그들의 지적 세계를 알게 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문어에서부터 기억력이 좋은 침팬지, 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는 아시아코끼리 등등.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동물들이 얼마나 똑똑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오히려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만했던 우리에게 겸손과 오만함에 대해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제3장 인지 물결>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었습니다.​

사실 저는 인간의 행동은 학습으로 인해 익혀진 것이고 동물들의 행동은 본능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책에선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또하나의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여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지'.

인지는 어떤 생물이 얻는 정보의 종류와 그 정보를 처리하고 적용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클라크잣까마귀는 수천 개의 도토리를 숨겨둔 장소를 기억하고, 벌잡이벌은 땅굴을 떠나기 전에 방향 비행을 하며, 침팬지는 갖고 노는 물체들의 어포던스를 무심하게 학습한다.

...

학습의 역할은 명백하지만, 인지의 특별한 점은 학습이 제 역할을 하게 한다는 데 있다. 학습은 단순히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학습은 동물에게 인터넷처럼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세계에서 정보를 수집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쉽다. 동물의 인지는 참고해야 할 정보의 흐름을 줄이고, 자신의 자연사를 감안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특정 수반성을 학습하게 한다. - page 116 ~ 117

동물들의 인지능력.

효율적인 그들의 능력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특히나 얼굴 인식의 경우 영장류의 전문화된 인지 기술이라 결론지었었는데 알고보니 까마귀와 양, 심지어 말벌에게까지도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까마귀는 몸이나 머리카락 또는 옷으로 특정 사람을 알아볼지 모르지만, 가면을 사용하면 사람의 '얼굴'을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옮김으로써 그 역할을 불리할 수 있다. - page 120


꺼마귓과 새들은 늘 깊은 인상을 주지만, 양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의 얼굴까지 기억하는 것처럼 보인다.

...

이 특별한 신경세포들은 양이 자신이 기억하는 동료 사진을 볼 때 활성화되었다. - page 120 ~ 121


작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쌍살벌은 계급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데, 이 무리에서는 모든 개체를 일일이 알아보는 것이 유리하다. 얼굴의 검은색과 노란색 무늬는 서로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쌍살벌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한 말벌 종은 사회적 생활이 덜 분화된 반면에 얼굴 인식 능력이 없다. 이것은 생태학적 조건에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보여준다. - page 122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인간과 범고래 사이의 협력 관계'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 투폴드만 주변에서 고래잡이가 여전히 일어나던 시절에 범고래는 포경 기지로 접근해 물 위로 뛰어오르거나 꼬리로 수면을 내리치는 동작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것은 혹등고래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였다. 범고래들은 거대한 혹등고래를 수심이 얕은 곳으로, 곧 범선이 기다리고 있는 쪽으로 몰았고, 그러면 고래잡이들이 범고래들에게 시달린 혹등고래에게 작살을 던졌다. 혹등고래가 죽으면 고래잡이들은 범고래들에게 좋아하는 부위(혀와 입술)를 먹도록 하루의 시간을 주고 나서 전리품을 거둬갔다. - page 309 ~ 310

그러면서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인간의 협력이 우리가 아는 다른 종들의 협력보다 더 나은 측면은 딱 하나, 조직과 규모의 정도뿐이다. 우리에게는 자연계의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수준의 복잡성과 지속성을 지닌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는 위계 구조가 있다. 동물의 협력은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자기 조직적이다. 동물들은 때로는 사전에 과제 분담에 합의한 것처럼 협력하낟. 공유된 의도와 목표를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동물들은 인간처럼 지도자를 통해 위에서 이것을 조율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page 310

오히려 위계질서가 없는데도 그들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동물원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이기로 인해 동물들을 한 공간에 가두는 행위.

또한 반복적인 훈련으로 사람들에게 공연을 하게 하는 행위.

이에 대해 다시금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오만과 이기심.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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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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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제목이 저에게 질문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 사소한 것들만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저자 '안톤 슈낙'이 전하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전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추억과 향수들이었습니다.

지나간 시간들 속 그 때의 향기와 그 곳에 있었던 것들......

되돌아보니 아쉽고 여운이 남아 이 감정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저자는 우리에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나열하였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들, 가을철,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고궁,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한 통 등......

수없이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저에게 슬프게 다가왔던 것.

어느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펜촉의 사랑스러운 끄적임. 그것은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구절 다음에 한동안 막혀버린다. - page 15

누구에게나 가슴 울컥하게 하는 단어, '어머니'.

또다시 그 단어만으로 눈물이 나게 하였습니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가 돌아보니 이젠 나보다 너무나 야위어 계신......

그래도 항상 자식을 위해 그 자리에 버팀목처럼 계신......

그래서 응석부릴 수 있는 나의 어머니......

그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함을 가슴 깊이 저며들었습니다.


<아버지와의 대화>에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 나무는 우리의 인생보다 더 위대한 거다. 이 나무의 고향은 거대하고 말없는 자연이란다. 자연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야. 자연은 이런 나무들이 심어진 모든 대지와 더불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은 모든 도시를, 프랑크푸르트와 아샤펜부르크를, 비르프부르크와 뮌헨을 가로질러 흐르는 따스하게 끓어오르는 강물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이 돌아오면 불현듯, 그야말로 야생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대문 앞에 서서 창문 안으로 돌팔매질을 하게 되는 것이란다. 그다음의 인생은 다시금 스스럼없고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age 69 ~70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자연'의 의미를 통해 느끼게된 아련함.

돌고 돌아 스스럼없고 자유로워짐......

그리고 그 곳엔 다시 자연.

그 자연 속으로 나도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에 잠시 상상 속 강물 속 여정을 떠나보았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보단 지난날의 추억에 대해, 고향에 대해, 자연에 대해 낭만적이면서 아련함과 씁쓸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 <마인 강의 목재 화물선>이 우리의 운명과도 닮아 슬픈 여운을 남겼습니다.

만물은 이렇듯 흔히 번거롭고 긴 도정, 나쁜 길, 멸망의 길, 몰락과 죽음의 길을 걸어간다. 만물의 모습을 더럽히며 변질시키고, 굴복케 하며 파괴시키는 그런 길을. 역시 이것은 당위이며 태초부터 그래 왔던 것이다.

이것은 만물의 운명이다. 억압과 신고, 악과 고뇌로 이루어진 천 갈래의 인간의 운명도 이와 무엇이 다르랴. 안경알 뒤에서 몽롱히 빛나는, 그러면서도 예리한, 이 서성거리는 사나이의 눈, 그 밖에도 떠나가는 배들에 시선을 주고있는 무수한 다른 눈들, 푸른 눈, 초록빛 눈, 근시의 눈, 찌르는 듯한 시선의 눈, 이 모든 눈들은 아마도 이 배 위에 한 조각 영혼이 같이 실려졌다는 것을 예감하지 못했으리라. - page 246 ~ 247

목재를 실은 화물선의 뒤태가 쓸쓸한 여운을 남긴 채 이 책은 끝을 맺었습니다.


슬프게 하는 것들 뒤엔 조금의 희망이, 기쁨이 보이곤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문체가 너무나 섬세하게 다가와 큰 여운을 남기고 그 끝엔 희미한 빛을 남겼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을 덮고 또 다시 책을 펼쳐들고 싶었습니다.

왠지 이번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설렘도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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